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숄더백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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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마음의 틈을 사춤 치는 산말의 맛 1부. 지친 마음을 쓰다듬는 낱말 전성기를 지난 내가 초라한 순간 판단에 지치는 순간 우는 법이 떠오르지 않는 순간 건강을 잃었다고 느끼는 순간 적절한 사람이 되고 싶은 순간 마음이 나약하게 느껴지는 순간 행복이 실감 나지 않는 순간 흐트러짐이 필요한 순간 하룻밤이 영원 같은 순간 2부. 나아갈 길을 열어주는 낱말 일머리가 아쉬운 순간 진로 고민을 다시 마주한 순간 생활에 가벼움이 필요한 순간 작은 선택이 망설여지는 순간 생각의 틀을 바꾸고 싶은 순간 자극적인 즐거움에 목마른 순간 되풀이되는 일상이 지루한 순간 나를 용서하기 어려운 순간 내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순간 3부.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낱말 가까운 사람을 견디기 어려운 순간 관계의 거리를 깨닫는 순간 흐려지는 추억이 아쉬운 순간 가짜 관심을 직시하는 순간 사회적 가면이 무거운 순간 대화가 숙제 같은 순간 미움을 버리고 싶은 순간 세상이 차갑게 느껴지는 순간 자기 사랑이 어려운 순간 부록 낱말 모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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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한 당신을 위한 낱말 처방
“밖에는 찬 바람이 불겠지만 너는 안전하다고” 민바람 작가는 깊어가는 우울증과 공황 증세로 대학가를 떠나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홉 살에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지만, 그 일을 하게 된 건 30대 후반에 이르러서다.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기 쉽지 않았지만 막상 일을 그만두니 왜 진작 그만두지 않았는지 못내 아쉬웠다. 등단 시기가 이른 작가의 시집을 보면 힘이 빠졌고 동년배 작가의 것에는 일말의 희망과 조바심이 동시에 생겼다. 점차 그런 자신을 “지질하게 느꼈다.” 그러면서 “삶의 속도를 남들과 견주는 게 과연 맞는 일일까. 내가 늦지 않았다는 증거를 꼭 바깥에서 찾아야 할까” 반문했다. 결국 “나대로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다가오는 경험을 맞닥뜨리며 살아가는 것.” 그것은 누구에게나 최선의 일일 것이다. “자전거는 나아가면서 균형을 잡듯”, 스스로 중심을 잡고 페달을 밟는다면 주위의 풍경은 지나가는 것일 뿐. 나를 둘러싼 것들에 휘둘리지 않고 온전히 자신이 되는 기술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적절한 사람이 되겠다고. 종종 흔들리기는 하겠지만 나의 뿌리까지 흔들리지는 않겠다고. 그럼에도 일상의 틈새에 후회라는 감정이 스밀 때는, 내가 선택한 일이라면 그 자체로 자신의 삶을 ‘감장하기(제 힘으로 처리하는 일)’ 위해 최선을 다한 것임을 잊지 않기를 당부한다. “분투해온 나, 사람들도 나 자신도 다치지 않게 하려 고민하는 나,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소박한 생활에 만족하는 나, 내면의 잠재력을 조금씩 꺼내보려 노력하는 나를 온전히 이해”할 때 비로소 “자기 사랑”도 가능하지 않을까. “자기 사랑은 높은 산을 오르는 일이 아니라 가랑비에 젖어가는 일이다. 전에는 일희일비하는 자신을 책망했지만 어느새 가만히 지켜볼 수 있게 됐다. 조금씩 나아가 결국은 평온에 이르리라는 걸 안다. 누군가의 눈에 빛나지 않아도 나에게만은 내가 ‘빛저운(떳떳하여 부끄러움이 없다)’ 사람이길 바란다.” 고소하고 쌉싸름한 인생의 말맛 “자신이 가진 언어만큼 세상을 볼 수 있으므로” 민바람 작가는 부정적인 감정이 휘몰아칠 때마다 아름다운 산말(실감 나도록 꼭 알맞게 표현한 말)을 꺼내 글자 위에 기우다 보면 요동치던 마음이 제자리를 찾았다고 말한다. “낱말 하나하나가 마음에 잠재워온 것들을 꺼내놓도록 조용하고 격렬하게 나를 북돋웠다”라고.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고 하지만, ‘말갈망’이라는 단어를 슬쩍 꺼내 다시 한번 용기를 내본다. ‘자기가 한 말의 뒷수습’을 뜻하는 이 단어에서, 타인과의 소통이 언제나 완벽할 수 없지만 불완전한 자신의 말을 인정하고 용기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후천적 습관이 선천적 성격처럼 되어가는 것’을 이르는 ‘든버릇난버릇’이라는 말을 통해서는 삶을 원하는 대로 움직일 힘이 자신에게 있다는 진실을 발견하기도 하고, ‘이불활개’라는 말 속에서 ‘이불 킥’도 하지만 ‘남몰래 젠체하는 호기’도 부려볼 수 있기를 바란다. ‘오랫동안 깨닫지 못하던 것을 어떤 실마리로 깨닫게 된다’라는 뜻의 ‘깨단하다’라는 말 앞에서는, 깨단하는 일에는 실패와 아픔이라는 실마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되짚어본다. 우리는 불완전하고 어리석은 인간이니까. 그리고 실수를 반복하며 깨닫는 것들을 “저금하듯 쌓아 저큼하는(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힘이 되었다”고 말한다. 조금이나마 나은 사람이 되게 도와주었다고. 인생의 찬란한 순간이 이미 지나간 게 아닐까 서글플 때는 ‘가을부채’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철 지나 쓸모없어진 물건’을 ‘가을부채’라 하지만, 내 인생이 지금 가을쯤 왔다고 해도 그럼 또 어떤가. “여름에는 가을이 오지 않을 것처럼 뜨겁게 살고 가을에는 또 그 가을만이 전부인 것처럼 산다면. 현재에 흠뻑 젖어 살 수 있다면 언제나 지금이 전성기”가 아니냐고. 익숙하고 가까운 사물도, 관계도, 내 마음조차도 새롭게 볼 줄 아는 눈을 가질 수 있다면,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재의 불행 틈에 조각조각 끼어 있는 행복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조각들이 모이면 누구나 자신의 계절을 ‘화양연화’처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순간 만족스럽고 눈부셨다는 뜻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가치를 알고 있었다는 뜻”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