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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바 강가에서 우리는
박지음
아시아 2020.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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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네바 강가에서 우리는
레드락
리플레이
햄버거가 되기 위하여
나란히 걸어요
거미의 눈
톰볼로
영등

해설│톰볼로의 그녀들_정은경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전남 진도에서 여덟 형제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으며, 소녀 시절에는 편지 쓰기를 하면서 꿈을 키웠다.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현재는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2014년 〈영남일보〉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17년 월간토마토 문학상 수상,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창작기금을 받았다. 소설집 『네바 강가에서 우리는』, 『관계의 온도』가 있으며, 기획 출간한 테마 소설 『나, 거기 살아』, 『여행시절』, 『소방관을 부탁해』, 『쓰는 사람』을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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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44g | 146*206*16mm
ISBN13
9791156624905

책 속으로

낯선 곳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조심스럽게 의지하기 시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이 마음에 기대 나를 가로막는 벽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내 벽을 뚫을 도끼를 이 여자들에게서 얻은 것처럼.
--- 「네바 강가에서 우리는」 중에서

언니는 1980년대 후반에 미국으로 건너가서 살았다. 미국에서 결혼과 동시에 영주권을 얻었다. 언니는 그 시대에는 흔했던 결혼이민 여성이었다. 언니가 미국으로 가서 들었던 말은, 혹시 남편이 미군이냐는 것이었다. 그 질문에는 다른 뜻이 숨어 있었다. 미군들과 결혼하는 여성들은 미군부대 근처 기지촌 여성들이 많았다. 숨은 의도를 가지고 묻는 이들은 한인들이었다. 언니는 그들의 질문이 부담스러웠지만 한인 커뮤니티에 발을 들였다. 일주일에 한 번은 그들을 만나길 원했다. 그들이 담은 김치를 나눠 먹고, 된장찌개나 미역국 같은 음식을 편하게 맛보고 싶었다. 형부는 된장 냄새를 못 견뎌했고, 김치 냄새를 싫어했다.
--- 「레드락」 중에서

─ 애엄마가 불륜한 게 자랑이오? 사고사라는 거 밝혀졌으니까, 참고인이라는 거요. 그렇지 않으면 용의자로 구금될 판인데 다행인 줄 아시오.
형사가 불퉁스럽게 말했다.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소란스럽던 경찰서 안이 일순간 잠잠해지면서 모두의 시선이 나한테 쏠렸다. 나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셋째를 데려간 것은 오히려 역효과였다. 형사가 여경을 불렀다. 셋째는 여경한테 안기면서 숨넘어가게 울었다.
─ 요즘 엄마들은 무서운 게 없어. 자식 생각하면 저러면 안 되는 거지. 참 나, 애한테 뭔 좋은 꼴 보인다고 데리고 와.
--- 「리플레이」 중에서

IMF가 터진 해에 나는 스무 살이면서 열여덟 살이었다. 주민등록상 나이는 열여덟 살이었고 실제 나이는 스무 살이었다. 나는 편의점에서 담배도 술도 살 수 없었지만 천진난만한 나이답게 노량진에 있었다. 외환위기로 국가부도가 눈앞에 닥친 그 시점, 가장들은 실직하고 가정이 붕괴되어 집을 잃고 노숙자가 되어 거리로 나앉았다. 그러나 나는 이미 오래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안 계셨으며, 집도 없었고, 내 밥은 내가 벌어서 먹어야 했기에 그리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단지 지갑을 열 때마다 초조했다. 다음 날을 생각하면 숨이 찼고 견딜 수 없는 허기가 달려들었다. 나를 구원해줄 수 있는 것은 상상 속에 소환된 미래의 나와 타인을 향한 상냥한 미소밖에 없었다.
--- 「햄버거가 되기 위하여」 중에서

닥쳐오는 현실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외로웠다. 그날 말을 걸어준 사람이 누구였든 나는 그의 말을 들었을 것이다. 모여서 고기를 구워 먹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를 받자 뭐든 하고 싶었다.
--- 「나란히 걸어요」 중에서

아이들 몸에는 만지지 말아야 할 삼각형이 있다. 양쪽 어깨를 길게 연결한 직선의 양끝에서, 다리 사이로 꼭짓점을 만들면 삼각형이 된다. 삼각형 안은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만지면 안 된다. 아이들 간에도 만지지 말라는 성교육을 한다. 유치원 때부터.
--- 「거미의 눈」 중에서

