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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아직 죽지 않은 자들의 섬 · 9
옮긴이의 말 · 244

저자 소개 2

필리프 클로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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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ippe Claudel

현대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영화감독. 1962년 프랑스 로렌 지역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문학과 역사를 공부했고, 2012년부터 아카데미 공쿠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999년 첫 장편소설 《뫼즈강의 망각(Meuse l’oubli)》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낭시의 대학교와 교도소, 장애 아동 시설에서 교사로 일한 경험은 선과 악으로 가를 수 없는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그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03년 〈사소한 장치(Les petites mecaniques)〉로 단편소설 부문 공쿠르상을, 장편소설 《회색 영혼》으로 르노도상을 수상하며 ‘영혼까지 그려내는
현대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영화감독. 1962년 프랑스 로렌 지역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문학과 역사를 공부했고, 2012년부터 아카데미 공쿠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999년 첫 장편소설 《뫼즈강의 망각(Meuse l’oubli)》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낭시의 대학교와 교도소, 장애 아동 시설에서 교사로 일한 경험은 선과 악으로 가를 수 없는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그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03년 〈사소한 장치(Les petites mecaniques)〉로 단편소설 부문 공쿠르상을, 장편소설 《회색 영혼》으로 르노도상을 수상하며 ‘영혼까지 그려내는 작가’라는 극찬과 함께 20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며 세계적인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또한 2007년 《브로덱의 보고서》로 고등학생을 위한 공쿠르상과 퀘벡 서점 대상을, 2013년 《향기》로 장 자크 루소 문학상을 수상했다. 다른 작품으로 《무슈 린의 아기》 《아이들 없는 세상》 등을 집필했으며, 영화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차가운 장미〉 〈어린 시절(Une Enfance)〉등을 감독하기도 했다.

《아직 죽지 않은 자들의 섬》은 2018년 발표된 장편소설로, 가상의 화산섬 마을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통해 한 공동체가 당면한 비극을 그린다. 〈뉴 스테이츠먼〉 〈뉴 유러피언〉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에서 수학했으며, 현재 같은 대학원에 출강하며 통번역사로 지낸다. 옮긴 책으로 《가정교사들》 《사계절 이야기》 《희극과 격언 1, 2》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공역) 《페멘 선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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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352g | 130*200*15mm
ISBN13
9791167373991

책 속으로

당신은 사방에 거대한 진창이 흐르도록 내버려둔다. 증오는 당신의 양식이고, 무관심은 당신의 나침반이다. 잠의 피조물인 당신은 스스로 깨어 있다고 생각하는 때조차도 항상 잠들어 있다. 당신은 잠들어버린 시대의 산물이다. 당신의 들끓는 감정은 순식간에 허물을 벗고 나왔다가 이내 햇빛에 까맣게 타버리고 마는 나비처럼 일시적이다.
--- p.9

우리가 곧 탐험하게 될 섬은 인간의 피가 고동치며 만들어졌다. 쪽빛 바다에 떨어진, 세상의 끝처럼 존재하는 섬이다.
--- p.12

그것은 흑인 남자 셋의 시체였다.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단출한 차림에 맨발인 그들은 얼굴을 모래에 묻은 채 잠든 것처럼 보였다.
--- p.17

노파와 개는 시체 곁에 머물렀다. 마치 미술관에 걸린 그림 같았다. 교훈적이지만 어떤 교훈을 표현한 건지는 정확히 알 수 없는 그런 그림 말이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 젊은 흑인 남성 시체 세 구,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늙은 여인과 개 한 마리. 무언가를 말하려는 게 분명한 장면임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게 도대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 p.18

그가 오래전 원격으로 받았던 회계 교육은 인생이란 지상에서의 행복한 순간들과 씁쓸한 순간들의 합계에 지나지 않으며,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그 합계는 0이 되고 만다는 사실을 그에게 가르쳐주었다.
--- p.34

확실한 사실은 신부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은 자가 감쪽같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신부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을 때 모두가 아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사실 기이하고 과장된 것이었다.
--- p.35

하지만 그들의 일은 언제나 말을 하는 것이다. 계속해서 말을 하면서 남이 그들에게 하는 이야기는 절대 듣지 않는 것, 말하기를 절대 멈추지 않고 말 속에서 사는 것이 그들의 업이다. 아무 의미 없이 공허한 그들의 말은 어리석고 기만적인 소음이 된 현대판 세이렌의 노래라 할 만하다.
--- p.58

