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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정지우

1부. 공부는 의심하고 다시 묻는 일

1 강후림
국어 교사의 공부 : 학교 안팎을 잇는 배움의 길
수업이 시가 되려면
그림책으로 읽는 세상
읽히기 위해 쓰다

2 윤경
전업주부의 불변의 공부 : 대안을 찾는 삶의 여정
나를 찾아가는 공부
부모가 되는 공부
함께 살아가는 공부

3 곽설영
진짜 공부란 무엇인가 : 물음표로 시작된 여정
나는 맘시생
공부의 본질
늦게 시작하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4 김진화
교실 밖의 배움 : 돌봄과 특수교육
세상의 브레이크 같은 존재, 그리고 특수교육
내 문제를 규정짓는 언어
삶의 문제에 응답하는 공부

2부. 공부는 나를 성장시키는 일

5 정지우
삶을 바꾼 공부의 힘 : 자립, 글쓰기, 철학까지
작가의 인문학 공부
작가의 법 공부
작가의 글쓰기 공부

6 김현정
분투하는 번역 : 혼자서 외국어를 끝까지 해낸다는 것
반역과 패배의 경계에서
모국어, 언어의 고향
기계는 분석하고, 사람은 공감한다

7 서하연
나를 지켜준 공부 : 유년기부터 지금까지
학창 시절의 공부법
직장인의 공부법
AI 시대의 공부법

8 김주화
공부가 주는 기쁨 : 그날의 열정은 어떻게 남았을까
재미있는 영어 공부
과정을 즐기는 사람
인간의 숙명, 평생의 공부

3부. 공부는 삶을 다시 쓰는 기술

9 전지은
심리학자의 마음공부 : 심리학을 공부하고, 사람을 만나다
선택을 위한 공부
함께라서 가능했던 연구
사람 곁으로 가는 길

10 정연
인사 담당자의 공부 일기 : 공부는 나를 낯설게 하고 다시 만나는 일
목마름으로 키워낸 배움의 나무
현장에서 피워올린 배움의 꽃
십 년의 질문, 십 년의 답

11 선샤인
잊혀진 꿈을 찾는 공부 : 회사원의 이모티콘 작가 도전기
평범한 회사원에서 이모티콘 작가로
이모티콘 작가가 되기 위해 해왔던 공부
이모티콘 공부가 선물해준 풍부한 경험

12 서나연
나는 시로 살아남았다 : 상처를 기록으로 바꾼 회복의 공부
상처가 문장이 될 때
무너진 자리에서 배운 것
결핍을 사랑하는 법

저자 소개12

고등학교 국어 교사이자 교육 에세이스트. 학생들을 사랑하고 직업적 보람도 느끼지만, 교육 현실 앞에서 자주 회의하며 시와 그림책, 글쓰기로부터 위안을 구한다. 교사이자 엄마로서 마주한 현실의 모순과 내면의 성찰을 담아 『별걸 다 말합니다』를 출간했다. 입시로 환원되는 폭 좁은 공부 환경 속에서, 질문하고 탐색하며 삶을 확장해가는 공부의 본질을 회복하고자 교실 안과 밖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쓰며 살아가고 있다.

강후림의 다른 상품

10년 차 전업주부로 살고 있다. 학창 시절을 프랑스에서 보내고 인도의 오로빌 공동체에서 2년간 생활했다. 코로나 시기에 한국으로 돌아와 경주에서 책 모임과 밭농사를 중심으로 대안교육공동체를 실험했다. 현재 해남 미세마을에서 두 아이를 돌보며 자급적 삶을 배우고 있다. 웹진 《세상의 모든 문화》와 《생태적 지혜》에 글을 연재하고 있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했고 학교도서관 사서교사이자 읽고 쓰는 즐거움을 타인과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다. 특히 학생들과 독서 모임을 하고 이야기 나눌 때 가장 기쁘다. 정해진 답이 아닌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 함께 서고 싶다.
20년 이상 특수교사로 일하며 특수·통합교육 컨설턴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25년간 45개국을 여행한 배낭여행자이자 뇌병변장애를 입은 엄마를 11년째 돌보는 돌봄자이기도 하다. 2025년 돌봄 에세이 『나는 듯이 가겠습니다』를 출간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고, 출판기획 에이전시 ‘책과강연’ 코치, 백일백장 프로젝트 리더로 활동 중이다. 연대하는 삶을 지향하고 ‘좋은 돌봄’과 ‘비혼 1인 가구의 행복한 삶과 노년’에 관심이 많다. 특수교사와 돌봄자의 이중 시선으로 돌봄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김진화의 다른 상품

