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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열 명의 공주들
02 도피 03 사랑의 문법 04 작은 새 05 첫사랑 06 비밀 파티 07 잘못된 문의 열쇠 08 오만과 편견 09 독앤본스 10 가라오케의 밤 11 ONEN HAG OLL(모두가 하나처럼) 12 콘월의 황야 지대 13 심장을 갉아먹는 괴물 14 옷이 날개 15 이레네의 변신 16 절벽까지의 달리기 시합 17 겨울 축제 18 화학, 그리고 신체물리학 19 사고 20 환자 마르셀로 21 열차 22 조쉬의 불행 23 빛이 없는 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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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아주 특별한 벌을 내릴게. 매주 수요일마다 지금 이 시간에 내 사무실로 오도록 해. 문학 숙제를 내줄 거야. 내가 추천해주는 작품들을 읽은 다음 이곳에서 나랑 함께 토론을 해보는 거야. 특별한 프로젝트가 될 거야. 어때?”
“그렇지만 저… 선생님은 문학 담당이 아니고 문법 담당이시잖아요.” “맞아. 하지만 내가 소설에 대한 세미나라도 하겠다는 건 아니야. 네 인생에서 지금 이 시점에 필요한 것은 사랑의 문법에 관한 수업이야. 이 과목에서는 절대 낙제하면 안 되는 거야.” (중략) “사랑의 문법이라고요?” 이레네가 말을 더듬었다. “그게 뭐죠?” 대답이 나오기 전, 휴그스 선생님의 그윽하고도 푸른 눈동자가 다시 한 번 창문 쪽을 향했다. 그러고는 마치 독백을 하듯 그가 말했다. “젊은 시절 첫사랑에 빠지는 것은 정말이지 대단한 경험이야. 고통스러우리만큼 혼란스럽기도 하지. 리암이 왜 너에게 그렇게 행동한 것 같니?” 이레네의 얼굴이 또다시 붉어졌다. 선생님 앞에서 마음속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매우 불편했다. (중략) “선생님, 근데 사랑의 문법이란 게 뭐예요?” “곧 있으면 알게 될 거야. 일단은 매주 수요일 5시 정각에 널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도서관에 가서 일본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이라는 책을 찾아봐. 짤막한 작품이야. 일주일 내로 다 읽어와야 해.” 이레네는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운 후, 《안나 카레니나》를 펼쳤다. (중략) 안나는 브론스키 백작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고, 결국 남편에게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모두 털어놓은 후 그의 처분에 따르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이혼을 거부하며 그녀를 아이와 영원히 갈라놓겠다고 협박한다. 안나는 금지된 사랑을 성취하겠다는 자신의 결정이 삶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가버리리란 사실을 깨닫는다. 오직 브론스키만이 남을 뿐이라는 것을. 그다음으로 레빈과 키티의 이야기가 있었다. 키티는 원래 브론스키 백작을 사모하면서 레빈의 구애는 계속 거절해왔다. 그러나 결국 그녀가 레빈과 결혼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이레네는 키티와 레빈이 함께 대화를 나눈 직후의 어느 지문을 읽어보았다. 그제서야 레빈은, 결혼식이 끝나고 교회에서 그녀를 안고 나갈 때는 몰랐던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자신이 키티를 너무나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지금 자기가 겪고 있는 내면의 갈등 앞에서 그녀가 어떤 길을 걸어왔고, 그녀에게 현재 자기가 어떤 존재인지는 상관없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그 모든 것이 탐탁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녀가 무슨 행동을 해도 그녀를 향한 자신의 사랑에는 변함이 없음을, 그리고 그녀는 이미 자기라는 존재의 일부임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레네는 감격했다. 어떻게 한 영혼이 다른 영혼의 일부가 된 것처럼 느낄 수 있을까? 음악 소리에 심란해진 마음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레네는 경험해본 적도 없는 감정에 대한 애잔한 향수를 느꼈다. “어디 보자.” 그가 말을 꺼냈다. “네가 여기서 《제인 에어》는 단지 사랑에 관한 소설이 아니라고 썼더구나. 이 부분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었어. 무슨 말을 하려던 거였지?” “그러니깐, 책에는 여러 종류의 사랑이 나오잖아요. 예를 들면 로체스터와 제인의 정열적인 사랑이 있는가 하면, 그 외에도 리버 자매의 서로에 대한 사랑도 나와요. 