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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프러블럼 인디아
시인 김영언의 인도 기행
김영언
삶창 2024.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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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을 내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역사의 교차점 뭄바이
천년 석굴의 성지 엘로라와 고성의 검은 노을 다울라따바드
데칸고원에 피어난 미완의 연화세계 아잔타
속(俗)도 성(聖)스러운 오르차와 성(性)도 성(聖)스러운 카주라호
영혼의 연기 하늘로 피어오르는 바라나시
사랑과 야망의 격전장, 고도(古都) 아그라
성벽(城壁) 도시의 낭만과 아름다움 파테푸리시크리와 자이푸르
호반(湖畔) 도시의 두 풍경 우다이푸르와 마운트 아부
메마른 골짜기에 피어난 백색 연꽃 라낙푸르
거대한 성채가 떠 있는 푸른 도시의 풍경 조드푸르
낙타의 눈물이 사막의 석양에 젖는 골든 시티 자이살메르
보리수 고목 그늘 아래 무념(無念)의 한나절 보드가야
인도의 모든 곳 델리

저자 소개 1

1962년 인천 자월(紫月)에서 출생하여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강화도 마니산 자락에 기거하며 고등학교에서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교사문학] 동인지와 계간 [황해문화] 등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계간문예 [다층] 신인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아무도 주워 가지 않는 세월』(2002)과 『집 없는 시대의 자화상』(2014)을 출간했다. 교육문예창작회와 한국작가회의 회원, 인천작가회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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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8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432쪽 | 135*200*30mm
ISBN13
9788966551811

책 속으로

한편 이 기념비적인 식민지 건축물의 오른쪽 해안 도로변에는 아름답고 거대한 건물이 아라비아해의 너른 품새를 굽어보며 그 위용을 과시하듯 우뚝 서 있다. 한마디로 장엄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만한 이 건물이 바로 인도 전역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타지마할 호텔이다. 그런데 인도-사라센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다는 이 건물은 그 아름다운 외양보다도 건축에 얽힌 유명한 일화 때문에 사람들에게 더욱 인상 깊게 다가온다. 식민지 시절, 대기업가인 잠세뜨지 나세르완지 타타는 당시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유럽인 소유의 호텔에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가 인도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출입을 저지당했다고 한다. 이에 격분한 그는 유럽인들의 오만함을 꺾을 수 있는 당시 최고의 호텔을 짓기로 결심하고, 결국 1903년에 이 기념비적인 건물을 완공했다고 한다.
--- pp.23~24

이왕이면 어디 한번 제대로 된 인도 정식을 맛보자는 속셈으로 탐색에 나섰다. 여행길에서 만난 누군가가 이곳에는 아주 괜찮은 탈리집이 있다고 귀띔해 주었다. 탈리는 큰 접시라는 뜻인데, 서너 가지의 커리와 로띠, 난, 쌀밥, 샐러드, 소스 등이 커다란 쟁반 같은 접시에 함께 담겨 나오는 인도의 전통 정식이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탈리 음식점은 여러 가지 면에서 첫인상이 좋았다. 종업원들의 옷차림도 여느 곳과 다르게 단정했고, 내부 인테리어도 운치가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음식이 담겨 나온 황동 접시가 고급스러웠다. 물론 음식도 정갈하고 푸짐하고 맛있었다.

그런데 이 음식점에는 나름의 규정이 있었다. 무조건 1인 1식을 주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옆자리의 여행객들이 그런 문제로 종업원과 시비를 하고 있었다. 일행 중 몇 명이 나중에 합류하자 더 주문을 안 하고 나눠 먹겠다는 것이었다. 자기들은 원래 소식을 하는 스타일이어서 인원수대로 주문하면 너무 양이 많아 다 못 먹을 것 같다, 그러니 양해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잠시 후 지배인이 나오더니 단호하게 거절을 한다. 우리 식당의 규정을 어길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 그는 그것이 우리의 자존심이고 규정이라고 강조해 말했다.
--- pp.82~83

