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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며
제1부_ 일상과 철학 일상과 도(道) 자율과 강제 실존적 아포리아(aporia) 운수 좋은 날 한국인의 내로남불 위험한 상상 고령화와 한국 사회의 대응 고령화 시대의 삶의 기술―1 고령화 시대의 삶의 기술―2 내가 바라는 엉뚱한 소망들! 습관 페이스북과 라이프니츠 제2부_ 영화와 비평 〈아제 아제 바라아제〉와 깨달음 〈가을비 우산 속에〉와 〈안티고네〉의 갈등 해법 〈거래〉(Arbitrage)와 빼어남의 악덕 〈1911, 신해혁명〉과 북한 체제 〈십계〉와 기독교의 본질 〈필라델피아〉와 이반의 사랑―1 〈필라델피아〉와 이반의 사랑―2 통쾌하지만 씁쓸한 영화 〈암살〉 〈아임 얼라이브〉와 좀비들 세상 〈페르시아 수업〉과 우연, 언어, 이성, 인간, 기억 제3부_ 사회와 정치 5월에 부침 민란과 직접민주주의의 전통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방정책 미국 사회의 흑백 차별과 기독교 근본주의 제4부_ 도구와 기술 ?글과 글쓰기 SNS와 공간의 소멸 소확행과 블루투스 음성 인식 기술과 글쓰기 기술과 인간 AI 시대에서의 인간의 고유성 제5부_ 역사와 문자, 그리고 한글 고대사 연구와 문헌 순혈주의와 동종교배 역사의 변곡점과 역사적 주체의 대응 역사 청산 불행했지만 자랑스러운 한국의 최근세사 반사대주의 사무라이와 일본 우익의 전통 한국과 일본, 역사 중국과 소국 콤플렉스 문자와 기록 문체와 사유 한글과 성경 한글날을 생각하며―1 한글날을 생각하며―2 한글 전용과 국한문 혼용 별의 이미지 다산 정약용의 애절양 운초 김부용을 그리며 제6부_ 한국의 대학과 교육 공자와 공부 질문이 왜 중요한가? 언어와 학문 주권 의학 교육과 인문학 한국의 인문학 교육과 유학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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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기와 적대적이고 절대적인 부정만 능사로 하는 한국사회에서는 타협을 이야기하는 것은 변절이고 배반으로 간주되기 십상이다. 제3 지대는 회색지대로 치부될 뿐이다. 자기가 속한 집단이 문제가 있다고 바로 상대 집단으로 옮겨 간다면 발전과 진보가 있을 수 없다. 오로지 집단 이익에 봉사해서 서로 상대를 부정하는 논리만 나온다. 자기 집단이 문제가 있다면 상대 집단으로 투항하기보다는 중간 지대로 옮기는 것이 양측의 전향적 발전을 위해 필요한 태도이다.
--- p.43 나이를 먹는 일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략) 세월의 흐름을 피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지혜로운 자들의 태도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런 변화 속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이다. 지혜와 영성은 이런 변화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태도를 통해 양성된다. 피해의식을 가지고 아무리 거부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고, 오히려 자꾸 움츠러들 가능성만 높아진다. 그런 의미에서 삶에 대한 지혜로운 태도, ‘삶의 기술’이 필요해지는 시대이다. --- p.63 영화는 종종 철학 수업이나 사유의 좋은 텍스트가 되기도 한다. 강의 시간에 좋은 영화를 보고 토론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름 깊은 메시지가 있는 영화는 생각의 자극제가 된다. 요즘은 대학 강의실에서 영화를 이용해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나도 강의를 할 때 한두 번 정도는 영화를 상영하고 수업을 진행하는데, 학생들도 좋아한다. 좋은 영화는 웬만한 텍스트 이상으로 우리의 시야를 확장시켜 준다. --- p.94 배움을 강조한 공자는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고 했다. 오직 배움만이 인간을 사회적으로 성숙시키고, 교육만이 자원이 부족한 한국의 토대를 다지는 길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교육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아이들은 오로지 입시 경쟁에 내몰리고, 학교는 폭력으로 얼룩지고, 교권은 땅에 떨어져 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도 한국의 낡은 교육 시스템은 여전히 이런 변화를 외면하고 있다. --- p.144 한국사회는 여전히 이데올로기 싸움에 그칠 뿐 계급과 자본에 포섭된 영역은 좌우가 거의 비슷하게 공유를 하고 있다. 진보적 의식을 갖고 있지만 부와 불평등이나 그 밖의 여러 부분에서는 진보와 보수 간에 별 차이가 없다는 비판도 크다. 따라서 좌우가 공유하는 계급과 경제 영역에서의 정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 p.153 도덕적 행동이란 주어진 규칙이나 규범을 잘 따르는 타율적 행동이 아니다. 그것은 아무리 힘들고 두렵고 혐오스러워도 마땅히 옳은 일을 행해야 한다는 의지의 판단에 따르는 자율적 행동이다. 