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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부. 다인칭 아픔 1장. 피해를 말하는 용기 ― 교원 평가 성희롱 피해 교사 2장. 유일한 방공호 ― 학교 폭력 피해자 위탁 교육 기관 해맑음센터 선생님 3장. 평생 이렇게 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섭식 장애가 있는 여성 청소년 2부. 엄마 4장. 삶이 엄마의 일이라면 ― 이혼 뒤 경제 활동을 시작한 한부모 가족 여성 가장 5장. 네가 엄마한테 왔잖아 ― 스무 살에 아이를 낳고 홀로 키우는 여성 6장. 힘들다는 생각도 안 해봤다 ― 자폐 스펙트럼 중학생 아들을 돌보는 여성 7장. 두 세계에서 살기 ― 조현 정동 장애를 지닌 딸을 돌보는 여성 3부. 다른 몸들 8장. 이게 다 코다여서 생각한 것들이더라고요 ― 코다 단체에서 활동하는 코다 당사자 9장. 옳을 수밖에 없는 결론 ― 논바이너리 레즈비언으로 정체화한 사람 10장. 알았다면 나를 덜 싫어했을 텐데 ― 성인 에이디에이치디를 진단받은 새내기 초등 교사 4부. 얽힘 11장. 내 지혜대로 하고 내 생각대로 하니까 ― 두 번째 정년퇴직 앞둔 초등학교 청소 실무사 12장. 지방 교사 분투기 ― 농촌 학교에 근무하는 초등 교사 13장. 내가 개라면 어떨까 ― 풀뿌리 동물 구조 단체 운영자 14장. 변화는 매일매일 ― 정신 질환자 주간 재활 시설 시설장 15장. 학교로 다시 돌아온 나 ― 학교 폭력 겪은 학생에서 교사로 학교에 돌아온 사람 5부. 돌봄 일지 16장. 11월 밤 송년회 ― 토끼 굴에서 나온 앨리스 17장. 작지 않은 강아지 보호소 ― 반려인간동물 하루 체험기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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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장 과정이 방임과 유기의 경험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깨달았다. 엄마하고 연락을 끊은 지 몇 년은 됐고, 아빠하고는 절연했다. 나와 조부모는 생활 보호 대상자였고, 고등학교에서는 가루우유 비슷한 음식을 줬다. 고등학교 교사들이 주는 연구용 문제집(답을 적어놓은 문제집)을 받아 답을 가리고 문제를 풀었다. 대학도 수급자 전형(기회균형 특별전형)으로 들어갔고, 장학금도 받았다. 고행 끝에 교사가 됐다.
--- p.12~13 섭식 장애로 시작한 대화는 어느새 여성 청소년의 우울로 이어졌다. 문경이 말하는 학교는 교사로서 내가 보고 들은 학교하고는 달랐다. 아픈 여성 청소년이 적지 않았다. 문경이 모르는 여성 청소년의 아픔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 청소년의 정신 건강은 ‘이름 붙일 수 없는 문제’였다. 수면 아래에서 끓고 있기 때문이다. --- p.51 주언은 경주가 자퇴하고 나서 금방 학교로 돌아갈 줄 알았다. 그렇지만 진단을 받고 7년이 흘렀다. “이런 삶을 살지 미리 알았다면 어디 뛰어들 수도 있었죠.” 반은 농담으로 말했지만, 주언은 돌봄을 놓지 않았다. 인터넷 카페에서 한 조현병 가족이 자기 삶을 ‘끝없는 터널’에 비유한 글을 봤다. 그렇지만 터널은 캄캄한 동굴이 아니다. 졸음운전을 방지하려는 사이렌도 있고 대피용 비상구도 있다. 터널을 지나는 정신 질환자 가족에게도 사이렌과 비상구가 필요했다. --- p.108~109 “저는 애들을 사랑해주고 싶은데 하루 종일 화를 내야 하니까 너무 힘든 거예요. 이게 답답함의 시작이었어요. 화를 내고, 목이 아프고, 화를 내고 있는 상황이 답답했고, 학부모도 제가 연락을 만날 해야 하는 게 힘들었어요. 연락을 안 하고 싶어요. 왜 소통을 중시하는지도 모르겠어요. 보호자 메시지 알람은 꺼놓아요. 다음 날 아침에 확인하면 쌓여 있어요. 8개, 9개 쌓여 있고 이래요. 다음 날 보면 숨이 턱 막혀요. 학부모들은 저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여기는 거 같았어요. 제가 학부모님들의 마음에 공감을 해줘야 한대요. 그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것도 이해가 안 가요. 저는 학생의 교사이지 학부모의 교사가 아닌데.” --- p.164~165 성주는 청소하는 사람이지만 어린이들에게 어른으로서 할 말도 했다. 또 다른 관계이자 돌봄이었다. 청소 일은 성주가 해야 할 몫이지만, 학교에는 청소가 아닌 만남도 많았다. 성주는 얼마 전 한 어린이에게 샤인머스켓을 받은 이야기를 했다. 성주가 청소하는 모습을 자주 지켜보는 학생이었다. 