사원들은 크게 세 군데로 나뉘어 자리 잡고 있는데,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서부 사원군이다. 매표소를 지나 입구를 들어서면 우선 거대한 멧돼지 석상이 안치되어 있는 바라하Varaha 사원을 만나게 된다. 멧돼지의 온몸 전체에는 수많은 신상이 세밀하게 조각되어 있다. 이곳은 멧돼지 모양으로 나타난 비쉬누신의 세 번째 화신인 바라하에게 바쳐진 사원이다. 그 옆으로는 서부 사원군 중에서 보존 상태가 가장 좋은 락쉬마나Lakshmana 사원이 서 있다. 초기에 건축된 이 사원은 다섯 부분으로 구획되어 있는 본전과 네 개의 부속 신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곳에는 춤추는 요정 압사라와 성행위를 하는 남녀와 동물들의 행렬 등이 두 줄로 둘러쳐져 조각되어 있다. 기단부에도 전투와 사냥 행렬 등을 묘사한 섬세한 조각들이 띠처럼 둘러쳐져 새겨져 있는데, 자세히 보면 그 가운데에는 남녀가 무리를 지어 성행위를 하는 장면들이 노골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일순 어찌할 바를 모를 정도의 당혹감을 자아낸다. 특히, 말과 성행위를 하는 남자와 그것을 차마 바라볼 수 없다는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여자를 표현한 조각상은 그 중 단연 압권이라 할 만하다.
--- pp.120~121

그런데 신성보다도 더 강한 것이 문명인지도 모른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어쩔 수 없이 서서히 유입되는 문명을 막을 길 없던 이곳 역시 현재는 수질 오염이 극에 달한 죽음의 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각종 생활 쓰레기들과 배설물과 타다 만 시체 조각들이 시커멓게 가라앉아 버린 물빛 위로 악취를 풍기며 부유하고 있다. 이를 목격해야만 하는 여행자들은 일순간 안타까움과 참담함을 가늠할 길이 없다. 신성불가침의 성역이요, 난공불락의 경지처럼 회자되는 힌두의 신성과 전통, 그 절대적 신비의 원형을 고스란히 품어 길러내고 있다는 인도의 영혼 바라나시도 언젠가는 한낱 전설로 막을 내리고 말 것인가. 그러나 문명도 침범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최후의 그것은 영혼일 것이다. 만약 그 진솔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고 싶다면, 떠오르는 태양이 물빛을 불그레하게 물들일 무렵 이 강가로 오면 된다.
--- p.151

무굴 제국의 5대 황제인 샤 자한(1592~1666)은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19살의 아르주만드 바누 베감을 만나는 순간, 깊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한다. 그녀는 ‘궁전의 꽃’이라는 뜻의 ‘뭄타즈마할Mumtaz Mahal’이란 칭호를 받을 정도로 황제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하지만 그녀는 전쟁에 나가는 황제를 따라나서서 1631년 데칸고원의 부란푸르라는 도시에서 15번째의 아이를 낳다가 그만 39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총애하던 왕비를 잃고 그 충격으로 하루 만에 머리가 하얗게 셌다는 샤 자한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을 만들어 주겠노라 했던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야무나강 남쪽 기슭에 그 사랑처럼이나 크고 아름다운 묘 타지마할을 세우기로 결심한다. 세계사에 길이 남게 된 이 초호화 무덤 궁전은 페르시아 출신의 우스타드 이사를 비롯한 인도,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온 건축가들이 설계하였다. 그리고 ‘마할의 왕관’이라는 의미를 지닌 타지마할은 무려 2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2만여 명의 인부와 1000여 마리의 코끼리를 동원하고, 4,000만 루피(현재 미화 1달러는 약 40루피)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그리고 건축 재료는 페르시아, 중앙아시아, 우즈베크, 이탈리아, 프랑스, 라자스탄 등지에서 수입한 대리석과 각종 보석돌이 총동원되었다고 한다.
--- pp.187~188