길이 일시에 선명하게 드러났다. 밤새 현의 심장을 잡아채던 불안과 초조가 사라졌다. 현도 남편도 딸의 마음을 몰랐다. 남편의 의도를 알아챈 딸은 버려지기 전에, 현과 남편을 버렸을 것이다. 현의 발밑에 남편과 딸의 마음이 산화되어 쌓였다. 현은 닿을 수 없고 만질 수 없으며, 이미 부서져버린 그것을 밟으며 걸음을 옮겼다.
--- 「톰볼로」 중에서

물이 들기 시작했다. 바닷길이 사라지고 있었다. 리아는 들고 있던 반지를 있는 힘껏 던졌다. 흰 천으로 만든 길을 따라 엄마의 반지가 저승으로 건너갔다. 씻김굿 판의 장구 소리 북소리, 꽹과리 소리가 환청으로 들렸다. 신녀의 처량한 곡소리도.

--- 「영등」 중에서

출판사 리뷰

악몽 같은 세상 속 그녀들의 이야기
박지음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단편소설 「리플레이」로 2014년 영남일보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지음 소설가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데뷔작 「리플레이」를 비롯하여 모두 8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여성, 주로 기혼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여성의 삶과 고민, 좌절, 욕망 등 삶을 억압하는 것들과 맞서는 여성들의 고군분투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때로는 표제작 「네바 강가에서 우리는」에서처럼 서로간의 연대가 이루어지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작품에서는 비극적인 색채가 짙다. 세 아이를 낳고 옛사랑을 만나 하룻밤 일탈을 감행하는 가정주부의 환멸과 공포를 그린 등단작 「리플레이」나 미국에 거주하는 언니가 사실은 엄마였음을 드러내는 「레드락」, 또는 유년시절 성추행 사건을 학부모가 되어서야 폭로하는 「거미의 눈」, 소통하지 못하는 남편과의 결별을 사고사로 끝장내는 「톰볼로」 같은 작품에는 “한결같이 제도적 일상에서 억압된 ‘무엇’이 벽지를 찢고 튀어나와 외설적인 ‘날 것’으로 재현”(정은경 문학평론가)되는 장면이 그려진다.

박지음은 인물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유보하면서 그를 둘러싼 시스템과 인간관계들을 묘사하며 그의 심층까지 들여다보려고 한다.

“나는 흔들리지 않고 이 무용한 세계를 지켜가기로 마음먹었다.”

「네바 강가에서 우리는」에 등장하는 그녀들은 제각각 다른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답게 다른 사연과 꿈을 품고 있다. 기혼 여성과 미혼 여성이 만나서 서로의 사정을 백 프로 이해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함께 낯선 곳을 걸으면서, 함께 밤을 보내면서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스스로를 의심했던 마음을 버리고 조금씩 용기를 내게 된다.

“낯선 곳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조심스럽게 의지하기 시작하는 마음”(「네바 강가에서 우리는」)이 싹트는 일은 쉽지만은 않기 때문에 그 만남과 인연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진다. 작가는 현실에서 그러한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마치 기적과도 같다는 듯 뒤이어 나오는 소설들 속에서 환멸 나는 삶의 장면들을 보여준다.

등단작 「리플레이」는 어딜 가나 CCTV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대 사회를 그리고 있다. 어딜 가나 그 시선을 피할 길이 없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누구를 만나든 “그사이에, 끝없이, 끝없이, 우리는 찍히고 있”다.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CCTV는 ‘나’의 무죄를 증명하는 장치인 동시에 ‘나’의 부정을 고발하는 장치로서 기능하며 현대인들이 품고 사는 삶의 윤리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들을 전혀 옹호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박지음은 CCTV와 같은 시선으로 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그려낸다.

“외로웠다. 그날 말을 걸어준 사람이 누구였든 나는 그의 말을 들었을 것이다.”
“나는 이미 비명을 지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현실적인 문체로 그려낸 삶의 풍경들