그러자 결국 파란 덮개가 부드럽게 빨려 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구덩이 속으로 굴러떨어졌다. 벌들은 신부와 다른 이들을 고독 속에 남겨둔 채 그 뒤를 따라 돌진했다. 모두 허겁지겁 구덩이 가장자리에 나란히 바짝 엎드려 숨죽이고 암흑 속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 그들이 존재한 적은 없었다고 믿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와인을 너무 많이 마시거나 소스에 재운 고기를 너무 많이 먹은 뒤 잠을 설치는 밤, 불편한 구덩이 속에서 환상적이고 음산한 꿈을 꾼 것이었으리라.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만들어줄 수많은 일들이 아직 그들에게 남아 있을 것만 같았다.
--- pp.64-65

인간은 얼마 동안 자신이 저지른 일에 도취되어 살았습니다. 그러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공허함을 깨달은 겁니다. 인간의 특성은 언제나 너무 빨리 행동한다는 겁니다. 언제나 그랬죠. 인간은 이 모든 빈 공간이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래된 음식을 다시 데워보려 했지만 탄 맛만 날 뿐이었습니다. 그러니 인간은 정말 겁을 먹게 됐죠. 결국 그들에게 남은 유일한 것으로 피신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진보입니다.
--- p.105

“저는 과학에 대한 선생님의 진지한 자세를 높이 삽니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보세요. 수천 년 전부터 바다를 정다우면서도 사나운 동지로 삼아온 조상들의 후손이자 이곳에서 태어난 우리 섬사람들은 바다가 예측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으며 비합리적이고 불가사의한 대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 p.121

그런데 일요일에 사람들이 맡은 냄새는 이런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명백한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이 냄새는 화학적이고 비물질적이며 순수하게 지질적인 악취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이 어렴풋한 악취에는 뭔가 살아 있는 것이 있었다.
--- pp.135-136

시간이 흐른 뒤, 시체 세 구를 발견한 그날 아침을 떠올릴 때, 그는 그 일은 결코 일어난 적이 없었다고, 그건 악몽이었다고 생각하게 되리라 (……) 죽은 자들과 목격자들의 몸은 망령이 되어 사라지리라. 이제 슬금슬금 옆걸음만 치면 마침내 망각에 이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 p.136

스파동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시장이 시킨 일을 수행했다. 그는 모르고 있는 게 가장 좋았다.
--- p.148

교사가 자신의 혐의에 대해 결백하든 결백하지 않든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사실은 그에게 혐의가 씌워졌다는 것이다. 이 사건이 어떻게 종결되든지 간에, 어찌 보면 악행은 이미 저질러진 것이나 다름없다. 그 사실은 변함없을 것이고 그 어떤 것도 그 사실을 씻어낼 순 없을 것이다.
--- p.154

모든 사람이 거짓말을 합니다. 인생은 한 편의 희극입니다. 방금 전의 장면은 정말 훌륭한 코미디였습니다. 아이는 자신의 역할을 익혀왔고, 그 모든 비열한 짓거리들이 부끄러움도 없이 펼쳐졌죠. 하지만 저는 그것 때문에 여기 있는 것이 아닙니다.
--- p.185

“책을 통해 세상과 삶, 인간에 대해 배웠다고 하셨던가요? 그렇다면 제대로 된 책을 읽으신 것 같진 않네요.”
--- p.200

갑자기 햇빛을 받은 날카로운 귀퉁이와 새하얀 얇은 조각이 반짝이며 빛을 발했다. 그런 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 모두, 방금 그들 사이에도 돌이킬 수 없는 무언가가 깨져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p.205

“내가 몇 시에 배에 올라타야 하는지 알려주오.”
이 질문은 언젠가 모두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하는 질문이지만, 그럼에도 모두는 삶이 계속되는 척을 한다.

--- p.232

출판사 리뷰

“그날 아침을 떠올릴 때, 그건 악몽이었다고 생각하게 되리라.”
해변에 떠내려온 시신들이 일깨운 섬뜩한 진실

이제 우리가 읽게 될 이야기는 당신의 존재만큼이나 실제적이다. 이 이야기는 저기에서 일어날 수도 있었듯, 여기에서 일어난다. (……) 이야기는 한 섬에서 일어난다.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섬이다. 크지도, 딱히 아름답지도 않다. _9~10쪽

소설의 무대는 개의 형상을 한 군도에 위치한 가상의 섬이다. 세상과 동떨어진 지중해의 작은 섬마을 주민들은 올리브 농사와 어업을 통해 평온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해변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흑인 청년의 시신 세 구가 발견되며 그간의 평화는 산산조각 난다. 시신을 목격한 몇몇 사람들에게, 섬의 권력자인 시장은 현재 진행 중인 온천 사업이 가져다줄 공동체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이들의 죽음을 마치 꿈처럼 ‘없었던 일’로 처리하고 침묵하길 요구한다.

