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검색을 사용해 보세요
검색창 이전화면 이전화면
최근 검색어
인기 검색어

소득공제
살구의 마음
집의 기록
가격
17,000
10 15,300
YES포인트?
850원 (5%)
5만원 이상 구매 시 2천원 추가 적립
결제혜택
카드/간편결제 혜택을 확인하세요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변경
배송비?
무료

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해외배송 가능?
  •  문화비소득공제 가능

이 분야의 이벤트

책소개

목차

기억과 안개 - 언젠가의 집

오래된주택
언젠가의 집
모르는 영역
선택과 포기
서랍 속 제비꽃
이상형의 집
소설의 기분
이사

로즈마리의 숲 - 첫, 봄

눈, 히아신스의 예감
마당의 기억
채소의 마음
부엌의 기억
안전함의 거리
다정한 언어
꽃의 철학
긴 산책

복숭아의 잠 - 백일몽의 여름

라일락의 창
백일몽
작가의 방
복불복의 토마토
살구의 맛
우연의 고양이
여름 손님
어른의 일
작고 어여쁜 별
닭고기 수프

달밤, 휘파람 소리 - 공존의 가을

고등어
다락의 기억
소울 푸드
집의 기억
타인의 집
사과의 서사
두 번째 이사

눈과 팬케이크 -시나몬의 겨울

겨울의 전령사
크리스마스의 마켓
6인용 테이블
고요히 낙하하는

살구의 마음으로 - 두 해 여름

딸기잼과 옥수수식빵
작별
먼 여행
두 개의 집
여름과 꼬마
살구의 마음

저자 소개 1

소설가. 때때로 여행하고 글을 쓴다. 지금처럼 제주 여행이 활발하지 않던 시절, 훌쩍 제주로 떠나 머무르는 여행을 했던 얼리버드 여행자. 제주에서 ‘중간 여행자’로 머문 700여 일을 담은 여행서 『제주도 비밀코스 여행』이 제주도 여행의 바이블로 떠오르며 제주도 여행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동생과 함께 작은 출판사 '해변에서랄랄라'를 운영하며 여행의 기록을 책으로 만들고 있다. 『그냥, 컬링』으로 비룡소 블루픽션상, 『델 문도』로 사계절 문학상, 단편 「그래도 될까」로 제3회 SF어워드 중단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늪지의 렌』 『속눈썹, 혹은 잃어버린 잠
소설가. 때때로 여행하고 글을 쓴다. 지금처럼 제주 여행이 활발하지 않던 시절, 훌쩍 제주로 떠나 머무르는 여행을 했던 얼리버드 여행자. 제주에서 ‘중간 여행자’로 머문 700여 일을 담은 여행서 『제주도 비밀코스 여행』이 제주도 여행의 바이블로 떠오르며 제주도 여행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동생과 함께 작은 출판사 '해변에서랄랄라'를 운영하며 여행의 기록을 책으로 만들고 있다.

『그냥, 컬링』으로 비룡소 블루픽션상, 『델 문도』로 사계절 문학상, 단편 「그래도 될까」로 제3회 SF어워드 중단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늪지의 렌』 『속눈썹, 혹은 잃어버린 잠을 찾는 방법』 『마령의 세계』 『하니와 코코』, 소설집 『우주를 껴안는 기분』 『닷다의 목격』 『B의 세상』 『바다, 소녀 혹은 키스』, 에세이 『살구의 마음』 『숲과 잠』 등을 썼다.

