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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 / 옥탑방 / 서울역 한 남자 / 검붉게 물든 / 기차 안에서 / 속삭임 / 해 진 후 / 어쩌다 책벌레 / 종이컵 / 잠 못 드는 / 하늘에게 / 홀로 피는 꽃 / 인간이 만든 것 / 악마 / 벌거숭이 백성들 / 새벽 걸음 / 꽃내음 / 비 옴 / 너의 손길 / 전기장판 / 하루 두 끼 / 문신 / 중고 서적 / 고향 / from:담배 / 커피믹스 / 한낮의 꿈 / 사르르 떨다 / 닭, 삶거나 튀겨지거나 / 모기 / 나비 / 범, 숨다 / 지렁이라는 미물에게 / 정릉천, 제일 대교 아래 / 어딜 가! / 너의 이름은 / 어디로 갔을까 / 길에서 / 매미 / 달팽이 / 용의 뿔 / 코뿔소의 뿔 / 그 이유만으로 / 황태, 바람에 묻히다 / 흩뿌리는 / 그림자-1 / 그림자-2 / 너의 이름 / 나 그리고 한 남자 / 無書 / 검은 강 / 시간 / 사랑이란 / 하얀 얼굴 / 플랫폼 위 / 그녀의 발걸음/ 이하 / 구미호 / 회색 인간 / 함박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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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문을
처음 연 순간 내딛는 첫 발걸음에 문득 다가온 오래된 낯섦 슬쩍 둘러보다 어색한 편안함에 누워도 보고 누군가는 서성거리다 잠깐 들려 설레다 흥분도 했을 것이고 곧 허무해지기도… 그렇게 하룻밤 지나면 그 낯선 곳을 떠나야 했던 마치, 우리 인생 같은 그곳 - 여관 하룻밤 잠시 머물다 가는 여관에서의 그 짧은 순간순간들을 엮어 우리 삶을 그대로 압축하거나 옥탑방에서의 추억, 극히 소박해야만 했던 하루 두 끼의 식사, 이 시집은 크게 일상, 동물, 나, 사랑, 기타 등으로 나뉘어 있는데, 첫 번째「일상」에서의 시들은 시인 자신의 지나온 삶의 여러 흔적이 짙게 베어져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 일상에서 가장 흔한 기호품인 커피믹스나 담배에 대해서도 시인만의 놓을 수 없는 현실 부정을 넘어 애잔함까지 짙게 묻어있다. 버려진 종이컵 하나 구겨져 비까지 맞고 있네 어디서 바람까지 불어 차마, 나와 같다고 말 못 하겠네 - 종이컵 한번 쓰고 버려진 종이컵에서 자신을 봤다는 시인에게서… 연민의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박북 작가의 지독한 자기 응시와 연민 저 그림자, 허공 속 내 모습처럼 적막해 어디서도 서성거렸던 내 그림자 스치듯 부는 바람에 흩어지고 해 지니 완전히 사라져 어둠 속 나 홀로 남아 이제 어디로‥ - 그림자-1 누구의 발걸음 소리인지 아무리 둘러봐도 없는데 발밑엔 뼈에 힘줄만 남은 잎사귀 하나 마른 바람에 바닥을 스치며 다시 떠나는데 나에게 전할 말이라도 있는지‥ 지나간 자리 그림자만 흩어져 - 해 진 후 늦가을 저녁 무렵 시인은 앙상한 모습으로 다가온 잎의 발소리를 들었을까? 오관을 갖춘 영물이라 머리에 붉은 관 쓰고 범과도 맞설 눈빛으로 귀신도 쫓는다네 쳐든 얼굴에 뻣뻣한 목으로 새벽을 깨우고 두 발에 창칼 있어 싸움도 물러서지 않아 이런 자가 누구에게 꼬리를 흔들며 배를 보이겠나 태어나 며칠이나 살았을까 - 닭, 삶거나 튀겨지거나 초점 없는 멍한 눈빛 눈 위의 칼은 보였을까 어느새 잘린 머리 혼자 떠도는데 아무 표정 없어 남은 몸뚱이는 배 갈러 암컷 자식들은 모조리 뜯기고 몸은 다시 몇 등분 이내‥ 맨 끝 꼬리만이 사르르 떨다 이제야 내려놓네 - 사르르 떨다 오직 인간의 식욕 대상인 여러 동물 중에 닭의 이런 모습과 아무 표정 없이 죽어야 하는 어류들, 시인에겐 너무도 남다른 존재인 것 같다. 끝으로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들, 아마도 그랬기에 이렇게 시로 남았으리라. 사랑하는 여인이 떠난다고 했을 때 차갑고 하얀 그 얼굴 너무도 아름다웠지요 돌아서는 뒷모습조차도 언젠가 그 남자를 보며 웃음 지을 때 나도 모르게 웃으며 돌아서야 했던 그 순간 이제야‥ - 하얀 얼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