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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의 풍경
도성마을은 한센 병으로 인해 모인 환자들이 집단을 이루며 정착한 곳이다. 그들은 오십년 이상 외부와 단절된 채 출입을 통제받았고 돼지와 닭을 키우며 생계를 이어왔다. 마을을 둘러보는 동안 오래 전 사라졌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알 수 없는 병으로 마을 입구에 자리한 애양원을 다니던 열세 살, 나의 유년의 장면들이 섬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흰 옷의 의사와 간호사들 사이에서 신체의 마디나 끝부분을 누런 광목으로 감싸고 있던 사람들, 얼굴을 가리고 병원 통로에 비질을 하거나 창구 옆에 서 있던 사람들, 병원 복도를 오가던 조용한 걸음들. 고통이나 통증이 안으로만 말아져서 동그랗게 구부러진 등처럼, 내 안에 묻혀 있던 기억들이 일어나 나와 함께 마을을 걷고 있었다. 주기적으로 마을을 방문했다. 창고는 마을 곳곳에 자리했다. 자치법이 있었던 마을은 곡식이나 공동재산을 창고에 보관하기도 했지만 공동체 안에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가두는 역할도 했었다는 것을 듣게 되었다. 이곳은 하나의 작은 자치공화국이었다. 열려있는 창고 안으로 들어갔고 닫혀있는 창고의 문틈을 들여다보았다. 오랜 시간이 쌓여있는 창고와 깊은 침묵을 보관 중인 창고를 만났다. 나는 곧 창고라는 사물에 경도되었다. 창고는 누구라도 숨을 수 있는 곳이었고 혼자 몰래 울 수 있는 곳이었다. 종이를 꺼내 스케치를 하면서 골목을 돌았고 집으로 돌아와 물감으로 옮겨 그리고 있었다. ---「저자의 글」중에서 밤의 골목 밤의 골목을 걷고 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검은 사람이 팔을 벌리고 누워있었다. 까맣고 마른 사람이었다. 밟아도 되나요? 팔 하나가 흔들렸다. 죽고 있나요? 다리가 흔들렸다. 까맣고 마른 사람을 밟고 집으로 향했다. 같이 가요. 검은 사람이 바닥에서 일어나 나를 따라 들어왔다. 새벽에 감나무 가지가 내 창을 두드렸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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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연 작가의 도성비가는 너무 슬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색채의 독백입니다. 작가는 오로지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면서 자신만의 실존감을 도성마을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가는 욕망의 상승을 거부하고 기꺼이 욕망의 추락을 맞는 자리에서 전혀 벗어나려 하지 않습니다. 나아가 자신과 같은 대상에 대한 깊은 연민을 그림으로 때로는 글로 보여줍니다. 화폭에 담긴 작가의 고백에 눈과 귀를 열고 찬찬히 따라가다보면 아마도 우리는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어떤 자신을 살고 있는지, 한주연 작가의 발화법에 반응하게 될 것입니다. - 박성태 (도성마을 에그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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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연의 그림은 본다와 읽는다의 중간쯤에 있다. 회화의 문법과는 조금은 다른 그녀의 그림은 시각예술이지만 가만히 읽어야 한다. 때로는 문학적 감성을, 때로는 회화적 감각을 들춘다. 단순하지만 복잡하고, 복잡하지만 매우 단순한 이야기를 건넨다. 오랜 시간 그녀의 내면, 창고에 쌓아두기만 했던 그녀의 이야기와 이미지들이 뚜벅뚜벅 세상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 이승미 (행촌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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