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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_영험의 방탄 스타킹을 찾아서
01. 사람의 입을 빌려 하늘이 말하다 _신점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것은 신과 인간 중 어느 쪽일까?” 02. 예언에도 과학이 _사주 “우리의 삶은 생년월일시라는 거푸집에 부어진 쇳물에 불과한 것일까?” 03. 때로는 이름 하나가 인생을 좌우한다 _성명점 “이름은 인생의 번드르르한 간판이 될 수도, 험한 철조망이 될 수도 있다.” 04. 얼굴은 곧 성격, 성격은 곧 운명 _관상 “사람의 얼굴에 세상 삼라만상이 들어 있소이다!” 05. 거짓말을 하지 않는 불변의 주름 _손금점 “단 1밀리미터의 차이로 운명이 바뀔 수 있다고?” 06. 점이라기보다, 심리 스토리텔링 _타로 “카드가 보여주는 답은 누구보다 바로 나 자신이 알고 있다.” 에필로그 _작고 허술하고 유용한 어둠 감사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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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합리와 이성의 수호자라 자부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미개한 미신’이나 ‘혹세무민’이나 ‘합법적 사기’만이 점집에 대한 유일하게 정당한 태도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갖가지 업종 직급 호봉 연차 지역 학력 학식 연령은 물론 심지어는 종교마저도 모두 초월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점집에 내방하고 있다는 작금의 사실fact을 ‘혹세무민’이나 ‘합법적 사기’라는 단어만으로 간편하게 퉁 치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일까.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혹세무민’과 ‘합법적 사기’의 우매한 희생자일 뿐인 것일까.
그렇게 믿어도 좋을까. 그래도 괜찮은 것일까. 괜찮지 않다면? 〈프롤로그 -영험의 방탄 스타킹을 찾아서〉 중에서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 삶에는 분명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일 또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벌어지는 일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목에 칼이 들어오는 비극이 됐든, 유튜브 조회수 2억 대박에 빌보드차트 선두권 랭크가 됐든 말이다. 기왕이면 전자보다는 후자 쪽에 낫겠지만, 아니라면 또 어쩔 것인가.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쨌든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내면서 그 만만찮고 녹록찮고 헷갈리는 여정에서 잠깐이라도 쉬어가는 벤치를 내어주고 손을 잡아 끌어주는 일이라면 그 ‘명’ 또한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점쟁이라 불리든 점술자라 불리든 재야 동양철학자라 불리든 말이다. 〈02. 예언에도 과학이 _사주〉 중에서 〈서칭 포 슈가맨〉에서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대목은 로드리게즈가 세상이 ‘성공’이라고 부르는 것을 손에 넣은 순간이 아니다. 그가 손 안에 날아든 그 ‘성공’을 몇 차례 만져보고 음미한 다음, 그것을 다시 놓아줘 손을 비우는 순간이다. 타인들이 ‘성공’이나 ‘행복’이라는 이름을 붙인 허상을 붙들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불행으로 몰아넣는 수많은 사람들과 다른 선택을 해내는 기적을 보는 순간이다. 하여 ‘로드리게즈’라는 성명은 처음부터 작명철학적 실패일 수도 작명철학적 성공일 수도 없었다. 로드리게즈에게 실패나 성공은 일반명사가 아니라 고유명사였으므로. 자신이 부여한 자신만의 의미를 가진. 하여 그 누구도 흔들거나 뒤엎을 수 없는. 〈03. 때로는 이름 하나가 인생을 좌우한다 _성명점〉 중에서 “좋은 사주, 나쁜 사주, 그런 건 없어요. 얼마나 자신의 사주에 맞춰가며 일을 해내는지가 중요한 거죠. 그리고 손금만 보더라도 충분히 그럴만한 자질이나 능력을 가지고 계시니까.” 한마디로 ‘너라면 할 수 있어’라 요약될 수 있는 이 치어리더적 멘트는 이 시대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귀감이 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하겠다. 더불어 이 대사는 ㅁ사장 자신에게도 프렌들리한 것이었다. 고객이 매우 싫어하는 여름이라는 계절을 언급함으로써 자칫 우울하게 끝날 수 있었던 점술을 이토록 침착하고도 발 빠르게 해피엔딩 쪽으로 반전시킨 것은, 긍정적 입소문이 매출 상승으로 직결되는 점집경영적 측면에서도 실로 적절했다 할 것이다. 과연 ㅁ사장이 점집골목의 높은 임대료와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구가하고 있는 명성은, 단순히 손바닥 프린트와 각도기 손금분할 등의 깜짝쇼로만 얻은 것이 아니었음을, 위의 두 대사는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05. 거짓말을 하지 않는 불변의 주름 _손금점〉 중에서 그러던 중 어느 순간, 뭔가가 손끝에 걸린다. 그 끝을 따라가 보니 더 큰 덩어리가 끌려나온다. 그건 내가 마음속의 깊고 외진 곳에 밀쳐놓아 둔, 그리고 평소 제대로 된 눈길을 주지 않았던, 아니, 아예 완전히 매립해버렸다고 생각했던 기억의 찌꺼기 또는 일종의 방사능 폐기물이었다. 전혀 생각하고 싶지 않고, 생각해봐야 인생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그런 일 말이다. 