제인이 아델레에게 느끼는 모정에 가까운 사랑이라든지, 심지어는 사랑 없이도 누군가의 생존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까지 생각해볼 수 있어요.” “제인의 숙모 리드 부인 말하는 거니?” “네.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이 있는데, 바로 제인과 리드 부인이 재회하게 되는 장면이에요. 오랜 세월이 흐르는 바람에 제인은 벌써 숙녀가 되어 있었지만, 리드 부인은 자신의 임종 자리에서조차 제인에게 눈곱만큼의 애정도 베풀지 않더라고요.” ---본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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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인과 미국인의 혼혈인 감수성 짙은 열여섯 살 문학 소녀 이레네. 영국의 기숙학교로 유학 온 이레네는 외로움과 첫사랑에 대한 실연으로 깊은 상처를 받고, 휴그스 선생은 그녀의 용기를 북돋우는 것은 물론 뛰어난 작가로서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고자 ‘아주 특별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첫사랑과 짝사랑, 비극적인 사랑, 어긋난 사랑, 조용한 사랑 등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랑에 대한 문학가들의 고찰을 담은 일곱 권의 소설을 읽고 자신의 진정한 느낌을 담은 에세이를 작성하는 것. 7주의 시간, 7명의 작가, 7권의 책 그리고 한 명의 선생님과 함께하는 특별한 사랑 수업이 지금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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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대중적인 감성으로 승부한 이 소설이 스페인 독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것은 일곱 편의 문학에 담긴 사랑의 문법들을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고 익히며 자아를 찾아간다는 독특한 설정의 영향도 컸다. 외롭고 불안하지만 문학에만큼은 일가견이 있는 소녀를 위해 ‘아주 특별한 프로젝트’를 계획한 (문학이 아닌) 문법 선생님은 소녀에게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의 방식이 담긴 일곱 편의 소설들을 읽고 매 편마다 에세이를 써오라고 지시한다. 소녀가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은 감수성 넘치는 언어로 첫사랑에 관한 단상을 이야기한다. 이어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서는 사랑에 있어 편견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깨닫게 되며, 슈테판 츠바이크의 《미지의 여인에게서 온 편지》를 통해 일방적 사랑의 애달픔을 주인공의 감정을 통해 알게 되고 고백의 가치를 배운다. 또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서는 조용한 사랑의 위대함을 깨닫고,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는 비극적 사랑의 아픔을 몸소 느끼게 되며,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에서는 용감한 사랑을, 수업의 마지막인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에서는 어긋난 사랑의 비극과 함께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볼 수 있는 힘을 배우게 된다.
어쩌면 사춘기 소녀의 사랑 찾기로 끝날 수 있었던 이 작품은 작가가 다양하게 인용하고 있는 문학작품들로 독특한 개성과 생기를 찾는다. 모든 시대의 위대한 사랑의 소설을 기반으로 사랑의 문법을 자연스럽게 독자들에게 인지시키는 이 작품은 진지하면서도 무겁지 않게 사랑을 풀어가는 세련된 로맨스 소설이다. 누구나 들어본 제목이지만 내용이 가물가물하거나 제대로 읽어보기 힘들었던 고전들은 쓸데없는 미사여구로 치장하지 않은 작가의 담백한 문체와 주인공 이레네와 선생님의 대화를 통해 아주 부드럽고도 섬세하게, 그리고 수월한 방식으로 독자의 정서를 파고든다. 다양한 작품들을 하나의 이야기 안에 녹여내는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도 데뷔작이라 볼 수 없을 만큼 수준급이다. 여기에 이 작품에서는 사춘기 나이에 걸맞게 사랑에 관해 일희일비가 심한 주인공이 ‘유치’해 보인다기보다 ‘진지’해 보일 정도로 감정적 서술도 뛰어나다. 이것이 10대 소녀들을 주 독자 대상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20대, 30대 스페인 여성 독자까지 포섭할 수 있었던 작품의 묘미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