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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기획의 말_박지음
추천의 말_김남일

김 강 「나비를 보았나요」
도재경 「춘천 사람은 파인애플을 좋아해」
문서정 「우리들의 두 번째 롬복」
박지음 「기요틴의 노래」
이경란 「여행시절」
이수경 「어떻게 지냈니」

저자 소개 6

2017년 심훈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우리 언젠가 화성에 가겠지만』 『소비노동조합』 『착하다는 말 내게 하지마』, 장편소설 『그래스프 리플렉스』, 청소년 소설 『블라블라블라』, 공동소설집 『여행시절』 『당신의 가장 중심』 『소방관을 부탁해』 『작은 것들』 『쇼팽을 읽다』 『끌어안는 소설』 등을 냈다.

김강의 다른 상품

201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 시작. 2020년 소설집 『별 게 아니라고 말해줘요』 웹북 『방독면을 쓴 바나나』 『그가 나무인형이라는 진실에 대하여』 출간. 심훈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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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태어나 경주에서 자랐다. 영남대학교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중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일했다. 『전북일보』와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수필이, 2015년 『불교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밤의 소리」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 『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와 『핀셋과 물고기』가 있다. 백신애문학상, 현진건문학상 추천작(2023년과 2024년), 천강문학상 대상, 에스콰이어몽블랑문학상 대상, 스마트소설박인성문학상을 수상했다. 2018년과 2022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간지원)을 받았다.

문서정의 다른 상품

전남 진도에서 여덟 형제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으며, 소녀 시절에는 편지 쓰기를 하면서 꿈을 키웠다.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현재는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2014년 〈영남일보〉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17년 월간토마토 문학상 수상,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창작기금을 받았다. 소설집 『네바 강가에서 우리는』, 『관계의 온도』가 있으며, 기획 출간한 테마 소설 『나, 거기 살아』, 『여행시절』, 『소방관을 부탁해』, 『쓰는 사람』을 함께 썼다.

박지음의 다른 상품

201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대구에서 태어나 TV와 라디오, 만화를 섭취하며 성장했다. 가끔 도서관에서 놀았다. 그 시절 TV를 24시간 볼 수 있었다면 소설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아는 건 별로 없지만 음악을 좋아하고 이것저것 듣다보면 대체로 록에 수렴된다. 소설집 『빨간 치마를 입은 아이』 『다섯 개의 예각』, 장편소설 『오로라 상회의 집사들』, 『디어 마이 송골매』 등이 있다.

이경란의 다른 상품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자연사박물관」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첫 소설집 『자연사박물관』으로 2019년 대산창작기금, 제1회 길동무 문학창작기금(익천문화재단), 제13회 김만중문학상 신인상을 받았다. 다른 저서로 장편소설 『마석, 산70-7번지』, 두 번째 소설집 『너의 총합』이 있다.

이수경의 다른 상품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260g | 128*188*15mm
ISBN13
9791156625575

책 속으로

할아버지가 유이토에 대해 물었을 때 그녀는 유이토를 다시 만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짐짓 관심 없는 척했다고 한다. 찬찬히 고민해보니 별로 매력적인 남자는 아니에요. 집에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이제 겨우 대학원생이니 함께할 멋진 비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일본어 억양도 이상해요. 오키나와 사투리. 그녀는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할아버지는 뭐라 하셨고요?”
“오키나와? 하고 되물으셨죠. 그러고는 그저 아이고, 아이고 하셨어요. 이게 기회일까? 하고 잠깐 생각했지만 다시 사귀겠다는 말 따위는 꺼내지 않았어요. 알 수 없는 일이니까요. 할아버지 건강도, 유이토와 나의 관계도. 아무튼 웃기지 않아요? 저 나쁜 년이죠? 일본을 싫어하시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일본 남자와 다시 사귀다니 말이에요.”
--- 「나비를 보았나요_김강」 중에서

