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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곡의 가을
무욕, 무기력 운명의 도시, 히로시마 거리는 시체의 산더미 휴식의 수레 바람과 비 늦가을의 거문고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
大田洋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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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쟁은 일본이 참패를 했고, 그걸로 끝났지요? 어쨌든 전쟁은 얼마 전에 끝난 거죠. 그런데도 우리들은 전쟁 때문에 죽어 가는 거예요. 전쟁이 끝나도 아직 전쟁 때문에 지금 이렇게 죽어 가는 거죠. 그게 이상하단 말이에요. 2. 거기에는 오른쪽에도 왼쪽에도 길의 한가운데에도 사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사체는 모두 병원 쪽으로 머리를 향하고 있었고, 바로 눕거나 엎드려 있었다. 눈도 입도 부풀어 짓무르고, 사지도 부을 대로 부어서 흉측하고 큰 고무인형과도 같았다. 나는 눈물을 떨구며 그 사람들의 형상을 마음에 새겼다. “언니는 잘도 살펴보네요. 나는 멈춰 서서 시체를 보는 건 못 하겠어.” 여동생은 나를 힐책하는 듯했다. 나는 대답했다. “인간의 눈과 작가의 눈, 두 개의 눈으로 보고 있는 거야.” “쓸 수 있어요? 이런 거.” “언젠가는 쓰지 않으면 안 되지. 이걸 본 작가의 책임인걸.” 3. 어머니와 여동생은 노미지마에 가서 집 한 채에 살면서 자신의 밭에 뭔가 씨를 뿌릴 것이다. 그녀들의 생각대로 많은 열매를 맺었으면 좋겠다. 가을 풀의 씨앗은 그녀들의 손에 의해 따뜻하게 흙 옷을 덮었을 것임에 틀림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날 저녁, 나는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옮겼다. 나도 좋은 씨앗을 뿌리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다. 나는 어느 사이엔가 작가의 호흡을 되돌려 가고 있었다. 4. 원자폭탄을 정복하는 것도 이 세상의 누군가가 생각할 것이다. 원자폭탄을 이기는 것이 가능하다 해도, 전쟁을 할 수 있음에는 틀림없지만, 그것은 이미 전쟁이 아니다. 모든 것을 무로 돌리는 파괴다. 파괴되지 않으면 진보하지 않는 인류의 비극적 상황에 지금은 이미 혁명의 때가 도래했다. 파괴되지 않는 진보보다 평화로 향하는 길은 없다고 생각된다. 이번의 패배야말로 일본을 참된 평화로 이끌기 위한 것이 되기를 바란다. 내가 여러 고통 속에서도 한 권의 책을 쓰는 의미는 그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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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 이미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 《시체의 거리》. 제목의 ‘시체’는 1945년 8월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피해를 입고 사망 혹은 사망에 이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일컫는다. 이 소설은 고향 히로시마에서 원폭 피해를 입은 작가 오타 요코가 환난에 꺾이지 않고 작가 혼을 실어 한 자 한 자 눌러 쓴 역작이다. 원자폭탄 투하 직후인 1945년 8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작가 자신이 겪은 일을 가감 없이 모두 담았다. 원폭문학연구회 사무국의 나카노 가즈노리(中野和典) 후쿠오카대학(福岡大?) 교수는 이 소설에 대해 "혼란 속에서도 병고를 억누르며 메모를 했던 작가 혼이 특별하여 감동했다. 특히 후반부에 죽음에 위협당하면서도 살아 있는 자의 심리를 잘 그려 내고 있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피폭 이전에 이미 어느 정도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고 있던 오타 요코는 전쟁 후, 원폭과 관련 없는 작품을 쓰려고 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고 한다. 도시와 인간이 모두 무너져 내린 처참한 광경이 구체적 환영이 되어 작가의 머릿속에 맴돌며 다른 작품에 대한 영감을 모두 쫓아 버린 것이다. 《시체의 거리》는 이처럼 작가가 뇌리에서 지우려야 지워 낼 수 없었던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매우 구체적으로 기록한 다큐멘터리성 소설이다. 이는 원폭 소설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원폭 피해 당사자가 현지의 참상을 직접 낱낱이 서술한 것이라 더욱 가치가 높다. 오타 요코는 원폭의 피해를 입고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면서도, 이미 죽은 시체들로 가득 찬 시가지, 강가에 떠 있는 시체, 그것을 보고도 갈증 때문에 강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모습들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피해자였지만 동시에 작가였기에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끝끝내 글로 적어 내게 한 사명감이야말로 오타 요코를 다시 일으킨 힘이었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 외에도 히로시마시 전체의 상황을 신문 기사를 인용해 소상히 밝히고 있다. 피폭 이후 사상자의 숫자 등을 밝히는 신문 기사를 그대로 소설에 가져왔으며, 피폭 한 달 후에도 계속해서 사망자가 생기거나 아무 상처도 없던 사람이 갑자기 죽어 나가는 현상 등이 원자폭탄병에 의한 것임도 신문 기사를 인용해 드러냈다. 이렇게 작가는 개인의 사적 경험을 넘어 히로시마시 전역의 피해 양상, 원자폭탄병에 관한 현상과 전문 지식까지 이 소설에서 모두 다루어 냈다. 지식을만드는지식에서 선보이는 이번 책은 특히, 소설의 사실성을 더할 자료로 소설에 언급된 신문 자료를 8점 수록한 것 외에도 히로시마의 원폭 피해 지역 지도, 작가가 머무르던 지역의 하쿠시마구켄초 지도, 원폭 피해자의 모습으로 묘사된 요쓰야 괴담의 오이와(お岩)를 그린 우키요에를 함께 실어 독자들의 몰입감을 한층 더 끌어 올렸다. 오타 요코는 소설의 말미에 “내가 여러 고통 속에서도 한 권의 책을 쓰는 의미”는 “일본을 참된 평화로 이끌기 위한 것”라고 말한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위기가 다시금 고조되고 있는 지금, 이 책이 평화의 의미를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