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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 _5
01 수묵水墨의 노래 수묵水墨의 노래 _14 02 무무에게 무무에게 _22 이중섭론 - 망월 _23 겨울, 고독사 _24 言 - 변명의 형식 _25 독백 - 몽상의 시학 _26 구석에 관하여 _27 우기雨期 _28 녹턴을 위하여 - 四季 _29 장마가 몰려왔다 _30 풍장風葬을 읽다 _31 03 한계령을 넘다 한계령을 넘다 _34 죽파리 자작나무 _35 그리운 무무에게 _36 죽단화 _37 간월암 _38 코다 - 호미곶노을 _39 후렴後斂의 詩 _40 혼말 _41 묵호항 _42 겨울, 황악산에 들다 _43 04 갓마을 자목련 갓마을 자목련 _46 백담百潭 _47 설화說話 _48 능소화의 밤 _49 추령재를 넘으며 _50 시인 고흐 _51 돌확 연꽃 _52 구천동 가을 _53 물벽의 詩 _54 파장罷場 후렴 _55 05 산, 책 산, 책 - 내소사에서 _58 봄의 인문학 _59 육필시집 _60 배롱나무처럼 _61 추풍령 달맞이꽃 _62 행복한 철학 _63 격포 캘리그라피 _64 고고顧考 _65 지리산에서 시인을 만나다 _66 고요하고 거룩한 밤 _67 06 환한 슬픔 환한 슬픔 _70 주산지 _71 구시포 _72 오동꽃 필 때 _73 독창獨唱 _74 고독한 여름 _75 민, 박 _76 자서自序 _77 소도 _78 오래된 여행 _79 동지 한파 _80 07 시론 이교상·뮤즈의 시학 - 시의 미래는 시가 없는 세상이다. _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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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붙안아야 저 불면 꽃이 될까? 햇살 한껏 아울러 그림이 된 비백飛白**처럼 긴긴 밤 밝히고 싶다, 죽음 더 녹슬기 전에
--- 「백비白碑* 앞에서」 중에서 바닥까지 곱씹은 맵고 쓰린 겨울에도 서러운 사람들이 더부살이한 이승에서 뜨겁게 솟구쳐 올라 반짝이는 4·3꽃 --- 「제주 동백」 중에서 무자년 붉은 비명 온몸으로 읽었는데 어디에도 함부로 마침표 찍을 수 없어 나는 또 갈매기가 된다, 섬에서 섬을 안고 --- 「봉개동 序文」 중에서 저것은 해신이 켠 한낮의 촛불이다 눈보라 거친 세월 부드럽게 닦아낸 뒤 눈시울 어루만져서 봄을 들어 올린, 詩 --- 「서귀포 유채꽃」 중에서 애달픈 영혼들이 물의 경전經典 읽었는지 묵은 나뭇가지에 꽃눈 잎눈 돋아나고 새들의 울음소리가 메아리로 들립니다 --- 「정방폭포 가는 길」 중에서 무심코 밟고 온 길 모두가 상처였나? 오래된 아픈 기억 새김질한 화엄華嚴 속으로 비문의 행간에 갇힌 새들을 날려 보낸 --- 「섯알오름 바라밀다」 중에서 느꺼웠던 생각이 잦아든 풀꽃마다 왜바람에 사라진 순한 웃음 떠오를 때 밀려와 부서진 파도가 내 죄를 물었습니다 --- 「성산포 일기」 중에서 한 마리의 낙타가 허공 속을 걸어가네 사막 같은 이 세상 알몸으로 그러안고 인간이 거덜 낸 세상 퇴고하네, 하얗게 --- 「모슬포 낮달」 중에서 오르막 하나 없는 노을은 물의 계단, 우둘투둘한 역사를 필사한 애저녁에 먼나무*** 열매 같은 사람들 수평선에 띄웁니다 --- 「광치기해변 일몰」 중에서 사랑, 그 마음은 단숨의 느낌표지 군말의 장맛비는 영혼 없는 욕망일 뿐, 이별도 습한 그리움도 사무치면 꽃이다 --- 「위미리 동박새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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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이라는 감각의 미학과 윤리를 제시하고 있는 이 시조집 『수묵의 노래』는 형상성과 정신을 담고 있다. 수묵화처럼 절제된 색채, 여백의 깊이, 농담의 번짐을 닮은 시적 형식은 각 시에서 슬픔을 감싸고 정화하는 윤리적 시선으로 구현되고 있다. 이는 피와 죽음의 기록이 아닌, 기억을 품고 살아가는 방식의 노래로 읽히며, 시인의 시조는 통곡이 아닌 낮은 숨결처럼 조용히 독자에게 번져갈 것이다.
사설시조의 현대적 계승과 해석을 담담히 하고있는 시조들은 정형을 탈피하면서도 시조의 운율적 기억과 서정적 밀도를 놓치지 않는다. 전통적 사설시조의 풍자와 민중성은 잔잔한 서사로 대체되었지만, 정서의 누적과 감정의 곡선은 사설시조 고유의 힘을 계승하고 있다. “제주 동백”에서 “서귀포 유채꽃”으로, “영주산”에서 “섶섬”으로 이르는 구성은 공간의 순례이자 영혼의 사계절을 그리는 내면 여정이다. 기억의 시학, 제주의 언어를 기반으로 한 제주4·3과 섬의 상흔을「백비 앞에서」, 「제주 동백」, 「봉개동 序文」, 「섯알오름 바라밀다」에서 역사적 고통을 개인의 고백과 묵상으로 형상화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즉 직접적인 서술 대신 비문, 꽃, 바람, 날짐승 등의 매개를 통해 고통의 응시 대신 통과와 화해의 미학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수묵水墨의 노래」는 제주라는 섬의 상처와 숨결을 수묵의 언어로 그려낸 기억의 시조화이다. 고통의 기록이 아닌, 기억의 숨으로 피어난 이 연작은, 사설시조의 현대적 정수이자 시인이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끝끝내 말하려는’ 윤리적 행위의 집합이다. 자서 단순해지기 위해 생각이 많은 내 몸을 내려놓는다. 2025년 초여름 이 교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