최상희의 다른 상품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46g | 130*188*20mm
ISBN13
9791197061318

책 속으로

나는 기억한다. 이사 트럭에서 내려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처음 대문 안으로 들어선 순간. 이삿짐 내리는 소리가 분주하고 어수선한 가운데 나와 어린 동생은 처음 빛을 본 병아리처럼 어리둥절해서 서로 꼭 붙어 있었다. 아직 봄이 오지 않는 마당은 마른 풀과 잿빛 흙으로 덮여 있고 희붐한 빛이 어려 있었다. 그건 겨울 안개였을까, 봄 아지랑이였을까. 낯설면서도 어쩐지 두근거려 두리번거리다 나는 마당 한쪽 유난히 환한 곳에 눈길을 두었다. 어린 나뭇가지에 우연히 떨어진 별처럼 작고 하얀 꽃이 피어 있었다. 이곳을 우리 집이라 부르게 될 것을 나는 예감했다. 내 나이 일곱 살 때였다. 나는 엄마를 전혀 안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닮은 점이 있었다. 나도 첫눈에 잘 반하는 편이었다. 오래전 기억 속의 집으로, 나는 다시 돌아왔다.
---「오래된 주택」중에서

멀리 은빛 자작나무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틀룬라티 호수가 내다보이고, 선반에 아라비아의 그릇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주방에서 우리는 뿔라와 링곤베리잼을 먹고, 외출했다 돌아오면 시장에서 산 수프를 데우거나 파스타를 만들어 테이블에 앉아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들을 하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웃었다. 수비가 당부한 대로 사우나에 가서 노곤해질 때까지 뜨거운 김을 쐬며 피로를 푼 뒤, 차가운 맥주를 마시고 조금 알딸딸해져서 잠자리에 들었다. 볕 잘 드는 하얀 집에서 가장 많이 한 건, 창가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상형의 집」중에서

자신의 삶을 얘기하자면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란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자주 봤고 그때마다 나는 놀라곤 했다. 나에 관한 이야기를 쓴다면 한 페이지를 채우기도 힘들 것 같은데. 나는 소설을 쓸 때마다 마른 바닥에서 물을 퍼내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공사 이야기라면 책 한 권 분량은 너끈히 채울 수 있을 듯하다. 집 고치는 과정의 고충은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로 경험하니 그건 소설보다 훨씬 다이내믹하고 상상 이상이었다. 절대 과장이 아니다. 늦은 여름에 시작해 6주 완공 예정이던 공사가 가을까지 지지부진하게 이어졌다. 공사가 마무리된 건 크리스마스 즈음이었다.
---「소설의 기분」중에서

공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멀리 보이는 산에 유순한 연둣빛이 번져 나간다. 마당의 홍매가 꽃을 피웠다. 나무를 심어야 할 때다. 내 안의 정원가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켠다. 그로 말하면 한 번도 나무를 심어 본 적 없는 초보 가드너다. 타인의 정원을 구경하기를 좋아한다. 여왕의 정원과 공주가 묵는 여름 별장의 안뜰, 튤립과 라벤더, 주목 나무와 문그로우, 먼 곳을 바라보는 하얀 조각상과 순한 눈을 지닌 사슴과 무지개의 공작새, 예술을 사랑하던 왕자의 각별한 취미는 장미 가꾸기였다. 소설가의 정원보다 화가의 정원이 화려하고 섬세하다고 느낀 건 선입견일지도 모른다. 건축가의 정원은 대체로 수수하고 집을 돋보이려고 존재하는 것 같았다. 서늘한 석조 건물의 침침한 복도를 지나야 나오는 공동 정원에 서 있던 은빛 올리브나무와 보라색 부겐빌레아가 이층집을 온통 감싸고 있던 열대의 정원. 낮은 울타리 너머 데이지와 수국, 히아신스와 찔레꽃, 로즈메리와 바질로 뒤덮인 소박한 정원을 오래 바라보는 일을 사랑하였다.
---「마당의 기억」중에서

