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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사람은 파인애플을 좋아해
도재경
열린책들 202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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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그가 나무 인형이라는 진실에 대하여
춘천 사람은 파인애플을 좋아해
마인드 컨트롤
방독면을 쓴 바나나
노르웨이와 카트만두 사이
푸른 먼지
태리
BMNT
인터뷰: 결별을 마주하는, 무르춤한 순간들 박인성(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1

201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 시작. 2020년 소설집 『별 게 아니라고 말해줘요』 웹북 『방독면을 쓴 바나나』 『그가 나무인형이라는 진실에 대하여』 출간. 심훈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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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2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312g | 115*188*20mm
ISBN13
9788932924830

책 속으로

여태껏 거짓말하는 사람을 많이 접했지만 몇 해 전 자신이 살던 나라로 돌아간 민제만큼 완벽하게 누군가를 속일 수 있는 사람을 만나 본 적은 없다.
---첫문장 중에서

자기 마음대로 거짓말을 주무를 수 있다면 자기만의 진실도 가질 수 있다. 자신이 사는 세상을 어루만지거나 유지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심지어 거짓말은 동화 속에서나 가능한 환상적인 힘도 주지 않는가.
---「그가 나무 인형이라는 진실에 대하여」 중에서

사실 오지 않는 날이 많아. 대개는 그렇지. 그럼 뭐 어때? 이렇게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게 헛되단 생각은 안 들어. 오늘 안 오면 다음 날을 기다리면 되고, 다음 날이 아니면 그다음 날, 뭐 그러다가 언젠가 오겠지. 어쩌면 그중 일부는 이미 와서 우리와 같이 숨 쉬고 있을지도 모르고.
---「춘천 사람은 파인애플을 좋아해」 중에서

나는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확인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부재중 통화나 수신된 메시지가 없었다. 장인의 집이 수신 불가 지역이었나. 그런데 장인은 무슨 수로 내게 전화를 한 걸까. 홀로 어두운 숲길을 걷고 있을 장인의 뒷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나는 조수석에 둔 검은 봉지를 열어 보았다. 파인애플 통조림 하나가 들어 있었다. 민아가 파인애플을 좋아했던가. 불현듯 입속에 감돌던 시큼한 기운이 코끝에 전해졌다.
---「춘천 사람은 파인애플을 좋아해」 중에서

화를 비롯한 부정적인 감정을 품었을 때 내면에 불꽃이 날름거리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광경이다. 누구든 그 마음속엔 땔감이 가득하니까. 그러나 대부분은 내면에 불똥이 튀더라도 각자 구비해 놓은 소화기로 진화해 스스로 마음을 다독인다. 골칫거리는 소화기로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화재였다.
---「마인드 컨트롤」 중에서

마음이 무서운 건 그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야.
---「마인드 컨트롤」 중에서

나는 조심스레 쪽문을 슬쩍 밀어 보았다. 문틈 사이로 불어 든 날카로운 눈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나도 모르게 질끈 눈을 감았다. 봄의 정반대 계절은 바로 지나온 계절이었다.
---「방독면을 쓴 바나나」 중에서

그 도시에는 사람들보다도 더 많은 신이 살고 있더라.
---「노르웨이와 카트만두 사이」

정상 세포의 경우 자신이 성장할 때와 죽어야 할 때를 명확하게 알고 있는 데 반해 암세포는 그걸 모른다. 무작정 증식하려고만 한다. 그게 암세포의 본성이다.
---「푸른 먼지」 중에서

우린 항상 그 의상실 앞에서 다시 만났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내 진짜 이름을 알면서도 늘 그렇게 불렀다고 그러더라. 기분이 썩 나쁘진 않았지. 실은 그 의상실을 찾았던 것도 가게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였거든. 그런데 그이가 하는 말이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 그 자동차에 치여 함께 죽었다고 하는 거야. 그것도 예순 번도 넘게 말이야. 끔찍하기도 하지. 그런데 다시 눈을 떠보면 어김없이 내가 의상실에서 옷가지를 사서 나오더라는 거야. 처음엔 어찌 된 일인가 싶었다더라. 근데 나는 대체 그게 무슨 얘긴가 싶었어.
---「태리」 중에서

어쩌면 거짓으로 꾸며진 세계가 더 편안하고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엄경도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두통에 시달리다가도 창밖으로 해가 떠오르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쩐지 조금씩 회복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 않던가.

---「BMNT」 중에서

출판사 리뷰

“소설은 결국 사후의 이야기입니다. 소설가가 하나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동안 그 소설의 내용을 이루는 현장에는 있을 수 없습니다. 책상 앞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 게 소설가의 운명이죠. 기억이나 상상 등 다양한 표현 도구를 수집하면서 현장을 응시해야 합니다. 단순히 보는 게 아니라 여러 각도에서 똑바로 보아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소설의 화자는 제게 고마운 존재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저를 대신해 수행해 주었으니까요. 우리는 각성하는 존재인데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요? 무언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불길한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이야기해야 하는 게 아닐까. 이 소설을 쓰면서 이야기의 본질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수없이 질문했습니다. 이야기는 우리를 위로하고 치유합니다. 이야기에는 우리의 삶을 지속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나〉라는 인간은 이야기의 숙주에 불과한 게 아닌가, 라고 이따금 생각 들곤 합니다. 인류가 지구상에 태동하던 순간부터 이야기가 출현했듯이, 지구 종말의 순간까지도 이야기는 남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합니다. 심지어 자기 자신과도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꿈에서도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 마지막 이야기는 누가 하게 될까요?” ㅡ 도재경, 문학평론가 박인성과의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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