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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을 복원하는 사람입니다
어느 문화재 복원가가 들려주는 유물의 말들
신은주
앤의서재 202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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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발견된 것들의 이야기

어느 보존과학자의 출근길_ 시간을 복원하는 사람들
보존처리 전 조사 1_ 당신을 보여주세요
보존처리 전 조사 2_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보존처리 전 사진 촬영_ 가장 ‘예쁘게’가 아닌 지금의 ‘나답게’
처리 계획_ 역사와 과학, 그 사이 어디쯤
성분 조사_ 나를 쉽게 안다고 하지 마세요
응급 보존처리_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흐르면 일어나는 일들
이물질 제거_ 남겨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
탈염 처리_ 존재를 위협하는 것들
건조 처리_ 유물도 다이어트가 필요해!
강화 처리_ 지금 더 단단해져야 하는 이유
접합_ 파편들의 제자리 찾기
복원_ 역사의 조각을 맞추는 일
가역성_ 잘못된 것을 되돌릴 수 있습니까?
보존관리_ 서서히 소멸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포장_ 다시 시작된 생을 응원하며
전시, 그리고 수장고_ 존재의 이유

2부 채 발견되지 않은 것들의 이야기

깨져야 알 수 있는 것들
우연의 역사
미래를 위해 남겨놓는 마음
빼앗긴, 잊힐 권리
보이지 않는 유산들의 들리지 않는 아우성
더하지도 빼지도 말라
〈청동거울〉에 비춰본 나
미완성이 남겨준 것들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들에서 시작된 이야기
물건들의 공동묘지가 아닌

에필로그.

저자 소개 1

문화재 관리학과를 진학하면서 역사 속에 담긴 우리 문화의 실체에 다가갔다. 역사에 대한 토론과 답사를 통해 문화재에 대한 시선과 생각의 폭을 넓혀나갔고, 졸업 후 박물관에서 보존 처리 업무를 담당하며 ‘문화재 보존과학’이라는 분야에 빠져들었다. 문화재에 담긴 삶과 정신을 과학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이야기를 풀어내려 이 책을 썼다. 나와 우리, 미래를 위한 삶을 그리는 일이 보존과학의 일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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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270g | 128*188*15mm
ISBN13
9791190710756

책 속으로

전시 기획자가 너른 전시장에서 관람객에게 유물이 품은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줄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보존과학자는 보안이 철저히 유지되는 연구동에서 유물이 유리 케이스 안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기까지 어떠한 시간을 지나왔는지, 아직 세상에 꺼내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를 복원하는 사람이다. 수백 년, 수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그들의 이야기는 연구동에서 보존과학자의 손길에 의해 오랜 침묵을 깨고 시작된다.
--- p.16

보존과학에서 이루어지는 분석은 비파괴 분석을 전제로 한다. 비파괴 분석은 멀리 돌아가는 방법이다. 시간도 더 오래 걸리고 과정도 지난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보존과학은 문화유산이 지닌 원형을 보존하며 조금씩 천천히 다가가 연구하는 방법을 지향한다. 보존과학은 단지 알아내기 위한 과학이 아니라, 지키기 위한 과학이기 때문이다.
--- p.58

국립경주박물관에 가면 눈을 사로잡는 유물이 있다.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봉수형 유리병〉이 그 주인공이다. 이색적인 색과 모양이 매력적인 이 유물은 성분 분석을 한 결과 5세기 전반 초원길을 통해 경주로 들어온 사산조페르시아 계통의 유리로 만들어진 것이 밝혀졌다. 180개의 조각으로 출토되어 1984년에 첫 보존처리를 진행했는데 당시 최대한 편을 맞추었지만 완벽하게 복원하지 못했고 결국 없는 부분은 에폭시수지로 복원했다고 한다. 2015년에 접착제 성능이 떨어져 새롭게 보존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당시 보존처리 담당자는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근무한 기간에 눈여겨봤던〈황남3326 유리편〉이 기억났다. 색이 너무 비슷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접합을 했는데 딱 들어맞았다. 1600년 만에 헤어져 있던 38개의 편들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 p.111~112

문화유산은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밝히는 매우 소중한 단서다. 원형을 있는 그대로 유지한 유물 못지않게 부서지고 금이 가 내부가 훤히 보이는 유물들 또한 기록되지 않은 역사의 틈을 메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완형인 유물로는 알 수 없는 제작기법 등을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당시의 문화와 기술 수준, 생활양식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물이 완전하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 p.164

