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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교양 (큰글자도서)
과학과 미술
노인영
문예출판사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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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회화의 기원과 기하학

01 회화의 기원 나르키소스
02 비례, 다빈치와 피타고라스
03 기하학이자 철학, 원근법의 탄생
04 르네 마그리트와 비유클리드 기하학
05 메디치 가문과 자연철학의 부활
06 베네치아 미술과 노름꾼들의 수학

예술과 과학의 유용성

07 예술과 과학에서 쓸모란?
08 신탁과 점성술 그리고 천문학
09 〈브레다 성의 함락〉과 메르카토르 도법
10 비잔틴 제국의 멸망과 코페르니쿠스의 등장
11 티치아노와 인연, 칼카르와 베살리우스

패러다임의 변화, 그 지난한 과정

12 고흐와 브루노의 강렬한 삶
13 “별들에게 물어봐” 튀코 브라헤와 허블
14 렘브란트의 원, 케플러의 타원
15 브뤼헐의 철학, 갈릴레이의 종교

대중과 가까이, 더 가까이

16 미술에서 이론, 과학에서 글쓰기
17 리히텐슈타인의 만화와 과학의 대중화
18 사과, 세잔과 뉴턴
19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논란과 예술에서의 표절
20 블레이크와 뉴턴: 이성과 감성의 조화
21 추상의 탄생과 연금술
22 〈마라의 죽음〉과 라부아지에
23 실력으로 입증하라, 우첼로와 패러데이

보이지 않는 세계에 관한 서술

24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 맥스웰 방정식
25 색채에 대한 회의, 괴테와 터너
26 에곤 실레와 제멜바이스의 불행
27 〈가죽을 벗긴 소〉와 파스퇴르
28 흑사병과 세균 그리고 바이러스
29 실재와 허상: 클림트의 황금비와 볼츠만의 불행

아인슈타인의 학문 세계

30 모네의 빛과 특수상대성이론
31 에셔와 아인슈타인이 말하는 ‘시공간의 상대성’
32 수학의 덕목, 아인슈타인과 힐베르트

새로운 차원의 과학, 양자역학

33 차원을 달리한 피카소와 양자역학
34 발라의 닥스훈트, 슈뢰딩거의 고양이
35 대가들이 보여주는 우정과 논쟁
36 잭슨 폴록의 프랙털과 만물 이론
37 “넌 과학이 재미있니?” 고갱과 힉스입자

인간―지구―우주의 하모니

38 ‘창백하고 푸른 점’ 지구의 나이와 호기심
39 칸딘스키와 아인슈타인의 실수, 그 결과는?
40 사실과 믿음 사이, 〈천문학자〉와 사제 르메트르
41 기요맹의 복권과 우주배경복사
42 보스의 상상과 초기 우주 38만 년까지
43 생명의 기원과 메리안의 곤충 도감
44 요제프 보이스와 토끼 그리고 DNA
45 패러다임의 전환, 뒤샹과 찰스 다윈
46 지난함: 예술에서는 창조로, 과학에서는 사실로

과학과 윤리, 다시 철학으로

47 ‘카르페 디엠’과 DNA 이중나선 구조
48 〈베르툼누스〉와 속씨식물의 유혹
49 먹이사슬 위에서 비로소 고민하는 사피엔스
50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와 과학 윤리의 탄생
51 제1차 세계대전과 윤리의 확장
52 핵, 예술가와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

저자 소개 1

교육학과 행정학을 전공하고 30여 년을 공직에만 몸담은 그는 정년퇴직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를 고민했다. 이때 마음 속으로 한 가지 다짐을 했다. 후진들이 살아가는 세상 일에 간섭하는 대신,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선진이 되자고. 작가는 오늘날 과학과 미술을 향한 대중적 관심이 개인의 삶과 질을 높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확신한다. 이에 기여하고자 하는 작가의 바람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전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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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193*296*30mm
ISBN13
9788931027112

책 속으로

진정한 르네상스인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가 회화의 기원을 나르키소스에서 찾았다. 흥미로운 사실이다. 그것이 무슨 의미일까? ‘수면 위에 비친 나르키소스의 환영이 그림과 본질적으로 같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인간의 망막에 맺힌 상은 평면적이지만 뇌의 작용으로 사물을 입체적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회화는 다르다. 보는 사람이 그림을 현실처럼 느끼게 하려면, 특수한 작도법이 필요하다. 이른바 회화의 평면성을 속이고, 착시효과를 유도하는 선원근법이다.
--- p.18

