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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이어지는 길
김영곤 산문집
김영곤
동연출판사 202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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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

모든 떠남에 대하여

여행 떠나기
별을 보여 줍니다
바다와 호수
그해 여름
가을 보내기
아름다운 것은 때가 있다
모든 떠남에 대하여

귀향기

스무 살 고개
서른 살 고개
귀향기(歸鄕記)
그래도 봄은 온다
봄을 맞이하며
코스모스가 있는 풍경
개러지 세일
자전거를 타면서

일레인 이야기

일레인 이야기
이발사 프랭크
베티와 벤
사라진 래리
길거리의 이웃들
어느 젊은 과학자
테리의 추억

고향을 돌아보라

고향을 돌아보라
산(山)아, 푸른 산아
감을 앞에 놓고
한길 옆 우리 집
친절의 파장(波長)
장애인에 대한 배려
어머니의 초상화
안동역에서
보초와 ‘동백아가씨’

흐르는 시간에 대하여

새 밀레니엄을 맞이하며
나이를 먹는다는 것
‘산 자’와 ‘죽은 자’
흐르는 시간에 대하여
과거로 가는 여정
금아(琴兒) 피천득 선생님
난정(蘭丁) 어효선 선생
스티븐 호킹을 생각하며
유진 오켈리

방랑자의 길

어머니와의 이별
아버지의 빈자리
개구쟁이의 추억
소년 시절 친구
아카시아와 교도소
한글날과 결혼식
선생님의 눈물
두 아들
방랑자의 길

저자 소개 1

캐나다 워털루대학교 한국학 교수. 한국에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에서 언어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론토대학교에서 20여 년 한국어 문학을 강의했으며, 워털루대학교에서 한국학 과정을 설립하고 현재까지 한국학 주임 교수직과 워털루 세종학당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이의 수필 중 “일레인 이야기”와 “개구쟁이의 추억”은 한국의 국정 및 검인정 교과서에 수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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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148*210*20mm
ISBN13
9788964479599

책 속으로

어머니는 그날 밤에 뇌일혈(腦溢血)로 쓰러져서 다음 날 새벽에 돌아가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어떻게 그런 생각이 났는지 모르지만, 좌우간 나는 그 경황이 없던 가운데 시장길의 스냅 사진사를 찾아갔다. 이젠 이 세상에서 다시 볼 수 없게 된 어머니의 가장 생생한 모습이 그 사진 속에 담겨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복잡한 시장 거리에서 어렵게 찾은 사진사에게 전날 우리 어머니와 나를 찍었던 사진을 찾고 싶다고 했더니 사진사는 찍은 직후에 말하지 않았다면 이제 와 그 많은 필름 속에서 그 ‘스냅 사진’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지금 같았으면 그날 찍은 모든 사진을 다 사겠다고 나섰겠지만 어린 소견에 그런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

나는 ‘아아, 어머니의 모습은 이젠 어디에서도 볼 수 없게 되었구나’ 하며 햇빛이 눈부시게 쏟아지던 거리를 눈물을 흘리며 돌아왔다. 돌아가실 때의 우리 어머니는 마흔아홉 살이었다. 옛말에 부모의 죽음을 ‘천붕’(天崩)이라 표현했다. 하늘이 무너진다는 말이다. 나에겐 문자 그대로 하늘의 한 모퉁이가 무너져 내린 느낌이었다. 나는 정말 어머니의 죽음을 믿을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 어머니는 온화한 성격에 항상 조용조용히 말씀하시는 분이었다. 나는 어머니가 큰소리 내시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끊임없이 격려해 주시고 감싸 주시던 어머니였다. 집에 들어오면서 “어머니” 하고 부르면 언제나 푸근한 웃음으로 꼭 안아 주셨기 때문에 나는 지금도 어머니의 체취를 기억한다.
--- 「방랑자의 길 _ 어머니와의 이별」 중에서

우리가 창문을 열고 밤하늘을 통해 바라보는 별이든, 천체망원경을 통해 바라보는 별이든, 아직도 그것은 감각의 세계의 것은 아닐지 모른다. 더구나 우리 눈에 보이는 별 중에는 이미 오랜 옛날에 반짝이다가 타 없어져 버리고 그 형상의 빛이 아득한 먼 길을 타고 와서 지금에야 우리 눈에 포착되는 경우도 많다니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환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밤하늘의 별을 내 눈으로 확인하려는 우리의 호기심도 무의미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별을 바라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모처럼 우리가 생존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이기도 하다. 아득한 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별을 바라볼 때 어느 누구도 거대한 우주 공간 속에서 섬광처럼 존재했다 사라지는 우리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지 않을 수 없다.
--- 「모든 떠남에 대하여 _ 별을 보여 줍니다」 중에서

