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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무엇보다 ‘이야기’다
이미지로 본 역사는 글이 말하지 못한 우월함을 갖추고 있다 한 땀 한 땀 기어내듯 세밀하게 직조해낸 역사는 조선 사람들의 속삭임과 외침을 복원해낼 뿐 아니라 역사를 읽는 또다른 창窓을 열어준다 규장각 교양총서는 2008년 첫발을 내딛은 ‘규장각 금요시민강좌’를 통해 소개된 우리 역사 속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더 많은 독자와 나누기 위해 기획되었다. 왕실도서관이었던 규장각 서고에는 다양한 기록물이 있다. 실록이나 의궤 등 국가 공식 기록물을 비롯해 양반, 여성, 중인층 전문가, 그 밖에 소수자들의 일상생활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문집이나 고문서 자료로 넘쳐난다. 규장각에서 연구하는 이들은 이처럼 문헌 속에 나타난 조선시대의 다양한 계층의 삶과 일상을 생생하게 되살려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총서의 첫 네 권은 조선 사람의 일생을 다루었다. 규장각 소장 자료를 중심으로 왕, 사대부, 여성, 각종 전문직을 맡았던 이들의 일생을 관통하면서 그들의 삶을 생생하게 복원해내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오랜 기간 연구한 것을 바탕으로 집필했으며,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고자 다양한 고문서를 활용하여 다채로운 서사 구조를 펼쳐내고 있다. 특히 규격에 맞춰 그 삶들을 살펴본 것이 아니라, 때로는 현미경을 들이대고 때로는 조감도로 전체 지형을 그려냄으로써 거시적이고도 미시적인 그림을 한꺼번에 그려내려 했다. 그리하여 독자들은 조선 사람들 삶의 이면과 그 애환들을 책에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어서 기획된 세 권은 여행을 주제로 옛사람들의 숨결을 따라갔다. 나라 밖을 떠나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새로운 문물에 눈떴던 조선인들, 낯선 이국땅에 들어와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한 외국인들에 대한 기록이나, 혹은 그들이 남긴 기록과 사진들, 또 우리 강산을 누비며 길 위에서 진정한 삶을 펼쳤던 조선인들의 여행기는 역사를 바라보는 또 다른 창窓을 열어준다. 특히 여행자들이 스쳐 지나가거나 머물면서 접했던 조선과 이국의 풍속들을 생생한 도판으로 재현했을 뿐 아니라, 하나하나의 여로들을 지도로 작업해 옛길을 오롯이 되살려내고 있기도 하다. 8~10권까지는 일기, 실용서, 그림이라는 테마로 조선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문자의 나라, 기록의 시대 조선에서 일기 없이는 ‘나’도 없고 ‘가문’도 없다고 여긴 12명 조선인의 삶의 궤적을 좇고, 실용지학의 정점에 이른 조선에서 펴낸 대표적인 실용서 열두 권을 통해 시대와 지식 변화의 궤적을 좇으며, 마지막 10권에서는 글보다 한 발짝 앞서 이미지로 보여주는 역사가 어떠한 것인가 그 존재감을 입증하고 있다. 규장각 교양총서는 계속해서 ‘도구로 본 조선’, ‘놀이로 본 조선’ 등의 주제로 독자들을 찾아갈 것이다. 01 『조선 국왕의 일생』 패?가 아닌 문文으로 다스렸던 조선의 국왕, 천하의 지존으로 신하를 호령하면서도 인간의 한계를 보여줬던 존재. 최고로 호화로운 궁중에서 태어났지만, 한편으론 감옥이나 다를 바 없는 고립된 공간에서 평생을 살다 간 왕들. 