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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5
제1부 ■ 치명적으로 붉은, 검정(어둠)의 세계 … 12 - 박완호 시집, 『누군가 나를 검은 토마토라고 불렀다』 ■ 반듯하고 작고 아름다운 시의 모듈 … 27 - 김늘 시집, 『롤리팝을 주세요』 ■ 사무치는 소리의 변증들 … 46 - 권달웅 시집, 『휘어진 낮달과 낫과 푸른 산등성이』 ■ 사랑의 노래가 담긴 함제미인의 약속 … 62 - 정영숙 시집, 『나의 키스를 누가 훔쳐 갔을까』 ■ 시적 화학 반응에 대한 명암과 실존의 번짐 … 77 - 최동은 시집, 『한 사흘은 수천 년이고』 제2부 ■ 생활이라는 게임 … 88 - 서효인의 시 세계 ■ 허튼층으로 쌓아 올린 시의 절창들 … 101 - 송정란의 시 세계 ■ 이상하게 아름다운 시의 불협화음 … 113 - 조영란의 시 세계 ■ 시적 절경을 통한 삶과 죽음의 명랑 … 139 - 문인수론 ■ 울음과 가난의 시학 … 159 - 신경림론 ■ 공동체 의식의 추구와 공간에 대한 시적 성찰 … 176 - 이성부론 ■ 소리의 미학과 돈의 상상력 … 194 - 김종삼론 ■ 불교 생태학에서의 시적 구현 방식 … 217 제3부 ■ 아득한 사랑의 거리와 흉터 없는 아픔들 … 244 - 박남희의 『아득한 사랑의 거리였을까』와 박하현의 『저녁의 대화』 ■ 흰 맨발의 언어와 부끄러움의 윤리… 258 - 김형술의 『타르초, 타르초』와 박성준의 『잘 모르는 사이』 ■ 반향과 회향을 통한 서정의 새로운 정초 … 270 - 전동진의 『그 매운 시 요리법』과 곽효환의 『슬픔의 뼈대』 ■ 시의 메토이소노 … 279 - 허소라의 『이 풍진세상』과 박남준의 『중독자』 ■ 아슴아슴 아롱아롱 덜미 잡힌 것들의 아우라 … 294 - 김영석의 『고양이가 다 보고 있다』와 안성덕의 『몸붓』 제4부 ■ 지극과 지독 사이의 시적 균형감 … 308 - 안차애·안현미·박판석·이동욱·유계영의 시 ■ 없음과 있음이 공존하는 중첩의 세계 … 325 - 장옥관·박가경·윤지영·황성희·박숙경의 시 ■ 예의를 향한 침묵의 기투 … 343 - 김박은경·안규봉·이병률·안성덕의 시 ■ 거부되는 일상, 찬연한 일상 … 355 - 김종미·황주은·김경인·강회진·휘민의 시 ■ 오픈 AI와 온몸의 시학 … 371 - 오주리·이장욱·김복희의 시 ■ 인생이 당신을 실망시킬 것이라는 사실 … 384 - 남현지·서경온·황수아·고주희의 시 ■ 사이클로이드(Cycloid)의 시선들 … 395 - 정재율·이예진·강윤미·김소형·박현주의 시 ■ 아포페니아(Apophenia)를 향한 시편들 … 409 - 고선경·김석영·김분홍·김효선의 시 부록 ■ 발표 지면 … 426 |
글마음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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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선이나 증기선을 발명한다는 것은 곧 난파를 발명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열차의 발명은 탈선의 발명이며, 자가용의 발명은 고속도로 위에서 일어나는 연쇄 충돌의 발명이고, 비행기의 발명은 곧 추락의 발명이다.
- 폴 비릴리오 두 번째 비평집을 묶는다. ‘무너지는 성, 일어서는 폐허’는 언젠가 비평집을 묶는다면 책의 제목으로 삼으려고 염두에 둔 문장 중 하나다. 좋은 비평의 정신은 누군가 견고히 쌓아 놓은 ‘성’(城)에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그 경계를 무너트리고자 하는 ‘폐허’의 정신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믿는다. 또한, 아무것도 구해 낼 수 없는 폐허라 할지라도 그 풍경 안에서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 낸 비평의 생명력을 극진하게 보살피는 마음도 여기에 속한다. 그래서 비평은 늘 까닭 없이 분주하고 홀로 더듬거리며 상대 없이 사랑하고 스스로 패배를 자초하기도 한다. 고백하자면 내 글쓰기의 내구성은 ‘실패’ 그 자체에서 발생한다. 사뮈엘 베게트가 전한 위로의 메시지처럼 “시도했고, 실패했다. 상관없다. 다시 하기. 다시 실패하기. 더 잘 실패하기.”에 맞닿는다. 특히 나에게 있어 시인들의 시를 읽고 비평문을 쓰는 일은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시인들이 발표한 시를 읽을 때마다 시가 무척 쓰고 싶었고, 그런 마음으로 책상에 앉을 때마다 나는 결국 한 줄의 시도 쓰지 못하고 좌절하는 내 모습만을 확인하곤 했다. 그때마다 나를 위로했던 것은 시 읽기였다. 그러니까 내 비평의 출처에는 시인들이 애써 허락해 준 일어서는 폐허가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2014년부터 시작해 최근 2023년까지 근 10년 동안 문학잡지에 기고했던 결과물이다. 처음부터 글의 체계를 생각하고 쓴 비평문이 아니기에 두서없어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폐허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게 비평의 역할이듯 문학의 의미와 존재 양식에 대해 제 나름의 해명과 문학 주제별 특징을 정리하다 보니, 나름대로 비평집의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다. 폴 비릴리오의 전언처럼 이 비평집은 다양한 발명보다는 ‘난파’와 ‘탈선’과 ‘충돌’ 그리고 ‘추락’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쓴 글일지도 모른다. 그 폐허의 감정을 꽤 오랫동안 관찰하고 습득하면서 나는 이내 그것들을 다시 사랑하게 되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1부에 실린 글들은 시인들의 개인 시집에 붙인 발문 혹은 해설이다. 첫 독자로서 미적 모험의 임무를 흔쾌히 허락해 준 시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부에 실린 글들은 문학잡지에서 특집으로 다룬 내용이다. 글을 쓰면서 아름다운 시인들의 삶과 고색창연한 시 창작의 원리를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3부에 실린 글들은 시집에 관한 서평의 모음이다. 몇 년 동안 시와 내외하고 있을 때 시와의 끈을 놓치지 않게 도움을 준 고마운 기억들이다. 4부에 실린 글들은 2022년과 2023년 사이 문학잡지에 수록된 시인들의 시를 읽고 쓴 시평들이다. 모두가 한결같이 자신만의 굳건한 시의 영토를 구축한 작품들이다. 내 파편 같은 글들이 해당 시인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언제나 그렇듯 비평문을 쓴다는 것은 내게 젠가 놀이의 하나처럼 여겨지곤 한다. 이 비평집이 젠가 놀이의 몇 번째 조각으로 기억될지는 나도 모른다. 무너지는 성의 마지막 벽돌일지 아니면 일어서는 폐허의 첫 새싹이 될지 사실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분명한 것은 시가 머문 자리마다 비록 폐허일지라도, 비평이 끝내 기억해야 하는 지번은 결국 사랑이라는 것. 내 곤궁한 글쓰기의 여정에도 그런 사랑의 조각들이 깃들길 바랄 뿐이다. 2023년 겨울 글마음조각가 김정배 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