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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친 8주간의 기록
에바 로만 장편소설
박하 201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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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소설 top100 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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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주째, 다 잘될 거라 믿었다`
2주째, 너무 오랫동안 내 영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3주째, 내면을 뒤적이는 시간
4주째, 어쩌면 우리에게도 있을, 희망
5주째“, 머리가생각하는걸다믿지는말아요.”
6주째, 정상과 비정상의 중간지대
7주째, 행복해지는 방법
8주째, 마음의 소리를 듣는 일
옮긴이의 글_“누가 자신에게 그렇게 엄격하라고 가르치던가요?”

저자 소개

저자 : 에바 로만 Eva Lohmann
“내가 정신병원에 간 날은 목요일이었다.”
에바 로만의 첫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녀는 주인공 밀라의 눈을 통해 정신병원의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황폐해진 영혼과 누추해진 마음, 내면의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만의 세계.
《내가 미친 8주간의 기록》은 실제 에바 로만의 자전적 이야기다. 그녀는 이 한 편의 데뷔작으로 독일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등장했다. 우울과 극단의 번아웃 상태에 놓인 현대인들의 내면을 섬세하고 다층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규율과 편견에 둘러싸인, 속도와 성장에 미친 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도 잊지 않았다. 또한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사실적이면서도 동화처럼 묘사하는 그녀의 감각적인 문체는 젊은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이 소설로 그녀는 독일의 젊은 작가, 공감의 작가로 불리며 현재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
역자 : 김진아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교육학을 전공했으며,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연극학,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두이스부르크-에센대학교 강사를 역임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백설 공주에게 죽음을》, 《너무 친한 친구들》, 《바람을 뿌리는 자》, 《사랑받지 못한 여자》,《깊은 상처》, 《사악한 늑대》, 《습지대》, 《노년의 기술》 등이 있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4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392g | 140*210*20mm
ISBN13
9788965702047

책 속으로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 빨리 나아서 다시 사회에 나가야 한다. 최대한 치료시간을 단축시켜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규칙이 없는 놀이를 한다고 생각해. 내가 밖에서 20년간 살면서 배운 규칙은 여기선 통하지 않아.”
“바보들의 자유가 존재한다는 거야?”
“응, 여기가 아니면 어디서 그런 게 가능하겠어?”
내 미심쩍은 표정을 눈치챈 클라라가 픽 웃는다.
“여긴 정신병원이야. 여기서 더 이상 이상해질 수 있을 것 같아? 남들 눈치 보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 조급하게 생각할 것 없어. 아무 생각 없이 자기 자신이 되어보는 거야.”
-p.25

나는 전화를 끊은 후 책상에 엎드렸다. 회사에서 계약서를 인쇄하는 질 좋은 종이가 부드럽게 뺨에 와 닿는다. 뭔가 잘못됐다. 오늘부터가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왜이렇게 힘들여 일해야 하는가? 나는 아버지에게 무엇을 기대한 것일까? 계약서 밑에‘100점’이라고 써주길 바란 걸까? 뺨에 간지러운 느낌이 든다.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 턱 밑으로 떨어진다. 종이 위에 떨어진 눈물은 바로 흡수된다. 나는 두 손으로 종이를 들고 앞으로 내가 받게 될 월급의 액수를 노려보며 숫자에게 명령했다.
“어서 날 행복하게 해줘!”
하지만 숫자는 지루해하는 것 같았다.
-p.47

잠시 후 상담자가 모두에게 묻는다.
“자기 자신에게 그렇게 엄격하라고 누가 가르치던가요?”
그 말에 다시 싸한 침묵이 찾아들고 모두 자신의 내면을 뒤적거리기에 여념이 없다. 주책바가지 요기 아네테마저도 생각에 빠지고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자 상담자는 마지막 한 방을 더 먹인다.
“왜 무조건 완벽해야 합니까? 완벽하지 못해도 충분히 잘하는 겁니다. 완벽하지 못한 나를 사람들이 존중한다는 게 상상이 안 됩니까? 아니면…… 완벽하지 못하면 사랑받지 못할 것 같아요?”
목 안에 걸려 있던 자그마한 응어리가 커져서 목이 터질 듯이 아프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도 모두 울상이다. 여섯 명의 어른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 자신을 불쌍해하며 속으로 울고 있다. 어쩌면 심리치료라는 것은 자신을 가엾게 여기는 일이 아닐까? 평소에는 절대 허용되지 않는 자신에 대한 동정심을 표출하는 일.
-p.94

