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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승총을 가진 사나이
암행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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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종을 스물여덟 번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통행금지를 알리는 인정(人定)의 시작이었다. 그때 관 속에서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쿵쿵 소리가 들려왔다. 관 안에 누워 있는 자가 주먹으로 뚜껑을 치는 소리였다.
“새 하늘이 열린다! 새 세상이 당도한다! 소멸시켜라, 너의 육신을! 바쳐라, 너의 혼백을!” 놀란 아버지가 달려가 관을 두들겼다. “영서야! 무슨 일이냐!” “조용히 해! 이 미련한 작자야!” 정진인이 외치자 승려들이 장원중을 관에서 떼어 놓았다. 주먹으로 관뚜껑을 치는 소리는 계속되었다. 승려들은 관을 돌아보지 않고 절 주위의 나무숲만 바라보았다. 그러자 어둠 한가운데서 미세한 움직거림이 느껴졌다. 정진인이 눈을 크게 뜨더니 돌을 주워 나무 위로 던지자마자, 쿠쿵 하고 하늘을 찢는 뇌성이 울렸다. --- 「화승총을 가진 사나이」 중에서 “나는 아무것도 몰라. 나는 안경수가 아니야. 그리고 어사 당신은 스스로의 입으로 토린결이라고 했어.” “다 드러난 마당에 고집을 부리시니 마지막 방법을 써야겠군.” 윤상일이 품속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 거기서 나온 것은 검정색의 자그마한 환약이었다. “그게 뭐요?” “안경수가 그렇게나 갈구하던 것이지요.” 이응수에게도 대충 감이 왔다. 그러나 내색할 수는 없었다. “사또, 이게 바로 한 번 먹기만 하면 처녀 열 명을 상대할 수 있는 방중술의 약이오이다.” 윤상일이 환약 하나를 이응수의 술잔에 하나는 자신의 술잔에 넣었다. 잔 속에서 소용돌이 같은 거품이 일면서 신비로운 광채가 솟았다. 잠시 향을 맡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맑아졌다. “독을 탔을지도 모르니 제가 먼저 마시지요.” 윤상일이 술을 들이켰다. “오늘 밤 가장 예쁜 기생을 품어 보십시오. 이 약의 효험이 거짓인지 아닌지요. 아, 내 방에도 한 아이 보내 주시고요. 이 약이 마음에 드신다면 저는 안경수 대감께 30근쯤 구해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물론 그 전에 먼저 내 탈을 돌려받아야 하겠지만요.” --- 「암행어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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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승총을 가진 사나이』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조사관들은 수사를 계속하다 실종자들이 겪는 공통적인 경험을 발견했는데, 모두 금지된 예언서 《귀경잡록》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조사관들은 실종되기 전의 경험을 겪은 사람을 물색해 잠복했다. 그러던 중 어디선가 화승총을 가진 사나이가 나타났고, 그가 쏜 총에 맞은 사람이 갑자기 팟 하고 사라졌다. 조사관들은 도저히 인간이라고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도망치는 화승총 사나이를 잡을 수 없었다. 며칠 뒤 화승총 사나이는 자수를 하러 왔다며 포도청에 찾아와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이상한 소리를 해댔다. 화승총 사나이를 문초하려는데, 갑자기 전령이 뛰어와 걸어다니는 시체가 사람들을 습격한다는 소식을 전한다. 『암행어사』 ‘토린결’이라는 모임은 금지된 예언서 《귀경잡록》을 연구하는 비밀 사조직이다. 누군가는 외계문명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소명의식으로 토린결에 들어오기도 했지만, 더러는 책에 설명된 신비한 힘을 이용해 자기 욕심을 채우려는 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항상 탈을 쓰고 만났기에 모임을 만든 낙안거사 이외에는 다른 이를 아무도 알지 못했다. 어느 날 두 사람의 논쟁이 몸싸움으로 번져 엎치락뒤치락하던 당사자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분란이 시작돼 모임은 해체되고 말았다. 싸움을 일으킨 한 사람은 섭주 현령 이응수였는데, 싸울 때 상대의 탈을 빼앗아 왔다. 어느 날 섭주에 암행어사가 왔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이응수 앞에 나타난 암행어사는 토린결에서 싸움을 벌인 상대방이었다. 서로의 목숨줄을 쥐고 벌이는 둘만의 암투가 아무도 모르게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