르네 마그리트는 〈유클리드의 산책〉에서 평행선 공준을 부정하려 했다. 이를 위해 창밖에 탑과 큰길 모두 삼각형 형태로 나란히 배치했다. 실제 원뿔형 탑은 그림처럼 그 끝이 꼭짓점으로 모인다. 하지만 오른편 큰길이 실제로는 평행선을 이루는데도, 탑의 꼭짓점처럼 서로 만나는 것으로 묘사했다. 한마디로 유클리드 기하학의 왜곡이다. 하지만 이것이 마그리트의 잘못은 아니다. 지구 표면이 휘어져 있기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곡률이다. 따라서 “(현실에서) 모든 평행선은 결국, 무한원점에서 만난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 p.37

조심스러운 성격의 오시안더는 자신의 서문을 익명으로 책에 끼워 넣었다. 마치 코페르니쿠스 본인이 쓴 글처럼 보였다. 서문에는 태양중심설이 천문학적 가설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이를 사실로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입문할 때보다 더 한심한 바보가 되어 이 학문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썼다. 그래서인지 학자들은 코페르니쿠스의 글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책을 받아 본 교황 바오로 3세와 교회에서도 금서로 분류하지 않았다. 사후 300여 년이 지난 19세기 후반이 되어서야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는 세상의 빛을 받았다. 따라서 코페르니쿠스가 비겁했다기보다는 오시안더의 배려 덕분에 평안했다고 보는 것이 옳겠다.
--- p.79

케플러는 자신이 계산한 값과 브라헤의 관측 결과를 비교하니 10개의 데이터에서 2분(30분의 1도) 내 오차를 보였지만, 나머지 두 개의 데이터에서는 8분(15분의 2도)의 오차가 발견됐다. 무시할 수 있을 법한 오차 범위였다. 그러나 브라헤의 오차 범위보다 두 배나 크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케플러는 끝없이 다시 계산했다. 브라헤의 자료는 거짓말하지 않았다. 결국, 케플러는 자신의 이론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화성은 원형이 아니라 약간 일그러진 타원형 궤도를 돌고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상의 세계에서나 가능하다고 여겼던 운동 방식이었다.
--- p.107

원자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으로 인해 볼츠만은 그만 가위눌리고 말았다. ‘관측할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실증주의 에른스트 마흐와 그의 추종자들의 비판은 모질었다. 볼츠만은 천박한 인신공격을 당한 것은 물론이고, 학술지로부터 논문이 거절당하는 지경에도 이르렀다.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그는 휴가 중이던 1906년 9월 5일,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근처 두이노에서 아내와 딸들이 수영하는 동안 스스로 목을 맸다. 그의 내성적인 성격과 우울증도 작용했으리라 추정한다. 안타까운 일은 1년 전 아인슈타인이 이미 원자의 존재를 증명하는 논문을 발표했다는 사실이었다.
--- p.207

영국의 스탠리 에딩턴은 서아프리카 프린시페섬에 가서 1919년 5월 29일 개기일식 때 히아데스성단의 사진 촬영에 성공했다. 그리곤 6개월 전 태양이 하늘 반대편에 있을 때 같은 곳을 찍은 사진 속 별의 위치와 비교했다. 그해 11월에 결과를 발표했는데, 별의 위치는 변동이 발생해 있었다. 개기일식 때 태양이 공간을 구부려 지구와 별 사이를 지나는 빛의 경로를 휘게 함으로써 발생한 오차였다. 그리고 별의 이동 거리는 아인슈타인의 방정식 값과 정확히 일치했다. 당시 영국과 독일은 적국으로 갈려 싸웠기에 더욱 극적인 발표였다. 〈뉴욕 타임스〉는 “하늘의 모든 빛이 구부러져 있다”라는 표제로 기사를 송고했다.
--- p.227

