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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숙 작가는 2013년부터 팟캐스트 퀴어방송을 100회 이상 진행하였으며 2015년부터 대중문화와 시각예술에 대한 글을 다양한 지면에 발표해왔다. 또한 기획/출판 콜렉티브 ‘아그라파 소사이어티(Agrafa Society)’의 일원으로서 웹진 ‘세미나’(www.zineseminar.com)를 공동으로 기획, 편집했고, 프로젝트 ‘OFF’라는 이름으로 페미니즘 강연과 비평을 공동 기획했다. 또한 이연숙은 2021년 ‘SeMA-하나 평론상’을 받으며 한국 미술계의 발전을 견인할 젊은 미술평론가로 선정된 바 있다. 이는 서울시립미술관이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으로 격년제로 시행하는 국공립미술관 최초 평론상으로서 자격제한 없는 공모제와 공정한 블라인드 심사를 원칙으로 한다. 이연숙은 SeMA-하나 평론상 4회 만에 나온 첫 단독 수상자로서 글 자체에 내재된 정동과 감각적 생동감, 분석 대상에 깊이 파고드는 힘과 글맛을 자유자재로 내는 문장력이 장점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세상의 내장을 두루 어루만지는 촉수가 되기를 기원한다(김영민)는 심사평과 함께 학제 간 경계를 가로지르는 전방위적 비평가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문혜진)를 한몸에 받았다. 이후 비평가 이연숙은 SeMA 비평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펴낸 첫 책 『진격하는 저급들』에서 퀴어한 삶에서 서로 경합하는 저급한 것들이 어떻게 정치적이고 급진적일 수 있는지 물었다. 이연숙은 해당 책에서 ‘퀴어’라는 개념이 최소한 문화예술계에서 ‘킨키한kinky’ 같은 용례 혹은 ‘성적 소수자’와 동의어로 사용되는 문제를 지적하며 퀴어는 다양한 성적 정체성을 아우르는 우산 개념으로서의 의미를 초과함을 이야기한다. ‘그런 식으로 살지 않을 수 없는’ 스스로 실패하기도 전에 ‘실패가 당신을 선택하는’ 패배자, ‘정상 사회’라고 하는 내부를 구성하기 위한 ‘평균 미만에 존재하는 실패자로서의 퀴어’들과 정답 없는 질문들을 나눈 소중한 비평적 지향점을 첫 책에 담은 셈이다. 『여기서는 여기서만 가능한』은 그러한 반복되는 ‘실패’의 생채기가 혼란스럽게 쌓여 있는 수다스러운 더미들로 보인다. 그것들은 바라보는 눈을 믿을 수 없게 만드는 표면이면서 내부인 것들이자 추해지는 것에도 실패한 분해되다가 만 것들, 뒤집히고도 또 뒤집혀서 완전히 알아볼 수 없게 된, 그러나 여전히 나를 거슬리게 하고 동시에 매혹하는 침묵에 가까운 거짓말들(180쪽)이다. 이연숙은 일기가 허용하는 순진함을 극한까지 밀어붙여 이용하는 동시에 공들여 닦아낸 비평적 렌즈로 자신이 처한 상황과 위치, 조건을 쓰기라는 행위로 물질화하는 데 성공한다. “그런 거는 저를 한 번도 도와준 적 없었(266쪽)던 ‘희망’”. “희망 없이 대가 없이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고 또 파괴하는 일을 반복”(341쪽)할 뿐인 이 일기라는 운동장에서 무엇이 적혀져야 하는 것이며 써야만 하는 것인가. 작가가 본문에서 언급하는 감독 보리스 레만의 작업 방식이 어쩌면 이 빽빽한 밀도의 일기 작업에 대한 힌트가 될지도 모르겠다. 작가에게 ‘오늘’은 시나리오도 스크립트를 준비하지 않고 찍기 시작한 영화와 같다(「저는 찍었고, 그래서 존재했습니다」). 이연숙은 감독이자 배우로 매일 주어지는 하루라는 스크린에 출연하는 셈이다. 동시에 그는 자신이 보고 있는 장면에서 의미를 찾아내야 하는 관객들의 시선을 통해 스크린에서 탈출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발휘되는 것은 작가 이연숙의 고도로 훈련된 문장력이다. 시라고 불러도 무방할 독창적인 리듬감, 맥락 사이로 미끄러지는 몸을 언어의 표면에 붙들어내려는 영리한 시도들은 저자와 독자 사이에 우스꽝스러운 ‘창상創傷’을 만든다. “마치 조금만 더 바짝 끌어안는다면 우리가 서로에게 흡수될 것처럼”(440쪽) 어느새 읽는 이의 자리에서 내 구멍을 응시하는 발화자의 자리로 슬쩍 이동하게 되는 이 놀라운 텍스트의 멜랑콜리에 당신의 이름을 기입할 차례다. “이렇게 쓰면서, 쓰는 동안에, 나는 이런 일들이 글자로 적힐 수 있을 만큼의 일,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는 걸 확인한다. 그러고는 안심한다.”(449쪽)작가의 말이 책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블로그와 메모장에 쓴 일기 중 일부를 모으고 다듬은 결과물이다. 나는 살기 위해서 일기를 썼다. 일기가 나를 살렸다.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이름들 역시 마찬가지다. 나와 관계를 맺어주어서, 나를 견뎌주어서 고맙다. 특히 말 그대로 나를 먹여주고 재워준 마리, 언니, 진진, 해머, Y 선생님, J 선생님께 감사한다.2024년 봄이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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