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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_5
제1부 ‘부부’가 ‘붑’이 되기까지 ‘부부’가 ‘붑’이 되기까지 _12 나, 나의 반성 나의 맹서 _15 난방비 _18 눈물이 주르르 _19 대용식 _21 마누라 _22 마음에 들인 정자 한 채 _23 부부의 날에 _25 부부의 업보 - 못이 별이 되어 _26 부부탐구 _28 스트레스 즐기기 _30 쓰리랑 부부 _31 아낌없이 내줍니다 _32 어떻게 알았는지 _34 인욕스님 챤제바리 _36 인忍 _38 제2부 고추를 따면서 고추를 따면서 _42 구두를 보내며 _43 기껏 처먹고 티비나 보고 있는 너는 누구인가 _45 나를 위하여 세상을 위하여 _47 내 여인은 냉장고 _49 돼지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나는 아내에게 사육 당한다·2 _50 사모님 _52 신발의 궁합 _53 아내에게 먹히는 시 _54 어머니의 木쟁반 _56 역원근법 _57 우기의 시·2 _58 위대한 김연복 여사 _60 창문을 바꾸어 달면서·2 _63 평화주의자 구선생을 위하여 _65 하늘 沼 _67 제3부 꽝 55 그리고 朋 _70 개똥참외 - 야생은 모두 셀프 _72 겨울밤에 _73 기우인가 관심인가 _74 꽃이여 이제 겨우 - 희에게 _76 꽝 _78 두 여인을 찾아서 _79 떡 _81 먹장구름·2 _83 사랑받는 지어미 _84 어버이날을 맞아 _86 우리 설날 _88 이산가족 찾기 _89 할아버진 만날 어린아이 _90 화장실에서 _92 제4부 너도 밤나무냐 나도 밤나무다 21세기 보름달 _94 哭. - 어머니의 筆跡 _95 냉이와 달래 _96 너도 밤나무냐 나도 밤나무다 - 현대시 전시장에서 _97 농자천하지대본 - 농사꾼의 자부심 _99 볼펜탑 _100 비빔밥 비벼먹기 _102 흥성대는 사강 회센터에서 _104 사탕을 먹는 방식과 사탕의 정의 _106 자판기 _108 제 눈의 안경 _110 조개 하나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_112 조개를 구워먹으며 _113 조개와 열쇠의 상관어법 _114 조개와 조개박사 _115 큰 눈 온 날에 희비극 _117 작품해설_ 박주하·모순을 품고 달관의 세계로 걸어가기 _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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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결혼도 못한 서른세 살 젊은 나이에 십자가에 못 박혔다 하고
부처님은 야소다라비와 결혼하여 아들 라훌라를 두었다지만 아직 달콤한 신혼이나 다름없는 29세에 집을 나왔다 하고 공자님 역시 외아들 鯉를 낳지만 집에 붙어 있지 못하고 상갓집 개처럼 세상을 떠돌았다*하니 일찍이 장가들어 생기는 대로 아이 낳아 키워내고 은혼 금혼을 넘어 회혼을 바라보는 나는 누군가 젊었을 때는 아옹다옹 티격태격 사랑싸움도 하면서 우려내는 퀴퀴하고 시금털털한 맛 묵혀왔지만 나이 들어갈수록 점점 심해지는 눈 흘김과 꽥 소리 지름 온갖 참견 그 많은 구박 다 받아가며 까닭 없이 들들 들볶이며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결혼생활 힘들어 하루에도 몇 번씩 이혼을 꿈꾸며 꿈으로 끝내고 모멸과 수치의 나날을 살아가는 나 왜 사는지 전지전능하고 대자대비하고 생이지지했다는 그들이 알까 다른 건 몰라도 애송이 예수님은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결혼 초반에 가정을 버린 부처님도 마찬가지 나를 모를 것이고 가부장적 권위만을 앞세워 마나님을 쫓아낸 공자님도 다를 게 없어 쇠심줄같이 질기디 질긴 부부의 끈을 이어가며 부부夫婦가 부부婦夫로 어느새 자리바꿈하고 다시 부夫의 존재가 마모되어 부부는 일심동체 부부婦夫가 둘 아닌 붑이 되기까지 견디어온 아픔 정말 장하다 할까 어리석다 할까 21세기 대한민국의 남편들 실은 부처님 오신 날이면서 부부의 날인 오늘 몇 송이 꽃을 바쳐 볼까 맛있는 외식으로 유도해 볼까 몇 번의 경험으로 미루어 일심동체一心同體는 결코 쉽지 않아 백방百方이 백방白放으로 끝날 수도 있어 붑의 꿈도 물 건너가고 말짱 도루묵 나무아미타불 아멘 나무관세음보살 아멘 *사마천의 사기 공자열전에서 ---「‘부부’가 ‘붑’이 되기까지」중에서 나, 나라는 사람은 나쁜 사람입니다 밴댕이 소갈머리에 쥐머리에 소견머리 소갈딱지 없고 방정맞고 게으르고 못 참고 못 하나 못 박는 무엇도 할 줄 모르는 무능한 사람 남을 배려 못하고 저만 아는, 저만 위하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아주 나쁜 사람입니다 나는 평생 살을 맞대고 살아오며 가장 가까이서 나를 지켜봤을 내 아내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말들이니 맞겠지요 나는 정말 밥만 축내는 나쁜 남편입니다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아주 나쁜 놈입니다 남들은 나를 순한 사람 편한 사람 양보할 줄 아는 사람 너그러운 사람 마음 넓고 이해심 많은 사람 적응 잘 하고 잘 참고 잘 견디는 사람 어쩌고저쩌고 말들 하는데 다 틀렸습니다 나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 오랜 고향 친구들 오랫동안 같이했던 직장동료들 오랜 제자들 상당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 오다가다 한두 번 만난 사람들까지 남들은 남들일 뿐인데 날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다 