한 연회에서 옆자리에 앉은 나치 정부의 교육부 장관 베른하르트 루스트에게 “유대인의 영향력에서 해방되었는데, 괴팅겐 대학의 수학과가 잘 되어 가느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대답은 역시 힐베르트다웠다. “괴팅겐 대학 수학과요? 이제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수학은 과정의 합리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학문이다. 김민형 교수는 저서 『수학이 필요한 순간』에서 “수학적으로 사고하면, 도덕적으로 그릇된 답을 피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늦지 않았다. 인생에서 오류를 줄이고, 과정을 즐기는 지혜를 수학에서 구하시라.
--- p.234

1927년 10월, 제5회 솔베이 회의에서는 ‘코펜하겐 해석’이라고 불리는 양자물리학의 두 가지 주류 이론이 발표되었다. 먼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다. 입자의 위치를 알면 정확한 속도를 모르고, 속도를 알면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다는 이론이다. 초기 조건을 안다면, 입자의 운동 방향과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고전역학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이론이다. 다른 하나는 보어의 상보성 원리다. 어떤 문제에 접근하는 두 가지 방법이 겉으로는 서로 모순을 보여도 궁극적으로는 하나에 속한다는 개념이다. 물질을 구성하는 소립자들이 입자임에도 불구하고 기묘하게 파동처럼 행동한다는 의미로 사용했다. 둘 중 하나이기를 고집하는 인간 앞에 ‘입자도 아니고 파동도 아닌’, 혹은 ‘입자이면서 파동인’ 모호한 존재가 등장했다.
--- p.240

빅뱅 후 10-32초에 일어났던 미세한 양자 요동으로 인한 편차가 우주의 씨앗이 되어 밀도가 조밀한 곳에서 최초의 별이 탄생했고, 이어 은하를 형성했다. 피자 반죽이 균일하지 않고 군데군데 작은 덩어리와 주름이 생긴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WMAP가 알려준 또 하나의 놀랄 만한 결과는 우리 우주가 온통 암흑천지라는 사실이다. 우주에는 우리가 아는 물질이 4퍼센트밖에 없고 나머지는 암흑 물질이 22퍼센트, 암흑 에너지가 74퍼센트를 차지한다. 이를 암흑이라 일컫는 이유는 어두워서이기도 하지만, 정체를 몰라서이기도 하다. 그중 암흑 에너지는 기묘하게도 음의 척력을 가지고 있어 우주의 매우 빠른 팽창을 돕는다.
--- p.306

중생대 마지막 시기에 다시 한번 지구에는 커다란 사건이 발생했다. 오늘날의 멕시코 유카탄 부근에 거대한 운석이 떨어졌다. 그때 지구 전체 생물의 75퍼센트가 멸종했고, 공룡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신생대는 포유류와 조류의 시대다. 마침내 지구 탄생 46억 년 막바지에 인류의 조상이 탄생했다. 이렇게 생명체들의 38억 년의 역사를 개관해 보면, 세균에서 곤충에 이르기까지 34억 년이란 장구한 세월이 흘렀다. 반면 곤충에서 인간에게 이르기까지는 약 4억 년이 걸렸을 뿐이다. MIT 로봇연구소장 로드니 브룩스는 이렇게 평가한다. “이것은 곤충 수준의 지능이 절대 사소하지 않음을 암시한다.”
--- p.312

세포와 돌멩이 모두 같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유독 세포가 집단적인 거동을 하면서 생명 혹은 의식이 창발한다. 큰 수수께끼다. 불가피하게 슈뢰딩거는 과학의 기본 개념을 확장해야 했다. 이후 이론물리학자에 의한 인간 의식에 관한 양자적 접근은 로저 펜로즈로 이어졌다. 한편 당시 슈뢰딩거의 강연 내용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은 생물학자가 있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캐빈디시연구소 소속 프랜시스 크릭과 제임스 듀이 왓슨이다.
--- p.317

윌버포스 주교가 장황한 논리를 펼친 다음, “누가 동물원의 유인원이 자기 조상이라고 한다면, 얼마나 불쾌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리고 헉슬리를 쳐다보면서 “만약 당신이 원숭이 후손이라면, 할아버지 쪽이요, 아니면 할머니 쪽이요?”라고 물었다. 인간의 우월성을 믿는 편견에 기댄 질문이었다. 700명이 넘는 청중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리면서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헉슬리가 멋지게 되받아쳤다. “나는 우리가 원숭이의 후손이라고 해도 전혀 수치스럽지 않습니다. 그러나 교양과 웅변의 재능을 편견과 오류를 조장하기 위해 악용한 사람의 후손이라면, 매우 수치스러워할 것입니다.”
--- p.323