그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난 그곳이 막연히 환상의 세계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뜻밖에도 그곳은 러시아 국경에 인접해 있는 몽골 홉스굴 인근의 초원 지대였다. 양들이 새끼를 낳는 봄이 오면 유목민들의 일손은 쉴 틈이 없다. 양이나 염소들에게 풀을 먹어야 하며, 길 잃은 새끼의 어미도 찾아줘야 한다. 별을 보고 길을 찾는다는 그 사람들은 좀체 길을 헤매는 법이 없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민아의 얘기가 조금은 낭만적으로 들렸다.
“그들은 일 년 중 절반 이상은 눈보라가 몰아치는 길 위에서 산대.”
그날 민아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말했다.
“눈보라 때문에 가족 같은 양과 염소를 곧잘 잃기도 해. 하지만 눈보라를 원망하지 않는다는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말이야.”
“어쩐지 매정한 사람들 같은걸.”
“하지만 그래야 다시 떠날 수 있겠지.”
--- 「춘천 사람은 파인애플을 좋아해_도재경」 중에서

현오와의 복잡한 일은 일단 접어두고 지금은 롬복의 자연이 선사하는 선물을 충분히 누리고 싶었다. 오후 5시가 되자 수평선 너머에서 노을이 번져와 온통 섬을 보랏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물결이 일 때마다 얇은 보라색 시폰 치마가 바람에 일렁이는 것 같았다. 호텔 내 선베드나 셍기기 해변에 누워, 푸른 하늘과 산호초가 부서져 만들어진 에메랄드빛 바다와 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장관이었다. 사위가 어둑해지자 배에 조명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 문서정 --- 「우리들의 두 번째 롬복_문서정」 중에서

“통버이를 타고 그물 던지는 어부를 봤었지.”
전날 아침에 정은과 남편은 해변 길을 따라 산책했다. 바닷가에 도착하자 백사장이 펼쳐져 있었다. 휠체어 바퀴가 모래에 빠지면 구르지 않기 때문에 남편은 정은을 업고 바닷가를 걸었다. 베트남 전통배인 통버이가 보였다. 남편은 통버이를 타보고 싶었는지 정은을 모래사장에 내려놓았다. 남편은 바닷가로 가서 어부와 어부의 아이가 타고 있는 통버이를 바라보았다. 어부가 손을 흔들었다. 코코넛으로 만든 바구니 배는 뒤집힐 것처럼 흔들렸다. 팔다리가 새까맣게 탄 어부와 어부의 아이가 노를 저었다. 파도가 칠 때마다 통버이는 뭍으로 밀리는 것처럼 보였고 뒤집힐 것처럼 아슬아슬했다.
--- 「기요틴의 노래_박지음」 중에서

니가 중국을 알아? 너는 대만이잖아? 죽영은 가끔 도발적인 말도 서슴없이 했다. 본성인은 말하자면 대만 토박이 같은 존재들이라 뒤늦게 대륙에서 건너온 외성인을 싫어했다. 일본이 패망한 후 요직은 인구비율로는 얼마 되지 않는 외성인들이 모조리 차지하다시피 했고, 이런저런 역사적 불행이 거기 관련되어 있었다. 죽영의 질문은 단순한 문장이었으나 그 내용은 너무 많은 것을 건드렸다. 저 질문에 대한 답이라면 모국어로도 원활하게 할 자신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똑같은 문장 구조로 된 반문이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도 그건 더할 수 없이 훌륭한 반격이었다. 니가 북한을 알아? 너는 남한이잖아? 죽영은 아니, 그건 다르지, 어떻게 그게 같아? 라고 발끈하면서도 중국어로도, 한국어로도 설명하지 못했다. 우리의 모국어가 다르고 또 우리의 외국어가 서툴다는 사실은 얼마나 큰 행운이었던가.
--- 「여행시절_이경란」 중에서

“여기…… 사회주의잖아.”
신애의 말대로 사회주의 나라에도 구걸하는 소년들이 있었고, 가짜 옥 반지를 파는 상점도 있었지만, 영호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겼다. 사회주의든 무엇이든 멈춰있는 것은 없을 테니까.
다음 날은 전날보다 훨씬 더 습하고 무더웠으며, 만리장성을 오를 때 신애의 얼굴이 몹시 창백했고 밤에는 가위에 눌린 듯 신음을 내며 버둥거리기도 했으나, 처음 온 해외여행이, 더구나 아이들을 안고 끝없이 걸어야 했던 여정이 잠시 신애를 지치게 한 것뿐이라고. 다시 우수사원이 되어 중국에 온다면 그때는 아기가 자라 스스로 걸을 수 있을 것이고 딸은 더 잘 걸을 테고, 거지 소년들은 청년이 되어 자전거를 타고 북경의 길 위를 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러면 그들은 즐거웠던 여행을 두고두고 추억할 수 있을 거라고 영호는 생각했다.

