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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피, 키스 / 백해인
수레바퀴 소리가 들리면 / 백승빈 가지치기 / 신도윤 비어 있는 상자 / 이승훈 무미의 끝 / 정현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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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마저 사라질까 봐?”
“맞아요. 시간에 젊음을 빼앗기고 있다는 걸 알았거든요.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움이 영원하길 바랐어요. 그러다 점점 악마를 숭배하기 시작했고, 젊은 소녀들을 죽였어요. 자신보다 어린 소녀들을 차례로 죽이고 피를 빼내, 그 피로 목욕을 즐겼죠. 젊은 여인의 피로 목욕을 하면 피부와 머릿결이 고와진다고 믿었거든요. 그렇게 600명 넘게 죽였어요. 때로는 방금 쏟아낸 신선한 피를 은잔에 가득 담아 와인처럼 즐겼대요. 그래서 현대에는 피의 백작 부인이라고 불리게 된 거죠.” “그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지 않아요?” 수희의 말에 여자는 까르르 웃으며 되물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죠. 궁금하지 않아요? 정말 600명이나 죽일 정도로 그 피가 효과가 있었을지?” --- p.31~32 “그는 사람의 피를 먹고 사는 불사의 요괴다.” 그제야 동생은 번쩍 정신이 들었다. 불사의 요괴라면 죽지 않는다는 얘기인가요? 영감은 이제껏 이런 존재가 있다는 소문만 들었지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인지라 불사의 요괴라는 말이 어느 만큼이나 과장되고 또 진짜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방법은 있다. 그들은 해가 있을 때는 돌아다니지 않고, 100년 된 나무로 만든 말뚝을 심장에 박으면 두 번 다시 깨어나지 못한다는 얘기였다. --- p.95 자세히 보니 팔이나 다리에 나는 털과는 다른 종류 같았다. 띄엄띄엄 나지 않고 빽빽하게 한곳에서만 나는 게 꼭 머리카락 같았다. 가까이서 보기 위해 한 가닥을 뽑았다. “아야.” 이상하게도 전혀 아프지 않았다. 아프지 않았으니 “아야.”라고 할 이유도 없었다. 방금은 누가 말한 것일까. 옷장 속 바퀴벌레? 사람만 한 바퀴벌레가 무서울까, 사람 말을 하는 바퀴벌레가 무서울까. 둘 다 실제로 있을 리 만무했지만 옷장을 열어 확인하지는 않았다. --- p.130 ? 그런데 이거 진짜 뭐지? 정훈이 구부린 손가락으로 손바닥을 여러 번 비벼댔다. 손에 불쾌한 감촉이 남아 있었다. 상자를 세게 눌렀을 때 손이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에 잠깐 닿았는데, 묘하게 물컹했다. 처음 느껴보는 감촉이라 추측하기 너무 어려웠다. 호기심이 점점 커져 가슴께가 간지러웠다. --- p.189 어진아, 너는 알아차렸니? 너는 눈치챘어? 나는 이제야 깨달아버렸어. 내가 무슨 일을 해버린 건지. 아,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구나. 앞의 내용들을 다시 읽어보면, 아마 여기저기에 이상한 표현들과 문장들이 눈에 띌 거야. 안방의 침대를 부숴버린 건 그가 아니야. 바로 나지. --- p.2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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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밤잠 못 이루게 만드는
기묘하고 오싹한 다섯 가지 이야기 끔찍한 현실과 거짓으로 꾸민 SNS. 두 가지 삶을 살던 수희에게 한 여자가 건넨 비린내 나는 향수병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탈피, 키스〉 노름꾼 아비 때문에 언니와 생이별한 동생에게 소식이 들려왔다. 아비가 팔아버린 언니가 장정 몇몇을 구해서 홀연히 사라지곤 한다는. 〈수레바퀴 소리가 들리면〉 간지러운 왼팔에서 무언가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며칠이 지나 달걀처럼 부풀어 오른 그것과 ‘눈’이 마주쳤다. 〈가지치기〉 정훈이 배달하는 상자에서는 ‘슈우’ 하는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그 안을 들여다봤을 때, 그는 도망쳤어야 했다. 〈비어 있는 상자〉 소원했던 동창이 보낸 편지엔, 갑자기 맛을 못 느끼게 되어 음식이 아닌 것들만 먹다 끝내 먹어선 안 될 것까지 손댔다는 뜻밖의 고백이 있었다. 〈무미의 끝〉 독자들에게 참신한 이야기를 소개하려는 기획에서 시작된 《기기괴괴공모전 수상작품집》에는 작가나 세부 분야를 구분하지 않고, 기성 작가부터 신인까지, 스릴러부터 기담까지 다양한 호러 작품이 한 자리에 모였다. 외모를 지키기 위해 아름다운 사람의 피가 필요한 수희(탈피, 키스), 노름꾼 아비 때문에 흡혈귀를 만나게 된 두 자매(수레바퀴 소리가 들리면), 왼팔에서 ‘얼굴’이 자라난 이후 끊임없이 자라나는 ‘얼굴’들에 시달리는 ‘나’(가지치기), 대출 받아서 한 투자가 실패하며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정훈’(비어 있는 상자), 고등학교 동창에게서 더 이상 혀로 음식의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는 편지를 받은 ‘어진’(무미의 끝)까지 각기 다른 문제를 안고 있는 주인공 다섯 명이 등장하여, 자신의 악몽 같은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 책은 비현실적인 사건을 담담하게 묘사하여 더욱 기이한 풍기는 작품부터, 호러라는 주제 안에서 외모지상주의, 학벌주의 등 사회문제를 꼬집는 작품, 이야기를 읽는 순수한 재미를 극대화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독자들에게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불가해하고 기묘한 사건과 독자들이 제 일처럼 느낄 만큼 실감나는 묘사로 몰입도를 높여 읽는 이로 하여금 밤잠을 설치게 할 호러소설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