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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의 말 단지 거기 있어주어서 고맙다는 말 5
기획의 말 너무 잘하려고 하지 않겠습니다 9 김미옥 | 이태원의 꿈 17 기억 속의 무쇠 칼 27 나의 왼발 36 하서찬 | 배추를 안고 온 아빠 47 정어리 통조림 공장에 간 K 57 홀로 영광 71 김정배 | 내 이름은 ‘Hz’입니다 83 오늘 처음 원고청탁을 받았습니다 95 Whale dance 108 김승일 | 과학을 잃고 나는 썼네 125 범인(凡人)과 범인(犯人) 138 학교에서 학교로, 지면(紙面)에서 지면(地面)으로 151 박지음 | 바리데기 173 우정으로 삶이 환해지는 순간을 기대하며 183 마이너를 위하여 195 강윤미 | 귀신의 시 209 피아노의 숲 221 안부 2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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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상심을 가슴에 품은 사람들에게 전한다. 당신이 겪은, 또는 겪고 있는 아픔은 수도 없이 많은 유사 감정의 하나일 뿐이니, 그 기억에 자신을 유폐시키지 마시라고, 스스로 혼자가 되지 마시라고, 눈물보다는 땀의 힘을 믿으시라고, 내게는 실패자도 성공자도 아닌, 단지 거기 있어준 당신이 그저 고마울 뿐이라고. 그리고 당신이 거기 있어준 덕분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 p.7 「글쓴이의 말」 중에서 ‘나의 왼발’은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할 때마다 나보다 먼저 아팠다. 잘 살아온 건 아니지만 크게 나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나의 왼발 덕분이란 생각을 한다. 어떤 현자의 조언보다 내게 즉각적이고 직접적이었다. 누구에게나 상처는 있다. 상처가 고통으로 말을 걸때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프다고 다 나쁜 것은 아니다. --- p.43 「김미옥, 나의 왼발」 중에서 여자는 볼펜으로 탁자를 딱딱딱 세 번 쳤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집중하려고 애썼다. “지금으로서 가장 현실적인 것은 정어리 통조림 공장이에요.” K의 보드라운 손이 떠올랐다. 공부만 하던 인간이 정어리를 만질 수 있을까. 여자는 계속 말을 이었다. “어촌 마을에 사람이 많이 부족해요. 남편분이 가신다고 약속만 하시면 여기서 영주권을 받고 나갈 수 있어요.” 귀가 솔깃했다. 여자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정어리 통조림 공장은 인격적이에요.” 인격적인 정어리 통조림 공장이라……. 정어리가 인격적이다는 말처럼 이질적으로 들렸다. --- p.61 「하서찬, 정어리 통조림 공장에 간 K」 중에서 나는 주저하지 않고 군 복무 시절 써두었던 50여 편의 시 뭉치를 꺼내 그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일이지만, 그때의 나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믿었다. 박성우 시인은 묵묵히 시를 훑어보더니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물었다. “이름이 뭐라고?” 나는 주눅이 들어 더듬거리며 말했다. “김… 정… 배입니다.” 그는 어깨를 가볍게 치며 말했다. “쇠주나 한잔하러 가자.” --- p.88 「김정배, 내 이름은 ‘Hz’입니다」 중에서 두려움에 덜덜 떨고만 있던 나에게, 친구가 물었다. 할 말이 없느냐고. 줄곧 폭행을 당해온 한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말을, 나는 그 순간 해버렸다. “너… 너랑 다시, 치… 친하게 지내고 싶어.” 두려움에 흠뻑 젖은 나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친구는 피식피식 웃었다. “병신!” 