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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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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든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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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침대 아래 칸에 자리를 잡고 짐을 풀 때였다. 옆 침대의 외국 남자가 말을 건넨다.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놀라며 되묻는다. “지금 한국에서 동계올림픽을 하지 않아? 왜 여기 있어?” 그 말에 ‘내 인생에서 동계올림픽보다 더 중요한 걸 찾으러 왔단다’라고 해주고 싶었지만 멋쩍은 웃음만 내비치고 방을 나와버렸다. 한 달간의 영어 공부……, 과연 쓸모가 있을까.
--- p.18 매일 이 페리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은 타려던 배편을 놓치면 안달복달하겠지만 나는 아니다. 기다리면 그만이다. 이 짧디짧은 몇 분이 나에게는 낭만 가득한 시간이었다. 금연 표지판 앞을 가득 메운 담배 냄새, 엉켜 있는 자전거와 사람들, 저 멀리서 깃발 휘날리며 다가오는 페리. 여행은 별걸 다 낭만적으로 만들어준다. --- p.21 추위도 잊고 정신없이 그림에 빠져 있다 보면, 어느샌가 귓가에 들리는 감탄사들.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칭찬해 주는 외쿡 사람들에게 이제는 조금씩 입을 열어본다. “Thank you!” --- p.31 개선문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에 섰다. 이리저리 둘러보며 버스를 기다리는데, 뒤쪽으로 황금빛 건물 하나가 웅장하게 서 있다. 파리 어딜 가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건축 양식이지만 석양빛을 받으니 작품이 따로 없다. 앵발리드라는 군사박물관이라는데 그 안에 무엇을 품고 있든 중요치 않다. 황금빛 외모에 홀딱 빠져버렸으니. 10분 남짓, 기다리던 버스도 한 대 보내고 그 찬란함에 취해 건물 구조를 꼼꼼히 살피며 선을 그어나갔다. --- p.80 주문을 받을 때는 조금 차가웠던 현지인 서버가 내 그림을 보더니 표정이 살짝 풀린다. 그러고는 내 앞에 서서 춤일지도 모를 어설픈 포즈를 연속으로 취하며 자기도 그려달라고 몸짓한다. 얼른 사진을 한 장 찍고, 그려줄 테니 그만 가서 일하라고 했다. 다 그린 그림을 보여주니 서버의 표정이 완전히 무장해제 되었다. 심지어 그림 그리느라 식어버린 수프를 데워주겠다며 상냥한 친절을 베푼다. 그림은 이토록 위대하다. 차가웠던 양국의 관계를 말랑말랑한 친구 사이로 만들어줬으니. --- p.131 최고로 행복한 마음으로 테이블에 앉아 커피잔을 내려놓고는 스케치북을 꺼내 왼손으로 받쳐 들었다. 지붕의 짙은 색 부분을 펜으로 칠하고, 건물 창문을 하나씩 세며 한 칸씩 차분히 그려나갔다. 마침 그 앞을 지나가던 도나우강 위의 배도 한 척 그려 넣었다. 문득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화창한 부다페스트의 한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국회의사당과 도나우강을 그리고 있는 행복한 사람이 나라니! --- p.1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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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고 싶으면 유럽으로 가봐.”
이 한마디에 영어도 못하지만, 유럽은 처음이지만, 힘차게 떠난 혼자만의 드로잉 여행 입시미술 강사 일을 하다가 너무도 오랜만에 생긴 휴식. 가까운 나라에서 잠시 쉬고 오려고 할 때 유럽을 권하는 말을 들었고 그렇게 난생처음 유럽에, 드로잉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처음으로 도착한 여행지, 네덜란드. 역시나 처음에는 모든 게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조용한 미술관에서 종이를 꺼내 들고 그림을 그릴 용기가 나질 않았다. 하지만 이걸 하기 위해 떠나온 여행이 아니던가. 그렇게 반 고흐의 〈해바라기〉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뒤에서 들려온 금발 여학생들의 감탄의 말. “Fantastic!” 그 말에 제대로 대꾸도 못 하던 숙맥이었지만, 여행을 계속하면서 점점 바뀌는 자신을 발견한다. 우연히 보게 된 한 아빠와 딸의 다정한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서 먼저 건네줄 줄도 알게 되고, 묵었던 호스텔의 로비 전경을 담은 그림을 프런트를 통해 선물하기도 하고, 그림 잘 그린다는 외국인들의 칭찬에 “그려줄까?”라고 제안하기도 한다. 그렇게 선물한 그림으로 쌀쌀맞던 서버의 표정이 완전히 무장해제 되는 모습에 그림이 주는 효과를 체감했다. “저도 그림 잘 그리고 싶어요!” 여행이든 일상이든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내 손으로 가볍게 담아보는 방법 바닥에 주저앉아 유럽 건물들을 그리고 있을 때, 그런 모습을 본 한국인들은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저도 여행하면서 그림 그리고 싶어요.” “그림 잘 그리셔서 너무 부러워요.” 이 일로 누구에게나 멋진 그림을 쓱쓱 그려내고 싶은 로망이 있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림을 너무도 어렵게, 거창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많은 도구도 필요하지 않다. 그저 펜 한 자루와 노트 한 권, 그것만으로도 일상의 순간을 그려낼 수 있다. 멀리 여행을 가지 않아도 되고, 자신의 일상에서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가볍게 담아보면 된다. 처음부터 잘 그리려고 하지 말고 낙서한다는 생각으로 하나씩 시작해보면, 언젠가 자신만의 드로잉 여행을 떠나보고 싶은 열망이 들지도 모른다. 드로잉 여행의 좋은 점은 사진으로만 남겼을 때보다 여행지에서의 추억이 훨씬 생생하게 남는다는 점에 있다. 여행을 다녀와 일상으로 돌아온 후에도, 그날의 스케치북을 펼치는 순간만큼은 그 순간을 선명히 떠올릴 수 있다. 하나하나 여행 스케치북이 쌓여갈수록, 여행지에서의 추억도 더욱 생생히 남아 언제든 꺼내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일상을 더 풍요롭게 살아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여행 드로잉을 권하는 이유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인천 공항에서 출발해 서유럽에서 동유럽으로 갔던 루트를 따라 구성되었다. ‘네덜란드 → 프랑스 → 독일 → 체코 → 헝가리’ 순이다. 여행지에서 보고 느끼고 그린 것들을 직접 그린 그림과 사진, 글로 담았다. 각 나라에서 맛본 음식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그림으로 그려 모아놓았으며, 부록 ‘Travel Tip’에는 해당 나라에서 들렀던 장소를 담은 지도와 함께 유럽 여행자들을 위한 간단한 팁을 실었다. 이 책을 통해 누군가의 드로잉 여행에 동행하면서 유럽의 여러 미술관, 성당, 골목, 정원, 수도원을 맘껏 누비고 다닌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당장 노트 한 권과 펜 한 자루를 챙겨, 어디로든 떠나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그 모두가 책 속 그림에 담긴 생생한 추억 덕분이다. 그림에는 일상을, 여행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