인간의 이러한 의지는 다른 동물이나 AI가 흉내내기 어려운 영역이 아닐까? 물론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의 경우, 위험을 회피하고 쾌락을 증진시키라는 알고리즘에 의해 AI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 p.194 20세기 들어와 한글이 대중화되고 그에 따라 문맹률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한국인들은 식민지와 민족 전쟁의 참화를 겪고서도 빠르게 서구를 따라잡을 수 있었는데, 여기에는 한글을 통한 정보 습득과 소통의 역할이 컸다. 이른바 조선정체론과 20세기 한국의 빠른 산업화와 민주화 사이에는 한자와 한글이라는 문자 사용에서의 결정적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이 여전히 지식인들 사이에서 폄하되고 있다면 그것은 그들의 관념 속에 깊이 뿌리 내린 사대주의에 기인한 바가 크다. --- p.252 한글이라는 문자는 음과 양의 대대관계, 우주 자연의 정신 및 철학과 몸과 기계의 기능 및 작동이 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표현한다. 이 한글로 표현할 수 없는 소리가 없다고 할 정도니까 한글의 표현 가능성과 확장 가능성은 대단히 우수한 것이다. 게다가 음양의 원리와 같은 모음과 자음의 결합은 현대 컴퓨터 언어의 기초를 이루는 이치 논리를 담고 있기 때문에 기계어로 확장될 가능성도 무한하다. 오늘날 인터넷에 기반한 디지털 혁명에 언어학적으로 가장 활용성이 큰 언어가 한글인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 p.257 인문학 연구는 결코 개인 연구자들의 호사나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다. 인문학 지적 수준은 한 국가의 연구 수준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오늘날 K-Pop을 위시한 한류의 큰 흐름은 인문학 연구 수준과도 연관이 크다. 기초 연구자들의 끊임없는 연구들이 한류 콘텐츠를 만드는 현장 활동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고, 마찬가지로 그들의 현장 경험을 이론화하는 연구자 간의 피드백이 중요하다. 기초 연구 없는 한류는 오래 지속될 수 없을 것이다. --- p.3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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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누구나 글을 쓰고, 읽는 시대를 살아간다. “책을 안 읽는다! 안 읽어도 너~무 안 읽는다”는 말이 떠돈 지 이미 오래고, 날이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져서, 출판사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시대이지만, ‘글쓰기’와 ‘글 읽기’는 가장 왕성하게 성장하는 인간의 활동 분야이기도 하다. 하여, 오늘날은 ‘책 읽는 사람보다 책 쓰(고자 하)는 사람이 더 많은 시대’가 되었다.
전통적인 글쓰기-책 쓰기 문법에 따르면 오늘날을 ‘글쓰기가 왕성하게 성장한다’고 말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각종 SNS에서 하루에도 수많은 글을 읽고, 쓴다. 책을 종이책에, 신문을 종이신문에만 한정하지 않으면, 종이책 독서나 TV 시청이 줄어든 대신 넷플릭스나 유튜브 시청이 늘어난 것까지를 아우르면, ‘정보 습득으로서의 독서’는 지극히 일상적이며, 지속적이며, 현대인의 삶의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행위이다. 오늘날이야말로 읽고 쓰기의 르네상스, 진정한 혁명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책 읽기’와 ‘글쓰기’의 개념과 범위가 달라진 만큼,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학문의 범주와 용도도 크게 달라져야 할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실제로 오늘날 인문학은 대학 울타리를 벗어나 삶의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문-사-철’을 포함한 정통인문학에서부터 실용적인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장르와 분야를 넘나들고 확장되고 심화되고 있다. 오늘날, 인터넷을 통하여 정보가 무제한, 무가격으로 공급되면서, 누구나 자기 생각을 말하고, 쓰고, 배포할 수 있게 되었다. 더욱이 교육 수준의 향상되면서, 좋은 글, 의미 있는 글쓰기에 대한 욕구와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에세이철학’은 이러한 시대 상황과 요구에 따른 새로운, 어쩌면 본래적이며 본질적인 철학하기를 주창하여, 철학을 일상화하고, 나아가 일상 즉 생활세계에서 보고, 듣고, 말하는 모든 것, 만나는 사람, 겪는 사건, 떠오르는 생각 하나하나를 철학적 수준에서 재음미하고, 그것을 글로써 정리(집필)하는 것을 말한다. 