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 이소룡 세대에 바친다
이소룡 세대에 바친다 영화관에서 시간 죽이기? 보리쌀로 세운 시네마 천국 중국영화에 대한 단상 - <붉은 수수밭>을 거닐며 비디오 문화와 엿보기 중독증 -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 무협영화는 왜 보는가 - 서극의 <황비홍 3> 피스톤 신화의 세계 - 영화 <경마장 가는 길>에 관하여 겉멋, 그리고 낙후된 감각과 의식 - '90 대종상 최우수 · 우수 작품상을 보고 2. 길 위에서 말하다 길 위에서 말하다 노스탤지어 드라마, 혹은 심은하 읽기 최진실, 우리들의 눈높이 스타 숭늉 같은 여자, 콜라 같은 여자 디즈니랜드와 신세대 압구정동에 관한 세 개의 글 70년대, 라디오의 나날 - 존 덴버를 추억함 재즈의 유행,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케니 G 듣기 강수지, 그리고 몇 가지 흩어진 생각들 뉴 키즈에 열광한다고? 아니다, 그렇지 않다 이 시대의 가수들, 일회용 베짱이 운명 대중성, 그리고 대중과의 거리두기 - 신해철, 넥스트, 새로운 노래에의 열망 3. 겨우 존재하는 추억들 첫사랑, 그 시효 지난 지옥의 아름다움 겨우 존재하는 추억들 그대를, 그대로 두겠습니다 내가 그녀에 관하여 알고 있는 몇 가지 - 허수경이 가는 <바다탄광> 진이정, 엘 살롱 드 멕시코를 위하여 죽음의 공포, 그 우울함의 극복을 위한 시쓰기 - 함민복 시집 <우울씨의 일일> 단편들 |
|
이제, 그날의 구체적인, 너무나도 구체적인 마음의 떨림들은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다만 그 떨림의 이미지만 내 기억의 망막에 맺혀 있을 뿐. 돌이켜보면 첫 마음이 일으킨 고통의 불바다로부터 나를 구해준 유일한 이는, 세월이었다. 흘러간 세월의 두께가 지니는 권위에 기대어, 지금 이 순간 담담하게 말할 수 있다. 그 고통의 불바다가 첫사랑이었노라고. 그리하여 마음의 불씨가 완전하게 꺼져버린 시효 지난 지옥을, 나는 여유로운 눈길로 뒤돌아본다.
헌데, 이상한 일이다. 그토록 고통으로 들끓던 마음의 지옥이 어느덧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뀌어져 있다니. 그 아름다운 지옥의 영토 위에 세워진 추억의 나라. 그곳엔 여전히 내 첫 마음의 그녀가 살고 있다. 갈색 머리를 흩날리며, '들길 따라서'를 나지막이 흥얼거리며. 그러나 현실 속의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녀를 오직 추억 속에서만 사랑한다. 말하자면, 마음의 이전투구가 소멸해버린 바로 그곳에서. 하나의 '풍경으로 정지된 그녀'만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가슴 떨림도, 기다림의 절망도, 이별의 아픔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랑. 이미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 발버둥치던 그 시절에도, 나는 그러한 사랑을 예감하고 있었다. 봄비. 사월의 초록빛 캠퍼스. 초록빛 우산을 받쳐든 그녀. 그리고...... 먼발치에서 그녀를 넋잃고 바라보며, 비에 젖는 내가 있다. 오래된 사진첩을 뒤적이듯, 희미해져버린 14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본다. 그녀의 우산 속으로 뛰어들고 싶어하는 내 얼굴이 빠르게 스쳐간다. 한참을 머뭇거리다 이내 돌아서는, 그러다 다시 뒤돌아보는 내 모습이 마치 정지화면처럼 떠오른다. 난 아예 그녀가 받쳐든 우산의 초록빛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그 초록빛이 순식간에 내 마음을 물들인다. 그녀의 우산에서 흘러나온 초록빛이, 일순 캠퍼스 잔디밭 전체를 깨어나게 한다. (pp. 200-201) --- 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