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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마음을 기울이면 보이는 소리
1장 소리 없는 세상 0.1퍼센트의 특별함 세상에서 가장 슬픈 생일 자연에서 얻은 마음의 언어 어둠 속 한 줄기 빛 소리 없는 세상의 노래 내 인생을 바꾼 글쓰기 2장 다시 시작된 열정 치유의 캠퍼스 생활 스무 살의 통일대장정 톱스타 김태희가 나를 찾는다고? 영화 〈도가니〉를 찍다 혼자 떠난 중국여행 아테네국제마라톤에 도전하다 취업전선에 뛰어들다 3장 들리지 않는 귀가 내게 준 선물 잊을 수 없는 로살리마 수녀님 내 귀가 되어준 소중한 우정 첫사랑의 추억 내게 아주 특별한 반려견, 행운이 가족, 그 따뜻한 이름 4장 세상을 바꾸는 시간 세계지식포럼 이야기 닉 부이치치를 만나다 내 인생에 경종을 울린 사건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5장 농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수화는 언어다 농인의 삶 세계의 농인을 만나다 농인이 청인에게 에필로그_아름다운 내일을 꿈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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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세상에서 외로운 섬처럼
그녀는 자신이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으로 자각하게 된 사건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홀로 잠이 깬 그녀. 더듬더듬 벽을 찾아 두드렸지만 제대로 소리가 나는지 알 수 없었다. 겁이 나 울부짖었지만 그 소리 또한 들을 수 없었다. 빛과 소리가 없는 어두운 그 방 안에서 처음으로 그녀는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그 공포는 서막에 불과했다. 특수학교에서 일반학교로 전학을 하게 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이다. 시·청각 복합장애인이었던 미국 여류작가 헬렌 켈러가 ‘보지 못하는 것은 사물과의 단절을 의미하나, 듣지 못하는 것은 사람과의 단절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그녀는 학창 시절 동안 외로운 섬처럼 떠 있어야 했다. 들을 수 없으니 필기를 할 수 없었고, 선생님이 내준 과제를 듣지 못해 빈손으로 등교해 다음날 체벌을 받기 일쑤였다. 무엇보다 선생님, 아이들과 소통할 수 없어 지독한 외로움을 느꼈다. 수화를 자유롭게 사용했던 특수학교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었지만, 우물 안 개구리가 될까 걱정했던 엄마의 강한 교육법으로 견디고 또 견뎌야 했다. 그녀는 고백한다. 가족의 사랑과 지지가 없었다면 학교 화장실 창 너머로 몸을 내던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고. 그녀는 독서와 글쓰기를 탈출구로 삼으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도전하는 열정에 장애는 없다! 그녀의 인생은 충북대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달라졌다. 학내 수화동아리 ‘보이는 소리’에서 활동하면서 농인의 정체성에 대해 눈뜨기 시작해, 청각장애가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농인의 한 특징일 뿐이며 ‘수화’라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언어적 소수집단이라는 자의식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신체적 아픔을 보듬어준 첫사랑, 제1호 수화통역사를 자처한 친구의 뜨거운 우정을 경험하면서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갔다. 자신감을 갖게 된 그녀는 전국대학생 통일대장정과 아테네국제마라톤에 도전했으며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혼자 중국여행을 감행하기도 했다. 관상어 코이(Koi)는 어항에서 자라면 최대 8센티미터밖에 자라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연못에서 자라면 25센티미터가 되고 큰 강물에서 자라면 120센티미터까지 성장한다. 만일 한 마리의 코이가 ‘내게 장애가 있기 때문에’라는 꼬리표에 묶여 지내왔더라면, 작은 틀 안에서 스스로를 작게 만들어 성장했을 것이다. 중국 여행을 선택한 이유는 큰 강물에서 자라는 120센티미터의 코이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나의 장애가 뛰어넘을 수 없는 장애물인지 시험하고도 싶었다. - 본문 중에서 그러한 도전은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굴복하지 하지 않는 근성을 만들어주었다. 전화 업무 등을 할 수 없는 한계 때문에 취업에도 제약이 많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청인들도 들어가기 힘든 대기업에 당당히 입사했다. 또 세계적인 석학과 기업가, 국제기구 대표 등 글로벌 리더들이 연사로 참가하는 지식축제의 장인 ‘세계지식포럼’에 농인 최초로 참가했다. 그녀는 포럼 사무국에 ‘지식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합니다’라는 장문의 메일을 보내 장애인 할인제도를 마련하도록 했고, 포럼이 개최된 지 처음으로 수화라는 언어가 사용될 수 있도록 했다.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내다 ‘액션하라! 기회는 액션하는 자에게 찾아온다’는 평소의 신념처럼 그녀는 방 안에 틀어박혀 기회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자 감명 깊게 읽은 책의 저자를 찾아가 조언을 들었고, 세계지식포럼에 참가하면서 장애인 할인제도를, 지식나눔공동체 북포럼의 문을 두드리면서 타이핑 속기를 요청했다. 동화작가 고정욱 등 여러 강연회에서 만난 강연자들과 인연을 맺고 멘토로 삼기도 했다. 또 주변에서 아무리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말해도 그녀는 지레 포기하는 일 없이 직접 찾아가거나 메일을 보내 자신을 알리고 조언을 들었다. 그 조언은 반드시 자기화한 뒤 농인 후배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멘토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유다. 그녀의 액션은 계속되어 북포럼과 CBS강연프로그램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 많은 사람들에게 소리 없는 감동을 전했다. 그녀의 강연을 직접 듣거나 영상으로 본 많은 사람들은 감사의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가 듣기엔 발음이 서툴렀지만 어떤 화려하고 세련된 웅변보다 뭉클했습니다. 어제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에게 100권의 책이었으며, 1000개의 회초리였습니다. 스승이었습니다.” “어제 저의 찌그러진 한 부분이 펴졌답니다. 장애는 그렇게 우리의 시각을 비추는 존재들이더군요.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수화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눈빛으로 말해주는 선영 씨, 감사했어요.” 더 놀라운 것은 그녀의 작은 실천들이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녀의 강연에 감동을 받은 여러 사람들의 재능 기부가 이어져 농인을 위한 커피 교육, 수화 강좌 등이 개설되었다. 뿐만 아니라 속기 봉사자, 국제수화통역사가 도움을 주겠다고 나섰고 사회적기업에서 쉐어 타이핑 서비스를 지원해주었다. 이러한 경험들은 그녀가 더욱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하며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으로 살 수 있도록 끌어주었다. 그녀는 베스트셀러 저자 루디 시몬이 “내 안의 유리창을 깨트리세요. 자신의 장애뿐만 아니라 숨기고 싶은 과거에 대해 정직하고 솔직하게 말해야 합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자신의 한계를 깨고 당당히 세상과 부딪혔다. 그 결과 청각장애인에서 당당한 농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보이는 소리 들리는 마음』 이 책에 담긴 그 열정의 기록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다. 소리 없는 세상이 끔찍하게도 힘들었지만 가슴 속에 뜨거운 열정의 메시지가 있었기에 그 힘든 시간을 뚫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소리로 전달되는 말보다 몸짓과 눈빛 그리고 표정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병리적 관점에서 치료의 대상으로 보는 ‘청각장애인’이 아닌, ‘수화’라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언어적 소수집단으로서의 ‘농인’으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삶이 경이로운 것이 내가 어떤 삶을, 어떻게 태어나서 어떻게 살아갈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정해진 길을 가면 가슴이 뛰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위험을 무릅쓰고 세상을 향해 도전할 수 있습니다. -에필로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