20년간 매일 쓰는 작가이자 문화평론가, 저작권 분야 변호사. 대학 시절 『청춘 인문학』을 출간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인문사회 및 청년 세대, 법 분야에서 꾸준히 집필 활동을 하며 20여 권의 책을 출간했다. 저서로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사람을 남기는 사람』, 『AI, 글쓰기, 저작권』, 『글쓰기로 독립하는 법』 등이 있다. 강연·자문 문의 chek68520@gmail.com

정지우의 다른 상품

20년 이상 출판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2005년에 출간된 『경제 저격수의 고백』을 시작으로 『부의 공식』, 『세상을 바꾼 10개의 딜』 등 50여 권의 책을 번역했다. 저서로 2024년 출간된 미술 에세이 『조그만 별 하나가 잠들지 않아서』(공저)가 있다.

김현정의 다른 상품

데이터와 AI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데이터를 활용해서 데이터 프로덕트와 데이터 서비스를 만들고,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발해 사용자를 돕고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일을 한다. 경찰청 과학수사 자문,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 위원, 고용노동부 데이터정책 심의위원 등 공공 영역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각각 다른 전공으로 마쳤다. 공부에 대해 누구보다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며 숱한 방황을 해왔다. ‘공부’라는 목표를 두고 더 이상 방황하는 사람이 없기를, 그리고 공부를 통해 삶을 좀 더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현재 메디컬 라이터로 의료 및 제약 분야에서 글쓰기와 번역을 하고 있다. 저서로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공저)가 있다.

김주화의 다른 상품

스트레스와 회복에 관심 많은 심리학자이자 회사원. 에세이 쓰기 모임에서 느낀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글쓰기 프로그램 심리학을 연구하고 논문을 썼다. 웹진 《세상의 모든 문화》에 글을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 『세상의 모든 청년』(공저)이 있다.

전지은의 다른 상품

20년간 HRM·HRD·OD 분야에서 일해온 인사 전문가이자 연구자, 에세이스트. 사람과 조직, 일과 배움에 관한 질문을 품고 글을 써왔으며, 본사와 인재개발원, 생산 현장과 경영연구원을 오가며 실천과 이론의 교차점에서 인사 제도와 인재 개발,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연구해왔다. 현재는 미래경영연구센터에서 포용적 리더십과 다양성 포용, 시니어 구성원 커리어 개발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며, 일터 안팎에서 ‘살아 있는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글을 통해 존재의 방향을 탐색하고 타인과 연결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통해 질문하고, 듣고, 쓰며 살아온 배움의 여정을 풀어놓았다. 저서로 『그 일
20년간 HRM·HRD·OD 분야에서 일해온 인사 전문가이자 연구자, 에세이스트. 사람과 조직, 일과 배움에 관한 질문을 품고 글을 써왔으며, 본사와 인재개발원, 생산 현장과 경영연구원을 오가며 실천과 이론의 교차점에서 인사 제도와 인재 개발,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연구해왔다. 현재는 미래경영연구센터에서 포용적 리더십과 다양성 포용, 시니어 구성원 커리어 개발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며, 일터 안팎에서 ‘살아 있는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글을 통해 존재의 방향을 탐색하고 타인과 연결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통해 질문하고, 듣고, 쓰며 살아온 배움의 여정을 풀어놓았다. 저서로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공저), 『나의 시간을 안아주고 싶어서』(공저)가 있다.