그런데 그곳에서 가장 먼저 여행자를 맞이하는 것은 왕의 화려한 처소도 아름다운 유물도 아니다. 대문 바로 안쪽 벽에는 총 31개의 자그마한 여자 손자국이 새겨져 있어 행인들의 시선을 끈다. 붉은 바탕 위에 금빛으로 칠해진 채 줄을 맞추어 새겨져 있는 손자국들 위에는 단지 꽃목걸이가 한 개 걸려 있는데, 행인들이 가끔 그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거나 절을 하고 간다. 얼핏 무슨 신성한 종교적 숭배 대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사연을 알고 본즉 슬프게도 사띠 의식의 흔적이란다. 1843년 이곳의 마하라자가 죽어 화장할 때, 15명의 부인들을 산 채로 함께 화장했다고 한다. 물론, 형식적으로는 자발적인 선택에 의한 거룩한 사랑의 실천이었겠지만, 실은 이기적인 인간의 욕망이 자아낸 살인이었다. 사띠를 행한 여성은 여신으로 추앙돼 사원이 지어지고 막대한 기부금이 들어오게 됨으로써, 가족들은 명예와 부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족의 안위를 위해 딸에게 환각제를 먹여 이를 강요하는 사례까지 발생하는 등 비인간적인 부작용이 야기되기도 했다고 한다.
--- p.308

출국 항공기 에어인디아의 좌석에 앉았지만, 민중들이 생존을 위해 피워 올리는 먼지가 자욱하게 풀썩이던 인도의 골목을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한 것처럼 답답한 속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15세기 부유했던 나라 중의 하나였던 인도가 유럽과 영국의 수탈로 가난한 빈국으로 전락한 뼈아픈 역사의 현장을 둘러보고 떠나려는 발길이 가볍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강인한 풀처럼 역사는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복원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늘이 깊을수록 다시 떠오른 태양은 더 눈부시게 빛나는 법이다. 인도는 가난하지 않았으며, 결코 가난하지 않을 것이다. 대륙 인도의 미래에 주저함 없이 마음을 투자하겠다고 다짐하면서, 부푼 풍선처럼 마냥 눈부시게 피어오르는 흰 구름 위를 날아올라 그곳을 떠나왔다.

--- pp.431~432

출판사 리뷰

인도 전통 악기인 사랑기(Sarangi)처럼 생긴 그것의 가격이 얼마인지 물어보자 소년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 악기를 사고 싶으냐고 되물었다. 상황은 애매했지만, 호기심이 발동하여 엉겁결에 그렇다고 했다. 그러자 다시 돌아온 대답은 참말로 황당하고도 절묘했다. 내 삶을 사야 해요, 내 평생을요. 빙글빙글 웃으면서 그가 던진 말은 아마도 그런 의미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 악기의 가격은 그가 평생 연주하면서 벌어들일 수입이 되는 셈이다. 참으로 간단하고도 명료한 그의 셈법에 그저 탄복을 금할 길이 없었다. 결국, 너무 쉽게 자신의 생존권을 매수하려고 하는 이 철없는 이방인에게 정중하고도 단호하게 거부의 뜻을 밝힌 것이다.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세상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냉혹한 생존 법칙을 익혀가고 있는 그를 단지 연민과 동정 어린 시선으로만 바라보던 나는 무방비 상태에서 일격을 당한 것처럼 민망한 표정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토록 영악한 그를, 아니 인도라는 대륙을 너무 만만하게 본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
- 본문 중에서

인도인의 삶과 인도의 역사 속으로

김영언 시인의 인도 기행문 『노 프러블럼 인디아』는 시인의 감수성과 통찰이 빚어낸 책이다. 인도인의 문화와 삶을 섬세하게 읽어 내는 안목도 안목이지만, 인도에서 만난 유적을 시인의 감수성으로 표현해낸 것 역시 인도를 콘텐츠로 소비하는 경향과는 거리를 둔다. 저자는 인도 여행 중에 만난 인도인과 서슴없이 부대끼고, 흥정하고, 또 싸우고 웃는다. 그러면서 차츰 인도인의 삶을 이해하게 되고, 도리어 인도인을 거울삼아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는 미덕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다음과 같은 구절을 보자.

