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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글 5
사용설명서 16 1. 포장하기 2. 우주 여행하기 3. 낯선 사람 초대하기 4. 남에게 장보기 부탁하기 5. 카망베르 치즈 사기 6. 신분 사칭 하기 7. 소리 되찾기 8. 하찮은 것들 수집하기 9. 먼지 생각하기 10. 정돈하기 11. 더러운 짓 하기 12. 거짓 소문 퍼트리기 13. 코칭 받기 14. 바보처럼 여행하기 15. 치즈 냄새 맡기 16. 이별의 순간 포착하기 17. 집의 정령 추적하기 18. 영원 경험하기 19. 모르면서 아는 것 찾기 20. 자기 이름 잊기 21. 남의 생각 읽기 22. 영(靈) 만들기 23. 자기 이름 고르기 24. 크루아상 한 개로 여러 개 만들기 25. 무한 상상하기 26. 거짓말 믿기 27. 역순으로 식사하기 28. 의식 만들기 29. 전생 꿈꾸기 30. 가짜 행사 개최하기 31. 공기 속에 잠기기 32. 모국어 잊기 33. 나라 세우기 34. 속담 섞기 35. 여럿이 침묵하기 36. 동물 되기 37. 접시 시간 여행 보내기 38. 질문의 정원 가꾸기 39. 언어 사이 넘나들기 40. 금지어 목록 만들기 41. 책으로 책 만들기 42. 흔적 없애기 43. 죽을 운명끼리 포옹하기 44. 운명 선택하기 45. 뉴스의 난(欄) 없애기 46. 목록의 힘 발견하기 47. 소음 아래 숨기 48. 머릿속에서 인간이 만든 것들 지우기 49. 교통 체증 바라보기 50. 소음 목록 만들기 51. 깜짝 선물 선발 대회 열기 52. 시간표 바꾸기 53. 접속 끊기 54. 공항에서 사과 찾기 55. 이념 창안하기 56. 말의 함정 찾아내기 57. 가짜 자연법칙 만들기 58. 엉뚱한 질문 찾기 59. 우주 생각하기 60. 말의 육성 듣기 61. 말장난하기 62. 약호 만들기 63. 빛 맛보기 64. 새로운 체험 고안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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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포장하기
동전 하나와 종이 한 장을 준비한다. 그리고 종이로 동전을 대충 싸보자. 그런 다음, 눈에 보이는 대로 볼펜, 셔츠, 접시, 책, 신발, 통조림 등 여러 사물을 하나씩 종이로 싸보자. 물론 사물에 따라 종이의 크기나 포장 방법, 포장의 난이도가 각기 다를 것이다. 포장된 사물의 모양 역시 천차만별일 것이다. 이처럼 쓸모없고, 엉뚱하고, 모양도 각기 다른 포장을 계속 만들다 보면, 한 가지 변함없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즉, 당신이 포장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 이유 없이 종이로 운동화를 싸다 보면, 평소에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어떤 낯선 감정이 가슴속에서 서서히 고개를 드는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어떤 사물을 포장하는 목적은 그 사물을 충격이나, 먼지나, 타인의 시선 등에서 보호하자는 데 있다. 우리는 사물을 포장함으로써 위험을 방지하고, 정돈하고, 때가 타거나 닳지 않게 한다. 이런 실용적인 결과들은 포장이 존재의 핵심에 일으키는 기이한 동요를 감추고 있다. 포장된 사물은 여전히 거기에 있지만, 동시에 없기도 하다. 사물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직접 접근할 수 없게 됐다. 포장된 사물은 분명히 저기 있지만, 추상적으로 변했고, 자취를 감추었고, 뒤로 물러났다. 색깔도, 정확한 윤곽도, 세부적인 특징도 알아볼 수 없다. 단지 포장에 가려져 막연하고 알아보기 어려운 형태, 지각하기보다는 짐작하고 추정해야 할 대상만이 남았을 뿐이다. 그러나 익숙한 사물 자체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거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종이만 벗기면 볼펜이든, 운동화든, 접시든 변함없이 안정적이고 익숙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보자면, 이 익숙한 사물은 단지 시선에서 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평소의 통상적인 가치를 상실한다. 이 간단한 체험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세상을 흔들어놓고, 낯설게 보이게 하고, 부분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놓는 데에는 그리 큰 것이 필요하지 않다. 종이 한 장, 얇은 포장지, 간단한 감추기, 가리기만으로 충분하다. 우리가 확고하다고 믿는 증거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처럼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신념에 달렸을 뿐이다. 같은 일도 때와 기분에 따라 불안한 것이 될 수 있고, 재미있는 것이 될 수도 있다. 「1. 포장하기」, 17~18쪽. 2. 우주 여행하기 화성인들의 실종은 인간에게 큰 불행이다. 이들은 한때 미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최상의 해법을 제시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사는 세상과 근본적으로 다른 세상, 장엄한 신비의 세계, ‘완벽하게 다른 어떤 것’을 꿈꾸고 싶을 때 화성인들만 한 것이 없었다. 