내 마당의 고양이들은 대체로 과묵해서 여간해서는 입을 열지 않지만 유독 수다스러운 고양이가 있다(고양이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위해 이름은 밝히지 않겠지만 작고 노랗고 공놀이를 좋아하는 애다). 냥냥, 냑냑, 냐아, 우에엥, 우와앙, 우웽우웽, 우이끼끼, 왁! 고양이의 언어란 얼마나 다채롭고 생동감 넘치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고양이와의 대화에는 많은 장점이 있다. 대화의 주도권은 고양이가 쥐고 있으므로 내가 나서서 얼음 깨기를 할 필요 없다. 굳이 맞장구치거나 적절한 응대를 하기 위해 고심하지 않아도 된다(해주면 좋아하는 것 같긴 하다). 말주변이 없거나 유머 감각이 모자라도 너그러이 이해해준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그들은 대체로 과묵하고 비밀스러운 존재이므로 내가 한 말을 옮기거나 소문내지 않는다. 뒤에서 흉보는 일도 없다. 장담은 못 한다. 고양이의 세계에 저 마당 넓은 어수선한 집에 호구가 살아, 하는 소문이 퍼진 것 같다. 딱히 나쁜 소문은 아닌 듯해서 다행이지만. 무엇보다 이 우아하면서도 귀여운 존재들은 말로 내게 상처 주는 일이 전혀 없다. 밥시간이야, 간식을 잊은 건 아니지? 심심해, 같이 놀자. 고양이가 건네는 말은 상냥하다. 고양이와 이야기하는 동안 그래서 나도 조금은 다정한 사람이 된 기분이 든다.
---「다정한 언어」중에서

좀처럼 익을 기미 없던 토마토가 하나둘 붉은색을 띠기 시작한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토마토는 비에 약해서 복불복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심상하게 넘겼던 대사가 초보 농사꾼에게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올해는 비가 많기도 했지만 초보 농사꾼의 실수가 컸다. 모종을 너무 바특하게 붙여 심어 토마토 줄기가 서로 얽혀 열매에 햇빛이 잘 닿지 않은 것. 게다가 지지대를 튼튼하게 세우지 않은 탓에 익기 전에 땅에 닿아 썩은 게 많다. 그리고 토마토 줄기가 재크의 콩나무처럼 쑥쑥 자라 하늘을 찌르고 숲을 이루게 된다는 말은 왜 아무도 해주지 않은 겁니까? 그러니까 올해 토마토 농사는 불복. 실패치고 수확량이 나쁘진 않다. 매일 따먹어도 또 다음날 익은 토마토가 보인다. 따자마자 쓱쓱 문질러 입에 넣는다. 달다. 샐러드와 파스타를 여느 때보다 많이 만드는 여름이다. 토마토에 소금 약간, 올리브오일과 후추 듬뿍. 치즈와 루꼴라가 있으면 샐러드, 파스타 면이 있으면 파스타다. 단순하지만 신선하고 풍성하다. 나는 원래 토마토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잊고 토마토를 부지런히 먹는다.
---「복불복의 토마토」중에서

인생이란 예기치 못한 우연으로 이루어져 있고 여행은 인생과 조금 닮아 있어 우리는 여행에서 크고 작은 우연들과 마주치는데, 그 도시에서 내가 만난 우연은 고양이였다. 사계절은 아침, 저녁으로 들러 밥을 먹고 갔다. 봄과 여름이 같이 오기도 하고 사계절이 번갈아 따로 오기도 했다. 대개는 배를 채우고 나면 휭하니 갔는데 고등어 무늬, 가을이는 점점 눌러앉는 시간이 길어졌다. 내가 테라스 한쪽에 깔아둔 담요 위에서 달게 낮잠을 자고 종종 밤에도 와서 자고 가곤 했다. 나는 잠든 고양이 옆에서 묵묵히 글을 썼다. 찾아오지 않으면 궁금하고 찾아오면 반가워 배불리 먹였다. 용맹하게 들쑤시고 다니는 기세와 달리 나를 무척이나 경계해 조금만 가까이 가도 쏜살같이 달아나는 통에 조심스레 밥을 주고 짐짓 관심 없는 척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족했다. 배부르게 먹고 잠시라도 편히 쉬다 갔으면 했다. 잠든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우연의 고양이」중에서

