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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행복한 고물상 엄마의 구두 튤립 향기 눈 속에 피어난 에델바이스 자전거 도둑 어미토끼의 사랑처럼 추억의 수박귀신 돌산 할머니 우리들의 지붕, 아버지 상이군인 아저씨 육성회비 영수 엄마 내 짝꿍 원표 깜치와의 전쟁 외계인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가을 운동회 아름다운 발자국 엄마가 가르쳐준 사랑 달맞이꽃 나는야 아이스께끼 장사 겨울의 미소 저 들 밖에 한밤 중에 길음시장에서 엄마의 눈물 바람 부는 공터에서 내 마음속의 선생님 나의 사랑, 클레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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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은 시간부터 비가 내리던 어느 날이었다. 산동네 조그만 집들을 송두리째 날려 보내려는 듯 사나운 비바람도 몰아쳤다. 칼날 같은 번개가 캄캄한 하늘을 쩍 하고 갈라놓으면 곧이어 천둥소리가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비 오는 날이 계속되면서 곰팡이 핀 천장에는 동그랗게 물이 고였다. 그리고 빗물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빗물이 방울져 내렸다. 엄마는 빗물이 떨어지는 곳에 걸레 대신 양동이를 받쳐 놓았다.
“이걸 어쩌나, 이렇게 비가 새는 줄 알았으면 진작 손 좀 볼 걸 그랬어요.” 엄마의 다급해진 목소리에도 돌아누운 아버지는 아무런 대꾸도 않으셨다. 아버지는 그 며칠 전 오토바이와 부딪쳐 팔에 깁스를 하고 계시는 형편이었다. 잠시 뒤 아버지는 한쪽 손에 깁스를 한 불편한 몸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엄마에게 천 원을 받아들고 천둥치는 밤거리로 나가셨다. 그런데 밤 12시가 다 되도록 아버지는 집에 들어오지 않으셨다. 창밖에선 여전히 천둥소리가 요란했고 밤이 깊을수록 우리들의 불안은 점점 더 커져갔다. 엄마와 누나는 우산을 받들고 대문 밖을 나섰다. “우리도 나가 볼까?” 아버지를 찾으러 나간 엄마와 누나마저도 감감 무소식이자 형이 불쑥 말했다. “그래.” 식구들을 찾아 동네 이곳저곳을 헤맸지만 비바람 소리만 장례행렬처럼 웅성거릴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집 앞 골목에 이르렀을 때였다. 우산을 받쳐 든 엄마와 누나가 지붕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 저기 봐!” 누나의 목소리가 빗소리에 섞여 들려왔다.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지붕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검은 그림자는 분명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천둥치는 지붕 위에서 온몸으로 사나운 비를 맞으며 앉아 있었다. 깁스한 팔을 겨우 가누며 빗물이 새는 깨어진 기와 위에 앉아 우산을 받치고 계셨던 거였다. 형과 나는 엄마 뒤로 천천히 걸어갔다. 누나가 아버지를 부르려 하자 엄마는 누나의 손을 힘껏 잡아당겼다. “아버지가 가엾어도 지금은 아버지를 부르지 말자. 너희들과 엄마를 위해서 아버지가 저것마저 하실 수 없다면 더 슬퍼하실지도 모르잖니.” 엄마는 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셨다. 아버지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눈에도 끝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가난을 안겨주었다는 생각에 아버지의 마음은 얼마나 쓰라리고 아팠을까. 그날 밤 아버지는 천둥치는 지붕 위에 앉아 우리들의 가난을 아슬아슬하게 받쳐 들고 계셨다. 우리 가족의 든든한 지붕이 되기 위하여 비가 그치고 하얗게 새벽이 올 때까지……. ---「우리들의 지붕, 아버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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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이해인, 도종환이 눈물로 읽은
