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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음악의 본질과 일체성
1. 음악의 본질에 대하여 2. 음악의 일체성과 오페라의 가능성 2장 음악의 미래에 대하여 1. 한스 피츠너에게 2. 새로운 고전성 ─ 파울 베커에게 3. 미래 음악의 단순성 4. 새로운 화성 5. 화성에 대하여 6. 음예술의 미래주의 7. 3분의 1음에 대한 보고 8. 미래는 선율의 것 9. 선율을 정의해보다 10. 비율에 대하여 11. 관현악법에 대한 몇 마디 12. 음악적 표현 수단의 불충분성 13. 오페라의 미래에 대하여 14. 최근 세태에 대하여 3장 나와 내 작품에 대하여 1. 셀프 비평 2. 내가 어떻게 작곡하느냐고요? 3. 자기 관찰 4. 두 자전적 단상 5. [투란도트] 음악에 대하여 6. [아를레키노]의 집필 과정 7. [아를레키노] 해석에 대하여 8. [파우스트 박사] 총보1에 대하여 9. 나의 작품번호 순서에 대하여 4장 피아노 연주와 피아노 음악 1. 피아노를 존중하라 2. 피아노 연주자가 갖춰야 할 것들 3. 피아노 연주자를 위한 연습 규칙들 4. 피아노 천재 5. 암보 연주에 대하여 6. 편곡의 가치 7.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와 리스트의 [돈 후안 환상곡] 8. 편곡 5장 여러 작곡가에 대하여 1. 바흐 푸가 푸가에 대하여 바흐의 토카타 J. S. 바흐의 [마태 수난곡]의 연극 무대 상연 구상 2. 모차르트 모차르트 아포리즘 모차르트의 리브레토들 3. 베토벤 베토벤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베토벤 베토벤과 음악적 유머 4. 프란츠 리스트 5. 아리고 보이토 6. 생상스에 관한 추억 7.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8. 쇤베르크-마티네 6장 여기저기에 쓴 글과 생각 1. 공개 답변 2. 예술과 테크닉 3.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대하여 4. 언제까지 이런 식일 건가? 5. 루틴 6. [파르지팔] 총보에 대하여 7. 에테아 호프만의 [환상 이야기] 서문을 위하여 8. 동화 같은 발명 9. 마음 빼앗긴 여인 옮긴이의 말 연보 찾아보기 |
페루치오 부조니 ,Ferruccio Bus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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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하면 할수록 나는 음악의 본질에 관한 우리의 상像은 여전히 단편적이고 희미하다는 것, 그것을 적확하게 구체적으로 표현하기는커녕 음악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이해할 수 있는 이는 훨씬 적다는 생각에 서서히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음악의 본질에 대하여」중에서 이렇듯 우리는 우리에게 알려진 소수의 작곡가들을 매개로 음악의 본질을 알게 되었다고 믿는다. 음악의 본질 가운데 우리가 정말로 알아차리는 것은 세부적인 것들과 작풍作風 등이며, (게다가) 이러한 것들은 비상한 한 인물이 새로 나타나 그때껏 감춰져 있던 전환의 계기를 포착해 다음 행보를 내디딜 때까지, 평범한 이가 비상한 이한테서 넘겨받는 것이다. 이 ‘새로운 인물’은 천재로 간주된다. 그가 획득하는 중요성은 근원적으로 그의 출생을 둘러싼 장소와 순간 덕분이다. ---「음악의 본질에 대하여」중에서 내게 작곡가란 자그마한 혹은 큼지막한 땅덩어리를 가꾸라고 할당받은 정원사처럼 느껴진다. 정원사가 맡은 일은 이 땅덩어리 위에 번식하는 것을 꺾어내고 기껏해야 손질하는 것, 높이 자라면 한데 모아 한아름 꽃다발을 만들며 전체가 정원의 모양새가 되게 가다듬는 것이다. 이 정원사가 할 일은 그의 눈에, 그의 두 팔에 (그의 감별력에) 닿는 것을 붙잡아 모양을 잡아주는 것이다. 그러니 ‘굉장한’ 사람이라 해도, 특별히 ‘부름받은’ 사람이라 해도, 그 사람이 바흐이고 모차르트라 해도, 지상의 전체 식물계 중에서 한낱 일부만 조망하고 매만지고 내보여주고 할 수 있다. 그 일부분이란 우리의 행성을 덮고 있는 꽃들의 제국 중 작디작은 한 토막에 지나지 않으며, 이 제국 중에서도 엄청난 면적이, 어디는 너무 멀고 어디는 탐사되지 않은 채여서, 한 인간의 힘으로는 닿지 못한다. 그 한 인간이 설령 거인이라 해도 말이다. 