아침마다 두 손 가득 딸기를 수확한다. 작년에 모종을 세 그루 심은 딸기가 무섭게 번식해 마당 한쪽을 가득 점령하고 열매를 주렁주렁 맺었다. 비료 한 번 준 적 없는데 쑥쑥 자라니 기특하고 어여쁘다. 마당에 자라나는 것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편하고 순해진다. 어쩌면 나는 내 마당을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 봄의 끝자락, 엄마는 시장에서 싸게 파는 끝물 딸기를 사다 잼을 만들었다. 조금 시들하고 약간 짓무른 딸기는 당도는 최고라 잼 만들기 딱 좋았다. 집 안 가득 달콤하고 진한 냄새가 풍기면 어린 자매들은 설렌 얼굴로 엄마 곁에 모였다. 아직이야, 하며 엄마는 잼이 눋지 않게 주걱으로 냄비 속을 휘저었고 우리는 안달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 갓 만든 딸기잼이 식기도 전에 자매들은 둘러앉아 밥숟가락으로 잼을 듬뿍 떠서 식빵에 발라 먹었다. 왠지 모르지만 딸기잼에는 옥수수식빵이 제격이었다. 배가 부른데도 먹고 또 먹었다. 빵이 다 떨어지고 나면 잼만 푹푹 퍼먹기도 했다. 잼 한 병이 반나절이면 끝이었다. 달콤한 잼으로 끈적끈적해진 입가를 혀로 핥으며 자매들은 마당으로 달려 나갔다. 부글부글 끓는 냄비,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김 속에서 풍기는 어지럽도록 달콤한 딸기 냄새, 달아오른 열기를 식히려고 열어둔 창으로 바람이 불어 들고 미리 씻어 말려둔 유리병은 말갛게 빛났다. 모든 것이 아련하고 어룽거리고 꿈같고, 어쩌면 그건 꿈이었는지도 모른다.
---「딸기잼과 옥수수식빵」중에서

마당을 내다보는 일이 길어졌다. 마당에는 남은 어린 고양이가 배불리 먹고 나무 아래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나는 기다린다. 은회색 털에 검은 줄무늬가 있는 작고 예쁜 고양이가 사뿐사뿐 마당으로 걸어 들어오기를. 늘 새끼들에게 먹이와 잠자리를 양보하고 애지중지하며 세상에서 제일 귀하고 어여쁜 것으로 키워낸 훌륭한 엄마이지만, 아가들이 잠든 사이 장난감을 살짝살짝 가지고 놀던 아직 어린 고양이일 뿐인 사랑스럽고 애처로운 여름이가 돌아오길 기다린다. 골목 모퉁이를 돌아 재빨리 사라지는 흔적들을 나는 오래 바라본다. 깊고 후미져 작은 고양이들만 드나들 수 있을 법한 곳들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늦은 밤 마당에서 기척이 나면 밖으로 뛰어나간다. 골목을 살피고 돌아오는 어둑한 밤, 수많은 자책과 후회로 나는 눈물을 흘린다. 내가 지닌 사랑의 양은 너무도 적어 충분히 주지 못했다. 사랑 많은 이를 만났다면 작은 고양이는 더 행복하고 안전하게 오래오래 살았을 것이다. 검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나는 상상한다. 혹시 누군가 죽기 직전인 고양이를 발견하고 밥과 물을 주어 돌봐 다시 힘을 차린 고양이는 어딘가 아무도 모르는 안전한 곳에서 새끼를 지극정성으로 키운다. 그것은 헛된 상상이고 가망 없는 희망임을 알지만 나는 기대를 거둘 수 없다. 아름답고 강인하며 지혜롭고 훌륭했던, 내 마당의 첫 고양이 여름이를 나는 기다리고 있다. 고양이 별로 떠난 내 다정한 고양이들, 그곳에선 아프지 말고 배고픔도 두려움도 불안도 고통도 없기를.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미안해. 그래도 내 마당에 와줘서 기쁘고 고마워.
---「작별」중에서