그들의 눈빛에는 오만 가지 의문이 담겨 있다. 저들을 불쌍히 여겨야 하나, 두려워해야 하나? 화사한 색 담요 위에 앉아 있는 저 히피머리 여자는 어디가 잘못된 걸까? 벤치에 앉아 담배 한 개비를 나눠 피우는 저 남자 두 명은? 나는 혼자 가만히 미소를 짓는다. 나는 여기 들어온 환자들의 병명과 비밀도 알지만 행인들이 우리보다 덜 아프지 않다는 사실 또한 잘 안다. 사실 그들은 우리가 즐기는 이 휴식을 부러워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줄도 모르고 동물원의 원숭이 구경하듯 쳐다본다. 그리고 병원 간판은 우리가 사이코 족속임을 말해준다. 나는 구경꾼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환자들이 목에 흰색 팻말을 걸고 다니는 상상을 해본다.
우울증: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서 보냄.
거식증: 먹이 주지 마시오.
나는 잠시 ‘에비!’ 하면서 구경꾼들을 놀래줄까 하는 유혹을 느낀다. 미친 사람이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
-p.131

“엄마, 지금 엄마가 나한테 얼마나 큰 걸 기대하는지 아세요? 그냥 행복해지길 바란다고요?”
내 입에서 행복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신기하다. 금지된 것을 말하는 것 같고, 처음 듣는 말 같고, 왠지 홀가분하다.
“그냥 행복해지라고요? 그게 얼마나 큰 요구인지 아세요? 행복해지라고요? 삶에 만족하는 균형 잡힌 인간이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
어머니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걱정했던 일이 일어났다. 어머니를 울릴 생각은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속 깊이 박혀 있던 가시 하나가 빠지는 느낌이 드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느낌이 나쁘지 않다.
“어떻게 하는 건지 좀 알려주세요. 행복해지는 방법 말이에요. 전 아무리 해도 안 되더라고요.”
너무 심술궂다. 어머니가 답을 말하지 못할 거라는 걸 나는 잘 안다. 어머니는 고개를 젓는다.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p.220

---본문

출판사 리뷰

그녀는 끝없이 피곤했고, 언제나 슬펐다. 채 서른이 되지 않은 나이였지만 직장에서의 일은 그녀를 초토화시켰고 삶의 의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친구들의 행동은 사사건건 거슬리고 동료들, 가족,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 소음, 붐비는 거리, 모든 것이 지겨웠다. 가슴에는 시멘트 덩어리가 매달린 듯, 머리는 솜뭉치가 가득한 듯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가끔 흐느껴 우는 것뿐이었다.
주저앉아버리고 싶은 유혹, 잡고 있던 끝을 놓고 싶은 유혹, 모든 책임을 포기하고 싶은 유혹…. 우울증, 무기력, 번아웃 신드롬 등 현대인들 모두가 하나씩 품고 있을 법한 마음의 병을 솔직하고 위트 있게 다룬 독일 신예작가의 자전적 이야기! 자기 자신에게 너무도 엄격해진, 그렇게 스스로를 몰아치고 닦달해서 결국 무너져버리게 만드는 현대인의 슬픈 현실을 감각적으로 풀어낸 수작!

“우리는 모두 정신병동에 살고 있다!”
누구나 겪을 법한, 하지만 누구도 쉽게 꺼내지 못한 마음속 이야기를
시원하게 풀어놓은 감각적인 이야기!

