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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버찌나무로부터
1부 설레지 않으면 디자인이 아니다 디자인은 ‘상자’다 모두가 디자이너다 잘 빠진 ‘신상’의 탄생─디자이너라 불리게 된 이유 디자인이 예술인가 끊임없이 창작해야 하는 이유 2부 호기심을 위한 변명 안다 VS 안다─지식과 지혜 즉흥적 발상의 힘 옳고 그름에 대하여─회를 먹는 몇 가지 방법 정답은 없다─고어텍스와 장모님의 손뜨개 꿈의 구체화 3부 믿어도 좋은 당신의 직관 첫사랑만큼 강렬한 첫 생각 원조가 최고인 이유 더 단순해져야 한다 일단 그리고 쓰자 잃어버린 시간과 공간─할머니는 나를 쓰다듬었다 4부 긍정이 문제를 해결한다 고독의 힘 따뜻하게 오해하는 마음 욕망이 그리도 나빴나?─창을 크게 내는 마음 긍정이라는 불빛─자동차의 지붕 모르는 게 나을 수 있다 5부 거리가 필요한 이유 전체를 살피는 눈─생각의 지휘자 타인을 통해 그려내다 사물의 거리, 마음의 거리 짝퉁의 가치─진짜가 아닌 나와의 거리 자연스럽다는 말 6부 디자인은 사소함을 만들어내는 일 취향, 누구의 것인가? 편리는 습관을 이기지 못한다 보편의 이해─빤한 것이 중요하다 낯선 밥알로부터 온 생각─싫고 좋은 감정에 대하여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첫눈 내리던 날 에필로그: 쓰고 그리며 나 자신에게 귀 기울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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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가 버찌를 손에 쥘 수 없었던 것은 나 말고도 나무에 손을 뻗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보다 일찍 아침을 시작하는 부지런한 이도, 나보다 더 키가 큰 사람들도 숱하게 있었을 것이다. 내 삶의 주변에 열매를 먼저 채갈 만한 의외의 가능성들이 존재한다는 것. 나처럼 열매를 따고 싶어하는 동시대 사람들의 열망이 있다는 것. 타인에 대한 이해가 절실했다. 결국 디자인의 대상은 수많은 대중이지 않던가.
--- p.10, 「프롤로그」중에서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즐거운 상상만 하는 사람들과 기술을 개발하는 자들은 ‘담아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들에게 의미 있는 것은 경쟁사보다 더 나은 스펙이고, 중요한 것은 보다 더 빠른 속도, 더 큰 숫자이다. 하지만 필요를 넘어서는 지나친 고사양은 의미 없는 경쟁을 부추긴다. 스펙 싸움에 집중하느라 정작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편안함과 매력적인 생김새는 간단히 무시되곤 한다. --- p.22, 「디자인이라는 ‘상자’」중에서 손으로 남들과 다른 신상품을 쓱쓱 그려줄 출중한 인재, 남과는 완벽하게 다르고 세상에 없는 형태를 생각해줄 마법사. 귀신처럼 만들 수 있는 그림과 도면을 구상해낼 마법사. 근거 없는 전설에 의하면 당시 뜨거운 물을 담아 손으로 들고 마실 수 있는 컵도 어느 공장에 나타난 마법사의 작품이었다고 한다. ‘손잡이’라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낸 마법사는 특별한 생각의 전문가들이었고, 훗날 우리는 이것을 ‘디자이너’의 탄생이라고 부른다. --- p.42-43, 「잘 빠진 신상의 탄생」중에서 지혜를 얻기 위한 뚜렷한 질문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뚜렷한 질문이 없으니 정답이 없다. 그런데 정답이 없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질문의 주체인 나는 용기를 얻는다. 자유로운 나를 발견하며 지식의 텍스트에 순응하던 나보다 용감해진다. --- p.72, 「안다 VS 안다」중에서 넘쳐나는 기술과 과학은 우리를 돕겠다면서 여전히 여기저기서 모순을 드러내고 있고, 갑자기 웃다가 울컥하기도 하는 인간의 변덕은 여전히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우리가 과학으로 밝히지 못한, 아니 영원히 들춰낼 수 없는 평가 항목들은 끝이 없다. 이 들춰낼 수 없는 미지의 항목이 결국엔 행복해질 수 있는 항목일지도 모른다. 점점 이것이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깨닫고 있지만, 예측이 불가하니 머리가 아프다. --- p.101, 「정답은 없다」중에서 디자이너에게 그림과 스케치는 선, 색, 공간 등을 자신의 내면의 생각을 구체화하는 방법이다. 어떤 프로젝트가 시작되든 내면의 직관을 가장 열정적으로 그려내 보이는 스케치는 순수한 창작의 에너지, 직관을 통해 탄생되는 최초의 답안이다. 어쩌면 프로페셔널한 사명감 따위는 잊어버리고 어릴 적 그림을 그리던 천진한 순간으로 돌아가 몰입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첫번째 답안과 첫번째 그림은 나와 가장 가깝다. --- p.120, 「첫사랑만큼 강렬한 첫 생각」중에서 오랜만에 연필을 쥐어보니 진정한 생각의 근본이란 느낌이 든다. 디지털의 감촉에 매몰되어 있다가 다시 손에 쥔 종이와 연필의 촉감이 나를 전율하게 한다. 