--- 「어떻게 지냈니_이수경」 중에서

출판사 리뷰

각자의 자리에서 아시아를 기록한 6편의 이야기들
“독자를 아주 멀리멀리, 원하고 상상했던 나라로 데려갈 것이다.”


‘아시아’에 대한 소설가 6인의 테마소설. 각각 대만, 몽골,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을 소설 속에 담았다. 가까운 만큼 잘 알지만 또 잘 모르기도 하는 장소들을 모티브로 하여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도쿄의 연구소에서 스쳐 지나간 아스라한 인연의 흔적을 더듬어보기도 하고(김강, 「나비를 보았나요」) 몽골의 다르하드 초원을 그리워했던 사별한 아내를 떠올리기도 한다(도재경 「춘천 사람은 파인애플을 좋아해」). 인도네시아 롬복의 바다로 두 번 다시는 갈 수 없을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문서정 「우리들의 두 번째 롬복」), 베트남 하노이의 해변에서 억누르지 못하는 회한에 휩싸이기도 한다(박지음 「기요틴의 노래」). 유학 시절 만났던 대만인 친구를 떠올리고(이경란, 「여행시절」),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중국여행을 되새기기도 한다(이수경 「어떻게 지냈니」).

작품들을 따라 읽어나가다 보면 커다란 운명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작은 인간들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아름답고 경이로운 자연 뒤에는 감당하기 힘든 진실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서로가 서로에게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시절 우리가 얼마나 헤픈 여행자였는지를.
_김남일(소설가)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 서로의 숨결을 나누는 것이 금기가 되어버린 시대에, 작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아시아의 모습을 담아낼까? 쉽게 떠오르는 장면들도 있지만 그저 익숙한 풍경만을 그리지는 않는다. 다른 풍경 속에서 소설 속 인물들이 갈구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문장 밖으로도 조금씩 배어 나오면 우리는 어쩌면 모두 비슷한 것을 그리워하고 동경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섯 편의 소설은 우리가 잃은 것과 잊은 것이 무엇인지를 절절하게 떠올리게 하고, 우리가 다시금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게 할 것이다.

추천평

아시아를 소재로 한 소설집 제목을 『여행시절』로 뽑은 건 탁월한 선택이다. 코로나 때문에 나라 밖으론 한 발짝도 못 떼게 되니, 이제야 우리는 안다. 그 시절 우리가 얼마나 헤픈 여행자였는지를.
여섯 명 작가들의 분투가 아름답다. 그들은 아시아의 도처를 그저 익숙한 관습의 발길 아래 놔두지 않는다. 가령 도쿄의 미생물 실험실은 주류/비주류의 관계가 모호해 외려 새로운 연대가 가능한 장소로 등장하고, 동남아의 아름다운 두 해변은 우리 삶의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말라는 은유로 동원된다. 춘천과 다르하드는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늘 꿈꾸는 ‘없는 세상’이다. 육가공 공장의 노동자 가족이 포상휴가를 받아 찾아간 중국은 실은 잘 이별하는 일을 위해서만 회상의 가치를 지닐 뿐이다. 그럼 타이완에서 유학 온 거구의 럭비 선수는? 그는 그해 6월의 백양로에서 기어이 목격자가 된다.
그렇다, 관습이 아니라면, ‘여행시절’에 우리가 만났던 아시아는 무엇이었을까. 혹시 지난 시절 누구나 지녔던 서툰 충동과, 대상조차 모호하던 어떤 욕망은 아니었을까. 기숙사 문이 닫히기 전 헐레벌떡 내달려서 기껏 사온 이미테이션처럼 말이다. 해도, 아무도 그걸 부정하거나 외면할 근거는 없겠다. 스스로 말을 수정하노니,
“오, 헤픈 여행인들 얼마나 귀했던고!” - 김남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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