정 연의 다른 상품

삶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은 IT업계 직장인이자 그림을 통해 마음을 나누고 싶은 이모티콘 작가. 카카오 이모티콘 4건과 네이버 OGQ, 라인 이모티콘 9건을 출시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림을 좋아하고 나다운 삶에 관심이 많다. 다양한 단체나 기관에서 아동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이모티콘 창작 강의와 멘토링을 했다.
문예 창작을 전공했고 시 감성이 유독 충만한 사람. 매일 쓰고 다듬으며 살아간다. ‘내가 죽으면 무엇이 될까?’라는 질문이 나를 살게 한다. 언젠가, 나는 무엇이 되고 싶다. 《Popopo magazine》, 《Amang》, 《Mung》 등의 잡지에 글과 사진을 실었고, 웹진 《세상의 모든 문화》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글쓰기 모임의 리더로도 첫발을 뗐다. 저서로 『전지적 언니 시점』(공저)이 있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3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424g | 128*205*19mm
ISBN13
9791189534837

책 속으로

며칠 후 한 학생이 찾아와 잔뜩 목소리를 낮추며 비밀스럽게 말했다. “선생님, 저 그 시에 나온 문장으로 짝사랑하던 친구에게 고백했어요.” 나는 호들갑을 떨며 반색했다. “정말? 멋지다! 선생님이 그런 고백을 받았다면 진짜 감동했을 거야!” 얼굴이 발그레해진 아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너는 이제 알겠구나, 하나의 비유가 복잡한 감정을 단숨에 전달하기도 한다는 것을.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시를 이용해 주기를. 시가 너의 말이 되고 그 말이 누군가에게 무사히 가닿기를.
--- p.23

마음공부라는 것은 그 결과가 가시적으로 바로 드러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래서 우리 삶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뤄지거나 등한시되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상에서 늘 마음을 부대끼며 살고 있다. 내 마음을 잘 알게 되면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더 잘 보이고, 내면의 목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게 된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더 잘 알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자연스레 내가 원하는 삶을 주체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힘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 p.51

때로는 학생들이 나보다 더 진심이고 더 깊이 알아서 나에게 설명해 주기도 한다. 내가 집중해서 경청하는 모습에 더욱 힘을 받아 더 열심히 설명해준다. 그럴 때면 우리는 서로의 지적 호기심을 건드려주는 사이라는 생각도 든다. 빨간 동그라미가 없는 공부, 궁금해서 찾아봤고 읽어봤더니 궁금증이 풀리는 공부, 그러다 보니 새로운 궁금증이 생기는 공부. 무한 확장의 공부를 학생들과 하고 있다.
--- p.86

그 사이에서 영원히 옴짝달싹 못 할 것 같던 어느 날, 무수한 반복이 기본값인 일에 학교 밖의 경험을 데려와 새로움을 만들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간 ‘오래 해왔고 잘하는 것’을 떠올려보니 고민의 여지 없이 배낭여행이었다. 스마트폰도 사전예약 시스템도 없던 2001년부터 줄곧 해외 배낭여행을 해왔지 않던가! 당시 특수교육 대상자를 위한 방과후 미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오랜 배낭여행 경험을 활용해 아이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접하게 해주자 싶었다.
--- p.101

나는 종종 노후의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노후에 내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고 있을 거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죽을 때까지 공부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떤 공부일지는 몰라도, 수십 년 뒤가 흐른 뒤에도 나는 책을 집어들며 공부에 호기심과 흥미를 갖고 있을 것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나 메소포타미아 문명사를 공부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희랍어나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AI 같은 새로운 기술에 흥미를 갖고 있을 수도 있고, 죽기 전에 양자역학을 이해하고 싶을 수도 있다. 혹은 그 시대에 필요한 조경 기술이나 도자기 빚는 법을 연마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 p.136~137쪽