심지어 흑연과 나무를 선사한 자연이 이용해야 하는 자원이 아니라 진정으로 아끼고 돌봐야 할 고귀한 존재로까지 인식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연필을 쥐고 쓰고 그리며 가치를 확장해서 얻게 된 깨달음이 반갑다. --- p.151, 「일단 그리고 쓰자」중에서 답은 멀리 있지 않다. 직접 손으로 그려보고, 생각을 종이 위에 글로 써봐야 한다. 펜이 종이의 마찰을 따라 생각을 흘릴 때 촉각은 나의 생각을 폭발시킬 것이다. 연필심은 종이의 결에 부서지면서 그 흔적을 종이에 남긴다. 이처럼 우리도 사물과의 마찰을 체험할 때 비로소 우리의 생각을 둘러싼 껍질을 깨뜨릴 수 있을 것이다. --- p.164, 「잃어버린 시간과 공간」중에서 자동차든 옷이든 세상의 모든 제품을 디자인하는 일은 기획하고 구성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생각했던 것을 그림으로 그리고, 형태를 구성한다.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데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디자이너가 절대적으로 지녀야 할 것은 초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해내려는 마음이다. --- p.223, 「전체를 살피는 눈」중에서 한때 자동차의 볼륨 버튼이 터치스크린 쪽으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사용자들의 원성이 빗발쳤던 적이 있다. 볼륨 버튼만큼은 화면에서 따로 떨어져 있어야 조작하기 편하다는 것이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이었다. 빈번하게 사용되는 것들은 다른 기능들로부터 넉넉하게 떨어져 있을수록 좋다는 것이다. TV 리모컨의 전원 버튼도 다른 버튼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 --- p.245~246, 「사물의 거리, 마음의 거리」중에서 그리하여 오늘날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의 새로운 해석은 이것이다. 형태는 ‘인간’을 따른다는 것. --- p.293, 「편리는 습관을 이기지 못한다」중에서 이야기가 깃들 때 생각과 사물은 유일무이한 존재가 된다. 바로 특별해 보이지 않는 것들조차 예술이 될 수 있듯이 평범함이 예술적 가치의 옷을 입게 되는 방식도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평범함이 한순간 비장해지는 것은 예술가만의 이야기가 작품 위에 덧대어지기 때문이다. 예술을 말할 때 작가의 생애를 빼놓을 수 없는 것도 그의 일생이 작품의 형상을 넘어선 가치, 함축된 그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 p.322,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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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새롭게 하는 단순하고 사소한 생각
상상과 공감으로 만들어진 디자인이란 ‘상자’ 저자는 디자인을 어렵거나 복잡하거나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본질적으로 “단순하고 사소한 생각”이며 “디자인은 일상의 일”이라고 설파한다. 저자가 의미하는 디자인이란 창의성과 상상력을 일상과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것에 이르는 일이다. 그리고 디자이너는 바로 그 상상을 현실화하는 사람이다. 오랫동안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많은 작업을 해온 그는 디자인이란 그저 일상의 어떤 부분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는 경험이고, 전혀 거창한 것도 아니며, 그렇기에 오히려 더 가치 있는 생각의 방식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일상의 어떤 부분을 조금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경험처럼, 디자인은 전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외려 조촐한 생각의 방식이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이것을 여러 차례 실감했다. 그리하여 내가 해온 일과 삶의 경험의 단편들이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이나 현역 디자이너들에게만이 아닌 모두에게 투영될 수 있는 이야기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_「프롤로그」, 12쪽 아울러 저자는 우리는 누구나 창의성을 발휘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디자이너”라고 주장한다. 명함에 디자이너라고 쓰여 있든 아니든, 태생부터, 뼛속까지 다 디자이너라는 것이다. 