지금으로부터 2억 5,000만 년 전 페름기 말에 대멸종 시기가 있었다. 모든 종의 95퍼센트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한다. 흥미롭게도 이로부터 약 1억 년이 지난 쥐라기 말부터 식물이 꽃을 피운 뒤 씨를 안으로 맺는 속씨식물이 등장했다. 속씨식물은 오늘날 전체 식물의 약 90퍼센트를 차지한다. 동물과의 공진화 덕분이다. 이 갑작스러운 사건을 찰스 다윈은 '지독한 신비'라고 했다.
--- p.345

약 120만 년 전에서 70만 년 전 사이 호모 에렉투스가 아프리카를 떠났다. 이와 관련해서도 많은 주장이 난무하지만, 현대 인류와 가까운 새로운 직립 원인(原人)이 이때쯤 아프리카를 떠난 것은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이들은 열대 지역인 아시아의 남부와 남동부 지역까지 퍼졌다. 그러나 생각만큼 엄청난 모험은 아니었다. 1년에 평균 130미터라는 기막힌 속도로 이동했다.
--- p.353

동양은 서양보다 사회발전 지수에서 1,200년을 앞서다가 18세기에 들어서면서 추월당했는데, 이언 모리스는 그 전환점이 바로 영국의 산업혁명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류는 창조적이지만, 태생적으로 폭력적이기도 하다. 제1차, 제2차 세계대전 사이인 1920~1930년대에 과학과 기술이 집중적으로 융합하기 시작했다. 국가가 주도하는 형태로 군사기술의 혁신이 일어났으며 그 결과 전투기, 잠수함, 전차 등 새로운 무기가 개발되었다. 자연스럽게 과학기술에서 윤리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었다.
--- p.360

2017년 6월 페이스북 측에서 놀라운 소식을 전해왔다. AI(인공지능)가 자신들이 만든 언어로 대화를 나누었기에 시스템을 강제 종료했다는 내용이다. 언어는 호모 사피엔스가 먹이사슬 맨 위에 설 수 있게 한 동력이다. 이제 언어를 학습한 로봇이 인간보다 뛰어난 두뇌를 갖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기계에 질투를 느끼는 대신, 로봇을 인간 친화적으로 대할 필요가 있다. 2016년 인공지능의 선구자 마빈 민스키가 타계했다. 그는 "인간은 생각하는 기계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리고 덧붙여 말했다. "장차 로봇이 지구를 물려받을 것인가? 그렇다. 하지만 서운해할 것 없다. 그들이 바로 우리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 p.367

출판사 리뷰

과학과 미술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교양

강고했던 인식 체계에 균열이 생기고,
마침내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과학에서 가장 어렵다는 인식과 차원을 다루는 영화 〈인셉션〉과 〈인터스텔라〉는 유독 대한민국에서 인기가 뜨거웠다. 또한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도슨트도 늘어나는 추세다. 모두 반가운 일이다. 일상이 바쁜 현대인에게 과학은 무겁게, 미술은 자칫 여유롭게 느껴지는 주제일 수 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대중의 과학적 소양은 의외로 탄탄하고, 미술을 향유하는 인구 역시 날로 증가하고 있다.

서구 유럽은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며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학문과 문화의 많은 부분이 신의 관점에 치우쳐 있던 것에서 벗어나, 인간의 합리성에 기초하며 번성을 이루기 시작한 것이다. 해부학 실습과 과학 강연은 더 이상 귀족 계층의 지적 호기심에 머무르지 않고 대중 문화로 자리 잡았다.

작가는 오늘날 과학과 미술을 향한 대중적 관심 역시 개인의 삶과 질을 높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확신했다. 오로지 공직에서 30년을 몸 담으며 그는 후진들의 세상에 간섭하는 대신 영감을 주는 선진이 되길 바랐다. 과학과 미술 두 분야가 의외로 상통하는 점이 많다는 점을 발견한 작가는 두 분야를 연결해 이를 책으로 담아내기로 했다.