아침에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마당을 둘러보며 집 안에 둘 꽃을 몇 송이 꺾는다. 봄에는 딸기를, 여름에는 토마토를 얻었다. 나무로부터 사과와 살구를 선물 받기도 했다. 부엌 창가에서 마당을 뛰노는 어린 고양이들을 바라보며 사과를 먹고 나면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간식 달라고 조르는 고양이를 쓰다듬고 어느 날은 서늘한 마루에 함께 누워 낮잠을 자고 일어나 꿈을 꾸는 사람처럼 멍하니 푸르스름하게 저녁이 깃드는 마당을 바라본다. 풀벌레 소리가 들려오는 밤의 창가에 앉아 다시 글을 쓰고 고양이는 내 옆에서 단잠을 잔다. 아무것도 특별한 일이라곤 없는 날이 조용히 저문다. 드물게 손님이 찾아오면 함께 마당을 거닐며 로즈메리, 민트, 바질, 딸기, 데이지, 세이지, 이쪽은 사과나무, 살구나무, 붉은 꽃 핀 큰 나무에 곧 석류가 달린다고 알려주는 목소리는 바람에 부드럽게 흩어지고 흐드러진 꽃 사이를 날아다니는 꿀벌들, 청량하게 퍼지는 초록 풀벌레 소리, 오래된 집의 방문을 열어 여름 침실의 창가에선 라일락 향이 스며들고 누우면 별이 보여, 하고 말하는 목소리는 왠지 조금 쑥스러워서, 나란히 앉아 창 너머로 그늘 속에서 담담히 피어난 푸른 수국과 나무를 타고 오르는 어린 고양이를 바라보며 레몬그라스와 사과, 시나몬과 이른 여름비와 숲 냄새가 나는 차와 어디론가 멀리 떠나는 꿈을 꾸었던 지난밤처럼 진한 커피를 마시고 아침에 마당에서 주운 살구를 나눠 먹으며 그것이 옹색하다고 타박하지 않고 어쩐지 여행 온 기분이야, 하고 작게 후후, 웃으면 따라서 조용히 미소 짓는 유순한 살구의 마음처럼, 이 집에서 그렇게 살고 싶다. 살구, 하고 부르자 작고 노란 고양이가 도도도, 나를 향해 뛰어온다. 나도 모르게, 나는 가만히 웃는다.

---「살구의 마음」중에서

출판사 리뷰

전 세계를 여행하던 저자가 마침내 도달한 곳은 유년 시절을 보낸 낡고 오래된 집이다. 봄이면 온갖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어린 자매들이 야생 고양이 마냥 뛰어놀던, 딸기잼 졸이는 달큰한 냄새가 풍기던 부엌이 있던 그 공간은 도시 생활이 고단해질 때면 슬며시 그리워지던 곳이었다. 최초의 집이자, 아마도 마지막 집이 될 집의 원형이다. 어린 자매들은 모두 자라 떠났고, 시간의 흔적만이 켜켜이 쌓이고 낡은 집을 수리하고 이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래 비어있던 집의 수리는 쉽지 않았다. 수많은 선택의 기로와 인테리어 업자와의 갈등 끝에 마침내 완성된 집은 타지에서 잠시 머문 다정한 집, 어린 시절 읽었던 소설의 한 장면, 막연하게 꿈꾸던 이상형의 집들을 닮았다. 좋아하는 책들이 잔뜩 쌓인 방의 창가엔 책상이 있어 글을 쓰려고 앉아 한참을 수국만 바라보기도 한다. 아빠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정원을 가꾸며 그토록 마당을 사랑한 마음을 헤아리고, 아이들을 먹이느라 분주했던 엄마의 부엌에서 초보 농사꾼이 서툴게 키워낸 채소로 1인분의 식사를 준비하며 적요하고도 충만한 시간을 보낸다.

오랜 시간 비어있었다고 생각한 집은 사실 고양이들이 지키고 있었다. 귀여운 아기들과 함께 나타난 고양이 여름이와의 만남은 생각하지 못했던 기쁨과 위로를 준다.

떠남과 머뭄, 그리고 집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단순하지만 의미있는 고찰의 시간들.

리뷰/한줄평4

리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10.0 한줄평 총점

클린봇이 부적절한 글을 감지 중입니다.

설정
15,300
1 15,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