이렇게 해도 여전히 비유는 무기력하고 불충분한데, 식물계는 오로지 지상에만 분포하는 반면 음악은 부지불식간 전 우주를 관통하며 깃들기 때문이다. ---「음악의 본질에 대하여」중에서 음악의 전체 현상을 ‘일체’로 인식할 시점이 되었다. 여전히 그러듯, 음악을 용도와 형식과 활용된 음향 수단에 따라 구분짓지 말고, 오로지 음악의 알맹이와 질質이라는 두 개의 근거만 놓고서 보자는 말이다. ---「음악의 일체성과 오페라의 가능성」중에서 예술적인 것의 균형감이란 비단 비율에만, 아름다움의 경계에만, 안목의 보존에만 관계된 게 아닙니다. 뭐니뭐니해도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예술에게 예술의 천성을 벗어나는 과제를 부과하지 않는 것입니다(예컨대 음악에서는 묘사). ---「새로운 고전성 ─ 파울 베커에게」중에서 나름 어떤 식으로든 쓸모가 되는 수단이라면 뭐든 우리의 가능성들의 작업장에 받아들이는 걸 말릴 생각은 없되 다만 저는 요구합니다. 그 수단이 미학적이고 현명하게 활용되기를. 수단, 음향, 음정 등의 비율이 솜씨 있게 배분되기를. 창작물이(그것이 어떻게 설계되었건 어떤 모습을 띠고 있건) 궁극적 완성이라는 근원적 의미에서의 고전성의 반열에 오르기를. ---「화성에 대하여」중에서 그러니 파괴하지 말라. 있는 데에다 더 지어 올려라! 아니다 싶은 것, 불필요한 것은 시간이 자동으로 걸러낸다. 좋은 것, 유용한 것은 시간이 자동으로 받아들여 계속 보존한다. 그리고 위대한 것, 아름다운 것은 번성한다. ---「3분의 1음에 대한 보고」중에서 악상은 곧 재능이고, 신념은 성격의 문제이며, 노선은 시대의 특질이다. 악상, 신념, 노선은 형식의 도움을 받아 비로소 예술작품의 반열에 오른다. 그리고 형식에서 비율은 최고로 엄격하고 예민한 요구사항 중 하나다. ---「비율에 대하여」중에서 예술가가 감동을 줘야 하는 데서 스스로 감동을 받아서는 안 되듯(그가 그 순간 자기 수단들에 대한 지배력을 잃지 않으려면 말이다), 관객 역시 연극적 효용을 맛보고자 한다면 이 효용을 현실로 여기면 안 된다. 예술적 향유가 인간적인 감정이입 차원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연기자는 체험하지 말고 ‘연기를 하라’. 관객은 믿지 않는 태도를 유지하라. 그래야 방해받지 받고 정신적으로 수용하고 미식을 맛볼 수 있다. ---「오페라의 미래에 대하여」중에서 “그러니까 질문은 ‘어떤 것이 옛것과 다른가’가 아니다. 도리어 ‘그것이 옛것만큼 좋은가, 심지어 더 나은가’이다. ---「최근 세태에 대하여」중에서 예술 작품의 평가와 지속성 문제에서 언제나 결정적인 건 타고난 재능과 습득한 기량일 것이다. ‘노선’은 작품이 비롯된 시대의 일시적 표징으로 남을 것이며, 특정 유형이 창성하여 완성에 이르면 ‘고전적’이 되고 (계속해서 공고한) 훌륭한 옛 자산으로 남는다. 이 완성성에 이르지 못한다면 그 유형은 한때 등장했던 것처럼 소멸하며, (후속 역량을 품고 있지 못한) 역사 속 하나의 ‘우발 사건’을 지칭하는 데 그친다. ---「최근 세태에 대하여」중에서 ‘창조한다’는 개념에는 ‘새로운 것’이라는 개념이 내재해 있다. 그럼으로써 창조는 모방과 차별화된다. 하나의 위대한 선례를 따르지 않을 때 우리는 그것을 가장 충실하게 따르는 셈이다. 위대한 선례는 앞서간 것들에게서 등 돌렸다는 사실을 통해 위대해지기 때문이다. ---「셀프 비평」중에서 옛 것이 새 것 앞이라고 해서 쓰러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더 나은 것 앞에서는 쓰러지리라. 우리는 옛 것을 기리면서도 새로운 것을 소망한다는 점에서, 고통받는 동시에 즐길 줄 안다는 점에서, 기꺼이 숙일 줄 알면서도 우리대로 무언가를 한다는 점에서 학자들보다 앞서 있다. ---「셀프 비평」중에서 나는 여전히 새로운 음예술의 옷자락 하나라도 붙들고 싶고, 혹시 가능하다면 스스로 그 솔기를 꿰매고 싶어. 갈수록 명료하게 느끼는데, 우리가 내는 이 모든 소리는 미래에는 선사시대 소리라고 불릴 거야. ---「자기 관찰」중에서 영혼 절절히 인생을 겪어내지 않은 자는 예술의 언어를 마스터하지 못하리라. ---「피아노 연주자가 갖춰야 할 것들」중에서 베토벤, 쇼팽, 리스트는 그런 피아노 천재들이었다. 