하고 짧게 소리쳤다. “병신아! 병신!” (그 욕설에 깃든 특유의 발성을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갑작스럽게 첫 주먹이 날아왔다. 얼굴을 세게 맞았다. 공포는 천둥 같았고, 통증은 번개 같았다. 번쩍 번쩍. 콧등으로부터, 피 냄새가 흘러내려왔다. --- p.152 「김승일, 학교에서 학교로, 지면에서 지면으로」 중에서 “사실, 저는 섬에서 왔어요. 제가 자란 중산간 마을에는 눈이 많이 쌓이곤 했어요.” 그가 반색한다. 섬에 처가가 있다고 했다. 택시 안에서 섬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다니, 신기했다. 섬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산 나의 시간은 길고, 택시는 나를 태우고 짧은 거리를 달린다. 눈은 길게 선을 그으며 내리고, 짧게 흩어졌다 사라진다. 날씨로 시작해서 섬을 만난 오늘의 이야기가 흘러가는 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던 세월을 뚫고 나온 마음의 출처 같았다. --- p.232 「강윤미, 안부」 중에서 ’아버지를 누가 안 잡아가나?‘ 이런 생각을 할 때쯤 아버지는 병이 나서 돌아가셨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잊을 수 없다. 삼베가 내 머릿속을 쿡쿡 찔렀다. 사흘 동안 나는 삼베옷을 입고 새끼줄로 꼰 띠를 두르고 곡을 해야 했다. 첫째 언니의 세 살짜리 딸이 곡소리에 맞춰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추었다. 딸들은 제각각 우느라 눈이 빨갰다. 오빠도 동생도 어려서 우는 것 말고 뭘 해야 할지 몰랐다. 나는 울지 않았다. 아버지의 죽음이 슬프지 않아서였다. 나보고 자꾸 울라고 하는데 뭔가 슬픈 일을 떠올리며 울어야겠다고 마음먹어야 할 정도였다. 아버지가 없는 것이 뭐가 불편한지 알지 못했다. 아버지가 나를 사랑해준 적이 없어서였다. --- p.176 「박지음, 바리데기」 중에서 글을 쓰면서 생각했습니다. 인생은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그 모든 순간을 겪어내는 과정이 아닐까 하고요. 어딘가에는 끝이 있고 극복까지는 아니라도 견디다 보면 지나간다는 말에 동감하게도 되었습니다. 당신이 이 책을 읽고 봄꽃처럼 조금은 설레고 따뜻해지길 바랍니다. 이 책은 ‘우리’가 손을 맞잡고 당신에게 전하는 다정함입니다. --- p.11 「기획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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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서 생각했습니다. 인생은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그 모든 순간을 겪어내는 과정이 아닐까 하고요.”
겉으로는 다들 행복하다. 인스타그램과 카톡 프로필에는 자신의 멋진 순간만 전시된다. 이 거대한 쇼윈도 월드를 구경하는 사람들은 매력적인 바깥세상과 별 특별할 것 없는 자신과의 이질감에 끙끙거리며 앓는다. 언젠가부터 영화관람의 핵심 목표는 재미있는 영화를 고르는 것 대신 재미없는 영화를 피하는 것이 되었다. 웹소설은 ‘사이다’가 매회 등장하지 않으면 매우 높은 확률로 버림받는다. 육아와 교육의 최우선 목표는 아이에게 실패를 경험시키지 않는 것이 되었다. 투자, 인간관계, 심지어 외교에서도 디리스킹이 유행이다. 한국 사회에서 특별하게 성공하지 못하면 곧 실패가 되고, 곧 나쁜 것이 되었다. 연예인도 과거에는 자수성가한, 이른바 ‘캔디’ 유형을 더 쳐주었지만, 지금은 좋은 집안과 학벌, 티 없이 자란 듯한 태도가 플러스 요인이다. 실패는 누구도 언급하지 않으며 마치 이방인처럼 존재하지도 않는 취급을 받고 있다. 과연 온당한 일일까. 여기 책만이 유일한 인생의 도피처자 돌파구였던 서평가가 있다. 남편을 정어리 통조림으로 만들어 마땅할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극작가도, 오른손으로는 시를 쓰고 왼손으로는 그림을 그리는 무명한 시인이자 화가이자 교수도, 학교폭력의 뼈저린 경험을 비폭력의 문학으로 승화시키는 시인도, 귀신이라도 필요한 창작과 육아의 겸업을 ‘귀신의 시’로 옮기는 시인도, 버림받은 기억을 책임감으로 승화시키는 기획자이자 소설가도 있다. 