학생이 요리 실습 시간에 샤인머스켓을 한 움큼 담은 컵을 성주에게 가져왔다. 학생은 뿌듯했고, 성주는 맛있게 먹었다. 주고받기는 눈부신 일이었다. ‘학교 가서 선생님 말씀 잘 들으라’는 말이 있지만, 학교는 선생님만 말하는 곳은 아니었다. --- p.181 유배는 학생들만 쓰는 단어가 아니었다. 공공 기관이 지방에 내려갈 때, 지방 발령을 받을 때도 유배라는 단어는 등장했다. 지방행이 죗값일 때나 쓸 수 있는 표현인데, 요즘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지방은 사람이 못 살 곳으로 그려졌다. 농업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격차가 있었다. 농촌에서 농업을 하며 아이를 기르면서도 농업을 전혀 가르치지 않는 보호자들도 있다고 조림은 한탄했다. 반면 작은 학교를 살리자며 농촌 유학을 오는 도시 어린이들은 한두 해 동안 농촌을 경험하고 돌아간다. 농촌은 도시 사람들에게 배움의 자원이 되지만 농촌에 사는 어린이들은 탈출을 꿈꾸는 모순된 상황이다. --- p.195 “초심자 때는 그랬던 거 같아요. 정신 병원에서 15년 이상 근무를 했었기 때문에 면담 잘 되고, 가족 교육 잘 되고, 약물 순응도도 있고, 입원을 끝내도 되겠다고 했는데, 한 달 만에 다시 왔어요. 이런 일이 반복이 될 때 ‘왜 다시 오지?’, ‘밖에서 생활을 어떻게 지원하면 좋을까?’ 생각했죠. 그때 좀 번아웃이 왔고요. 조현병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좋을 때 있고 나쁠 때가 있는 거죠. 그게 터득이 되면서 번아웃되지 않는 것 같아요. 70퍼센트 행정 서류 때문에 열 받아서 그렇지, 제가 25년 현장에서 만난 많은 종사자, 사회복지사, 간호사 선생님들이 돌보는 일로 인해서 번아웃되진 않았던 것 같아요.” --- p.219~220 지난 경험을 말하면 나를 피해자로 만든 가해자들의 시선을 불러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컸다. 나는 잘못이 없다는 말에 확신이 없었다. 내가 학교 폭력을 당한 이유가 있었고, 이 이유를 잘 숨기고 살았는데, 누군가 알아차릴까 무섭더라는 말이 정확했다. 나는 비슷한 경험을 듣고 싶어서 학교 폭력을 다룬 책과 영상을 찾아봤다. 교사들이 쓴 학교 폭력 예방 콘텐츠가 대부분이었다. 다양한 아픈 몸들의 이야기인 ‘질병 서사’만큼이나 ‘학교 폭력 피해 서사’는 필요하지만 매우 빈곤했다. --- p.223~224 반지하에서는 사람들 발이 보였다.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은 뷰나 엘리베이터 속도를 이야기했다. 이때 언어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가난을 다르게 이해하는 책 《사당동 더하기 25》에는 사당동에 사는 가난한 가족이 나온다. 이 책에는 한국어 사용자끼리 서로 말을 못 알아듣는 상황이 자주 등장한다. ‘지금 일자리를 잃으면 사흘을 놀아야 한다’는 말을 연구자(대학생)는 ‘3개월은 놀아야 한다’로 들었다. 듣는 이에게 실직이란 석 달은 놀게 하는 경험이지만 빈곤 계층에게는 ‘놀면 안 되는’ 날이 사흘이었다. 연구자는 집 앞에서 찍은 가족사진이 왜 없는지 물었다. 질문을 들은 사람은 가난하게 산 경험은 기념이 될 일이 아니어서 사진을 안 찍었다고 답했다. 언어 차이와 경험 차이는 내가 아는 세상이 다일 수는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 p.263~2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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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경험, 다른 삶, 다른 말 ― 돌봄, 교육, 몸을 다르게 여행하는 사람들의 기록
아픔을 직간접으로 경험한 사람들을 만난 1부 ‘다인칭 아픔’에서 교원 평가 성희롱 피해 교사 가넷은 자기가 받은 상처에서 사회 변화가 필요한 이유를 읽고 자기처럼 ‘상처받고 스러지고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이 없도록 연대하겠다고 다짐한다. 학교 폭력 피해자 위탁 교육 기관 해맑음센터에서 10년째 일하는 석진은 센터가 ‘저희를 살리셨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아픔을 치유할 유일한 방공호에서 석진은 수호천사로 불린다. 섭식 장애가 있는 여성 청소년 문경은 ‘수면 아래 아픔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학교가 힘들다. 