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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런던
친애하는 독자들께 역자 후기 |
Helen Han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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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선 모든 게 헬레인의 기대 이상이었다. 런던을 처음 구경하는 맨해튼 사람일 뿐이지만 솔직하고 거리낌이 없다. 그녀는 버킹엄궁과 윈저성 같은 랜드마크의 시대착오적인 옛날 모습(17세기 마차를 타고 입궁하는 톱해트 아래 차가운 얼굴의 20세기 외교관들), 삼엄한 경비 속에 왕가의 사생활이 손쉽게 까발려지는(신문마다 공주의 난소 종양 제거 뉴스!) 모순을 꼬집는다. 하지만 영문학 애호가답게 셰익스피어가 즐겨찾던 펍에서, 디킨스가 〈위대한 유산〉을 쓴 방에서, 그들과 작품 속 인물들이 걷고 만나고 사색하고 사랑했던 거리에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히곤 한다. 런던에서 처음 만난 프랭크 도엘의 아내와 딸, 새로 사귄 친구들은 (미국인들이 사족을 못 쓰는) 해러즈백화점이나 극장, 유명 바 같은 곳뿐만 아니라 자신들만이 알고 아끼는 소박한 정원까지 기꺼이 안내한다.
영국과 그 문학 전통에 대한 헬레인 한프의 사랑 고백은 가슴뭉클한 연애편지를 읽는 것 같다. 또한 전혀 다른 두 영어권 문화가 흥미롭게 충돌하는 사랑스런 도시 관찰기이기도 하다. 이 모든 걸 가능케 한 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우정이라는 걸 생각하면, 우리를 살게 하고 연결하고 하나로 이어 주는 책의 존재에 절로 고마운 마음이 든다. 〈채링 크로스 84번지〉와 〈마침내 런던〉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 〈84번가의 연인〉도 고전이 되었다. 헬레인 한프 역의 앤 밴크로프트는 영국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모스크바영화제에선 프랭크 도엘 역의 앤소니 홉킨스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헬레인 한프와 시나리오작가 휴 화이트모어는 USC 각본상을 공동수상했다. 마크스 서점은 1970년 초에 문을 닫았다. 서점 자리는 헬레인 한프가 방문한 1971년 초에는 비어 있었고, 여러 상점을 거쳐 지금은 맥도날드가 영업 중이라고 한다. 애비로드가 평범한 듯 다정한 모습으로 비틀즈 팬들을 기다리고 있듯이, 채링 크로스 84번가 건물 한편엔 동판으로 여기가 ‘헬레인 한프의 책으로 유명한 마크스 서점터’라고 안내하고 있다. 뉴욕에는 ‘채링 크로스 하우스’가 있다. 침대 겸 소파를 두어야만 하는 작은 아파트에서 바다 건너 런던으로 책 주문 편지를 보내던 중년의 싱글 여인이 살던 곳. 버킷리스트 런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여행 중에 쓴 일기를 까다롭게 (한손엔 분명 마티니 잔이 들려 있을 테며) 퇴고 중인 블룸즈버리가의 공작부인(The Duchess of Bloomsbury Street, 이 책의 원제)의 집이다. 표지에 그려진 서점 풍경은 영업 종료 한 해 전에 촬영된 마크스 서점의 모습이다. 1960년대 말 어느 날, 런던에 체류 중이던 호주 출판인 알렉 볼튼은 늘 지나다니던, 자신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을 서점 앞에서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렀다. 몇 년 뒤 이 사진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서점 풍경 중 하나가 되었다. 채링 크로스 84번가에 자리한 마크스 서점을 촬영한 1969년 사진이다. 서점은 사진 촬영 이듬해인 1970년에 영업을 종료했다. 이 사진을 소장 및 관리 중인 호주국립도서관과 알렉 볼튼 가족의 허락으로, 사진을 〈마침내 런던〉 한국어판 본문에 수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