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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신비로운 숲의 언어에 귀 기울이면
1장 나무의 언어 햇볕이 좋을까, 그늘이 편할까 | 양수와 음수 돌처럼 단단한 내면이 지켜 주는 힘 | 심재와 변재 나무가 뿌리를 뻗는 방법 | 천근성과 심근성 수피가 갈라지는 건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야 | 나무의 수피 나무가 가지를 뻗는 방식 | 층층나무와 참나무 2장 잎의 언어 누가 잎 속에 그림을 그렸나? | 잠엽성 곤충 저 벌레집은 누가 만들었을까 | 말린 잎과 꽃 같은 충영 길이가 다른 잎자루와 짝궁뎅이 잎 | 은행나무와 느릅나무 잎의 비밀 보글보글 버드나무의 거품 자국 | 거품벌레의 집 잎자루 가시의 비밀 |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 3장 꽃의 언어 살구꽃에 왔던 곤충이 벚꽃에게 가 버리면 어쩌죠? | 수분의 비밀 짝꿍 곤충과 기발한 수분 방법 | 과남풀과 붓꽃의 수분 짝꿍을 초대하는 화려한 꿀 지도 | 허니 가이드 신비로운 수분 시계 | 누리장나무, 범부채, 뻐꾹나리 4장 열매의 언어 열매를 눈부시게 만들어 주는 것들 | 산초나무 열매자루와 누리장나무 꽃받침 개미가 꽃씨를 퍼트리는 이유 | 영양만점 젤리 엘라이오솜 너무 어려운 동정 키 | 좀, 개, 돌 빈 씨방의 아름다움 | 수까치깨와 물봉선, 누린내풀 씨방 다람쥐가 씨앗을 먹은 흔적 | 솔방울과 낙엽송 심 수수한 초가 화려한 샹들리에로 | 중력을 들어올린 이질풀 씨방 열매야, 어디까지 날아가 봤니 | 팽압 에필로그 | 어느 숲이 가장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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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책 〈숲에서 한나절〉을 내고 초보 작가로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숲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며 건넨 내 서툰 위로가 다행히 사람들에게 잘 가 닿아, 자연의 이치와 순리 안에서 위로와 평온을 얻었다는 수많은 물기 어린 마음들을 되받았다. 그 곱고 따스한 공감 덕분에 그 글로 이루고 싶었던 것을 다 이룬 것 같다는 감사한 마음이 들곤 했다. 다시 숲 이야기를 쓰게 될 줄 몰랐지만 북토크 때마다 “차기작은 언제 나오나요?”라는, 처음엔 인사치레인 줄만 알았던 말들이 쌓여 결국 이 글이 나왔다
---「신비로운 숲의 언어에 귀 기울이면」중에서 숲은 서로 다른 성질의 나무들이 모여 있기에 항상 같은 모습으로 머물지 않는다. 처음엔 빛을 받아 잘 자랄 수 있는 양수들이 쑥쑥 성장하겠지만, 그 그늘 아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음수들이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성질 덕분에 양수들을 추월하면 어떨까? 당장은 눈에 드러나 보이지 않지만 음수들은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숲을 점령해갈 것이다. 그러다가 마침내는 음수들의 그늘에 가려져 씨앗이 발아할 수도, 양수들이 자랄 수도 없는 숲이 된다. ---「양수와 음수」중에서 나무의 수피들은 성장을 위해선 한 세계가 파괴되어야 한다는 걸 보여 준다. 모든 나무는 성장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찢고 갈라지며 여태 입고 있던 낡은 껍질을 벗어 버린다. 아픔과 고통을 슬기롭게 감내하며 제 나름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나무들, 제각기 다르고 아름다운 수피들을 쓰다듬으며 그들의 말없는 성장을 응원한다. ---「나무의 수피」중에서 숲의 폭군이라 불리는 층층나무도 이웃들의 눈치를 살핀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했다. 다른 곳에 자라고 있는 층층나무를 가만 보니 원래 가지가 빙 돌려나는 녀석인데도 다른 나무가 있는 쪽엔 팔이 짧거나 아예 가지를 내지 않았다. 그래, 네 녀석도 눈치가 아예 없지는 않구나. 적당함이란 걸 아는 게 자연 상생의 이치다. ---「층층나무와 참나무」중에서 잠엽성 곤충이 멋지게 그림을 그린 나뭇잎 옆엔 재밌게도 나뭇잎 그늘막을 만들어 놓고 유유자적하는 녀석도 있었다. 자신의 실로 옆의 나뭇잎을 텐트처럼 묶어 세워 그늘을 만들고 그 그늘 아래 잎에 안락하게 누워 있다. 보송보송 실 뭉치로 자신을 감추고 있는 걸로 보아 거미 종류 같았다. 