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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말
- 다 때려치우고 그냥 우리 개 발 냄새나 맡고 싶어_이누아 - 달걀죽과 소고기죽_이정화 - 이 마음이 엄마 마음이라면_송산호 - 7월 24일생_엄서영 - 너와 함께라면 늘 5월이야_최영화 - 자매의 별_오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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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상처받았던 짐승이 다시금 인간에게 문을 여는 그 너그러움에 감동했다. ‘개들은 어쩌면 이렇게 용서를 잘할까.’ 식구라고 들여놓고는 키우다 버리고, 혼자 먹고 살려고 사냥했을 뿐인데 닭 잡아먹는다고 돌팔매질했을 인간들. 비록 자기를 구하려는 행동이었지만 소중한 새끼를 품은 몸에 칼을 대고 마취도 없이 수술을 견디면서 인간 세상이 얼마나 두려웠을지, 나로서는 상상도 안 된다. 그런데 이 개는 어떻게 처음 보는 인간인 나를 다시 자기 세상에 들일 수 있는 걸까. 동시에 다른 의문도 생겼다. ‘나는 그럴 수 있을까.’
---「다 때려치우고 그냥 우리 개 발 냄새나 맡고 싶어」중에서 그날 밤, 난 처음으로 녀석과 동침했다. 늘 엄마 옆에서 잠들던 녀석이 거실에서 혼자 낑낑거리며 자는 게 안쓰러워 용기를 내 본 것이다. 꼭, 친하지 않은 이성 친구와 억지로 한 방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 것처럼 불안과 긴장감이 몰려왔다. 작은 조명만을 켜둔 채 방을 어둡게 하고 내 침대 옆에 작은 자리를 만들어 주니 또 한 번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결심이라도 한 듯 배를 깔고 스르르 몸을 낮춰 누웠다. 그리고 이내 쌕쌕 소리를 내며 잠이 들었다. 그날 밤, 우린 꿈속에서 소고기죽과 육포를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달걀죽과 소고기죽」중에서 또다시 숨죽여 울고 있을 때, 내 가슴팍에 다가와 몸을 바짝 기대는 아이. 모찌였다.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엔 모찌가 있었다. 엄마가 나를 향해 비난 섞인 어조로 소리를 내지를 때, 내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 하고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을 때. 모찌는 엄마와 나 사이에 앉아 우리를 번갈아 바라봤다.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모찌의 눈망울을 잊지 못한다. 까맣고 커다란 눈동자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당혹스러움과 걱정이 잔뜩 고여 있었다. 모찌 앞에서 나는 바보 칠푼이 같은 언니였다. 만날 혼나고 잘못만 하는 바보 똥개 같은 언니. 그게 나였다. 그런 못난 언니를 모찌는 가만히, 한마디 말도 없이 언제나 위로해 주었다. 모찌가 없었다면 더 견디기 힘든 나날이었다. ---「이 마음이 엄마 마음이라면」중에서 나는 오랫동안 혼자 살면서 외로움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반려견의 외면하는 눈빛에 속이 상하다니, 태어나서 처음 겪는 황당하고 기막힌 심정이었다. 사람도 아닌 강아지에게 이런 취급을 받다니……. 내 인생에 이런 그림은 없었다. 혼자서도 씩씩하고 단단하게 세상을 잘 살아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반려라는 이름으로 내 옆자리를 차지한 강아지 한 마리가 나의 삶을 온통 지배하고 있었다. ---「7월 24일생」중에서 조심스럽게 비번을 누르고 숨죽여 현관을 들어서면서 아이 이름을 애타게 부르지만 보이질 않았다. 여전히 옷장 구석이나 박스가 잔뜩 쌓인 베란다 구석 자리에 얼굴을 파묻고 나오지를 않았다. 힘든 길 생활에서 해방되어 따뜻하고 시원한 집에서 편히 살게 해 주고 싶던 내 마음이 잘못된 걸까? 길에서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잘살고 있는 아이에게 내가 괜한 짓을 했나? 하는 자책감과 미안한 마음이 실타래처럼 얽혀서 오월이 곁에서 밤새 잠을 뒤척인 날도 참으로 많았다. ---「너와 함께라면 늘 5월이야」중에서 작고 하얀 강아지의 꼬리가 천천히 말려 올라간다. 밤사이 따끈하게 데워져 꼬순내가 폴폴 나는 그의 등에 천천히 손을 올린다. 몇 번 쓰다듬지도 않았는데 금세 혀를 날름거린다. 그만하고 가라는 표시다. “그러게, 누가 아침부터 예쁘래?” 살짝 뾰로통하게 답하며 아쉬운 손을 뗀다. 별이와 함께 시작하는 우리 집 아침 풍경이다. 날마다 반복해도 변함없이 행복하다. ---「자매의 별」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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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두가 내게서 등을 돌려도