그러나 잠시 후 나는 이 세상에는 합법을 뛰어넘는 더 큰 법 같은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합법만이 합법이 아니며, 비합법이라고 반드시 비합법이 아니라는, 지극히 인도다운 관습의 논리라고나 할까. 쫓겨나던 인도인들이 남기고 간 분노에 찬 눈빛이 자꾸만 마음속에 따갑게 들어와 박혀 무언의 외침으로 우리를 일깨우고 있었다. 비합법적인 것이 몰지각한 것이 아니라 비인간적인 것이 몰지각한 것이라는 것을.(50면)

이 진술은 기차 안에서 벌어진 소동을 배경으로 하는데, 소비자 권리에 길든 한국인들의 ‘합법 정신’에 대한 성찰이다. 저자는 한국의 여행자들이 인도 여행은 저렴한 여행이라는 편견에 젖어서 유럽 여행과는 달리 고자세임을 지적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물론 저자의 이런 인식은 전체 내용 중에 일부분이지만, 여행이 결국 자기에게로 가는 여정이라는 고전적인 통찰을 감안할 때 숙연한 태도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유적지에서 만난 유물들에 대한 깊은 역사적 이해다. 문화재를 미적 감상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어째서 이렇게 존재하는지 그 역사적 과정을 묻는 점은 이 책이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라 일종을 인문 지리지라고 부르게 한다. 그 예로 두 군데만 들어보자.

그러고 보면, 공교롭게도 유럽인들의 인도 침탈 상징인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의 바로 옆에서 마치 그를 제압하고 있는 듯한 위용으로 당당하게 서 있는 이 건물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부도덕한 외세 자본의 횡포에 당당히 맞선 민족자본의 저항 의식의 상징이자, 나아가서는 유구한 역사를 영위해온 인도 대륙인들의 자존심 선언이었던 것이다. (24면)

세계사에 길이 남게 된 이 초호화 무덤 궁전은 페르시아 출신의 우스타드 이사를 비롯한 인도,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온 건축가들이 설계하였다. 그리고 ‘마할의 왕관’이라는 의미를 지닌 타지마할은 무려 2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2만여 명의 인부와 1000여 마리의 코끼리를 동원하고, 4,000만 루피(현재 미화 1달러는 약 40루피)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부었다고 한다.(188면)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인도의 대표적인 문화재를 만나러 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결국 인도인의 생활, 습관, 문화, 태도와 만나는 장면인데, 처음에는 인도인들이 이방인을 대하는 모습에 어리둥절하고 기가 막히지만 어느새 인도인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인도인은 언제나 어디서나 ‘노 브러블럼’이라고 외치는데, 이게 인도인 특유의 낙천성인지 아니면 자본주의 문화에 찌들지 않아서인지 그것은 확실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도대체 무슨 문제라도? 이렇게 묻는 인도인들에게 동화되는 저자의 모습은 의도치 않게 유머러스한 장면을 만들어내며 인도 여행 경험이 없는 독자들에게는 인도의 복판에 서 있는 현장감과 생동감을 선사한다. 저자는 인도인들이 습관적으로 내뱉는 ‘노 프러블럼’이 어떤 뉘앙스인지 이해한다면 인도 여행은 성공한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인도는 결코 가난하지 않다

인도인의 삶과 인도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서 만난 인도의 위대한 문화재에 대한 저자의 미적 감수성은 사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 또한 ‘수준급’인데, 사진과 어울리는 저자의 섬세한 감상기는 유튜브 류의 인도 여행담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이는 시인의 감수성이 없으면 도달할 수 없는 것이다.