뜨거운 햇빛을 잘 가리도록 나뭇잎 그늘막을 만들고 편안히 여름 한낮을 보내는 녀석의 휴식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가만히 지켜보다 왔다. ---「잠엽성 곤충」중에서 꽃들이 입을 다무는 이유는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 애써 만든 수술의 꽃가루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단속하는 것인데, 과남풀은 슬쩍 입을 다무는 게 아니라 꽃잎 끝을 돌돌 말아 비틀어 놓을 정도로 단단히 단속해 놓는다. 그렇게 돌돌 말린 과남풀 꽃잎을 보면서 대체 언제 얼굴 한번 시원하게 보여 주려나 나도 애가 타는데, 대체 수분은 언제 어떻게 하는 걸까? (…) 아침에 비가 살짝 오다가 그친 어느 오후, 놀랍게도 아직 배배 꼬인 과남풀 꽃에 수분을 하겠다고 소리도 요란하게 붕붕거리며 찾아 온 곤충이 있었으니 통통하고 동글동글하게 생긴 궁뎅이에 노란 털옷을 입은 호박벌이다. ---「과남풀과 붓꽃의 수분」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허니 가이드는 늦가을에 피는 칼잎용담의 것인데, 여러 개의 하얗고 동그란 물방울무늬들이 점점이 청보랏빛 꽃잎 위를 수놓은 모습이 무척 환상적이다. 이 허니 가이드를 보면 왠지 모르게 인어공주가 생각난다. 칼잎용담의 깊은 꽃 속의 안쪽은 회백색과 짙은 고동색과 버건디 색깔이 혼합된 듯한 깊이 있고 고급스러운 실루엣을 보여 주는데, 마치 깊은 바다를 연상시킨다. (…) 이 무늬를 특별히 사랑하는 곤충이 칼잎용담 꽃에 왔다 가면 드디어 숲이 텅 빈 것처럼 보이는 11월이 오고 더이상 숲에서 수분하는 곤충을 찾아보기 힘든 계절이 된다. ---「허니 가이드」중에서 숲의 열매들은 이처럼 꽃받침이나 열매자루의 도움으로 가장 자기다운 색채로 익어 나무의 곁을 떠난다. 잎들이 영양분을 만들어 열매를 잘 키워 놓으면, 열매자루나 꽃받침 등 곁의 손길이 열매를 위해 온갖 치장을 해 주는 것이다. 열매는 그렇게 사랑받은 힘으로 더 아름다워지고 더 멀리 갈 힘을 얻는다. 우리 생의 열매인 아이들에게 우리가 해 주어야 할 일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산초나무 열매자루와 누리장나무 꽃받침」중에서 운 좋으면 그 아래서 열매들뿐 아니라 다람쥐가 솔방울이나 낙엽송 열매를 까먹은 흔적도 찾을 수 있다. 양손으로 열매를 들고 그 안의 씨앗을 먹기 위해 낙엽송 열매 갈피들을 호로로록 순식간에 벗겨 내는 다람쥐의 야무진 솜씨를 나도 여러 번 보았다. 한번은 플라스틱 간이 지붕 위에서 청설모가 잣송이를 까먹는데, 껍질을 벗겨 내는 속도가 너무 빨라 투두두두둥 하고 마치 비오는 듯한 소리를 내며 껍질이 쏟아져 내렸다. ---「솔방울과 낙엽송 심」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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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가는 다정한 지도
이 책은 숲이 낯설고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모르는 이들, 하지만 숲과 진정한 친구가 되고 싶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탁월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초보 해설가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 같은 호기심과 경탄으로 숲을 공부하고 숲과 함께 성장해 온 저자의 쉽고 다정한 안내는 고단한 일상에 지친 독자들이 편안한 자연의 색채 속에서 휴식할 수 있도록 이끈다. 더불어 숲해설가나 자연환경 해설사 분야에 진입하려는 이들에게는 숲을 먼저 알아 간 선배가 건네는 꽤 자세한 식물 해설서이자 인문학적인 숲해설의 한 예로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나무와 교감하고 꽃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꽃놀이나 단풍놀이로 유명한 숲도 좋지만, 이름 없는 숲이어도 자주 들러 같은 장소에 있는 나무와 꽃을 오래도록 지켜보면 무심히 지날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 있게 되는 순간이면 평화로운 충만함이 차오른다. 그렇게 숲속에서 감각을 고양하고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받아들이노라면, 세상에 대한 통찰력이 함께 커진다. 기다려 주지 않는 자연은 ‘지금 여기’의 행복을 붙드는 현명함도 가르쳐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