반역자가 되지 않을 방법은 공부뿐이다. 나의 공부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언어의 우물’을 채우는 것이 그 첫 번째, ‘번역가의 무기고’를 늘 반짝반짝하게 정비하는 것이 두 번째다. 먼저, 언어의 우물을 채우려면 끝없이 읽어야 한다. 번역 공부의 기본은 단연코 독서다. 읽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번역가가 될 수 없다. 아무리 외국어 실력이 뛰어나도 남의 글을 열심히 읽어보지 않고는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알아낼 방법이 없다.
--- p.149

남들이 보기에는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별것 아닌 것들까지 나는 규칙을 지키고, 한번 하기로 했으면 그 말을 꼭 지켰다. ‘내가 하기로 한 것은 해야지.’ ‘나와 한 약속을 지키는 게 가장 가치 있지.’라는 생각은 미루고 싶은 일이나 하기 싫은 일을 만날 때마다 유혹을 뿌리치는 힘이 되어주었다. 이런 성격 덕인지 성적이 꽤 좋았다. 중학교 때는 전교 1등을 거의 놓치지 않았고, 과학고등학교를 거쳐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이공계 대학이라는 KAIST에 진학했다.
--- p.170

졸업을 못 하고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속에서 영어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내 것이 되어갔다. 교수님의 말을 이해하고 책을 읽는 속도가 늘었고, 공부 방식도 점점 현실적으로 바뀌었다. 영어 듣기 실력도 늘었다. 암기가 아닌 ‘듣고 이해하기’로 전환된 것이다. 그 경험은 내게 ‘꾸준히 하면 반드시 어제보다는 나아진다’는 또 다른 교훈을 주었다.
--- p.192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져내린 것 같았다. 시험은 1년에 한 번만 볼 수 있기에, 자격증을 따고 졸업한다는 계획이 틀어졌다. 머릿속에는 테트리스 게임의 ‘Game Over’라는 글자가 둥둥 떠다녔다. 더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은, 함께 공부한 사람들 중에 나만 필기시험에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혼자 뒤쳐진 것 같고, 초라한 기분에 숨고 싶었다. 엉엉 울어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상담사는 저 멀리 떨어진 단어 같았다.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학비만 축낸 기분까지 들었다.
--- p.234

내가 맡은 일을 통해 배우며 외부에서 사례 스터디를 하다 보니 똑똑 박사가 되는 것 같았다. 생성형 AI에 질문을 던지면 척척 대답이 나오는 것처럼, 이제 웬만한 인사 관련 질문이 나오면 나도 술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직업인으로서 내 안에 재료와 소재가 많아졌다는 자각은 나를 새로운 갈증으로 이끌었다. 바로 구조와 이론이었다. 이제 HR 케이스를 많이 아는 어엿한 실무 전문가가 된 듯했지만, 인사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학문적 토대와 구조는 뿌연 안개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다. 다른 공부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
--- p.244

그러다가 22번째 도전에서 기적처럼 카카오로부터 승인 메일을 받았다. 직장인으로만 살아왔던 내가 카카오 이모티콘 작가라는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여는 순간이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한 걸음 더 내딛자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 p.265

돌이켜보면, 내 삶에서 공부는 한 번도 성적표 위에만 있었던 적이 없다. 공부는 늘 살아남기 위한 기술이었고, 나를 잃지 않기 위한 언어였으며, 상처를 견디기 위한 거리 두기였다. 일기를 쓰는 일도, 시를 읽는 일도, 요가로 몸을 세우는 일도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해 있었다. 나는 시를 공부했지만, 사실은 삶을 공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시는 나에게 정답을 주지 않았다. 대신 견딜 수 있는 문장을 주었고, 무너지지 않게 버틸 수 있는 여백을 주었다.

--- p.299

출판사 리뷰

목마름에서 시작된 공부
나를 파고드는 공부법


이 책에 실린 12인의 공부는 모두 자기 부족과 의심에서 시작되었다. 이들은 ‘잘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대로는 살 수 없어서’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다. 누군가는 입시 중심의 교육 현실에서 잃어버린 배움의 본질을 찾기 위해, 누군가는 치열한 돌봄의 현장에서 흔들리는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공부를 붙들었다. 번역가는 언어의 미묘한 결을 붙잡기 위해 사전을 넘겼고, 철학을 탐미했던 인문학도는 로스쿨에서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공부법을 익혀야 했다.

