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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공기
최순결 장편소설
최순결
201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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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저자 : 최순결
90년대에 대학에 입학하여, 청춘의 시기를 겪었다. 생에서 가장 빛났던 시기를 스무 살 때라 여기고 있지만, 가장 미숙했던 시기 역시 스무 살 때라 여기고 있다. 햇빛을 좋아하고, 여름 밤바람을 흠모하고, 신선한 공기를 가치 있게 여긴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3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00g | 140*210*30mm
ISBN13
9788901163123

책 속으로

나는 어쩌면 진아와 긴 사랑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빵을 다 먹고, 커피를 다 마시고, 창을 닫고, 상 위에 올려진 열쇠로 문을 잠그고 열쇠를 우편함에 넣었다. 진아의 집을 나와서 뒤돌아보았다. 붉은 벽돌로 지은 3층짜리 연립주택이 나무 사이로 서 있었다. 음악도 없었고, 커피도 없었고, 바람도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문장만은 계속 마음에 남아 있었다.
“다음에는 내가 너희 동네로 갈게.”
물론, 나는 혼자 살고 있다. 그 사실을 나는 스스로에게 상기시켜주었다. (41쪽)

입속에서는 상큼한 기타 음들이 춤추듯 향긋한 기분이 감돌았고, 효정의 눈동자는 이슬에 흠뻑 젖은 듯이 촉촉이 빛났다. 효정의 눈망울은 갑자기 훌쩍 성장한 것처럼 커져버려, 가만히 보고 있자니 그 속의 내가 보일 지경이었다. 효정의 눈동자 속에 비친 나는 소박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눈동자의 주인인 효정 역시 아늑한 미소를 지었다. 그 웃음은 너무나도 편안하고 조용한 느낌이 들어, 나는 그만 효정에게 포근하게 감싸 안기고 싶어졌다. 창가에서 조촐하게 쏟아지는 햇살은 웃음기가 남아 있는 효정의 얼굴을 소담스레 비추고 있었다. 나는 그때 효정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만 성인인 남자가 대부분 그렇듯 나 역시 잘 알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도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아지지 않는다는 걸. (106-107쪽)

편지지엔 단 한 문장만 쓰여 있었다. 앞뒤로 다시 살펴보았지만, 아무리 봐도 한 문장뿐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란 사람을 온전히 주고 싶은 사람에게 마음껏 주게 해줘서 고마웠어요.
당황스러웠다. 연경의 입장에선 할 말이 무척 많을 것 같았는데 막상 이렇게 한 줄만 적힌 편지를 받으니 어쩔 줄 몰랐다. 나는 벤치에 앉아서 오랫동안 그 문장을 바라보았다. 한 문장이다. 연경은 하고픈 많은 말들을 버리고 버린 후 이 문장만을 택한 것이다. 나를 미워할 수도, 외면할 수도, 저주할 수도 있었지만, 여러 감정 중 고마움 단 하나만을 전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자 나는 몹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느덧 캠퍼스엔 싸늘한 저녁 공기가 감돌았다. (250쪽)

---본문

출판사 리뷰

▣ 필명소설을 내며

많은 문학 작가들이 어떤 출판사에서 책을 내느냐에 굉장히 예민하게 생각하고 있고 아무리 책을 잘 만드는 출판사라고 해도 대형 문학 전문 출판사가 아니면 책을 내기를 꺼려합니다. 우리는 많은 작가들이 얼마나 그러한 위상과 체면에 통제 당할 수밖에 없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곳들에서 책을 내지 않으면 메이저 작가로서 대접을 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름지기 소설가에게는 타의에 인한 경계 없이 금기 없이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을 쓰는 것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며 그럴 때 비로소 행복을 느낄 것입니다. 이제까지 쌓아온 이미지를 벗고 파격을 시도해보는 것은 문단에 매여 있는 작가가 쉽게 할 수 없는 글쓰기이입니다. 하여 우리는 ‘순수 문단’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는 없으나 문학적 위상과 외부적 인식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자유로운 창작의 기회를 부여하고자 했다. 본명을 감추고 필명으로 활동함으로써 지금까지의 활동을 존중하되 새로운 방식의 글쓰기를 독려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바람에서 『4월의 공기』는 기획되었습니다. 여러 이유로 자신의 본명을 걸고 발표하지 못한, 발표하지 않은 한 작가의 소설이 최순결이라는 이름을 통해 세상에 나왔습니다. 가명이라는 장치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금기의 선을 넘어가 보고자 하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이름을 내려놓는 순간 자유로운 글쓰기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문학임프린트 곰은 작가 최순결의 본명이 무엇인지 공개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작가의 이름에 기대지 않은 채 오로지 한 편의 소설로서 『4월의 공기』를 판단해주시기 바랍니다.

추천평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주인공인 위근석에게 흠뻑 빠져들었다. 철저히 동화되었다고 해 도 과언이 아니다. 책장을 펼쳤을 때, 내 안에는 나와 동갑내기인 이 주인공에 대한 호 기심이 꿈틀거렸다. 내가 통과했던 스무 살 시절, 흘렸던 맥주와 눈물, 노래로 지새웠던 수많은 밤들이 이 소설 안에 있었다. 주인공이 나와 같은 인물일 리 없다. 그럴 수도 없 다. 그만큼 그는 독특한 색의 매력을 뿜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나 느꼈을 법한 세상의 칼날에 깎여간다. 나는 그 상처의 미학을 느끼고야 말았다. 그나저나, 대체 이 희대의 작가 최순결은 누구인가.
한경록 (뮤지션, 크라잉넛)
책을 읽다가 지구가 멸망해도 이 책은 들고 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항간에는 움베르토 에코가 이 책을 쇼핑바구니에 넣었다고 했다. 제임스 밀러가 로키산맥을 등반하다가 이 책을 두고 온 이유로 혼자서 다시 베이스캠프로 하산했다고 한다. 윌리엄 포크너가 파리 의 카페에서 샌드위치를 우적우적 먹으며 이 책을 읽고 있었다고 한다. 이야기가 전달해 나르는 능청스러움과 예리함이 이 ‘세속 청춘소설’에는 깡깡하게 숨어 있다. 작가가 시대 를 환기하는 방식의 독특한 유머와 통찰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몇 번씩 자괴와 감동으 로 나자빠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 세계는 똥통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최순결의 소 설 한 권 옆구리에 꼭 끼고 있으면 복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복 받으려면 이 책을 읽자.
김경주(시인, 극 작가)

리뷰/한줄평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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