너와 나, 우리 모두의 향수 어린 이야기! 『행복한 고물상』은 10여 년간 400만이 넘는 독자들을 울린 『연탄길(전3권)』의 작가 이철환, 그의 따스하고 아름다운 유년 시절 이야기를 판화가 유기훈의 정감 어린 일러스트와 함께 엮은 산문집이다. ‘세상에 고물 아닌 것이 없던 궁핍한 시절, 그러나 사랑으로 수리되지 않는 건 아무것도 없었던, 그래서 행복했던 시절’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형상화한 이 작품은 소설가 이외수, 시인 이해인 수녀, 시인 도종환이 눈물로 읽어 화제가 되었고 오랫동안 중장년층 독자들에게 짙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공감대를 넓혀왔다. “만약 그대가 메마른 세상을 향해 뻑큐를 한 방씩 날리고 싶다면 그때마다 이철환의 글들을 읽어보라.” _소설가 이외수 “우리가 물질적으로 잘살게 되면서 정신적으로 잃어버린 따뜻함, 참을성, 용서하는 마음을 간절히 그리워하고 반성하게 한다.” _시인 이해인 수녀 “버려진 것들이 모여 있는 곳, 낡고 천하고 더러운 자리가 왜 우리 영혼의 맑은 빈터가 되어 있는지 몇 편의 글만 읽어보아도 바로 알 수 있다.” _시인 도종환 표제이기도 한 ‘행복한 고물상’은 이철환 작가의 아버지가 실제로 운영했던 아주 조그만 고물상의 간판 이름이다. 서울 산동네 시절 식구들을 먹여 살렸던 그 고물상을 배경으로 37편의 동화 같은 유년 시절 이야기가 펼쳐진다. 자전거 도둑, 상이군인 아저씨, 육성회비, 가을운동회, 아이스께끼 장수, 달동네 등 우리가 지나온 시절을 대변하는 소제목 하나하나는 가난한 시절 더욱 빛났던 세상인심에 대한 깊은 그리움을 일으킨다. “힘들고 고단했지만 우리 가족의 따끈한 보금자리가 되어주었던 ‘행복한 고물상’.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그 시절의 기억들은 여전히 내 영혼의 아랫목에서 아주 소박한 밥상으로 폴폴 따스한 김을 내뿜고 있다.” [본문 214쪽] 자신의 주린 배보다는 그보다 못한 이웃들의 허기를 한발 앞서 걱정하라는 가르침을 몸소 실천해 보였던 아버지를 보고 자라면서, 어린 이철환은 이 사회를 지탱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힘이 다름 아닌 ‘사랑’임을 깨달았다. 가난 탓에 학교를 쉬고 어린 남동생과 함께 껌을 팔러 다니는 소녀가 안쓰러워서 데려다 라면을 끓여 먹이셨던 아버지, 그 아이들이 사례의 표시로 몰래 남기고 간 껌 세 통을 어쩌지 못하고 내내 가슴 아파 하시던 아버지, 딸의 병원비를 마련하려는 어떤 사람이 당신의 자전거를 훔쳐 장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도 그 사람의 딱한 사정을 헤아려 못 본 척 그냥 넘어가셨던 아버지……. 게다가 가족에게는 또 어떤 아버지였나. 폭우에 비가 새는 지붕을 미봉책이 감당을 못하자 밤새 지붕 위에서 우산으로 구멍을 막았던 맨발의 아버지, 고물상 운영만으로는 먹고살 길이 막히자 피에로 분장을 하고 술꾼들에게 걷어차이기까지 하면서 호객 일을 했던 아버지…… 보잘것없는 고물상을 하며 하루하루 끼니 때우기에도 버거운 형편이었지만, 사정이 절박한 이웃들을 돌보며 가족을 위해 희생한 아버지가 있었기에, 그런 아버지를 묵묵히 따르며 도왔던 어머니가 있었기에 이철환 작가의 가족은 결코 마음까지 가난하지는 않았다. 가슴이 아리도록 찡한 ‘허기진 시대’의 이야기 너머로 ‘소년 이철환’의 성장기 이야기가 반짝거린다. 철없는 개구쟁이였지만 그는 풍요로운 마음의 운동장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었다. 넉넉한 품성의 부모가 있었고, 자신과 같은 생김새만큼 잘 통하는 쌍둥이 형과 어여쁜 누나가 있었으며, 무엇보다 사회에서 만난 참 좋은 사람들, 그들의 품에서 전해지는 온기에 일찌감치 취해 있었기 때문이다. 물질적으로 늘 쪼들렸지만 인정이 넘쳤던 그 시절에 소년 이철환은 많이 웃었다. 웃음이야말로 어려운 시절을 나면서 내일을 힘차게 열 수 있는 원동력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년 이철환의 가슴에는 희망이 무럭무럭 자랐다. 흐르는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아도 도도히 흘러가고 또 흘러갈 강물처럼, 우리네 사랑이 그러할 것이라는 희망이, 바로 ‘사랑’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이 자랐다. 고달픔 속에서도 아름다운 가족애가 전해져 오는 이 작품은 소년 이철환이 중학교 3학년이 되던 해 ‘행복한 고물상’이 문을 닫는 이야기로 끝난다. 더 이상 가게 세를 낼 수 없는 형편이 되어 폐업을 결정하고 간판을 내리던 날, 이철환의 가족 모두는 온종일 펑펑 울었다. 그리고 그날 밤 함박눈을 뒤집어쓰고 집에 돌아온 아버지가 자전거 한 대를 끌고 오셨다. “어때? 마음에 드냐? 한 대 갖고 둘이 탈 수 있지?” “네, 저희들은 쌍둥이니까 한 몸이나 마찬가지예요. 한 대면 충분해요.” 형이 여느 때보다 의젓하게 말했다. 아버지는 눈 덮인 안장을 탁탁 털어내며 우리 형제를 향해 눈사람처럼 웃으셨다. 아버지는 평생을 분신처럼 여겼던 고물 리어카와 낡은 짐자전거를 처분해 나와 형에게 새 자전거를 사다 주신 것이다. 아, 꿈속에서라도 갖고 싶었던 자전거……. 눈 내리는 밤,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갔다. 수많은 눈송이들과 함께 우리가 탄 자전거가 붕붕 하늘로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내 마음 한구석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펑하고 젖어들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사 오신 새 자전거가 어쩌면 평생 고물만을 만져 온 내 아버지가 처음으로 만져 보는 새 물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본문 213∼214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