한국학 최고의 전문가들이 출생에서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왕의 일생을 재구성했다. 국정을 수행하느라 소의간식할 수밖에 없었던 왕, 조강·주강·석강을 주도하다가 장수하지 못했던 왕, 영조가 66세에 15세 된 정순왕후와 혼인을 했던 까닭, 중국과의 원만한 외교를 위해서 찬란한 시문을 갖춰야 했던 학자로서의 왕 등 존엄한 이미지 뒤에 감춰진 국왕의 실제 모습을 그 전 생애를 재구성함으로써 복원해내고 있다. 02 『조선 양반의 일생』 중국의 사대부나 일본의 무사와 비교해보면, 조선의 양반은 양자의 중간적인 성격을 지니 존재였다. 즉 사대부보다는 폐쇄적이고 세습적인 측면이 훨씬 더 강했지만, 무사와 견주면 신분으로서의 성격이 애매할뿐더러 법적으로 규정된 존재가 아닌 사회적 관습을 통해 형성된 계층이었다. 바로 이러한 양반의 독특한 성격이 조선사회를 규정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우선 거시적으로 한·중·일 양반문화를 조명한다. 그런 뒤 다양한 고문서를 활용해 양반 삶의 미세한 구석구석을 그려내고 있는데, 이름을 여섯 번 바꿔 끝내 양반의 반열에 오른 하명상, 궁색한 꼴에 구박받으며 유배에 처해졌던 대전별감 출신 안조환, 150명의 노비와 수천 두락의 전답을 소유했던 퇴계, 10년간 2885번이나 선물을 받은 유희춘, 선비들의 허영을 막고자 주거문화를 혁신한 이유태, 남원의 김장金?의 집안으로 들어가 처가살이했던 광선 등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03 조선 여성의 일생 조선의 여성들이 자신의 이름을 남기려 했던 것은 남성들의 기록에서는 한 번도 여성의 것으로 말해진 적이 없는 욕망 때문이었다. 기록의 한 자락 갈라진 틈새를 통해 그 심연을 들여다보면, 삶을 능가하는 자기 이름에 대한 욕구가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조선의 기록은 대부분 남성이 남긴 것이라, 여성들은 남성의 글을 통해 자기 존재의 흔적을 ‘신음소리’처럼 옅게 드러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런 작은 기록들조차 위로는 왕가의 여자로부터 아래로는 비녀에 이르기까지 온갖 계층에 속해 있던 여성의 ‘자기 목소리’를 암시한다. 조선후기 여성 지성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김호연재, 여성 실학의 대표 주자로서 『규합총서』를 저술한 이빙허각, 한미한 집안의 여성으로 태어나 조선 산하를 두루 여행한 김금원, 성리학자로서 최고 경지를 이룬 임윤지당과 강정일당, 글솜씨가 세상에 드러날까 두려워 숨겨야 했던 서영수합 등은 조선이 내세울 만한, 선두에 섰던 여성들로,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이들 역시 가족·교육·생업·내조 등의 틀에 갇혀 있었지만, 신앙·예술·사·학술 등 은근과 끈기로 자신의 삶을 내밀하게 가꾸어왔는데, 각 분야 전문가들의 조선 여성의 삶을 총체적으로 재구성했다. 04 조선 전문가의 일생 유교사회의 뿌리가 되면서도 그 틀을 넘어서 기지를 발휘했던 조선의 전문가들. 그들의 내밀한 삶이 어떠했는가를 이 책 한 권에 녹여내고 있다. 군사부일체 사회의 버팀목이었지만 불우한 삶을 살기도 했던 훈장들, 왕의 허락을 얻어 하늘을 관찰했던 천문역산가들, 팔도를 뒤흔든 대중 스타인 광대의 삶, 배척과 존중의 위태로운 경계에 섰던 조선의 승려, 궁궐 살림을 책임진 여성 일꾼들뿐 아니라 서적외판원과 금융업자 등 근대 여명기를 먼저 알아채고 한발 앞서갔던 장인들의 삶의 경이로움까지 뒤쫓고 있다. 05 조선 사람의 세계여행 조선 사람들의 세계 경험, 세계 인식은 예상 외로 넓었고 또 세밀한 점이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가볼 수 없었던 곳에 대해서는 책과 세계지도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두었으며, 또 그들이 다녀왔던 곳, 반드시 관계를 맺어야 할 곳에 대해서는 그들이 확보할 수 있는 모든 경험과 지식을 집성해 꼼꼼하게 책을 만들어두었다. 