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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해서 너 가져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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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겠지. 저게 혹시 도망은 치지 않을까? 선생을 찾아가거나 경찰을 부르진 않을까? 저 시선들은 내가 다리 밑에 도착할 때까지 집요하게 따라 붙을 것이다. 저들은 물론 노는 애들이 아니다. 노는 애들을 경멸하고 그 애들 하는 짓이 불쾌한 평범한 학생들이다. 하지만 저 시선들은 분명 노는 애들보다 더 잔인하게 날 감시하고 있다. 내가 오늘 말 그대로 아작 나길 바라며 행여 ‘끝장 보기’에 차질이 생길까 초조해하고 있다. 내게 세상은 바로 저 시선들이다.
_16~17쪽 “도사라고도 하고, 조폭 두목이라고도 하고, 탈북자라고도 하고, 개장사라고도 하고, 주님의 천사라고도 하고, 박수무당이라고도 하고.” 그가 눈을 깜빡였다. 무슨 의미인지 알 길이 없었다. 커피를 마셨다. 쓰면서도 달콤했다. “다 맞는 소린데. 어린 시절 북에서 지하교회에 다녔으니 주님 천사도 맞고 북에서 왔으니 탈북자도 맞고 여기 와서 깡패생활도 했고 무당 짓도 했고 개장사도 했고 산에서 일 년 가까이 도를 닦기도 했지.” 난 놀랐다. 놀란 내 표정을 보고는 그가 다시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었다. 이번엔 주방 남자까지 인상을 쓰며 눈치를 줬지만 그는 웃음을 쉽게 멈추지 않았다. “미안, 당연히 농담인데 그걸 그냥 믿다니.” 79~80쪽 처음 화장실에서 빽또에게 구타를 당하기 전까지 내게 폭력은 그저 티브이나 영화, 컴퓨터 게임 속에서나 존재했다. 방문까지 걸어 잠그고 엄마 몰래 이모와 함께 본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망치 하나로 수십 명을 때려눕힐 때 난 폭력의 미학을 느꼈고 ‘미션임파서블3’에서 톰크루즈가 아내를 구하기 위해 총을 난사할 때 그 예술적 동작에 흥분했었다. 실제로 당한 폭력은 전혀 그런 게 아니었다. 진짜 폭력엔 어떤 미학도 어떤 예술도 존재하지 않았다. 영화는 다 사기였고 기만이었다. 폭력은 더럽고 치사하고 비열한, 역한 냄새와 구토, 일종의 똥과 같은 것일 뿐이었다. 267쪽 먼저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숯을 피울 때 같기도 하고 종이를 태울 때 같기도 한 냄새였다. 다음엔 열기였다. 뜨거운 바람이, 한 여름 불볕더위를 머금은 것 같은 더운 바람이 불어와 우리 일행을 휘감았다. 그리고 보았다. 산 너머가 온통 붉은 빛이었다. 바람을 타고 불이, 거대한 불과 검은 연기가 ‘탁탁’ 나무와 풀이 타는 소음과 함께 빠른 속도로 산을 오르고 있었다. “불을 놓다니. 겨우 개들을 잡으려고. 미친놈들.” 하필이면 바람이 서편으로 불었다. 불길과 검은 연기와 소음은 점점 더 속도를 올리며 빠르게 반대편 산을 올랐다. 뒤에는 경찰이었다. 손전등 수만 봐도 수십 명은 될 것 같았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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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공부가 무엇인지 알려준 개간지 아저씨
자유를 꿈꿨던 그와 함께하는 뜨거운 성장의 시간 김범의 두 번째 장편소설 《공부해서 너 가져》는 지옥 같은 한국의 교육 현장에서 일어난 유쾌한 반란을 그리고 있는 성장소설이다. 주먹으로건 성적으로건 대한민국 학교는 견고한 서열을 매겨 아이들을 괴롭힌다. 내 편인 줄 알았던 부모님과 선생님 역시 이런 무한경쟁 체제에 철저히 가담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폭력적인 세계를 어떻게 버텨내야 하는 걸까?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자신이 원하는 모습의 어른이 될 수 있는 걸까? 어느 날 온갖 폭행에 시달리고 있는 여고생 김별에게 구원자가 나타난다. 도사? 개장수? 조폭 두목? 탈북자? 주님의 천사? 박수무당? 사기꾼? 학생들에게 ‘개간지 아저씨’로 불리는 그는 잘 훈련된 개와 온갖 소문을 달고 다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가 나타난 이후 학원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다들 그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알고 보니 그는 과거 머리가 좋아지게 하는 S침을 놓았던 불법 침술사! 