학교는 다른 삶과 다른 말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삶이 위기에 몰릴 때 크게 사이렌을 울리고 든든한 비상구가 돼준 ‘엄마’들이 2부의 주인공이다. 삶이 일이 된 규진은 한부모 가족 여성 가장이다. 이혼 뒤 경제 활동을 시작해 일하기와 살기를 홀로 감당해야 하는 취약한 삶에서 찾은 유일한 비상구는 산이다. 드러내지 못하는 ‘응어리’에 치이고 엄마 노릇이 버거울 때면 산에 올라 커피를 마시고 컵라면을 먹는다. 스무 살에 엄마가 돼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긴급주택에서 수급자로 홀로 아이를 키우는 영은은 딸이 크면 ‘네가 엄마한테 왔잖아’라고 말해줄 작정이다. 자폐 스펙트럼 중학생 아들을 돌보는 재은은 ‘힘들다는 생각도 안 해본’ 엄마다. 자폐가 있어도 ‘내 새끼’이기 때문이고, 가족이라는 숨 쉴 구멍 덕분이다. 조현 정동 장애를 지닌 딸을 돌보느라 발병, 진단, 소진 단계를 거치며 장애와 비장애라는 두 세계에서 살아온 주언은 여전히 ‘갈 데’를 찾고 있다. 아픈 때 갈 데, 아픈 아이가 갈 데, 아픈 엄마가 갈 데 말이다. 몸이 다르면 경험하는 세계도 다르고 하는 말도 다를까? 3부 ‘다른 몸들’은 코다 단체에서 일하는 코다 당사자 현정, 논바이너리 레즈비언으로 정체화한 담, 성인 에이디에이치디를 진단받은 새내기 초등 교사 상아를 만난다. 다른 몸을 한 사람에게 다른 몸은 자기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고, 정체성은 자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인 자기 스스로 내린 결론이기 때문에 옳을 수밖에 없으며, 아픈 몸은 빨리 알면 자기를 덜 싫어하게 될 면죄부다. 4부는 일상에서 다른 몸과 마음들끼리 부딪치며 연결되는 ‘얽힘’이 주제다. 조리 실무사에 이어 두 번째 정년퇴직을 앞둔 초등학교 청소 실무사 성주는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말도 걸고 ‘내 지혜대로 하고 내 생각대로 하니까’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한다. 초등 교사 조림은 인구가 줄고 ‘마을 학교’가 붕괴하는 농촌 학교에 ‘유배’ 온 교사가 사람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분투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풀뿌리 동물 구조 단체 운영자 경미는 ‘내가 개라면 어떨까’ 생각하면서 유기견을 구조하고 돌보는 일을 축복으로 여기며 오늘도 살아간다. 정신 질환자 주간 재활 시설 센터장 혜은은 ‘70퍼센트 행정 서류’에 열 받지만 날마다 돌봄 때문에 번아웃되지 않는 ‘안드로메다에서 온 공주’다. 학교 폭력 피해자에서 교사로 학교에 돌아오지만 ‘나를 드러내는 행동이 나를 파괴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시달리던 유신은 셀프 인터뷰를 감행해 학교 폭력 피해를 통과한 삶에 관해 쓴다. 아픔, 공감, 연결 ― 사이렌 울리고 비상구 돼줄 낯선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학교는 모르는 몸과 마음들’ 대부분 가명으로 등장한다. 자기 삶을 ‘끝없는 터널’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오유신은 터널은 캄캄한 동굴이 아니라고 말한다. 터널에는 졸음운전을 막으려는 사이렌도 있고 대피용 비상구도 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사이렌을 울리고 비상구가 돼줄 사람들은 아픔을 공감하고 서로 연결한다. 5부 ‘돌봄 일지’에는 그런 연결이 일어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장교조)이 연 ‘11월 밤 송년회’에 비장애인으로 함께한 유신은 장애인 교사들하고 함께 이동하고 식사하고 귀가하면서 자기는 장애 쪽에 더 가까운 몸이라고, 비장애인만 살기 좋은 세계는 이상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유기견 보호소 봉사자로 하루 일할 때는 마치 ‘반려인간동물’이 된 듯 돌봄받는 개들 눈높이에 맞춰 몸을 숙이고 몸높이에 맞춰 쪼그린다. 낯선 곳에서 돌봄을 하는 낯선 사람 유신은 ‘사이렌’이고 ‘비상구’다. 학교는 모르는 몸과 마음들에게 사이렌 울리고 비상구 돼줄 낯선 존재는 바로 나, 그리고 우리라고 이 책은 이야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