독일이 주목하는 젊은 작가 에바 로만은 여느 현대인들과 마찬가지로 매일 아침 출근하고, 쫓기듯 하루하루를 보내고, 일요일 밤이면 다음날 한 주가 시작된다는 생각에 괴로워하는 생활을 몇 년 지속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더 이상 아무 일도 할 수 없고 삶의 의욕과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심리상태를 겪게 된다. ‘이렇게 계속 사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된 그녀는 정신과 상담을 받게 되고 급기야 우울증 진단을 받아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작가는 밀라(Mila)라는 주인공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병명은 우울증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과거 부모님과의 관계, 만족스럽지 못한 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타인을 위해 살았던 삶, 그로 인한 번아웃 신드롬(burnout syndrome,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신체적·정서적인 극도의 피로로 무기력증이나 자기혐오·직무거부 등에 빠지는 증후군)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시간은 8주. 그 8주 동안 일어난 사건과 만난 사람들, 치료 과정과 그 속에서 발견한 자신의 내면, 황폐해져버린 영혼에 대한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등장한다. 누구나 겪을 법한 이야기이지만 누구도 쉽게 고백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감각적으로 풀어내고 있어 읽는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동시에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쥐가 난 것처럼 아무런 감각도 느낄 수 없었다. 사람들은 나를 차에 태워 의사에게 데려갔다. 그다음에는 정신과로 갔다. 그러나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오랫동안 혼자서 무기력한 삶을 끌고 왔고 이제 무엇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옆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인식하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나는 거기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가끔 흐느껴 우는 것뿐이었다. 그날 저녁 급성우울증으로 입원했다. 그때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로부터 사흘 후 어머니가 정신과 전문병원에 자리가 났으니 그리로 옮길 거라고 했다. 그곳에서 지내며 치료를 받을 거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내 안에서 뭔가가 멈추고 새로운 것이 시작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안심이었다. - 본문 중에서

두통, 무기력, 소화불량, 트러블, 문득 흐르는 눈물…
영혼이 지금 내게 보내는 신호.
나는 너무 오랫동안 영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최근 번아웃 신드롬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조심해야 할 병으로 주목받고 있다.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가 무기력증이나 자기혐오, 직무거부 등에 빠지는 것은 물론, 심할 경우 자살을 택할 수도 있는 심각한 마음의 병이기 때문이다. 작가 에바 로만은 카피라이터로 일하며 번아웃 신드롬을 경험했고 급기야 병원에 입원하기에 이르렀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신병원에 들어가기 전에 몇 달간은 복통과 편두통이 정말 심했어요. 피부병 때문에 손에 염증이 생겨서 뭘 집지도 못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그게 다 제가 제 인생을 잘못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제 영혼이 저에게 보내는 신호를 듣지 않았던 거예요.”

주인공 밀라를 통해 보여준 병원 풍경은 지극히 평범하다. 그저 사는 게 너무 힘들어져버린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들이 모여 있을 뿐이다. 그들은 너무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성공’(승진, 합격, 1등)만을 알아주는 사회의 요구에 응하기 위해 자신을 혹사시키다 보니 거식증에 걸리고 손목을 긋고 두려움이 많아지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이다.
밀라는 처음에는 다른 환자들에게 거리감을 두지만 조금씩 마음을 열고 친구를 사귄다. 잘못된 사회 시스템만 탓할 것이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완벽하려는 욕심, 자신에게 가해지는 과도한 요구에서 벗어난 사람의 자유를 경험한다.

에바 로만은 이 소설이 핵심적으로 다루는 문제, ‘왜 겉으로는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갑자기 무너지는가?’, ‘정신병자와 정상인의 경계는 얼마나 유동적인가?’, ‘우리는 왜 스스로에게 이토록 엄격한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다시 자신에게 돌아가는 법, 다시 삶의 주인이 되는 법’을 깨우쳐 나간다. 한 편의 데뷔작으로 독일의 주목 받는 젊은 작가가 된 에바 로만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사실적이면서도 동화처럼 묘사하는 감각적인 문체로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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