그들은 이 세상이 전부가 아니며, 전혀 다른 세상이 아찔할 정도로 무궁무진하게 존재한다는 달콤한 믿음을 심어줬다. 그런 세상에서는 인간의 지능과는 비교할 수 없는 능력이 존재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형태와 신비스러운 힘이 지배하리라고 믿으며 우리는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폈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도 그런 상상 따위는 하지 않는다. 게다가 모든 외계인은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거대한 천체망원경으로 우주를 아무리 샅샅이 뒤져도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막강한 기능을 자랑하는 수신 장치를 아무리 작동해도 우주에서는 숨소리 하나 들려오지 않는다. 그야말로 완벽한 침묵뿐이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이 정적이 바로 외계인의 존재에 대한 확고부동한 증거라고 주장한다. 월등하게 우월한 외계의 존재들은 저열한 지구인들과 교류하기를 원치 않기에 기침 소리도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어떠한 생명체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는 우주는 침울하기만 하다. 누가 아무런 놀라움도 없는 우주를 탐험하고 싶겠는가? 꿈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진 우주는 썰렁하고 서글프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이 문제를 해결할 좋은 방책이 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도달할 수 없는 은하계나 까마득히 먼 항성들은 이제 귀찮게 하지 말고 내버려두자. 우리가 사는 이 세계와 완벽하게 다른 우주를 체험하고 싶다면 더 좋고 강력한 방법이 있다. 게다가 엄청나게 쉽기까지 하다. 거리로 나서라. 당신이 사지가 멀쩡하다면 전신이 마비된 사람을 찾아가라. 당신에게 집이 있다면 노숙자를 찾아가라. 당신이 건강하다면 환자를 찾아가라. 당신이 한 번도 부유하게 살아본 적도 없고, 부자들은 대체 어떻게 사는지 감조차 잡을 수 없다면 소위 ‘슈퍼 리치’라고 불리는 사람을 찾아가 보라. 당신이 그럭저럭 먹고살 만하다면,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거리에서 추위를 견디며, 남이 버린 옷을 주워 입고, 자기 몸을 돌보지도 못하는 사람을 찾아가라.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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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해볼 수 있는 철학 체험
국내에도 잘 알려진 프랑스 철학자가 철학을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제안하는 64가지 엉뚱하고 도발적인 체험이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철학자들의 이름도, 유명한 철학 개념들도 전혀 언급하지 않고, 단지 이 체험들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 선입견, 편견,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늘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 늘 옳다고 믿어 왔던 것들을 의심하고, 자기 힘으로 창의적이고 성찰적으로 사고하기를 권한다. 그리고 혼자 혹은 친구들과 함께 해보는 이런 체험이야 말로 철학이 지식이 아니라 혼탁한 현실을 살아가는 정신적 힘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혼란과 놀람의 문을 통해 철학으로 들어가라 일반인이 철학을 공부하겠다며 철학의 역사, 철학적 개념과 주장 등을 배우고 이해하려는 노력은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그러면 ‘철학은 어렵다’면서 철학이 보통 사람들은 접근할 수 없는 전문가들만의 전유물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더욱 강화한다. 그리고 철학은 본질적으로 일상의 현실과 단절된 이론, 순전히 지적인 문제, 습득하기 어려운 지식이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힌다. 저자는 바로 이런 오해가 철학을 일반에게서 멀어지게 했다고 말하면서 머리를 싸매고 철학 책을 읽기보다는 일상에서 직접 엉뚱하고 재미있는 체험을 해보면서 스스로 철학적 인간이 되어보기를 권한다. 저자는 만약 어떤 철학적 문제가 우리 육체에, 정서에, 가까운 사람들과 맺고 있는 관계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기에 이런 체험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철학적 문제를 선별하고, 깊이 파고들고, 정리하고, 밝히기 위해 철학적 개념이나 이론이나 철학서를 참고하는 일은 그 다음 문제라는 것이다. 저자는 철학의 1막 1장이 무엇보다도 사유를 촉발하는 혼란을 느끼는 데 있다고 말한다. 바로 이런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이 책에서 제시하는 체험들은 판에 박힌 습관과 생각을 비틀고 흔들어놓는다. 