이 여섯 명의 작가들은 자신을 ‘마이너’라는 이름으로 묶었다. 이들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들 모두 사적인 불행을 작가적 수련의 기회로 삼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지금도 현실의 장애와 맞서 싸우는 중이다. 『나의 왼발』은 서로에게뿐 아니라, 이 세상의 다른 마이너들에게 보내는 응원이며, 그들이 겪었던 아픔과 고난에 대한 격려다. 작가들을 대표해서 서문을 쓴(‘글쓴이의 말’) 김미옥 작가는 이야기한다. “세상에는 성공담만 넘쳐나고 실패한 이들은 자취도 없이 사라진다. 아니 사라져야 마땅한 것만 같이 취급된다. 모임에 가도 성공한 이들의 무용담만 들려오고 실패한 친구들은 소식조차 들리지 않는다. 성공하려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세상이 다그친다. 사람들은 남들의 실패가 자기 옷깃에 묻기라도 할까 봐 전전긍긍이다.” 하지만 그는 이 글에서, 그리고 이어지는 세 편의 에세이에서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을 결연히 거부한다. “‘나의 왼발’은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할 때마다 나보다 먼저 아팠다. 아프다고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저자 김미옥은 성공과 실패 이전에 삶 그 자체가 있다고 말한다. 살아낸 것만으로도 모든 존재는 특별하다. 그리고 우리 자신의 삶의 경험에도 선악은 없다. 이 책의 제목이 된 에세이 「나의 왼발」에서 말하다시피, ‘아프다고 다 나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사람을 ‘잘 살게까지는 못하더라도 크게 나쁘지는 않게’ 살도록 해준다. 결핍은 오히려 삶을 배울 기회를 부여한다. 실제로 이 책에 실린 모든 글들은, 모든 것을 성취하고만 살았으면 쉬이 쓸 수 없는 글들이기도 하다. 극작가이자 소설가, 동화작가인 하서찬 작가는 가족에 대한 세 편의 에세이로 참여했다. 각각 사이비종교에 빠졌지만, 아니 어쩌면 빠졌기에 건강 그 자체가 되어 있는 아버지, 돌아오면 통조림이 될 각오를 하고 정어리 머리를 썰러 간 남편, 그리고 장례식장에 빨간 코트를 입고 찾아온 언니가 그 주인공이다. 가난하고 답답한 삶이지만, 아니 어쩌면 그런 삶이기에, 또는 그저 삶이기에. 저자는 소박한 기지, 또는 웃기려는 태도를 잃지 않는다. 저자의 그런 모습이 독자에게도 작은 위로를 건넨다. 시인이자 왼손 화가(오른손잡이다)인 김정배 작가는 무명작가로서 사는 삶에 대한 에세이 세 편을 내놓았다. 첫 번째 편은 등단했지만 등단하지 못한(중앙 일간지나 유명 문예지로 등단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무명작가로 데뷔하게 된 자전적인 이야기다. 두 번째 편은 무명작가로서 독자들을 기다리며 자신에게 원고 청탁서를 보내게 된 후 일어난 일들에 대해, 세 번째 편은 왼손으로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상실과 마주하게 된 이야기를 썼다. 박지음 작가는 강연회에서 그런 인생의 실패와 극복을 이야기하는 그의 입담을 들으며 이 책을 구상했다고 이야기한다. 김승일 시인은 학교폭력의 아픈 기억을 면면이 되짚으며 시를 쓰고, 강연을 다니며, 이 책을 위한 두 편의 수필을 기록했다. 혹시 비인격적인 입시제도가 평범한 다수의 학생들을 학교폭력의 범인으로 만드는 것은 아닐까. 몇십 년이 지나도 그때만 떠올리면 눈물을 흘리는 피해자들이 학교폭력으로부터 치유되는 것이 가능할까. 그런 질문들이 시와 에세이에 담겼다. 김승일 시인의 다른 한 편의 기고작은 ‘수포자’지만 별을 좋아하는 학생이 과학자 대신 시인이 되었다는, 귀여운 내용의 이야기다. 강윤미 시인의 에세이는 상실에 관한 것이다. 섬에서 타지로 나온 작가의 놓고 온 것들, 또는 돌아갈 수 없는 것에 대해 다루었다. 「귀신의 시」는 바깥세상을 멀리하며 여린 심성으로 시를 쓰던 어린 날의 시인이 육아를 거치면서 다시 멀리 떠나오는 이야기다. 