그들은 새로운 수단을, 수수께끼 같은 효과를 고안해냈고 ‘비현실적이다 싶은 난관’을 창조했으며 자신만의 고유한 레퍼토리를 작곡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우리는 그 아무리 저명한 피아니스트라 해도 아무것도 보탠 게 없다고 거리낌없이 말할 수 있다. ---「피아노 천재」중에서 출현할 당시에는 혼자였지만 나중에 비로소 모방자들을 얻게 되는 인물, 피아노 제작자로 하여금 새로운 원리들을 익히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인물, 관성에 젖은 피아니스트들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시원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새로운 레퍼토리를 창조하는 인물. ‘피아노 천재’라는 명칭은 그런 인물에게 합당하다. 그러나 세상은 그에게 이 명칭을 부여하지 않는다. ---「피아노 천재」중에서 바흐의 푸가(그에게는 감정을 표현하는 가장 일정한 형식)야말로 불규칙성과 ‘예외’로 넘친다. 이론가들은 이런 현상에 당혹스러워하며 언급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내가 만일 대가다운 우월함만이 그러한 자유의 권리를 허락한다는 점에서 그들에게 동조해야 한다면, 단호히 이런 결론도 가능하다. 대가다움이 실현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이 권리의 획득이라고 말이다. ---「바흐」중에서 실로 그렇다. 바흐는 피아노곡의 알파요, 리스트는 오메가다. ---「프란츠 리스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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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에서 비르투오소 피아니스트, 작곡가, 편곡자,
비평가, 미학자, 교육자에 이른 전인적 예술가이자 지성인 피아니스트 백건우(1969년 특별상), 서혜경(1980년 2위), 문지영(2015년 우승), 박재홍(2021년 우승), 외르크 데무스(1956년 우승), 마르타 아르헤리치(1957년 우승).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열리는 부소니 콩쿠르와 인연을 맺은 이들이다. 누군가의 이름이 붙은 세계적 콩쿠르가 70여년을 넘어 지금까지 이어왔다면 그는 분명 존경받는 인물임에 틀림없다. 부소니(흔히 쓰는 ‘부조니’는 이탈리아 이름 ‘Busoni’를 독일식으로 읽은 것이다)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부소니는 1866년 이탈리아 엠폴리에서 음악가 부모에게 태어나 7살에 데뷔한 음악 신동이었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피아니스트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비르투오소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며 ‘바흐-부소니’로 유명한 편곡자였다. 또한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무조주의의 현대 음악에 이르기까지 클래식 음악 전반에 영향을 끼친 비평가, 음악미학자, 교육자였다. 그가 1907년에 출간한 《음예술의 새로운 미학 구상》은 음악사에서 중요한 논문 중 하나로, 후에 아르놀트 쇤베르크가 해설을 붙이기도 했다. 장서가이자 애서가이기도 했으니, 사후 경매에 붙여진 장서가 5천 권이 넘었고, 《돈 키호테》는 6개 언어 47가지 판본을 소장하고 있을 정도였다. 고전주의, 낭만주의, 현대 음악 음악의 본질에 대한 추구 ‘음악의 본질’은 그가 평생 화두로 삼고 추구한 주제였다. “음악은 우주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으며 헤아릴 길 없고 탐사될 수 없는 무한과 초월의 존재인 것이다. 음악의 영토가 이토록 광활하다면 그 안에서 음악은 자유롭고 포괄적인 일체다. 우리가 장르와 용도를 나누어 익숙하게 긋는 구분선이란 음악의 본질과 무관하다.”(‘옮긴이의 글’ 중) 그는 에테아 호프만을 경외하고, 보편일체의 예술을 꿈꾸고, 인간을 넘어서는 초월적, 신비적 성향을 보이며 낭만주의 시대를 살았지만, 음악의 규칙성과 연주의 엄정함을 따르는 고전주의 전통을 존중했고, 무조 음악에 이르는 현대 음악에도 열린 태도를 취했다. 그는 훌륭한 교육자이기도 했다. 비독일계 작곡가들에게 경도되었다는 비난을 무릅쓰고 국적을 가리지 않고 재능 있는 후배 작곡가들에게 작품 연주회를 열어주었다. 당시 변방이었던 핀란드의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도 이런 기회를 통해 독일 음악계 주류에 소개될 수 있었다(부소니는 헬싱키 음악원에서 시벨리우스를 지도하며 인연을 맺었다). “그렇지만 누군들 감히 무명의 천재를 항상 그리고 제대로 알아본다고 나설 수 있을까요? 