저자는 생각을 촉발하는 놀라움이 다시 태어나게 하려면, 우선 한 걸음 옆으로 물러서서 그동안 기준으로 삼고 있던 모든 것을 버리고, 일상의 여러 코드를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은 새로운 정신적 지평과 새로 시작할 여행을 기대할 때 느끼는 흥분과 혼란, 익숙한 것들을 떠나 미지를 경험하는 외도를 통해 이루어진다. 지극히 일상적이지만 엉뚱한 체험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작은 체험들의 목적은 바로 그런 혼란을 느끼게 하자는 데 있다. 저자는 이 체험들이 철학을 향해 떠나는 차에 찰칵! 하고 시동을 거는 장치, 출발선에 서 있는 달리기 선수들에게 탕! 하고 울리는 신호,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의 등을 밀어주는 엄마의 손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회의와 사고를 촉발하는 체험은 일상적이면서도 엉뚱해야 한다. 즉,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행동이나 구체적인 상황에 바탕을 두고 있고, 그 소재 또한 맛, 소리, 냄새, 언어, 치즈, 컴퓨터, 포장지 등 지극히 일상적인 현상과 사물들이다. 독자는 이런 각각의 체험을 통해 미미하지만 엉뚱한 혼란에 말려들고, 의도적이고 황당한 무질서를 경험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체험의 목적은 무엇일까? 저자는 그것이 우리가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놀라움’을 되찾는 데 있다고 말한다. 왜냐면 우리는 진부한 일상의 이면에 숨어 있는 모든 철학적 모험의 원천으로 끝없이 뛰어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낯선 세계의 존재와 그 가늠할 수 없는 다양성과 무성한 수수께끼가 웃음과 호기심 사이에서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경악과 당황의 감정을 체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런 체험들의 성격을 이렇게 규정한다. “여기서 제안하는 작은 체험들을 직접 시도해보면서 여러분은 아마도 평소의 습관이나 확신이 조금 흔들리고 불안정해지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전에는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문제에 대해 수많은 새로운 질문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질문을 의식하게 되었을 때 여러분이 가장 흥미를 느낀 문제를 찾고 계속 추적하는 것은 여러분 몫입니다. 이 책이 여러분에게 해답을 알려주리라고 기대하지 마세요. 게다가 그런 ‘해답’이라는 것은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아니, 또 다른 질문들로 이끄는 여러 가지 해답이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만약 ‘해답’이라는 것이 있다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해답을 여러분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이 책은 여러분을 도와 길을 가리키고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겠지만, 그 길로 들어서서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오로지 여러분의 몫입니다. 자유롭게 선택하세요. 여러분을 강제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간곡하게 한 가지 권유한다면 이 문제에 대해 여러분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해보라는 것입니다. 친구들과 만나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는 것도 좋지만, 때로 이런 엉뚱한 체험은 우정의 격을 높여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 책의 사용설명서 1.이 책을 맨 첫 장부터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정해진 독서의 방향이 없으니 아무 데나 펴서 읽기 시작해도 좋습니다. 2. 하루 권장 독서량은 1~6가지 체험입니다. 처방된 분량을 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일일 독서량 10가지가 넘으면 부작용을 일으킨 사례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3. 사용자의 선호에 따라 직접 실행하지 않고 단지 읽기만 하거나,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는 것도 효과가 있습니다. 혼자 사용하거나 여럿이 사용해도 무방하나, 반드시 직접 실행할 것을 권장합니다. 체험이 끝난 뒤 사용자들이 직접 혹은 인터넷에서 만나 함께 토론할 것을 적극 권장합니다. 4. 시도한 체험이 불쾌감을 일으키면 원인을 찾아보고 다음 체험으로 넘어가세요. 5. 체험은 대부분 여러 갈래의 사유로 연결되므로 자유롭게 경로를 선택하여 따라가십시오. 어느 경로로 진행할 것인지를 찾는 사용자에게 이 체험들은 단지 제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다른 경로를 따라가거나, 사용자가 직접 경로를 개발하는 것도 가능할 뿐 아니라, 적극 권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