나를 위로해 주는 존재, 반려동물 회사에서, 학교에서, 친구들이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부딪히고 깨지기도 합니다. 지치고 지쳐 누군가에게 기대어 울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때로는 믿었던 사람에게서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고, 세상에 내 편 하나 없다는 생각에 더욱 서글퍼지고 절망하기도 합니다. 세상 누구도 내게서 등을 돌렸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바로 그 순간에도 오직 나만을 바라보고 언제든 곁을 지켜주는 존재가 있습니다. 나에게 자신의 삶을 온전히 내맡긴, 그래서 오히려 그 어떤 순간에도 내 편을 들어주는 존재, 반려동물입니다. 반려동물이 우리에게 모든 것을 내맡긴 것처럼 우리는 반려동물의 ‘모든 것’이 되어줄 수 있을까? 어느 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부드럽고 폭신한 털을 쓰다듬어 봅니다. 반려동물의 따듯한 체온이 손바닥으로 전해집니다. 동그란 발바닥의 말랑한 질감을 느끼며 ‘꼬순내’를 맡습니다. 때로는 사고를 치기도 해 화가 났다가도 반려동물이 발라당 드러누워 배라도 보여주거나 조그만 머리로 손등을 비벼주면 반려인은 끝내 참지 못하고 배시시 웃게 됩니다. 함께 생을 살아간다는 이유만으로 반려인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는 반려동물. 반려인이 어떤 사람이든 묵묵히 곁에서 지지해 줍니다. 이처럼 반려동물이 주는 위로가 큰 힘이 되기 때문일까요?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이 무려 1,500만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반려동물과 반려인이 늘어날수록 반려동물 입양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어떤 관계든 시작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처럼,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에도 생각지 못한 어려움이 있게 마련이지요. 반려동물은 반려인에게 ‘모든 것’을 내맡기는 존재입니다. 그만큼 반려인에게는 큰 책임이 따르지만, 여전히 반려동물을 ‘애완동물’로 여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반려동물에게 ‘모든 것’이 되어주겠다는 책임감과 각오 없이 입양했다가 파양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우리가 반려인으로서 책임을 다할 때, 반려동물은 비로소 우리에게 온전히 자신을 내맡기고 마법 같은 하루하루를 선사합니다. 반려인이라면 또는 반려인이 되고 싶다면, 우리는 반려동물이 주는 위로나 사랑과 함께 서로의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도 알아야 합니다. 여섯 작가와 여섯 반려동물의 사연과 서로의 가족이 되어가는 기쁨 그리고 무게 『네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에는 각자 다른 반려동물을 각자 다른 사연과 이유로, 각자 다른 과정을 통해 만나고 함께 웃고 울고 다투다가 결국은 서로의 ‘반려’가 된 여섯 작가와 반려동물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키우던 가족에게 버림받고 야생을 떠돌며 온갖 고난을 겪다가 입양된 개 딩고, 개를 무서워하는 반려인이 있는 집에 살게 된 시츄 쭈띠, 소원한 모녀 사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맡은 몰티즈 모찌, 바쁜 반려인의 삶에 불쑥 끼어들어 지금은 일터에서도 반려인의 웃음이 되어주는 포메라니안 탄이, 폭우가 쏟아지던 날 구조되어 떠나간 가족의 빈자리를 채워준 치즈 고양이 오월이, 자주 놀러 가던 집에서 자연스럽게 살게 된 열두 살 몰티즈 별이. 가족이 되는 과정은 하나같이 순탄치 않았지만, 여섯 작가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도 기꺼이 그 고충을 감내하고 다시 ‘이 아이’와 가족이 되겠노라고 단언합니다. 힘든 것 이상으로 큰 위로를 ‘우리 아이’에게서 받고 있노라고 말이지요. 여섯 작가는 오늘도 자신의 반려동물을 끌어안고 그 보드라운 털에 얼굴을 묻으며 말합니다. “너 없었으면 진짜 어쩔 뻔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