그러므로 저마다에게 최소한 한 번은 발언 기회를 줘야겠습니다. 저마다 자신의 언어로 말하게 해줘야겠습니다. 좋은 충고는 아끼되, 만인이 인정하는 테두리 안에서 거둔 성공보다는 이례적이고 낯선 것이 반쯤 거둔 성공을 더 기뻐해줘야겠습니다.”(‘오케스트라 연주회에 대하여’ 중) 역사상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사람이 후배 연주자들과 나누는 경험 부소니는 역사상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악기 연주자라면 적어도 이 책 속의 ‘피아노 연주와 피아노 음악’ 편을 한번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이런 문장들은 어떤가. “바흐는 피아노 연주의 기틀이며 리스트는 정점이다. 이 둘이 그대의 베토벤 연주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피아노 연주자를 위한 연습 규칙들’ 중) 무대 공포로 청중 앞에 서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거나 암보 연주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는 이런 말을 건넨다. “청중 앞에서 연주하는 소명을 받은 자에게 기억력은 걸림돌이 아니다. 수많은 청중 자체가 문제가 안 되듯 말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 암보 연주가 장벽이라면, 그 사람은 나머지 모든 문제에서 주저할 것이다. 전자는 자신의 음악 레퍼토리를 연주해 들려준다면, 후자는 공개 연주 무대에 서고픈 허영심에 (연주 가능한) 곡들을 고른다. 여기서 전혀 다른 방향의 질문이 나온다. “공개 연주 자격이 시작되는 지점은 어디인가”(‘암보 연주에 대하여’ 중) 거장들에 대한 빛나는 통찰 200년 전 베토벤의 작품이 여전히 생명력 넘치는 것처럼, 100년 부소니의 글 역시 여전히 생생하다. 특히 거장들에 대한 통찰이 담긴 글들은 바로 어제 쓴 글이라 해도 믿길 정도다. 모차르트에 대해서는 이렇게 쓴다. “그는 완전하고 딱 떨어지는 숫자, 도출된 결론, 완결이지 시작이 아닙니다. 그는 청년처럼 젊고 호호백발 노인처럼 지혜롭습니다. 전혀 시대에 뒤처지지도 않고 동시대적이지도 않습니다. 죽어 묻혔으되 언제나 생생합니다. 그의 참으로 인간적인 미소는 변용된 자태로 여전히 우리를 향해 환한 빛줄기를 선사합니다.”(‘모차르트-아포리즘’ 중) 깊이 존경하던 프란츠 리스트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한다. “리스트에게서는 고전주의자의 조형 자신감이 즉흥 연주자의 자유와 결합해 있다. 혁명가의 화성이 군주의 고요한 손아귀 안에 있다. 라틴계 사람의 활짝 피어나는 선율이 게르만계 사람의 진지한 사유 위에 가벼이 떠 있다.”(‘프란츠 리스트’ 중) 위 문장은 아마 부소니 자신에게도 어울릴 것이다. 옮긴이의 말 ‘음악의 본질과 일체성’이라는 이해의 바탕에는, 분명 존재하지만 우리가 현재(까지)는 마주치지 못한 것과 영원히 마주치지 못하게 될 것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음악의 본질 파악과 관련해 문제는 안 보이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 머물지 않는다. 지구의 밤하늘에서 보는 달의 뒷면은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배율 또한 천문학적으로 축소된 크기이듯, 부소니가 보기에 현재까지 드러난 음악은 거대한 전체 입체의 지극히 작은 평면이나 다름없다. 음악은 우주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으며 헤아릴 길 없고 탐사될 수 없는 무한과 초월의 존재인 것이다. 음악의 영토가 이토록 광활하다면 그 안에서 음악은 자유롭고 포괄적인 일체다. 우리가 장르와 용도를 나누어 익숙하게 긋는 구분선이란 음악의 본질과 무관하다는 것이 부소니의 생각이다. (...) 부소니는 음악의 본질을 우리 인간이 오롯이 인식하는 날, 구현하는 날은 없으리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비관적 탄식이 아니다. 탐색하고 노력하며 나아갈 길이 끝없이 놓여 있다는 신나는 확신이다. 그런 확신 속에 작업하면서 무한한 음예술의 “‘옷자락’ 하나라도” 붙들어 “솔기 하나라도 직접 꿰매고”픈 강렬한 소망의 다른 표현이다(‘자기 관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