퇴근 후 10분의 시간을 내어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한 직장인, 시를 공부하며 무너진 마음을 세운 작가도 있다. 이들의 공부는 외부의 평가를 위한 지식의 축적 행위가 아니다. 자기 내면의 균열을 응시하고, 어루만지고, 메우는 과정이다. 공부가 보다 나은 결과를 위해 버티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삶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붙드는 마지막 동아줄이기도 했다.

변화의 파도 속에서
성장통을 겪는 사람들


2026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불안정한 바닥에 서 있다. 기술은 빠르게 발달하고, 직업은 유동적이며, 정답은 사라졌다. 이 책의 저자들은 교사, 주부, 사서, 특수교사, 변호사, 번역가, 데이터 전문가, 메디컬 라이터, 심리학자, HR 전문가, 이모티콘 작가, 시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지만, 모두가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변화하는 시대 흐름을 맞으며 성장통을 겪고, 그 통증을 공부로 끌어안는다. 이들이 성장통을 견뎌낸 힘은 ‘공부’였다.

학교 안과 밖에서 공부의 의미를 다시 묻는 교사, 제도권 밖에서 대안 공동체를 실험하는 전업주부, 직장을 다니며 이모티콘 캐릭터를 그려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 작가까지, 이들은 자신의 공부를 미화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기록한다. 거북한 내용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그래서 독자들은 그 과정을 통과한 이들이 넓혀놓은 삶의 지평을 볼 수 있게 된다.

일 인분의 몫을 다하기 위해
나를 버티는 기술


공부는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지금 서 있는 자리를 감당하며 ‘일 인분의 삶’을 살아내기 위한 연습일지도 모른다. 특수교사는 돌봄을 통해 인간을 배웠고, 번역가는 원문을 위해 ‘잊힌 번역가’가 되길 희망한다며 자기를 낮춘다. 심리학자는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타인을 이해하는 공부를 시작했고, 데이터 전문가와 메디컬 라이터는 빠르게 변하는 세계에서 스스로를 갱신한다. 누군가는 글쓰기라는 훈련을 통해 자기 목소리를 만드는가 하면, 조직 관리 역량을 높이기 위해 시작했던 누군가의 공부는 사람을 이해하는 태도가 되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공부는 스펙 전쟁도, 갓생의 과시도 아니다. 자신이 선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또 관계 속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넓혀가는 과정이다. 더 빨리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깊이 뿌리 내리고 단단히 서 있기 위해 하는 것이다. 결국 공부는 나를 확장하는 기술이다. 완벽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공부로 통합되는 삶
의미는 배움의 길 위에 있다


교사는 제도 밖에서 배움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인문학을 탐미하던 청년은 법학을 공부하며 현실을 다시 본다. 글쓰기 모임에서 위안을 얻은 회사원은 글쓰기 프로그램에 관한 논문을 쓰고, 시에 감응하던 소녀는 생의 고락을 통과해 자신의 시를 쓴다. 이들의 공부는 삶을 분절시키지 않고 통합시킨다. 일과 꿈, 현실과 이상, 생계와 삶의 의미 사이에서 갈라졌던 균열은 공부를 통해 다시 이어진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공부는 특정 시기의 열공이나 의무가 아니라 생의 전반을 통과하는 태도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흩어진 자신을 한자리에 모으는 과정이다. 그것은 삶의 결을 바꾸고, 방향을 바꾸고, 사람을 바꾼다.

아, 공부를 하고 싶다! 그 길 위에서 나만의 의미를 만들어가고 싶다. 배움은 우리 삶을 흩어지지 않게 붙들어주는 가장 오래된 방식이니까. AI가 답을 대신 내놓는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몰랐던 것이 아는 것이 될 때까지 버티는’ 느린 공부를 통해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갈 것이다.『공부가 좋아서』는 그 고집스러운 배움의 기록이다.