이제껏 살아오며 빈 종이에 뭐라도 채우고 싶었던 적이 있거나, 부수기와 조립을 반복하며 즐거움을 느낀 적이 있다면 누구나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자질인 창의적 의지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만들 때마다 모양이 달라지는 손뜨개처럼 익숙한 것을 거부하며 새로운 것을 찾는 사람을, 고장 난 물건을 수리하며 일상의 결핍을 스스로 해결하고 행복해하는 사람을 디자이너라고 한다면, 우리가 디자이너가 아닐 이유가 없다. 한편 디자인은 생각을 모으고 가다듬어 완성에 이르게 하고, 사람과 사물의 새로운 만남을 통해 더 나은 미래의 윤곽을 그려내는 일이다. 저자는 이런 관점에서 디자인을 상자에 비유하며 그 안에 뭔가를 담는 일이 인생의 경험을 쌓는 일과도 닮아 있음을 여러 곳에서 환기한다. 디자인은 시공을 초월한 단정함을 이루는 일이다. 사물은 디자인이라는 상자에 정돈되어 담김으로써 사용자의 필요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다. 그것은 공동체의 우월한 취향을 돕는 것은 물론 기술이 나아갈 방향과 대중의 요구를 읽어내는 이정표가 된다. 한마디로 각기 다른 이들의 무수한 생각의 굴절들을 한곳에 담아내는 관념의 공간, 그 반듯한 상자가 바로 디자인이다. _「디자인은 ‘상자’다」, 23-24쪽 상자 속에는 사물도 담지만 생각도 담을 수 있다. 하나의 결과물을 완성하기 위해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게 마련이다. 무심히 떠오른 생각들이 사방으로 튀어오르다 한순간 그것들이 하나로 모아질 때가 있다. 바로 새로운 생각이 꿈틀대는 순간, 디자인의 결정체가 등장하는 순간이다. 디자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관념의 상자는 서로 다른 영역의 생각을 한곳에 모은다. 우리 삶과 세계를 이루는 근본적인 것들, 사소하고 빤한 생각들이 이리저리 모습을 바꾸며 결합한다. 흥미로운 것은 (뭔가를 담고 모으는) 상자 자체가 디자인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그것은 즉흥적 발상을 통해 의미를 발견하는 상자, 긍정이라는 불빛을 통해 꿈을 꾸고 문제를 해결하는 상자, 옳고 그름을 따지는 데 힘을 빼기보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게 하는 상자다. 결국 디자인이란 나의 이야기이면서 모두의 이야기가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을 빚는 일인 것이다. 이러한 상자를 갖기 위해 필요한 것은 비싸고 무거운 것이 아니다. 연필과 종이 한 장만 있으면 된다. 저자는 종이 위에서 자유롭게 노는 방식으로 누구나 직관주의자가 될 수 있다고, 우리 안에 잠재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종이 위의 직관주의자』는 디자인의 본질과 일상을 새롭게 하는 창의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공감과 교감이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가치임을 깨닫고,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건드리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아름다운 힘의 원리를 궁구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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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가슴과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관찰하는 사람. 진중하고 다정한 태도로 우리가 사는 세계를 묘사하는 사람. 우리가 처음 만난 20년 전에도 그랬다. 그는 언제나 호기심으로 가득했고, 지금도 다르지 않다. 『종이 위의 직관주의자』는 땅처럼 단단하고 바람처럼 기민하며 바다처럼 포용하는 사유들이 일렁이는 책이다. 아, 그를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 이광호 (디자이너, 작가, 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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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 뛰어난 디자이너의 감각과 생각을 담은 것이다. 쓰고 그리는 이야기의 중심에는 잘 연마된 인문학적 감수성이 있다. 그는 사물과 현상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한, 직접적이고 다양한 조언들을 아끼지 않는다. 벤치워머로 물러난 아이의 눈을 통해 적절한 거리두기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가 하면, 본업 자체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긴 시간 노력해온 그만이 할 수 있는 조언을 들려준다. -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대표, 〈월간 디자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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