“몇 주 뒤면, 자네는 이 모든 게 꿈이었다고 생각하게 될 거야. 그리고 자네가 나한테 이 일에 대해 말하거나 묻는다면, 나는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하겠지. 이해가 돼?” _26쪽

결국 섬사람들은 시신들을 화산 구덩이에 던져 사건을 은폐한다. 그러나 눈앞에 존재하는 죽음을 감추려는 시도는 오히려 섬 전체에 엄청난 심리적 혼란과 동요를 불러일으킨다. 섬에서 유일한 외지인인 교사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프리카 이민자로 추정되는 시신들이 어떻게 이곳까지 떠밀려 올 수 있었는지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의 조사가 섬에 숨겨진 오싹한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서로를 향한 불신은 점점 깊어진다. 와중에 정체불명의 경찰이 나타나 모두의 마음을 들쑤시면서 그들은 나약함과 공포, 이기심으로 물든 각자의 어두운 심연을 드러내기에 이른다. 불길한 화산 소리와 함께 악취가 섬을 뒤덮고, 사건의 내막은 점점 더 불가사의한 구렁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그리고 악취가 났다. 이제 냄새에서 묘하게 끌리는 구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불확실한 구석도 없었다. 섬을 점령한 이 냄새는 시체 썩는 냄새가 분명했다. (……) 이 지독한 냄새는 그들의 존재를, 분노를, 원한을 표현하는 것만 같았다. 이 악취는 가차 없는 속도로 벌어지게 될 복수의 서막이었다. 망자들은 산 자들에게 그들의 무심함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_156~157쪽

각자의 비겁함이 쌓아 올린 공동체
인간의 본성을 해부하듯 탐구한 작품

모든 사람이 자신 안에 어두운 면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그것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한다. 그런 면이 드러나게 되는 것은 대개 전쟁, 기근, 재해, 혁명, 대량 학살과 같은 상황에 의해서다. 그렇게 은밀한 의식 속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어둠을 제대로 마주하게 된 인간들은 섬뜩함을 느끼며 몸서리친다. _126쪽

“인간의 본성을 해부하듯 탐구한 신선하고 으스스한 작품”(〈르 피가로〉)이라는 평처럼, 소설은 불가사의한 사건을 마주한 자들의 심리를 소름 끼칠 정도로 가감 없이 파헤친다. 교사, 신부, 시장, 의사, 경찰 등 익명의 인물들은 순진한 이상주의자부터 타락한 위선자까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생생하게 구현하며 이야기를 보편적으로 확장한다. 선과 악의 구분은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만들어 편히 발 뻗고 자기 위한 방법”이라는 통찰하에 독자는 정의와 불의가 한데 뒤섞인 이들의 복잡한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게 된다. 소설은 긴장되고 팽팽한 문체로 “자신의 어둠을 제대로 마주하게 된” 자들이 겪는 불안, 죄책감, 부끄러움, 후회, 공포 등의 원초적 감정을 탐구하며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긴다.

“미래는 당신의 시대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상상의 섬을 망루로 들여다본 사회의 현주소

이 작품에 관한 인터뷰에서 필리프 클로델은 ‘섬’이라는 공간을 통해 현대인의 개인주의를 은유한 어두운 동화를 쓰고자 했다고 한다. 팬데믹의 여파와 유럽 난민들에게 엄혹한 시선이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 그는 모두가 자신만의 고립된 섬에서 살고자 한다면 결국 모든 사회적 결속력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사려 깊은 우려에서 탄생한 《아직 죽지 않은 자들의 섬》은 현대 사회가 평화를 유지해온 방식에 감춰진 폭력성을 들추어낸다. ‘섬’이라는 안락한 울타리를 짓고 그 안의 균질적인 ‘우리’에 머무르며 다른 존재를 배제하는 모습은 인간의 탐욕이 쌓아 올린 진보의 어두운 이면이다.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공동체를 병들게 하는 집단적 무관심과 이기심을 압축한 문학적 공간을 펼쳐 보인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재고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결속과 통합을 고민해야 하는 지금, 이 한 편의 생생한 우화는 우리에게 서늘하지만 날카로운 통찰을 선사할 것이다.

“현재 진행형인 난민들의 비극 앞에서, 정치와 언론의 무능함 앞에서, 사람들의 무관심과 이기주의 앞에서 필리프 클로델은 작가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 이렇게 작가는 문학의 사회적 역할과 미학적 실현을 동시에 달성한다.” _「옮긴이의 말」 중에서

추천평

인간 본성을 파헤친 신선하고 으스스한 작품. 존재의 어둠을 해부하듯 탐구한다. - 르 피가로
신비롭고 상징적이며 긴장감이 가득한 책 - 르 피가로
연극과 동화의 형식을 결합해 이주민의 비극을 담은 이 소설은 독자에게 상상의 지리학의 토대를 마련한다 - 르 몽드
미하일 불가코프가 연상되는 추리소설이자, 깊은 유머와 예지력이 담긴 현대 사회에 관한 비유. - 뉴 스테이츠먼
극적인 반전을 거듭하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무사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 샤틀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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