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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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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에 얽힌 100년 축구전쟁의 역사
축구팀의 정체성을 깊게 이해하고 그들의 역사를 온전하게 알아보려면 엠블럼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FC 바르셀로나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아스널 · 바이에른 뮌헨 등 세계 축구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유럽의 명문 클럽들은 하나같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긴 역사만큼이나 유구한 전통과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구단들은 승리를 원하는 자신들의 갈망과 열정을 엠블럼에 고스란히 담아 표현한다. 이들은 엠블럼을 통해 구단의 역사와 비전을 드러내고, 자신들이 추구하는 축구 철학을 공표하는 것이다. 즉, 축구팀의 엠블럼을 이해하는 일은 그 구단의 정체성과 역사는 물론이고 그들의 고유한 문화까지도 알아가는 작업이 된다. 이 책 《유럽 축구 엠블럼 사전》은 유럽 7대 리그에 속한 최정상급 축구팀 70곳의 엠블럼을 모아 소개했으며, 엠블럼을 매개로 그 안에 함축되어 있는 해당 구단의 거의 모든 것을 정리하려고 노력했다. 구단에 대한 기본 정보에서부터 엠블럼 속 상징과 기록으로 파악할 수 있는 팀의 역사와 문화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정리했다. 엠블럼은 무엇을 뜻하는가? 100년 역사의 유럽 축구팀들은 엠블럼을 통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표현하는 것일까? 개성 넘치는 엠블럼이 즐비한 유럽 축구계인 만큼 그들이 엠블럼으로 드러내려는 바도 다양하다. 하지만 주제별로 나눠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기원, 승리, 긍지, 전통, 추모 등을 열거할 수 있다. 먼저 그들은 엠블럼으로 자신들의 기원을 설명할 때가 많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엠블럼을 살펴보자. 너무도 유명한 이 엠블럼에는 팀의 기원에 대한 단서들로 가득하다. 엠블럼을 붉은색으로 채운 이유는 맨체스터 지역의 유명 가문인 랭카스터 집안의 영향 때문이고, 엠블럼 속 방패는 맨체스터 시의 상징에서 유래했다. 초기부터 현재까지 엠블럼 안에 잘 보존된 범선 모양은 맨체스터 지역의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주는데, 이것이 맨체스터 시와 머지 강의 어귀를 연결하는 운하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길이 75km에 달하는 운하는 산업혁명 당시 맨체스터 시에 번영을 가져왔다. 다음으로 엠블럼은 승리를 기념한다. 축구팀은 언제나 경기에서 승리하기를 원한다. 구단들은 때로 엠블럼을 이용해 지난 세월 동안 자신들이 어떤 승리의 역사를 만들어왔는지를 드러내곤 한다. 여러 구단들이 리그와 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을 엠블럼에 표시하기 위해 별 모양을 그 안에 그려놓았는데, 이탈리아의 명문 인테르 밀란도 예외는 아니었다. 리그에서 18번이나 우승한 팀의 역사를 자랑하기 위해 그들은 엠블럼 상단에 커다란 별을 달아놓았을 정도이다. 상징과 기록이 말하는 그들의 승리 · 열정 · 긍지 · 전통 영광스러운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한 이 같은 구단의 태도는 팀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스페인의 축구팀 레알 클럽 데 셀타 비고는 자신들의 연고지인 ‘비고’를 품고 있는 갈리시아 지역의 상징색인 하늘색으로 엠블럼의 방패를 채워 넣었으며, 갈리시아 지방과 깊은 관련이 있는 성 야고보의 십자가를 엠블럼의 한가운데에 놓았다. 이 모든 조치가 자신들이 그 지역 전통의 계승자임을 드러내고 이를 긍지로 삼기 위함이다. 오랜 세월이 꼭 전통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창단 역사가 긴 구단에게는 그 세월만큼의 격조가 있기 마련이다. 1787년에 세워진 ‘루퍼트 왕자탑’ 이미지를 엠블럼의 중심에 사용하고 있는 에버턴 FC는 탑 모양의 양옆에 1878이라는 숫자를 새겨 넣었다. 이는 팀의 창단 연도로 애버턴 FC는 이 숫자를 통해 자신들이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지닌 구단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있다. 축구팀이 엠블럼에 담는 상징과 바람은 보통 승리, 열정, 자부심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가끔 그보다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한 상징을 엠블럼에 넣은 예도 있다. 이 같은 사연의 주인공은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오랜 강자인 리버풀 FC다. 리버풀 FC는 1984/85시즌 유러피언컵 결승전에서 유벤투스와 대결을 벌였는데, 대결 장소였던 벨기에의 헤이젤 스타디움에서 큰 사건이 벌어졌다. 경기 전부터 달아오른 분위기 탓에 리버풀의 훌리건들이 유벤투스 팬들을 공격한 것이다. 이 사태로 총 39명이 사망하고 600여 명이 부상을 당했는데 사망자 대부분은 유벤투스 팬들이었다. 일명 헤이젤 참사로 불리는 이 사건이 일어난 지 몇 년 지나지 않은 1989년, 리버풀 FC는 또 한 번의 아픔을 겪게 된다. FA컵 준결승전에서 노팅엄 포레스트와 만난 리버풀 FC는 셰필드 웬즈데이의 홈구장인 힐스버러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치르고 있었는데, 당시 원정 팬들이 펜스 쪽으로 몰리면서 그만 펜스가 무너지고 말았다. 결국 96명이 사망하고 768명이 부상을 입는 대형 사고가 일어났는데, 헤이젤 참사와는 달리 이번에는 대부분의 희생자가 리버풀 팬들이었다. 2번의 잊지 못할 참상을 겪은 리버풀 FC는 희생자의 영혼을 위로하기로 결정했다. 리버풀 FC의 홈구장인 안필드 옆에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추모비를 세웠고, 그 옆에는 꺼지지 않는 성화를 놓았다. 그리고 구단은 엠블럼의 양옆에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영혼을 위로하는 의미로 성화 이미지를 집어넣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