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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신(疫神)의 내습(內襲) ·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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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우리에겐 다른 나라에 비견(比肩)할 만한 대하적(大河的) 이야기가 없다. 옛부터 전해 오는 신화, 전설, 민담은 많아도 학문의 뒤편에 숨겨져 있거나 단편적이고 편협하다. 오랫동안 그 안에 안주할 수 있는 신나고 즐거운 이야기가 없다. 어릴 때부터 수없이 대해온 외국의 동화들도 너무나 반복해 읽혀져서 식상하다. 또한 우리의 정서가 아니므로 피 속에 깊이 스며들지 못한다. 수천 년 동안 조상이 남긴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 우리의 성정(性情)에 맞는 웅장하고 장쾌한 재미있는 글이 없다. 항해술이 미흡하고 불편했을 그 옛날, 험난한 바다를 헤치고 인도까지 갔을때, 얼마나 많은 위험과 고난을 겪었을 것이며, 처음 보는 이국 문물에 또 얼마나 큰 놀라움과 경이감을 맛보았겠는가. 이러한 상상은 혜초스님의 기행문 왕오천축국전을 글의 골격으로 삼았으며, 언제까지나 이야기를 끼워 넣고 전개시킬 수 있는 구성법으로 피카레스크식 방법을 택했다. 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서정시 공무도하가와 그 당시 유행하였던 향가 등 노래와 그에 얽힌 설화를 접목시켜 주된 살붙임을 하였다. 현존 향가의 최고(最古)이며, 백제 무왕의 어린 시절을 재미있는 노래로 만든 서동요로부터 시작하여 최후의 것인 처용가까지를 한 시대로 묶는 동시 구성법도 사용하였다. 그리하여 선화공주는 그 본래의 임무 외에도 원왕생가의 광덕의 처, 헌화가의 수로 부인 역할까지 담당하게 했다. 스님의 제자인 죽지랑과 기파랑도 향가 모죽지랑가와 찬기파랑가의 주인공에서 선정하여 소년 화랑의 기개를 드높여 보려 하였다. 서동은 설화 속에 지룡(池龍)의 아들로 나타나 있으나 남해용왕자(南海龍王子)로 꾸며 이 소설의 실제 주인공으로 삼았다. 또한 거의 같은 시대에 인도를 답파했을 당나라 현장법사, 그리하여 가공의 인물들이기는 하나, 그의 제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만나 한바탕 결전을 벌이는 혜초스님의 제자들 이야기는 구성상으로 보아 우연이라기보다 흥미를 자아내기 위해 엮어진 필연적 귀결로 생각된다. 지금과 같은 첨단 과학 시대에 무슨 터무니없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가를 묻는다면 할 말은 없겠다. 그러나 인간의 내면에는 향수가 깃들어 있으며, 이것은 과학이 발달할수록 더욱 짙게 그리움으로 남는 것이다. 인간이 가지는 꿈은 그것이 비록 공상이나 망상이라 할지라도 이루어지길 바라며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문학이 어떤 교훈을 얻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며, 즐거움 그 자체에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이 소설 공무도하가가 입시공부에 인생을 걸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앞으로 치달아야 하는 요즈음 학생들과 젊은이들에게 인간 본래 삶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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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로에 비친 삶의 숨결 ―
여로의 길에 따라 〈처용가〉나 〈서동요〉와 같은 향가 또는 고려 속요나 〈삼국유사〉에 수록되어 있는 설화들을 만나면서 그 삶의 현장과 의미를 도출하며, 면면히 흐르고 있는 민족의 혼과 삶에 어린 정을 그려, 학생은 물론 일반 독자에게 옛을 알고 그 뿌리에 기반을 두어 오늘을 이해하는 길잡이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 구인환 (서울대교수, 한국현대소설연구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