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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길어올려지는 어둡고 깊은 우물이 저 바닥에 존재하지만 상관없다. 상처로부터, 상실로부터 ‘완벽하게’ 회복되거나 치유되지 않아도 여전히 해를 바람을 나무를 품을 수 있음을 알게 됐으니 충분하다. 어쩌면 회복이나 치유를 바라기보다는 그저 그 세상 위에 다른 세상 하나를, 뒤집어진 다른 세상 하나를 덮어 씌우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 적절한 꼬리표도 갖지 못하는 마흔 어른의 철없는 애도지만, 나도 그리고 또 다른 어른도, 당신도, 드러내고 충분히 애도해도 괜찮다고, ‘어른스럽게’ 회복되거나 치유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토닥여주고 싶었다. 슬픔에 말려 들어갈 것 같은 그런 날에는 두 발을 쭉 뻗고 그냥 목 놓아 울어버리라고, 그래도 괜찮다고 토닥여주고 싶었다. 자식도, 배우자도 아닌, ‘고작’ 아버지를 잃은 것뿐이지만 얼마든지 비틀거려도 괜찮다고 안아주고 싶었다. 또한.. 시간의 힘은 생각보다 ‘거룩’하기에, 뺴곡한 슬픔의 틈으로 천천히 햇살이, 바람이 스며들지도 모른다고, 노란 꽃이 피어날지도 모른다고, 노래하며 걸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할 수 있는 한 가장 따뜻한 목소리로 애도하는 어른에게 가 닿을 수 있는 한마디를 건네고 싶었다. […] 세상이 뒤집혔다는 것이 끝이 아님을, 뒤집힌 세상속에도 여전히 그 모든 것들이 존재할 수 있음을, 날개가 부러진 새도 그 세상 안에서 여전히 날 수 있음을 전하고 싶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고, 그러니 당신도 그럴지 모른다고. […] 그리고 지금,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슬픔과 애도가 채 3년을 채우기도 전, 예기치 못했던 장소에서 생각지 못한 인연과 스치며 구멍난 마음에 노란 꽃 하나가 피어난다. 결코 회복되지 않을 상실의 구덩이를 잠시나마 메꾸어 줄 싱그러운 새싹에 마흔셋 우주가 진동한다. […] 작별한 이와 좋은 시간 좋은 곳에서 따사롭게 다시 함께 걸을 수 있을 테니 멈추지 말고 걸어보길 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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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버지를 추모하는 딸이 있다니! 더불어 독행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고 책으로 냈다니! 오, 아름다운 마음이여. 아버지는 딸의 마음에 살아서 숨쉬고 있구나. 이 책은 우리에게 절망에 가까운 슬픔을 어떻게 이겨내고 어떻게 좋아지는가를 가르쳐주는 좋은 안내자 역할을 한다. 타인의 이야기지만 나의 이야기로 귀결한다. - 나태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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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슬픔과 상실감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서서히 치유해 가는 과정을 써 내려간 한 영혼의 솔직한 수기이며 담백한 순례기입니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동행하며 그의 여권에도 스탬프를 찍는 딸의 모습이 눈물겨워 잠시 읽기를 멈추게 되는 책. 책을 읽는 독자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함께 걸으면서 누군가의 길이 되고 싶게 만드는 고마운 책입니다. - 이해인 (시인,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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