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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부 2부 3부 4부 에필로그 작가연보 옮긴이의 말 |
Stefan Zwe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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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아주 기이한 이야기입니다. 용기란 가끔은 뒤집어진 소심함이라는 것을 깨우쳐주는 이야기죠. 나는 당신에게 숨김없이 말하려고 합니다. 25년 세월이 지나고도 한 인간에게 남아있는 것은 이제 더이상 그와는 상관없으니까요. 그것은 이미 오래 전에 ‘어떤 사람’의 일이 되었습니다. 시간 있으십니까? 지루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내가 아닌, 이야기꾼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 p.15
일단 어떤 감정으로 뒤흔들리면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청춘의 특징이다. 이 연민이 나를 즐겁게 할 뿐 아니라 주변까지도 편안하게 만든다는 것을 발견하자마자 내 안에서 기이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연민이라는 새로운 능력을 스스로 인정하자 내 피에 어떤 독소가 침투해서 피를 더욱 뜨겁고 빨갛게, 빠르고 격렬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p.68 간혹 인생에게 속더라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직은 눈동자에 예리하고 남을 진단하는 표독스러운 시선이 숨겨있지 않고,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믿음이 담겨있다는 것은 축복받은 것이니까요.--- p.174 빌어먹을 연민은 양면이 모두 날카로운 칼입니다. 연민은 모르핀과 같습니다. 처음에만 환자를 위한 위로이고 치료제이며 약이 되지요. 그러나 이걸 정확하게 조제할 줄 모르고, 적당한 시기에 멈출 줄 모르면 독약이 되고 맙니다. 처음에 한두 번 맞으면 통증을 진정시키고 마비시켜 기분을 좋게 만들죠. 그러나 육체나 영혼이나 우리의 기관은 불행하게도 놀라운 적응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경이 점점 더 많은 양의 모르핀을 원하듯 감정도 점점 더 많은 연민을 원하게 되고 결국에는 당신이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어쩔 수 없이 당신의 입으로 ‘안 됩니다’라고 말해야만 하는 순간이 옵니다. 친애하는 소위님, 우리는 연민을 제대로 관리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관심보다도 더 나쁜 해를 끼치게 됩니다. 우리 의사들은 그것을 알고 있고, 판사와 경찰과 전당포주인까지도 그걸 압니다. 그들이 모두 그 연민에 양보하려고만 든다면 우리의 세상은 멈출 것입니다. 위험한 것이지요. 연민은 위험한 것입니다! 당신이 직접 보셨잖아요. 연민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 p.222 집요하게 간청하는 눈, 탐욕스럽게 갈망하는 눈에 대한 끔찍한 두려움이, 불안하고 초조하여 황폐해진 마음에 대한 두려움이, 내가 극복할 수 없는 다른 사람의 불행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엄습했다.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지도 않고 군도와 모자를 집어 들었다. 세 번째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도둑처럼 이 집에서 도망쳐 나왔다. --- p.383 진실을 알고 있는 이 세상에 남은 유일한 사람인, 이 남자의 존재가 나를 압박했다. 점잖게 차려입은 고상한 사람들 사이에 앉은 나는 어둠 속에서 완전히 발가벗겨진 것처럼 덜덜 떨고 있었는데, 그것은 조명이 들어오기만 하면 곧바로 내가 발각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첫 막이 끝나고 중간 휴식을 알리는, 짧은 어둠과 밝음 사이 그 찰나에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통로를 지나 밖으로 나왔다. 아주 재빨리 빠져나왔기 때문에 그가 나를 보지 못했을 거라고, 나를 알아보지 못했을 거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그 이후로 나는, 양심이 알고 있는 한 그 어떤 죄도 결코 망각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 p.4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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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츠바이크는 술집에서 우연히 은퇴한 장교, 호프밀러를 만난다. 그는 세계대전 때 용맹하게 싸운 군인이었으며 나라가 주는 훈장도 여러 차례 받은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이름 뒤에 붙는 훈장과 명예를 끔찍하게 싫어했다. 그 이유에 대해 처음 만난 작가, 츠바이크에게 이틀에 걸쳐 이야기해준다. 왜 그가 전쟁을 도피처로 삼아 목숨걸고 싸우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1부> 호프밀러는 스물다섯의 기병대 장교 신참이다. 갑작스럽게 오스트리아 빈 근교의 소도시로 전근을 갔고, 심심한 나나들을 보내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그 도시에서 가장 부자인 귀족 케케스팔바의 저녁초대에 참가하게 되고 그는 약간의 허영심을 가진 채 그 초대에 응하게 된다. 파티가 무르익고, 귀족의 딸에게 춤 신청을 하지 않은 걸 알게 된 호프밀러는 딸 에디트에게 춤 신청을 하는 실수를 범한 뒤에야 그녀가 하반신 불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녀에게 죄책감과 연민을 느낀 호프밀러는 꽃바구니를 보내게 되고, 그것이 연민이 가져다 준 파멸의 시초가 된다. <2부> 호프밀러는 마음이 불편하면서도 계속에서 이 집안 사람들의 관계 속에 깊이 휘말리게 된다. 케케스팔바의 부탁으로 그는 에디트의 주치의인 콘도르와 만나 그녀의 병에 과연 차도가 있는지를 묻게 된다. 콘도르와의 대화를 통해, 이제껏 알지 못했던 케케스팔바 일가의 비밀을 모두 듣게 되고, 그는 점점 그 가족을 멀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처음에 느낀 그 연민의 감정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한다. <3부> 또 한번의 동정심으로 호프밀러는 주치의가 발견해 낸 치료법으로 에디트의 다리가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성급한 판단을 케케스팔바 가족에게 말해버린다. 스위스로 치료를 하러 가기 전에 에디트는 그에게 스위스로 병문안 올 것을 강요했고, 그것을 거절하자 에디트는 발작을 일으킨다. 동정심에 휩싸인데다 겁이 난 호프밀러는 또 한번 부질없는 연민을 보여주고, 그 연민을 오해한 그녀는 갑작스럽고도 끔찍한 연정을 호프밀러에게 보이기 시작한다. <4부> 콘도르에 의해 호프밀러는 단 일주일, 그녀가 스위스로 떠나게 되는 단 일주일 동안만 그녀의 뜻대로 움직여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그 단 일주일 동안 그녀는 그의 사랑에 대한 약속을 받기 위해 애쓴다. 그는 결국 마음에도 없는 약혼까지 하게 된다.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보고서야 호프밀러는 모든 것을 후회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에필로그> 모두가 파멸에 길로 들어서고 호프밀러는 죽고자 하는 마음으로 전쟁에 참가했다. 전쟁을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 그의 심정으로 전쟁은 반가운 것이었다. 그는 추앙받는 장교가 되었고, 여전한 죄책감에 전쟁이 끝나자마자 은퇴를 하게 되었다. 우연히 만난 콘도르와 시각장애인 부인을 통해 또다시 20년도 더 된 일이 또렷하게 기억되면서 그는 양심이 알고 있는 한 그 어떤 죄도 망각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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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 인간의 가식적인 마음을 해부하다!
『연민』은 그의 생전에 완성한 유일한 장편소설로 인간의 마음에 아주 미세하게 숨어 있는 감정과 이기심의 씨앗까지도 낱낱이 밝혀내고 있다. 우리의 심리를 간헐적으로, 그러나 깊숙하게 건드리는 이 소설은 읽는 내내 당신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손에 들었다면, 마지막 장을 덮는 그 순간까지 당신은 이 책을 놓지 못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