젊은 시절에는 경치 좋은 곳에 가서도 우선 ‘인증사진’부터 찍으려 하고, 특별한 사건이나 사람들과의 의미 있는 만남이 있을 때도 사진으로 기억해 놓으려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다. 그러곤 생각이 날 때마다 그 사진들이 정리된 앨범을 뒤적여 보며 흐뭇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년을 지나면서 언제부턴지도 모르게 사진을 찍는 열정도 사라질뿐더러 앨범을 들춰 보는 기회도 드물어지게 된다. 그러나 책장 한구석에 놓여 있는 앨범에 어쩌다 눈길이 갈 때면 그 앨범 속에 한창 시절의 삶의 족적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안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언제나 문제의 핵심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소박한 호기심과 자연스러운 의문을 억누르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가 단순한 질문이나 가까스로 얻은 조그만 단서를 정직하고 겸허하게 표현하지 않고, 번다한 말로 치장하거나 핵심을 이야기하지 않고 변죽만 울리다가 더 큰 혼란과 미궁에 빠지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한다.
--- 「일레인 이야기 _ 어느 젊은 과학자」 중에서

캐나다 땅으로 생활의 무대를 옮겨 자연과 문화가 다른 낯선 환경에서 한국을 떠나기 전에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몇 년을 정신없이 지냈다. 좀 막연하긴 했지만 사실은 기한을 작정하고 시작한 외국 생활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이렇게 흘러가다간 고향에는 영영 다시 돌아가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갑자기 들었던 것이다. 《그대 고향에 다시 가지 못하리》란 책에 대해 문의한 것도 그 무렵이었던 것 같다.
--- 「고향을 돌아보라 _ 고향을 돌아보라」 중에서

어렸을 때는 어른의 세상은 철없는 어린아이들의 세계와는 판이한 형상을 지니고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서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갈수록 어른들의 세계도 어린아이들 세계와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평범한 우리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보기에 따라선 대단히 심오한 영역도 그 근본에서는 어린아이들이 생각하는 틀에서 그렇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 「흐르는 시간에 대하여 _ 나이를 먹는다는 것」 중에서

두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멀리 집을 떠나 이웃 나라에 가서 산 지도 꽤 오래되었다. 큰아들은 평생 직업이 학생인 것처럼 북미 여러 대학을 전전하더니 지금도 책만 들여다보며 살고 있고, 둘째는 신문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더니 직업을 여러 번 바꾸며 살고 있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 기질에 따라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기 마련인 모양이다.

--- 「방랑자의 길 _두 아들」 중에서

출판사 리뷰

머리말

젊은 시절에 5년 정도 외국 생활을 해보겠다고 모국을 떠났다가 어언 50년이 되어 간다. 우리의 삶은 우연의 연속이다. 외국에서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면서도 나 자신은 모국어와 모국 정서에 대한 심한 갈증에 시달려야 했다. 나에게는 그 갈증을 달래는 방법의 하나가 내 속에 앙금처럼 고여 있는 생각과 느낌을 모국어로 적는 것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 동포 신문사에서 청탁이 올 때마다 써 보낸 글들이 모였다. 이렇게 산문집을 내게 된 것은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글로 정착시키는 일이 자신을 돌아보고 확인하는 길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추천평

수필에서 담담한 필치와 과장 없는 서술은 양질의 문학적 자질이다. 이런 점에서 그의 글들이 수필의 진수를 보여 주고 있다는 것은 필자의 생애가 문학과 부단히 연관되어 온 때문일 터이다. 해외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대학 교수로서 그의 글쓰기는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확장하고 심화하는 소중한 작업이 될 것이다. - 우한용 (서울대 명예교수, 문학박사, 소설가, 시인)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김영곤 교수가 한국에서의 일들을 회상할 때 그리고 한국을 떠나서 캐나다에서 살면서 경험한 일들을 이야기할 때, 그의 섬세한 관찰력과 예리한 통찰력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의 담백하고 정감 있는 문장을 읽으면 한국어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나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하는 글쓰기의 전범(典範)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수필들이 한국의 국정 및 검인정 교과서에 실린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자들은 김 교수의 산문집, 『끝없이 이어지는 길』을 통해 젊은 시절 모국을 떠나 반세기가 되도록 문화가 다른 이국에서 살아온 한 사람의 사색과 감성의 세계를 같이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학교 종교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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