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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편지들
2. 난기류
3. 청년의 머리, 노인의 몸
4. 그림 밟기
5. 나르시스
6. 종소리
7. 변신
8. 조우
9. 말 더듬는 입
10. 봄의 제전
11. 웃음

저자 소개 1

201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폭발」이 당선되며 문단에 나왔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프랜시스 베이컨의 회화, 자코메티의 조각, 바흐와 베토벤과 말러와 스트라빈스키와 쇼스타코비치의 음악, 그리고 카프카의 글에 영향받았다. 단편집 『익살스러운 심장』(2022)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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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18쪽 | 140*210*20mm
ISBN13
9791139215014

책 속으로

한 달여에 걸쳐 열 통가량의 편지를 받았다. 이삼일의 간격을 두고 편지들은 한 통씩 한 통씩 배달되었다. 내 이름이 타이핑되어 있었으나 보낸 사람은 없었다. 열어 보았을 때 그저 백지가 들었음을 확인하고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백지 편지가 거듭되면서 묘한 두려움과 불안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아들일까. 하지만 내가 아는 한 적어도 지금의 그 아이는 반복되는 침묵 앞에 나를 세워 일말의 회한이라도 느끼게 할 만큼 부지런한 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면, 누구일까. 누가, 나에게 이토록 할 말이 많은 것일까.
--- p.9

어쩌다가 나는 오직 아버지가 되어 버리고 만 것일까. 판사나 명예 따위를 대물림하려는 졸렬한 욕심은 도대체 언제부터 나라는 사람을 아버지로 바꿔 놓았을까. 아버지가 되고 나서 부린 욕심이라는 비겁한 거짓말을 정말이지 늘어놓고 싶지는 않다. 나는 나를 모르지 않으며, 내가 나의 본성을 이기려 해 본 적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나는 내가 아니라 한순간도 빠짐없이 아버지였고 판사였다.
--- p.24

이어폰을 귀에 꽂고 플레이 버튼을 찾아 눌렀다. 누르자마자, 귓속으로 미친 듯이 별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뭔지 모르는 관악기들이 쉴 새 없이 별을 뿜어냈다. 밤의 하늘이 요동을 치고 순식간에 마드리드가 사라졌다. 누워서 올려다보는 하늘이 조금도 무섭지가 않았다. 비행기에서 당장 끝장나 버릴 것만 같았던 어떤 일이 지금, 진정 끝장이 나 버린 것만 같았다. 끝장이 난 다음에, 내가 누워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무섭지 않았다.

--- p.212

출판사 리뷰

삶이 우연들 속에 내팽개쳐져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지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불안을 떠안으려는 의지는 세속적인 성과들을 소유하려는 욕망 앞에서 맨 먼저 좌절되고 만다. 그러나 우리는 드물게 그러한 의지가 도달한 최종 목적지, 불안한 투쟁이 끝내 성취해 낸 숭고한 인간성의 구현을 목격하게 되는데, 바로 예술에서다. 예술은 우연과 폭력과 불안과 의지가 삶의 비의이자 총체임을 내내 미학적으로 강변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 인간이 우연의 계기에 자신의 삶을 방치할 때, 예술 작품과 조우하며 폭력적인 시간 속으로 더 휘말려 들어가는 것은 단지 문학적 장치로서만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삶을 겪고 있는 것이며, 게다가 정당한 인간적 심급에서 미학적으로 진정 그것을 겪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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