철학의 일상화가 필요한 이유는 생활과 괴리된 철학-학문은 의미 없으며, 일찍이 한나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에서 ‘생각 없는 삶’의 위험천만함을 설파했듯이, 철학하지 않는 삶이란 위험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의 활동이 철학 활동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인식하고 인정할 때, 오늘날 정보의 홍수 속을 헤매는 현대인에게 철학적인 삶, 삶의 철학화가 의미 있게 다가오게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강단에서 철학을 교육해 온 저자가, 은퇴 이후 ‘에세이 철학하기’의 관점에서 그동안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발표해 온 글들을 한데 모으고, 단행본으로 편집한 것이다. 에세이철학에 ‘대하여’가 아니라, 실천적 글쓰기로써 에세이철학‘을’ 실현하고 실행하는 글쓰기의 성과를 모은 것이다. ‘단행본’의 의미와 ‘편집’의 의미가 더해짐으로써, 에세이철학의 실체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책이 되고 있다. 1부는 ‘일상과 철학’을 주제로 철학적 사유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인 생활세계를 대상으로 철학하고 생활에 즉한 철학을 함으로써, “일상을 철학화하고, 철학을 일상화하자!”는 에세이철학의 본령을 보여준다. 철학자로서의 저자에게 다가오는 일상의 사건들의 의미를 일상에 내맡겨 버리지 않고, 그 속에 깃든 철학적 의미를 길어올리는 글들이다. 특히 저자가 새롭게 직면하는, 그리고 우리 사회가 급작스럽게 맞이하는 고령화 시대에, 에세이철학의 의미와 가치를 다각도로 논설한다. 2부는 ‘영화’를 철학적 사유 대상으로 삼아 철학(사유)을 전개한다. 영화뿐 아니라 유튜브나 넷플릭스 드라마 등이 그 안에 다양한 철학적 토론과 논의의 소재를 담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좋은 영화는 그 자체로 한 권의 책 이상의 것이 되고, 한 권의 책은 하나의 도서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에세이철학에서는 중요한 비유로 삼을 수 있다. 3부는 한국 사회와 정치 문제를 철학적으로 논구한다. 정치와 사회의 일들이란 곧 일상 이상의, 이외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에세이철학은 정치, 사회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정치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은 많은 에너지 소모를 가져오는 일이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존재로서 주체적인 삶을 누리는 인간이라면 회피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지혜롭게,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정치사회 문제를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기술을 엿볼 수 있다. 4부는 도구와 기술에 관한 글들을 모은 것이다. 직접적으로 에세이철학의 발상이 주로 소셜미디어에서의 글쓰기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도 바로 중요한 논점 중의 하나이다. 그 밖에 AI에 기반한 디지털 혁명, 챗GPT 등으로 가속화하는 세계의 ‘탈인간중심주의’ 등이 인간의 정체성에 끼치는 영향, 그 속에서 인간이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인간다움의 실체와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5부는 ‘한글과 역사’라는 주제로, 저자가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부문, 즉 쉬운 우리말로 철학하기라는 관점에서는 에세이철학의 핵심 주제가 되는 한글과 우리나라를 중심한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문제를 다루고 있다. 새로운 세기의 세계문명의 중심이 동아시아로 이동한다고 할 때, 이 지역의 국가 특히 우리나라가 어떻게 자기 자리를 잃지 않고, 그 안에 살아가는 우리가 또 어떻게 자기다움을 잃지 않고, 자주성과 공존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 에세이철학의 심화가 이루어진다. 6부는 저자의 전공 영역으로서, 평생에 걸쳐 체험해 온 대학과 교육 문제점을 일반 대중과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수준에서 풀어나가고 있다. 오늘날 모든 한국인의 관심사이자 한국사회 문제의 출발점이며, 내일의 한국사회의 희망의 출발점이기도 한 한국 대학의 현실은 개혁이 필요한 상황임을 직격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 외에도 앞으로의 모든 글쓰기 활동을 ‘에세이철학’의 관점에서 전개함으로서 철학의 일상화, 일상의 철학화라고 하는 비전과 과제에 천착해 가고자 한다. 그것이 현대 사회, 시민들에게 중요한 동기부여와 가치창발의 계기가 되리라 믿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