세상을 조각 내어 바라보지 않기
과학과 미술의 공통 기반, 기하학


작가는 책의 도입부에서 미술의 기원과 원근법의 탄생을 과학과의 상관성과 연결 지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수학이라는 학문은 한때 자연철학에 속해 있었다. 기하학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로 인해 중세에 잠시 중단되었던 학문적 연구는 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부흥을 맞았다. 인간의 합리적인 추론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기하학이 환영받은 것이다. 공간의 학문이라고도 일컬을 수 있는 기하학이 발달하면서 점성술은 천문학으로, 천동설은 지동설로 대체됐다. 소위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난 것이었다.

한편, 르네상스 미술에서도 수의 비례는 유용하게 작용됐다. 선원근법이 그 예다. 절대 다수가 문맹이던 라틴 유럽에서 그림은 문자의 역할을 대신했다. 정확한 비례에 입각해 착시에 가까운 입체감을 유도해 내어, 회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힘이 실린 것이다. 그리하여 장인에 지나지 않았던 화가는 예술가로, 미술은 엄연한 학문으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이 책은 두 분야가 공통적으로 기반 삼은 기하학을 다루며 각 학문이 조각조각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큰 흐름으로 이어져 있음을 흥미롭게 안내하고 있다.

언제나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은 지난하다
역사 속 과학과 미술이 추구했던 본질


과학에 관해 새로운 탐구가 이루어질 때면 탐구 그 자체보다는 논거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더욱 험난했다. 이는 천문학, 의학, 화학, 생물학 등 여러 분야에서 마찬가지였다. 기존 인식 대신 새로운 패러다임이 받아들여지려면 한 세대가 교체되어야만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특히 기독교 세계관이 지배하고 있는 유럽에서 새로운 학설을 펼치려면 때로는 죽음을 무릅쓰는 용기가 필요하기도 했다. 코페르니쿠스부터 케플러, 갈릴레이 그리고 뉴턴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모두 우주에서 신의 섭리를 발견하기 위해 탐구를 시작했다. 그들이 도출한 결론은 성경과 대척점에 섰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에게 어찌 번민이 없었겠는가. 지금이야 성경이 과학적 가설로 차용되는 일이 없지만, 그때는 과학과 신앙이 분리되지 않은 시대였다. 과학자들은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고자 대중을 설득했다.

작가는 패러다임이 바뀌는 데 기여한 과학자들의 여정을 안내하며 한 시대를 지배했던 과거의 이론(천동설, 점성술, 연금술 등) 역시 결코 경시하지 않는다. 패러다임이 전환되려면 반드시 누군가가 연구한 이전의 패러다임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술 역시 수학적 비례를 바탕으로 사실적 묘사를 중시하던 풍조에서 점점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 요소들을 조명하는 것으로 범주를 넓혀갔다. 작가는 이처럼 변화를 이루어 온 과학사를 시대순으로 서술하면서 일맥상통한 흐름 속에 있었던 미술 작품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철학적 문제로 나아가다
두 분야의 현재 그리고 미래


과학과 미술 두 분야 모두 자명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인간이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학문과 사실의 발견은 가치중립적이었을 수도 있지만, 결국 모든 분야에는 인간의 가치관이 작동하기 마련이다. 세계 각국의 철도, 댐 건설 등에 사용하고자 개발한 노벨의 다이너마이트는 전쟁에도 활용되었다.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대중은 과학에도 좋고 나쁜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특히 무차별적으로 수많은 인간이 희생되었던 핵폭탄의 등장이 그러했다. 작가는 이런 역사 속 과학에 기반해 특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등 어렵다고 인식할 만한 과학적 이론을 쉽게 다루고 있고, 이를 미술로 승화한 살바도르 달리 등의 작품을 통해 재앙을 바라보는 인류의 철학관을 함께 녹여냈다. 그뿐 아니라 먹이사슬 맨 위에 선 포식자이자 여섯 번째 대멸종을 주도하고 있는 인류의 향후 과제를 개괄적으로 제시했다. 이 책을 덮을 때쯤이면 독자들은 어느새 과학과 미술에 관한 지평이 넓어져 있을 뿐 아니라 인류와 미래에 대해 고찰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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