정은경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박지음의 작품들이 샬런 퍼킨스 길먼의 「누런 벽지」를 떠올리게 한다고 쓰고 있다. 「누런 벽지」는 평범한 가정주부가 미쳐가는 내용을 담은 고딕풍 소설로, 박지음의 소설집 『네바 강가에서 우리는』에 실린 작품들 역시 삶을 견디다 못해 미쳐버릴 것 같은 여성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결혼을 해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나가야 할 것 같지만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에게 힘이 되거나 기댈 곳이 되지 못하고 견딜 수 없어 잠시라도 떠나 있어야 하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가정 내에서 평안을 얻지 못하고 매년 어디론가 홀로 여행을 떠나야만 겨우 숨 쉴 구멍을 찾을 수 있고(「레드락」), 옛 연인을 만나 불륜을 저지르고(「리플레이」), “현실을 도피하려는 마음과 외로움과 남편에 대한 죄책감이 뒤섞여”(「나란히 걸어요」) 말도 안 되는 주술 의식에 참여하기도 한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그 선택들은 삶에서 다른 선택지를 찾지 못한 그들이 삶을 견디기 위해, 미쳐버리지 않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들은 피해자이면서도 그 피해를 제대로 회복하거나 보상받을 길이 없는 채로 성장하여 가해자로 돌변하기도 한다. 「거미의 눈」에서 초등학생 시절 같은 반 남자아이에게 성추행을 당했던 ‘나’는 자신의 아들이 같은 반 여자아이를 성추행하는 것을 목격하고서도 이를 모른 척하고 아들을 변호하려 든다. 여자아이의 아버지가 바로 자신을 성추행했던 초등학생 시절 동창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나’는 어린 시절 자신을 가해했던 사람들의 논리를 그대로 가져오기도 한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고스란히 ‘나’에게로 되돌아와 다시 ‘나’를 공격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우리에게는 각자의 톰볼로가 있다는 걸.”
잔잔한 일상을 견디고 난 다음 돌출되는 이야기


「톰볼로」에서는 이혼을 결정한 부부와 그들의 딸이 등장한다. 그들이 도로에서 고양이를 차로 치어 죽이고 도착한 장소는 그 풍경과 냄새마저 숨 막히게 하는 곳으로 묘사되고 있다. 서로를 향한 증오와 경멸밖에 남지 않은 듯한 이들의 모습에서 더는 돌파구를 찾아볼 수 없는데, 결국 딸 ‘민아’가 사라진 것은 실종이 아니라 생존의 돌파구를 찾아 무사히 탈출한 것으로 읽힌다.

“우리에게는 각자의 톰볼로가 있다”는 대사처럼 박지음의 소설 속 인물들은 바닷속에 잠기지 않고 모습을 드러낼 톰볼로를 발견하여 지긋지긋한 삶을 돌파할 방도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진행형으로 벌어지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물살이 빠져나간 뒤에 솟아난 ‘육계사주’처럼 묘파”(정은경 문학평론가)하며 작가 박지음의 현실주의 문체는 다른 ‘톰볼로’를 돌출시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화려하지 않고 안정적인 문체로 삶의 굴곡을 그려낸 박지음의 첫 소설집을 통해 다채롭고 풍부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추천평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고 ‘리플레이’되는 악몽이다. 출생의 순간부터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서까지 고난과 편견을 피해갈 도리가 없다. 그럼에도 소설 속 나는 여자인 자신을 스스로 약자며 피해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남성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도 않는다. “근데, 너는 나를 싫어하는 거니, 무관심한 거니.”라는 독백을 통해 내가 바라보는 세상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는데, 끊이지 않는 불행한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박지음은 더듬어 전진하며 탈출구를 찾는다. 이 과정이 언뜻 미로찾기 같지만 게임의 룰은 전혀 딴판이다. 벽은 피해야 할 뿐 아니라 때때로 공략의 대상이 되는데 남성 혹은 여성, 관습과 편견 등 수없이 나타나는 벽들 앞에서 박지음은 모든 벽을 깨부수자는 구호를 외치는 대신 일부는 뛰어넘고 일부는 피해간다. 박지음의 힘은 현실적이라는 데 있다. 그것이 이 세상과 맞설 때 얼마나 강력한 힘이 되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리플레이되는 박지음의 세상을 끝까지 지켜보고 싶다. - 하성란 (소설가)
결혼한 여성이 어떤 방식으로 도태되고 있으며 삶의 곤궁을 벗어나고자 발버둥 치는지, 우리가 어떤 사랑을 간절히 원하는지 또 원하지 않는지 나는 알고 싶지 않았다. 박지음의 소설을 읽으면서 나로서는 결코 ‘리플레이’하고 싶지 않은 장면들을 몇 번이고 다시 봐야 했다. 그러고 나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서 침울해진 나는 뭔가를 확인하고 싶어졌다. 여기까지 알아버린 여자로서 진실이라는 것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모습들을 하나하나 만져보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박지음은 쉽게 도덕적 우위를 점하려 하지 않는다. 명백한 잘못을 폭로할 때조차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삶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의 문장 속에서는 여러 겹의 시간이 합쳐지고 흩어지고 다시 뭉개진다. 믿고 싶은 한 인간의 세속과 간사함까지도 그려내고야 마는 용기. 박지음은 함부로 선언하지 않으면서 흩어진 용기를 모으고 있는지 모른다. 그 용기로 우리의 상처가 아무는 시간이 조금은 당겨지리라. - 이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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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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