하지만 부작용이 더 많다는 걸 깨달은 후 그는 더 이상 S침을 놓지 않는다. 이제 그가 하는 일은 폭행과 경쟁에 찌든 아이들을 구하고, 개의 야성을 되살려 산으로 돌려보내는 일이다. 과연 탐욕 많은 세상이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둘까? 아이들에게 진짜 공부가 무엇인지 알려준 그는 과연 탐욕의 세상에서 자유를 쟁취하고 아이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성적 VS 행복? 안전 VS 자유? 독자들을 딜레마에 빠트리는 작품 학원에서 학교 시험 문제를 다 가르쳐준다. 또 S침만 맞으면 전교1등이건 고시 패스건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간의 품안에 있으면 따뜻하고 배도 고프지 않은데, 자꾸 주인이 자유를 되찾아준답시고 야성을 되살려 산에 풀어주려고 한다. 당신이 개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공부해서 너 가져》는 독자들을 고민에 빠트리는 작품이다. 독자는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딜레마 속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점검하고 삶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소설의 주인공 김별 역시 그런 딜레마의 한복판에 서 있다. 공부를 잘한다는 건 여러모로 유리한 일이다. S대든 사진학과가 있는 다른 대학이든 원하는 대학 진학도 가능하고, 우현 오빠와의 사랑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이혼 직전의 아빠와 엄마도 화해할 것 같고, 선생님부터 친척까지 온갖 칭찬을 하며 사람대접도 해준다. 그런데도 꼭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나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까? 안전을 포기하고 자유를 선택하는 데에도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복날 잡아먹힐 개를 몰래 풀어줘도 이미 길들여진 개는 자신의 미래도 모른 채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이런 일을 직접 경험한 ‘개간지 아저씨’는 개를 어렸을 때부터 자연으로 돌려보내려고 한다. 하지만 자연 역시 너무 위험하다. 굶주림이나 생명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자유가 더 중요하단 말인가? 과연 안전한 것을 포기하고 자유롭게 사는 게 더 나은 걸까? 썼다 하면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판권 쟁탈전! 이야기의 천재 김범의 신작 장편소설 출간 즉시, 그것도 첫 작품으로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판권이 모두 팔린 소설이 있다. 바로 김범의 첫 번째 장편소설 《할매가 돌아왔다》. 당시 한 발 늦어 판권 계약을 놓친 제작사들은 한결같이 이런 말을 남겼다. “김범 작가의 다음 작품은 언제 나오나요?” 그만큼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개성이 강하고 몰입도가 높은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 《공부해서 너 가져》 역시 이런 요소를 갖춘 작품이다. 우선 대한민국의 폭력적인 교육 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낸 배경의 리얼리티가 놀랍다. 이처럼 현실성이 든든하게 확보되어 있기에 노숙자 차림에 개떼를 끌고 다니며 불법침술을 하는 희대의 영웅 캐릭터가 설득력을 얻는다. 그를 통해 진짜 공부가 무엇인지 알게 된 아이들의 성장 과정 역시 신선하고 흥미진진하다. 짧은 문장이 아님에도 그 어느 소설보다 속도감 있고 리드미컬하게 읽히는 문체는 이야기를 거침없이 내달리게 한다.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어울려 계속 머무르고 싶은 장면도 많고, 청소년들의 입말을 그대로 살린 대사도 감칠맛이 넘친다. 무엇보다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 소설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인 재미와 감동을 충실히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대한민국 모든 독자들을 매료시킬 웰메이드 성장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