「피아노의 숲」은 피아노로 은유되는 시에 대한 지향이다. 「안부」는 섬과 죽음이라는, 이중의 이별이 낳는 그리움에 대해 말한다. “당신이 이 책을 읽고 봄꽃처럼 조금은 설레고 따뜻해지길 바랍니다. 이 책은 ‘우리’가 손을 맞잡고 당신에게 전하는 다정함입니다.“ 이 책의 기획자인 박지음 작가는 「바리데기」에서 버림받을 뻔한, 또는 형제에 비하면 사실상 반쯤 버려진 딸로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어머니로부터 인정받지 못했지만, 인정받기 위한 노력은 자신을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우정으로 삶이 환해지기를 기대하며」는 실패한 우정에 보내는 앨레지다. 「마이너를 위하여」에서는 실패가 엮은 인연과 실패한 여행이 남긴 고마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박지음 작가는 ‘기획의 말’에서 이야기한다. “마이너들이 실패를 딛고 ‘오늘’을 어떻게 만들어 가고 있는가. 자신의 길을 어떻게 열어가고 있는가. 패배감에 젖은 지금 세대에게 우리의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런 아이디어가 반짝였고 이 책이 시작되었습니다.” 작가의 말 거듭된 실패 속에서 내가 흘린 건 눈물이 아니라 땀이었다. 땀은 사람을 속이지 않으니 땀의 힘을 믿으시라고, 자신을 유폐시켜 혼자가 되지는 마시라고, 당신의 어깨에 살포시 손을 얹는다. - 김미옥(활자중독자·독서선동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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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한 시간을 꺼내 보인다는 건 상처 입은 자신을 마지막으로 꽉 안아준 뒤 한몸에서 벗어날 결심과 용기 같다. 이 책에서 그렇게 온몸으로 실패, 상처, 슬픔을 겪은 이들이 흉터를 안고 들려주는 이야기를 만났다. 하루하루를 틀린 기분으로 헤매던 막연한 마음을 위한 정답은 없었다. 하지만 책을 덮을 즈음, 성공과 실패 사이 무수한 점으로서 두 발로 뚜벅뚜벅 살아가는 지금의 나를 안아주고 싶어졌다. - 김보은 (레드벨벳, 에스파, 보아, AOA, 슈퍼주니어 등 작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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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예상치 못한 실수를 했을 때, 연주자는 당황하지 않고 다음 음을 이어갑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을 가르쳐줍니다. 당신의 삶이 더욱 깊이 있는 선율로 흐르길 바랍니다. - 신박듀오 (Piano Duo ShinPark, 슈베르트 국제콩쿠르 심사위원 만장일치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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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들은 실패를 마치 사형선고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여력이 많지 않아서겠지만, 사실 실패 포비아는 일종의 미신이다. 실패는 과정일 뿐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에 마음이 끌린 것 또한 그런 의미에서였다. 아픔과 위로가 무늬처럼 아로새겨진 책장을 넘기며 깊이 공감해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나 보면, 인생에는 사실 성공한 당신도 실패한 당신도 없다. 그저 삶을 살아낸 당신만이 있을 뿐이다. - 김민태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총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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