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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여행자의 설렘
들어가며 게이트에서 01 떠나는 마음 02 길의 속삭임 03 산책자 04 문장의 여행 05 아득히 먼 당신에게 06 여행이 끝날 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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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 보면 아주 작은 공항에 들리게 될 때가 있어. 그런 공항이 좋아. 마치 시골버스를 타고 가다가 국도변 구멍가게 앞에 내린 느낌. 멍하니 평상에 앉아서 손에 쥔 아이스크림이 흘러내리는 것도 모르고 여름 바람이 좋다고 생각하는 거랑 비슷한 거야.
--- p.31 누군가의 마음이 언제나 명함이나 배경 때문에 움직이지는 않는다. 언뜻 보아서는 잘 보이지 않는 미세한 특징 때문에 움직일 때도 많다. 그러므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려면 미세한 걸 보고 섬세한 걸 듣는 눈과 귀가 필요하다. --- p.61 계절과 계절 사이에는 아무도 모르는 계절이 있다. 어떤 마음은 그 계절에 남아 사라지지 않는 흔적이 된다. --- p.73 사람들은 침묵과 적막을 두려워한다. 그런 상태에 있는 자신이 뭔가 잘못하고 있다고 느끼고, 다른 사람들보다 뒤쳐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실은 그 반대인데도 불구하고. --- p.89 문장을 짓기 위해 단어를 채우고,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말을 채우고, 음악을 만들기 위해 음표를 채우는 일보다, 문장을 짓기 위해 단어를 지우고,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말을 아끼고, 음악을 만들기 위해 쉼표를 그리는 일이 더 나은 결과를 낳는다. --- p.114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안다면, 생각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것보다 생각이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 p.133 달그락 찻잔 소리와, 한 줌 숨 구름만이 식탁 위에 떠 있는 순간을 떠올렸을 때 어색하지 않다면 그건 좋은 관계라고 할 수 있다. --- p.143 섬광처럼 어떤 순간이 눈앞을 가릴 때가 있다. 눈부실 정도로 강한 빛에 눈을 찡그리면 어떤 순간의 냄새와 색깔과 온도와 소리가 온몸을 감싼다. 하나 둘 셋, 세면 금방 사라지는 순간이지만 다른 어떤 시간보다 빛나는 그 3초 동안 많은 이야기가 춤을 추는 것이다. --- p.159 메트로는 숨고 싶은 사람을 위한 대피로 같은 곳이다. 마음이 힘들 때 내려가서 잠시 비틀거리며 추스리는 곳. 그러다 나오면 다른 동네니 괜찮은 탈출 방법 아닌가. --- p.160 텍스트에는 자간 사이에 끼어 있는 공기가 있다. 그건 냄새도 질감도 있어서 기둥 뒤에 숨은 고양이가 꼬리 때문에 들키는 것처럼 쉽게 포착되기도 하는 것이다. --- p.306 작가가 되고 싶은지가 아니라 쓰고 싶은 글이 있는지가, 감독이 되고 싶은지가 아니라 만들고 싶은 영화가 있는지가,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지가 아니라 생각하는 디자인이 있는지가, 화가가 되고 싶은지가 아니라 그리려는 게 있는지가 중요하다. --- p.3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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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누군가에겐 평범한 길이 누군가에겐 특별한 길이 되는 것이다
아름다운 문장가 도희서 시인이 18개 도시에서 발견한 157개의 감정들 무엇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보지 않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작가가 있다. 도희서 시인에게 여행이란 단순히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생각에 집중하는 것이다. 일상으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 내면의 소리와 감정에 집중하는 것이 도희서 시인이 여행하는 방식이다. ‘사진을 사랑하는 시인’으로 알려진 도희서 작가는 한 장의 사진과 하나의 문장을 조합해 찰나의 감정을 포착한다. 그가 보여주는 것은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장면과 유명한 장소에 대한 정보가 아니다. “따뜻한 봄의 햇살, 꽃가루 향을 품은 바람과 공기, 그 속을 거닐던 수줍고 외로운 시선, 풍경의 온도, 향기, 빛 속에서 느꼈던 감정들”(8쪽) 같은 순간의 마음을 이미지로 포착하고 군더더기 없이 예리한 문장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때로는 한 장의 사진이 한 권의 소설 같은 이야기를 담는다. 