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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지수의 풍경 --- 06
02. 지수의 연애 --- 22 03. 케냐의 선물 --- 40 04. 파? 파! --- 64 05. 열 걸음만 더 가자 --- 84 06. 코다 가족입니다 --- 102 작가의 말 & 셀프 포트레이트 --- 127 추천의 말 _ 이영숙 --- 131 별첨_ 이 글에 등장하는 수어 표현 안내 --- 1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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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 지 꼬박 삼 개월이 되던 어느 날, 준호는 지수에게 왜 통역사가 되고 싶은지 물었다. [지수, 수어, 배우다, 왜?] [농인, 돕다, 봉사, 원하다] 준호는 다시 질문했다. [그러면, 영어, 배우다, 왜?] [영어?, 여행, 원하다, 외국, 사람, 대화, 자유, 하다] [수어, 영어, 같다, 언어, 그런데, 수어, 돕다, 영어, 대화, 이상하다, 수어, 농인, 대화, 위해서, 배우다, 좋다] 준호의 말에 뒤통수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지수는 수어를 소통을 위한 평등한 도구가 아닌 시혜의 수단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농인을 알아 가고 싶은 사람으로 보지 않고, 도와줘야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던 자신이 우스웠다. 지금도 이렇게 준호에게 차를 얻어 마시고, 수어를 배우고 있으면서 말이다. --- p.27 서울로 올라온 지수는 고민에 빠졌다. 준호의 연락도 받지 않았다. 정리되지 않은 마음으로 준호를 만나는 게 부담스러웠다. 연락이 안 되자 준호는 지수를 찾아왔다. [무엇, 일?, 왜?] 지수는 망설였다. [우리, 만나다, 두렵다, 나, 수어, 초보, 할 수 있을까?, 괴롭다] 준호는 붉어진 눈시울로 지수의 손을 꽉 잡았다. 준호의 손은 따뜻했다. 준호는 걷자고 했다. 둘은 말없이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걱정, 필요 없다, 함께, 괜찮다] 준호는 지수에게 이 말을 건네고 돌아갔다. 다음 날도 준호는 지수를 찾아와 공원을 걷자고 했다. 텀블러에 따뜻한 모과차도 만들어 왔다. 둘은 오래도록 공원을 걸었다. --- p.37 지수는 준호의 어깨를 두드렸다 [강, 아름답다, 반짝반짝] 준호는 한강 쪽을 바라보는 것으로 답했다.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던 연우가 입을 열었다. “엄마, 아빠는 언제부터 귀가 아팠어?” “아빠?” 지수는 놀랐다. 지금까지 준호의 장애에 대해 소통을 시작한 것은 늘 지수였다. 그런데 지금 연우가 아빠에 대해 먼저 묻고 있는 것이다. “아빠가 태어나서 기어 다닐 때 열이 났었대. 높은 열이 며칠 동안 계속됐는데 그때 귀를 다친 것 같아. 그때는 할머니도 아빠 귀가 아픈지 몰랐대. 시간이 지나고 할머니가 ‘준호야’ 하고 불렀는데 아빠가 쳐다보지 않았대. 그래서 방바닥을 쿵쿵 쳤더니 그때는 보더래. 진동은 느끼는데 소리는 듣지 못하는 거야. 그래서 할머니가 아빠를 데리고 병원에 가셨대. 그때가 한 살도 되기 전이라고 하시더라.” --- p. 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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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핌이 시작한 장르 ‘동화에세이’
에세이를 쓰고, 그 이야기를 동화 형식으로 전환한 작품을 만듭니다. 사적인 시선의 에세이가 객관적 시선의 서사 장르로 변하는 순간입니다. 그 변화의 과정에서 주인공은 나와 주변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완성된 작품에선 이야기의 깊이가 달라지죠. 동화에세이는 누구나 마음속에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는 핌의 믿음으로 만들어지는 작품들입니다. ▣ Q&A 지수에게 물어보세요. Q1. 지수도 청각장애가 있나요? ☞ 아니요. 지수는 비장애인입니다. Q2. 지수가 제일 재밌어한 것은? ☞ 수어 Q3. 지수가 제일 좋아한 사람은? ☞ 농인 준호 Q4. 지수의 삶은 좀 힘들 것 같아요. ☞ 아니요. 평범해요. 그러나 좀 특별하죠. Q5. 지수가 겪은 고달픈 삶이 펼쳐지나요? ☞ 아니요. 지수의 삶은 누구보다 충만하고 행복하답니다. Q6. 지수는 왜 농인과 결혼했나요? ☞ 당신과 같아요. 사랑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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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 문법은 『지수』를 통해 아방가르드적으로 문학에 진입하였다.
농인의 사전적 의미는 ‘귀에 이상이 있어서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문화적 개념으로는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하는 방법이 다른 사람’이다. [소리, 있다]와 같은 표현의 낯섦을 수어에서 발견하는 기쁨을 수어 번역의 유창한 구어화 때문에 놓친다는 것은 문학적 손실이 되지 않을까. 수어가 품고 있는 미지를 담은 『지수』로 인해 2023년은 수어가 문학의 외연을 넓힌 사건 원년으로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중략) 우리는 저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거늘” 그 무엇이 “이리 좋아서 눈이 물렁해질 때까지 겨워” 하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 『지수』의 주인공들은 ‘그 무엇’을 겹게 살아냈고, 또한 현재도 살아내고 있다. 자아를 갱신해 나가는 성장통의 동화적 성찰이 [낯설다, 새롭다, 음, 좋다] - 이영숙 (시인·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