한 선비의 목숨 건 해상 표류와 6개월의 문명기행, 나라가 힘이 없어 진상품이 된 공녀들의 중국 여행길, 물건 팔고 풍속까지 섭렵한 고려 상인의 알짜배기 여행길, 착잡함과 우월함이 교차한 열두 번의 조선통신사행, 조선 실학의 숨은 추동력이 된 북경 여행, 고비사막 바람길을 뚫고 모스크바에 당도한 독립의 열정 등 열두 명의 조선인이 떠난 해외여행을 만난다. 특히 이들 여행자의 여행 일정부터 그 역사적 의미까지 철저히 파헤쳤으며, 세계 도처에서 찾은 지도와 기록화, 풍경화 등으로 여행의 구체적 실상을 세세하게 복원했다. 06 세상 사람의 조선 여행 조선시대에는 이웃 나라 일본과 중국인조차 함부로 우리 땅에 들어와 사는 것이 금지되었지만, 조선에 왔다 간 흔적을 남긴 사람이 꽤 있었다. 동아시아 문명권에서 외교와 문화 전파의 통로이기도 했던 중국의 칙사와 일본 통신사가 대표적이다. 17세기 이후에는 중국과 일본 외의 나라 출신 이방인도 눈에 띈다. 방문 목적이 아닌 풍랑으로 인한 표류로 조선 땅을 밟게 된 하멜 일행이 대표적이다. 또한 19세기 중엽 천주학이 금지되던 조선에 죽을 각오로 몰래 들어온 프랑스 선교사들이 남긴 기록에서 우리는 자신과 다른 문화권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그 사회의 속살을 만난 이방인이 가질 수 있는 다층적인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이처럼 열세 명의 이방인의 행적을 쫓고 있는데,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외국인들의 조선 및 식민지근대 탐방기를 철저한 사료검토와 풍부한 상상력으로 되살렸다. 청나라 사행들의 조선에서의 은사냥, 정묘호란이 끝나고 기어코 한양 상행을 감행한 일본 사행, 36명 네덜란드인의 조선에서의 혹독한 생존기, 좌파 작가 잭 런던이 한국인을 보고 살인충동을 느낄 만큼 한국에 대해 증오를 내비쳤던 감상평, 일본 문화재학 대부가 조선 고적조사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일 등으로 이야기를 엮어나가고 있다. 07 조선 사람의 조선여행 조선인들이 우리 강토를 돌아다니면서 길 위에 펼쳐낸 삶을 그리고 있다. 만난고초와 쾌락과 처절함이 함께했던 오백 년 조선 사람들의 여행기가 이 책에 모두 담겼다. 다루는 주제는 열세 가지다. 첫 이야기들은 시대적인 색채가 그리 강하게 배어 있지 않은 주제들이다. 발로 직접 뛰거나 걷진 않았지만 그림과 글로써 간접여행 하는 와유를 다룬 ‘누워서 노니는 여행’, 조선에서 사회적 관습과 법을 넘어서면서까지 떠났던 ‘조선 여성들의 산수유람’, 예인들의 수련과 득음의 과정을 조명한 ‘조선 사람의 음악여행’ 등이 그것이다. 책의 중반을 향해 달려가면 양반 남성들, 특히 관직생활을 따라가는 여행기가 펼쳐진다. ‘암행어사 길’은 어사 출도처럼 낭만적 측면만 부각되어온 길이 실은 고난의 길이자 출세의 길이기도 했다는 뜻밖의 사실을 드러내며, 과거 합격을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던 무관 노상추의 과거길은 길 위의 고단한 삶으로 그려진다. 이야기의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19세기 말 이후로 옮겨간다. ‘장돌림과 장삿길’에서는 오늘날의 폭력조직과도 닮았던 보부상단의 뒷이야기와 더불어 고단한 장돌뱅이 장사꾼의 장사여행 길을 함께 걸을 수 있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망국의 울분을 단군의 실재를 증명하는 백두산 여행으로 극복하려 했던 최남선의 이야기도 근대 역사의 중요한 한 장을 들여다보게 한다. 08 일기로 본 조선 문자의 나라, 기록의 시대 조선에서 조선 사람들은 일기로 자기 현존재를 증명했고, 그것은 그들 사후에 커다란 역사가 되었다. 