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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1. 유리 진 7
2. 올빼미 도둑 48
3. 밀랍 소년 56
4. 플라스틱 피플 77

2부

1.지옥의 곁 111
2. 빛이 가득한 아침 134
3. 아무르 강으로 146
4. 슬픔을 낚을 때 160
5. 팔월의 날들 186
6. 달빛이 가득한 밤 203

3부

1. 검은 유리 219
2. 혈통 231
3. 간신히 매달려 있는 239
4. 막다른 골목 262

작가의 말 278

저자 소개 1

강원도 강릉 출생.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바다의 벽」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2005년 「길은 생선 내장처럼 구불거린다」로 작가세계 신인상, 2012년 장편소설 「프린세스 바리」로 제2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했다. 2015년 경장편소설 『연애독본』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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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00g | 135*205*17mm
ISBN13
9791187229797

책 속으로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는 것이 우리 혈통이야.”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는 혈통. 이 말은 자작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달을 향해 날아가는 까마귀, 달의 둥근 원형 안에 쏙 들어간 까마귀를 발견하는 것만큼이나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필례 할머니가 살았던 때니깐 여덟 살의 두근거림이었다. 지금의 나는 운명적 사랑도, 달을 향해 날아가는 까마귀도, 블랙 머리카락에 대한 집착도 다 지긋지긋했다. 지금 할머니가 살아계셨더라면 난 이렇게 대답했을 거다.
“피레나, 우린 마녀 혈통이야.”
--- p.8

“너한테서 노랑내가 나.”
급식 시간에 곁에 앉았던 아이가 식판을 들고 일어나 자리를 옮겼다. 한 아이의 목소리는 곧 스물일곱 명의 목소리가 되어 스물일곱 명이 똑같이 나한테서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훈김이 나는 식당 냄새를 나도 견딜 수 없었다. 나에게서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 내 짝꿍과 아이들에게서도 냄새가 났다. 쉬어 빠진 김치 냄새 같고 수니 할머니가 비닐하우스에 사용하기 위해 모아두는 거름 냄새 같기도 했다. 너희들한테도 거름 냄새가 나,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스물일곱 명을 상대할 기력이 없었다. 무리 지어 나를 돌연변이, 변종으로 만드는 것이 그들의 규칙이었다.
--- p.29

처음부터 본색을 드러내지 않는다. 처음에는 천사의 모습으로, 약간의 이색적인 아름다움으로 타인의 영혼을 불안하게 흔든다. 흔들리는 불안한 영혼이 마침내 제 손아귀에 잡힌 것을 확인했을 때 가면을 벗어던진다. 쇳내 나는 손으로 타인의 가슴을 휘저어 살아 펄펄 끓고 꿈틀대는 심장을 꺼낸다. 찬물에 솩, 식어버리는 쇠의 심장을 가진 그녀는 펄떡거리다 검게 타들어 가는 심장 따위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녀는 새로운, 자신의 심장을 달군 쇠처럼 만들어줄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선다. 더 강력하게 혹독하게 상대를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채.
--- p.57

그는 모자를 벗어 쌓인 눈을 털고 뱃전에 서 있는 필례에게 손전등을 줬다. 손전등을 받은 필례는 창고 문을 열었다. 해풍으로 삭은 생선 대가리처럼 뾰족한 얼굴에 새카맣게 눈빛이 번들거리는 수니를 일으켜 세웠다. 팔다리가 가시처럼 마르고 배만 불룩 나온 수니는 지옥에서 걸어 나오듯 첫발을 디디다 그 자리에 꼬꾸라졌다. 암흑 속에 익었던 눈은 손전등 빛이 비치는 시커먼 바닷물을 보자 급작스럽게 안압이 올라 눈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유리, 유리 보리소비치 스미르노프”
빛과 언어를 잃었던 자가 죽음 같은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무의식중에 내뱉는 것처럼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필례는 수니의 뺨을 때렸다.
“살자, 살아보자.”

--- p.117

출판사 리뷰

“나를 짓밟을 수 있으면 짓밟아 봐라.
망설이고 있다가는 내가 짓밟을 거야.”

유리 진, 새로운 운명에 마주하다.


‘나’, 유리 진이 사는 그곳을 사람들은 ‘기도원’이라 불렀다. ‘나’ 유리 진은 두 노인 ”필례“, ”수니“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도시와 멀리 떨어진 산속, 그곳에서 유리 진은 할머니들에게 혈통의 운명에 관해 듣게 된다. 우리는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될 마녀의 혈통, 언젠가 운명적인 사랑이 찾아오게 된다는 것.

필례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나’는 낯선 여인을 만나게 된다. 흰 양산 아래에서 치렁치렁 흔들리는 여자의 블론드 머리카락, 핏줄이 도드라져 보이는 백색 피부, 투명하고 푸른 눈동자. 태어나서 처음 보는 ‘나’의 엄마인 ”라라“이다. 몇 년 동안 나를 보러 오지 않다가 갑작스레 찾아온 엄마에게서는 지독한 향수 냄새가 났다. 엄마는 나를 데리고 기도원을 나와 도시의 낯선 집으로 향한다. 기도원에서 살아갔던 때와 완전히 다른 삶. 처음 가보는 학교, 처음 와보는 도시, 엄마를 애인으로 부르는 공장주, 처음 하는 아르바이트,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낯선 눈길. 엄마는 ‘나’를 단순히 자신의 혈육이라 데려온 게 아니었다. 유리 진은 냉혹하리 만큼 차가운 현실의 운명과 마주하게 되는데...

필례, 살아남기 위해 배에 오르다.

1971년 12월 3일, 진눈깨비가 내리는 속초항에 배가 들어온다. 36개월만에 한국에 돌아온 배 안에는 선원들만 타고 있지 않았다. 몰래 배를 타고 있던 필례, 그리고 그녀의 딸 수니였다. 어떤 사정으로 인해 소련에서 목숨을 걸고 한국으로 넘어와야 했던 필례와 수니. 심지어 수니는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 채로 이 힘겨운 탈출극을 해야만 했다. 아무것도 없이 빈손으로 와서 소금내 나는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국으로 넘어온 모녀. 필례는 정신을 잃은 수니의 뺨을 때리며 말한다. ”살자, 살아보자.“ 다행스럽게도 배의 선장은 인정이 많은 남자였다. 필례와 수니는 선장의 도움으로 한국에 정착하게 된다. 그러나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게 되는 ‘마녀의 혈통’은 이곳에서조차 이들에게 비극적인 운명을 마주하게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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