틀렸습니다 그게 아닙니다 이십 초반에 만나 팔십 넘도록 오랜 세월동안 시간과 공간을 같이 쓰고 나눈 내 아내 그 누구보다 나를 잘 안다는 내 아내는 이 모두를 한꺼번에 다 부정합니다 모두 틀리고 그 반대입니다 아내의 소신은 오로지 그 반대말입니다 슬픈 일입니다 나는 지금 아주 슬픕니다 앞으로 남은 세월동안 우선적으로 아내에게 더 잘해야겠습니다 만인에게 인정받기보다 단 한 사람 내 아내가 눈곱만치라도 긍정해 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나는 애처가인가요 공처가인가요 아, 이 시각부터 애처가요 공처가 나를 오롯이 비우고 오로지 아내에게 올인, 어린 양같이 순종만 하겠습니다 ---「나, 나의 반성 나의 맹서」중에서 외출할 때 입어야할 외투를 방안에서 입는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각방을 쓰는 아내는 내방에서 난방비를 올린다고 투덜댄다 ‘어허, 오늘부턴 합방합시다’ ---「난방비」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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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구 시인이 마주친 아내와의 상호모순적인 상황이 비장함에 갇히지 않고 골계미로 극복해내는 힘은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해냈던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를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분노와 웃음을 뒤섞은 그의 어조 뒤에서 현실을 감당해내는 통찰은 비록 당장 세상을 크게 이롭게 하지는 않겠지만 대상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거점으로 형성되었기에 그 가치는 결국 따뜻하게 부각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는 대상의 단점을 바로잡을 힘이 부족하다. 그 대상이 지닌 성질이 단점인지 아닌지에 대한 문제조차 지극히 개인적인 고찰이기 때문에 그것을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 역시 옳지 않다. 다만 ‘부부’에서 ‘붑’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창출시킨 시인에게는 가능할 수도 있다. 그는 이미 상대의 단점까지도 깊이 품어버렸고 자기 이탈의 두려움이 없으며 그러면서도 탁월한 인내심으로 무수히 자기 변모를 꾀하는 노력의 화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인생의 거대 분모를 변경해버리고 ‘부부’를 ‘붑’으로 재발견했다. 게다가 ‘붑’은 감정의 낭비를 최소화하는 의미로서의 개인을 확립하고 있다. 추락하는 자신을 발견하면서도 수렁에 빠지지 않고 승화하는 시인의 노련함과 지혜에 경이감마저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붑’의 세계가 젊은 세대들에겐 난공불락의 지대로 여겨질 경향도 없지 않다. 그들에게는 추락을 버텨내는 인내심도 버거운 일이거니와 그것을 즐기고 승화하는 힘은 더 부족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결혼의 당위성이 점차 약화 되어가는 시대를 살고 있고 부부의 생활에서도 상호존중의 철학이 중대한 가치로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사회문화의 속도와 개인에 따라서 세속성과 거룩함을 추구하는 방식은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자신만의 생존전략을 찾아서 모순의 경계를 지워가는 노력으로서는 시인에 비견할 대상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정대구 시인, 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끈기와 인내심으로 모순의 삶을 품고 달관의 세계를 걸어가는 사람이다. 시인의 말 시인은 사상가도 철학자도 아니고 과학자나 성인은 더더욱 아니다 부부간에도 울고 웃고 부대끼며 속세를 살아가는 고통을 어렵게 나누며 그날그날 속인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생활인일 뿐이다 하지만 이웃과 더불어 동시대를 증언하는 사람으로서 시인은 역사에 남을 것이다 2023년 여름 지화자농장에서 야해라 정 대 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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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론은 김삿갓의 해학과 시사성을 뛰어 넘는 민중정서를 진실 담백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예컨대 우리 민족정서 또는 전통적 정서를 충분히 지키면서 이 시대의 현실모순을 지적하고, 질타하는 정대구 시인의 창작적 감각은 경외하다 평가할 수 밖에 없다. 무릇 시는 또는 문학은 자신의 기록과 가족공동체를 뿌리로 한 사람공동체의 애환과 그 본질을 당연히 표현하고, 그것이 당대의 역사를 담보하는 시인으로서 본분이며 역할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 문창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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