생의 끝머리에 들어선 이들을 돌보며 쓴 치병 일기, 글씨 잘 쓴다고 서울로 뽑혀 올라간 영리들의 출장 기록, 참혹한 전란의 와중에 사대부 집안 여인이 남긴 『병자일기』, 사대부 경화사족이 지닌 문예 취향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흠영』, 양반 아닌 ‘상놈’이 남긴 기록 『하재일기』, 이국땅의 사건과 유배지의 민란을 기록한 『음청사』 등 이 책에서 다루는 일기의 대부분은 개인의 일생상활 전반을 감춤 없이 드러내고 있다. 일기를 쓴 기간은 짧게는 1년여부터 68년에 이르고, 일기가 시작될 때의 연령은 10세부터 80여 세까지 제각각이다. 이처럼 저마다 독특한 맛과 향을 지닌 일기들은 외면생활의 기록으로는 알 수 없는 그들 내면의 은밀한 이야기를 속속들이 들려줘 오늘날의 독자들로 하여금 옛 기록을 보는 또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09 실용서로 본 조선 조선 사람들이 늘 경험했던 실용의 세계를 열두 종류의 실용서를 통해 들여다본다. 미시의 관찰 속에서, 포착하기 쉽지 않은 조선 사람들의 땀내 나는 일상을 확인하자는 의도다. 조선의 ‘성리학의 나라’로 알려졌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실용지학의 정점을 구가했으며, 삶을 통한 앎은 단순한 지식의 전수에서 온 앎과 다르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수요를 충족시킨 공사 실용서 『고사촬요』, 소송의 나라 조선에서 분쟁을 다스리기 위해 만들었던 법서, 조선에서 커다란 유행을 일으켰던 편지쓰기 매뉴얼 『간식유편』, 선비가 꽃을 키우는 법을 밝힌 『양화소록』 외에도 한자의 그늘을 걷어준 실용서 및 과학과 미신의 이중주를 보여준 전통시대 역주들을 다루고 있다. 이로써 실용의 지식을 담고 있는 ‘책’과 이 책을 만든 사람들에 대한 정보, 나아가 실용의 문화 속에 펼쳐지는 조선의 속살을 헤쳐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10 그림으로 본 조선 이 책은 글보다 한 발짝 앞서 이미지로 보여주는 역사를 탐구하고 있다. 그림은 글로 쓴 역사보다 얼마만한 무게를 더 지닐까? 문맹의 조선 백성들을 감화시키기 위해서는 글이 아닌 그림으로 구성된 책이 필요했다. 또한 이미지는 사고 과정을 통해 이해되는 글보다는 먼저 시각적 친근감과 정보 전달의 직접성으로 인해 글이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처럼 말보다 더 우월한 위치를 점할지 모를 그림은 또다른 역사의 창을 열어준다. 이 책은 특히 미술사에서 흔히 구분하듯 그림의 장르를 나누어서 다루는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 계층과 분야를 저마다 나눈 뒤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그림을 통해 보여주는 방식이라 새롭다. 무예도가 보여주는 조선왕조 500년을 지탱시킨 조선의 병법들, 글을 읽지 못하는 시골 아낙들까지 교화시키고자 그려진 윤리 교과서, 섬세한 그림으로 예禮의 모든 것을 표현한 종묘도, 조선 기록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실록과 『국조보감』, 근대의 몸을 탐색하고 삶과 성욕을 예술로 승화시킨 춘화 등을 진귀하고 흥미로운 도판들과 함께 살펴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