프롤로그

한국인에게 공부는 평생 따라다니는 애증의 대상이다. 한국의 부모들 대부분이 자녀가 어릴 때부터 ‘공부 잘하라’고 권유하고, 공부를 잘했을 때 최고의 칭찬을 해준다. 공부를 잘해서 얻는 성취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의 기쁨이 된다. 사회의 지도층도 상당수가 ‘공부’에 성공한 사람들이다. 공부를 잘한 사람들은 판사가 되기도 하고, 모두의 부러움 속에서 의사가 되기도 하며, 정치인이 되기도 한다. 한편, 공부를 잘하지 못한 사람은 그것을 평생 한으로 여기며 자녀의 사교육에 전폭적인 에너지를 쏟기도 한다.

이런 사회에서 ‘공부’를 이야기한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공부 같은 건 못해도 그만이야.”라고 속 시원히 말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공부는 개인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너무나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청년들은 대부분 ‘공부하기’를 통해 취업 불안을 해결하려 한다.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 역시 노후 불안에 대한 답을 자격증 공부나 각종 재테크 공부에서 찾는다. 사교육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심각해서, 사람들을 너무 극심한 경쟁으로 몰아넣는다는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된다. 그야말로 공부가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시대에 여기 모인 12명의 저자는 저마다 공부의 의미를 다르게 파헤치고자 했다. 공부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건 마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는 모두 사랑을 하지만, 사랑하는 방식도, 사랑에 대한 가치관도, 사랑에 대해 가지는 감정과 생각도 다르다. 공부 또한 마찬가지다. 12명의 저자들은 이 책에서 각자가 공부와 맺은 다양한 관계를 보여준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공부란 그런 식으로 말해질 수밖에 없다. ‘공부’에 대해 내가 ‘모든 걸’ 알려주겠다고 호언장담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의 말은 아마도 거짓일 것이다. 물론 그의 이야기에도 나름의 진실이 있겠지만, 개인적인 언설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우리가 씨름한 공부 얘기를 하려면 그야말로 수많은 사람이 진심으로 말하는 ‘진짜 공부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그래야만 ‘나의 공부’도 반추해볼 수 있고, 이 세상을 점령한 ‘공부’에 대해서도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공부 이야기들은 무척 다채롭다. 누군가는 공부와 평생 좋은 관계를 이어왔다. 그는 공부를 즐거움으로 정의한다. 누군가는 공부를 생존 수단으로, 누군가는 애증의 대상으로, 누군가는 성취와 성공의 수단으로 말한다. 누군가는 사회를 역행하는 새로운 공부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 모든 것 하나하나에 공부의 진실이 깊게 담겨 있다. 나는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이 ‘공부 이야기’를 한 번쯤 읽고 생각해봐야 한다고 믿는다. 당신은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는가? 아마 공부를 해왔을 것이다.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 아마 공부를 하고 싶을 것이다. 입시부터 시작해 각종 자격증과 취업 준비, 재테크와 금융, 요리와 취미, 대학원과 아트 클래스까지, 우리 삶에서 공부는 평생 이어지는 무엇이다.

이 책은 단순히 공부에 대해 성찰하는 걸 넘어서 삶에 도움이 될 법한 여러 가지 팁과 실천 방법, 다시금 배움에 대한 자극으로 이끌어줄 에피소드를 풍성하게 담고 있다. 나는 이 책의 집필에 참여하면서 공부에 대해 새로운 감각을 느끼고, 또 다양한 공부를 시작할 자극도 얻었다. 공부와 평생 부단히 씨름해온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길 바란다. 이 책에는 나의 이야기보다 더 진실되고 값진 11개의 공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당신이 공부에 얽힌 삶을 살아왔고 또 살아갈 것이라면, 이 책의 이야기가 반드시 마음 깊이 와닿을 것이다.
- 2026. 1.
정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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