하지만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망각되고 있다 하여 그곳에 퍼진 동위원소의 반감기가 짧아지는 건 아니듯, 애써 잊는다 하여 그 덩어리가 저절로 녹아 없어지진 않았다. 오히려 그 몸집 그대로를 유지한 채 계속 에너지를 뿜고 있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나 자신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다만 그 사실을 굳이 의식하려고 하지 않았을 뿐. 그런데 타로카드를 통해 그걸 똑바로 보게 된 것이다. 그렇다. 카드 한 장을 통해. 〈06. 점이라기보다, 심리 스토리텔링 _타로〉 중에서 ---본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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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학력, 지역, 연령을 불문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으슥한 그곳의 문을 두들긴다. 왜? 모든 것은 한 글쟁이의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한동원. 전 〈딴지일보〉 편집장이자 소설가, 영화평론가로서 독보적 스타일리스트로 잘 알려진 그는 어느 날 다음과 같은 의문을 품는다. “왜 가방끈 길고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마저 ‘미신’으로 치부되는 점집의 문을 두들기는 걸까?” 의문에 대한 답을 직접 확인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복채와 전화번호를 들고 유명한 점집들을 찾아 나선다. 그러고는 자신의 생년월일시나 외모를 점의 소재로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빙성을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변칙 플레이’를 시도한다. 관상가에게 성형수술자를 데려가기도 하고, 성명점집에서는 기혼을 미혼으로 속여 점을 보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정말 엉터리 점술가를 만나 실망하기도 하고, 놀랄 만큼 뛰어난 적중률에 감탄하기도 한다. 타로 카드로 점을 볼 때는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채 내면에 간직하고 있던 답을 카드 한 장을 통해 발견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 모든 에피소드들을 최대한 선입견을 배제한 채 냉철하게 그러나 시종일관 유머러스하게 기록한다. 유쾌한 입담과 강렬한 촌철살인, 신선한 통찰과 따뜻한 시선이 함께하는 본격 점집 탐구 에세이 자칫 흥미 본위로 빠지기 쉬운 ‘리얼 점집 체험기’에 깊이를 더하는 것은 저자의 독특한 문체와 세상을 보는 관점이다. 이 책에서 한동원은 능청스러운 재담가의 면모를 과시하다가도 돌연 ‘매의 눈’으로 변해 점집의 안팎을 샅샅이 스캔하고, 허위와 불합리를 고발하는 것만큼이나 솔직하게 점술가들의 개성과 점의 효력에 찬사를 보낸다. 적중률이 높았던 곳에 대한 반대 사례도 수록해 균형을 잡고, 풍부한 문학적 인용으로 읽는 재미를 더하는 동시에 수시로 강렬한 촌철살인을 던져 쾌감을 준다. 이 책을 관통하는 저자의 관점은 3장 〈성명점〉에 잘 드러나 있다. 이름과 운명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하던 저자는 다큐멘터리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을 떠올린다. 머나먼 타국에서 슈퍼스타가 되었지만 정작 그 자신은 성공과 인연이 없이 초라하게 살았던 무명 가수 로드리게즈. 그의 실패는 시대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이름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저자는 곧 이를 부정한다. 로드리게즈에게 성공이나 실패는 일반명사가 아닌 고유명사였던 것이다.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며, 그 누구도 그것을 흔들거나 뒤엎을 수 없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어야 성공할까’라는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이며, ‘우리는 어떤 것들을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야 할까’라는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한다고. “인생에는 종종 이성을 내려놓고 쉬어 갈 그늘이 필요하다. 설령 그것이 일백 퍼센트의 거짓이라 할지라도.” 도봉산 점집 군락지에서 모바일 원격 점술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많은 점술가들과 접촉한 저자는 점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까? 책의 끝에서 그는 점을 완전히 부정하지도, 완전히 긍정하지도 않는다. 한동원은 우리의 삶을 가리켜 ‘공작 기계에서 매끈하게 깎아낸 금형에 부어진 쇳물이 아니라, 진창길을 헤치고 나아가는 사람의 신발에 묻은 진흙’에 가깝다고 말한다. 딱 떨어지는 합리나 정연한 논리로 설명할 수 없지만, 그래서 그 앞에서 마음의 움직임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나의 점집문화답사기》는 어떤 점집이 더 용한지, 그 점집의 전화번호가 무엇인지 가르쳐주지는 않지만, 그렇게 불확실한 삶을 헤쳐 나가면서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그늘의 존재를 보여주는 책이다. ★별책부록 〈절대로 책임지지 않는 대한민국 점집 옐로 페이지〉가 제공됩니다. 부록에 실린 점집 목록과 전화번호는 이 책의 내용과 큰 상관이 없으며, 입소문과 검색 등 오로지 주관적인 정보 수집으로 구성되었음을 밝혀둡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