저것이 돌[石]인가 육[肉]인가?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아잔타 석굴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연화수보살 빠드마빠니와 흑인 공주 벽화가 있는 1번 석굴에서부터 인도 최대의 아름다운 열반상이 있는 26번 석굴에 이르기까지 경탄에 경탄을 연발하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 오랜 세월의 흐름이 믿어지지 않으리만치 다양하면서도 섬세하고 살아 움직이는 듯 생동감 넘치는, 천장과 벽면과 기둥을 장식하고 있는 조각들과 채색 벽화들은 말 그대로 신성한 아름다움과 엄숙함의 극치를 자아낸다.(92면)

타지마할은 동쪽, 서쪽, 남쪽에 있는 1차 출입문 중의 한 곳을 통과한 뒤, 다시 뜰의 남쪽에 우뚝 서 있는 거대한 붉은 색 사암 정문에 들어서야만 비로소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정문의 천장 아치 주변에는 흰 대리석 바탕에 아름다운 꽃무늬가 아로새겨져 있고, 다시 그 둘레에는 사각형 띠 형태의 흰 대리석에 아랍어로 코란의 경구가 새겨져 있다. 대략 ‘오, 안식하는 영혼이여. 너의 주님 곁으로 돌아가 하느님으로 기뻐하고, 하느님을 기쁘게 하라. 내가 선택한 종들 속으로 들어와 나의 낙원으로 들라’ 정도의 의미라 한다.(184~185면)

앞부분은 아잔타 석굴에 그려진 1번 석굴 벽화 ‘연꽃을 든 보살’에 대한 것이고, 뒷부분은 이타지마할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다. 물론 저자의 친절한 사진이 본문과 나란히 배치되어 있어서 독자의 감각과 느낌을 생생하게 도와준다. 이 감상의 앞과 뒤에는 그 역사적 연원을 밝혀서 인문학적인 가이드를 받는 실감을 준다. 즉 이 책은 인도인의 삶과 인도의 역사가 바탕이 된 예술작품의 감상문인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독자는 드디어 저자가 도달한 인도에 대한 편견 없는 이해와 동감을 얻게 된다. 여행은 동정이나 찬양을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는 듯, 자본주의적 합리성과 소비자 권리에 찌든 우리의 모습을 되비쳐주는 인도 여행은 지금 우리가 여기에서 사는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책의 말미에, 저자가 인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남긴 “인도는 가난하지 않았으며, 결코 가난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문장은 인도에 대한 피상적인 견해를 여지없이 깨뜨린다. 이는 인도와 인도인에 대한 존중이자 그것을 발견한 여행의 보람이기도 하다.

관찰과 묘사, 그리고 낯선 삶과 문화에 대한 사유가 담긴 전통적인 기행문 또는 여행기 대신 눈과 귀의 쾌락에 충실한 유튜브가 휩쓸고 있는 추세와 달리 김영언 시인의 『노 프러블럼 인디아―시인 김영언의 인도 기행』은 분명 묵직한 경험과 생각 거리를 던져준다.

자이살메르 선셋포인트에서 연을 날리고 있는 소년(표지 사진)이 어쩌면 인도의 미래를 상징하는지도 모른다. 기우는 해를 향해 연을 날리는 인도의 소년이라니!

〉〉〉 작가의 말

인도는 현재 하루가 다르게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한동안 인도의 대표적인 표정인 것처럼 거론되었던 빈곤도 점차 해결되고 있으며, 낙후된 사회 기반 시설은 획기적이라 할 만큼 개선되고 있다. 아직도 일부의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서 인도는 저가 여행의 성지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그러나 고속 성장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앞으로 얼마간의 세월이 흐른 뒤에는 오히려 고물가가 부담스러워서 여행을 떠나기가 망설여지는 땅으로 변화될 수도 있다. 반면에 미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해 곳곳에 방치된 수많은 유물과 유적이 정비를 마치고 제자리에 놓이게 된다면 아마도 세계 최대, 최고의 문화 대국이라는 찬사를 받는 땅이 될지도 모른다.

인도를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은 “노 프러블럼No problem”이다. 인도인들은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나 이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듯하다. 얼핏 남루한 현실과 괴리가 느껴지는 이 말은 반어적이거나 역설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도대체 이런 의식의 기저가 낙천성인지 무개념인지도 의아스럽기 그지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말 자체가 ‘문제’라고 여겨지지만, 결국에는 말 그대로 ‘문제가 없다’는 생각에 동의하게 되는 과정이 인도 여행이다. 결론적으로 그렇게 되었다면 인도 여행에 성공한 것이다.

―2024. 녹음이 짙어지는 세월의 기슭에서 김영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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