미래에 전해줘야 할 유산은 어쩌면 물질적인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유물에 담긴 내용과 의미를 읽지 못하면, 박물관의 문화유산들은 재화적인 측면에서 본래의 용도를 상실하고 그저 전시품으로서의 기능만 유지하고 있는 ‘오래된 물건’일 뿐이다. 유물의 가치는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할 때 발현된다. 그래야 비로소 유물이 관통해 온 시간과 그것을 사용했던 사람들의 지혜와 경험이 보인다.
--- p.187

물건은 차치하더라도 여전히 사람의 뼈를 전시하는 것이 윤리적인 측면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다. 만약 유물의 MBTI가 E라면 세상의 시선을 즐길지도 모르지만 극강의 I라면 너무도 싫지 않을까. 그저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 편하게 쉬기를 원하는 존재가 화려한 조명들과 낯선 사람들의 시선을 견뎌가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먹먹해진다. 그들이 빼앗긴 잊힐 권리를, 적어도 전시를 관람하는 이들은 한번쯤 돌아보기를, 부디 인골 전시에 더 많은 고민이 이루어지기를, 더불어 그들을 애도하는 새로운 방식의 전시가 확산되기를 바라본다.

--- p.189~190

출판사 리뷰

발견된 유물들의 아직 발견되지 않은 이야기
유물이 당신을 만나기까지 일어나는 일들


책의 1부에는 발견된 유물을 옮겨와 복원하고, 전시 또는 수장고에 보관하기까지의 이야기를, 2부는 발견된 유물들의 아직 발견되지 못한 이야기와 역사와 유물에 작은 관심을 가진 누군가와 꼭 한번쯤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1부는 유물이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을 만나기까지 일어나는 일들, 즉 전시장 뒤 보존과학실에서의 이야기가 시간 순으로 펼쳐진다. 박물관으로 옮겨온 뒤 바로 실시하는 보존처리 전 조사부터 사진 촬영, 처리 계획 세우기, 성분 조사하기, 응급 보존처리, 이물질 제거, 탈염, 건조, 강화 처리, 접합, 복원, 포장, 전시, 수장고에 보관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로 담아내 박물관에서 온전해 보이는 유물의 모습만 보아온 독자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해소해 주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목재, 금속, 도자기 등 각기 다른 물성적 특징에 따른 보존처리 이야기, 과학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해온 보존과학, 때론 유물을 갉아먹고 때론 유물을 보호하는 아이러니한 ‘녹’ 이야기 등 문화재와 역사에 작은 관심을 갖고 있던 사람이라면 궁금해할 만한 문화재 이면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전시를 보러 가기 전에 이 책을 일독한다면 팸플릿의 소개 글만으로는 알기 힘든, 그 뒤에 숨은 이야기를 발견하는 기회를 포착하게 될 것이다.

모든 서사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들에서 시작된다
낡고 오래된 것들에서 발견한 존재의 이유


“유물에 담긴 내용과 의미를 읽지 못하면, 박물관의 문화유산들은 재화적인 측면에서 본래의 용도를 상실하고 그저 전시품으로서의 기능만 유지하고 있는 ‘오래된 물건’일 뿐이다. 유물의 가치는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할 때 발현된다. 그래야 비로소 유물이 관통해 온 시간과 그것을 사용했던 사람들의 지혜와 경험이 보인다.”
_본문 중에서

내가 애용하던 컵이, 혹은 언젠가 잃어버려 찾지 못한 액세서리가 수천 년 뒤 우연히 발견된다면 미래의 사람들은 내가 사용했던 물건에서 어떤 이야기를 발견할까. 기억에서 잊혀 소멸되던 물건이 수천 년 뒤 운명처럼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 그들은 유물이라는 이름으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 기능을 잃어버려 더 이상 쓸모없는 물건이어도 상관없다. 물건을 사용했던 옛사람의 흔적과 켜켜이 쌓인 시간 위로 위대한 서사가 각인됐기 때문이다.

유물이 새로운 존재의 의미를 부여받고 두 번째 생을 살기까지, 보존과학실에서 유물을 가장 먼저 마주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좇다 보면 모든 서사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들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니 그저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유일한 진리 앞에 마지막까지 존재하여 자신을 증명하는 것이 유물의 생이자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그렇게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들에, 오래되고 낡은 것들에,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에 다정한 시선이 스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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