마찬가지로 한 문장의 글은 백 장의 이미지를 담는다.”(95쪽) 이러한 특별한 감성으로 3만여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들과 소통하고 있는 도희서 시인이 18개 도시를 여행하며 모은 157개의 감정들을 엮은 것이 이 책 《떠나는 순간들》이다. “사람들은 사진을 그 순간의 빛을 포착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내게 사진은 그 순간의 감정을 담는 일이다.” 도희서 시인의 사진은 특별하다. 2023년 소니코리아에서 주최한 파인드 알파 사진비평 행사에 응모된 1,300여 작품 중 파이널에 선정되기도 했다. 진행 및 평론을 맡은 김주원 사진작가는 말한다. “시각적으로 멋지고 시선을 사로잡는 사진들이 즐비한 그곳에서 이 사진이 나타나자 처음엔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랐다. 솔직히 말하자면, 사진에서 무엇을 읽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 카메라 뒤의 시선과 마음속에선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을까? 도대체 무엇을 보고 기록한 걸까?”(7쪽) 그의 사진은 유명 장소도 멋진 장면을 포착한 것도 아니다. 대부분 장소를 알아채기조차 어렵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사진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의 시선에 충실한 사진이기 때문이다. 작가에게 여행 이후에 남는 것은 이야기가 아니라 0.5초 동안 마음의 표현에 맺힌 이미지였다. “문득 발걸음을 멈춘 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 어떤 이미지가 섬광처럼 마음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와 조심스럽게 그 이미지를 넘겨보면 그 순간의 감정과 생각이 항상 호수처럼 고여 있었다.”(10쪽) 작가는 “여행은 영화가 아니라 사진이다”라고 말한다. 여행에서 있었던 사건들을 줄줄이 이야기하는 것보다 그 여행에서 느꼈던 단 하나의 장면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이 책은 당신에게 영화처럼 여행을 보여주지 않는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낡은 슬라이드 필름이 돌아가는 환등기를 보는 것처럼 여행의 순간들을 감상하기를 바란다. 탈칵탈칵. 한 장씩 넘어갈 때마다 당신도 사진에 맺혀 있는 그 순간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11쪽) “삶의 길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타인에게 알려진 네 모습이 아니라 네가 알고 있는 네 모습이다.” 《떠나는 순간들》에는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긴 문장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들은 서정적이고 섬세한 문장과 함께 완성된다. 문장이 사진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며 사진이 문장의 배경이 되는 것도 아니다. 아무도 촬영하지 않을, 불 꺼진 건물과 고요한 방 안, 매일 반복되는 노을과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나무도 시적인 문장과 융합되는 순간 특별한 의미를 품게 된다. 그렇다면 작가가 느낀 것은 무엇일까? 이 책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정서는 ‘고독’이다. 도희서 시인의 여행은 무엇을 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줄여 나가는 과정이다. 무엇을 보러 가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보지 않기 위해 떠나는 것이며, 내면의 생각에 집중하고 군더더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백 개의 인용보다 당신의 말 한 줄이 더 의미 있다”(85쪽)고 말하는 그가 여행의 여정에서 발견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삶은,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무의미한 것들을 지워갈 때 더욱 의미 있어진다.”(56쪽) “여행이 우리를 삶으로부터 완전히 분리시켜주지는 않는다. 여행이란 자신의 일상에서 벗어나 타인의 삶을 통과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도희서 시인은 그의 여행이 단순히 일상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그가 담은 장면들은 여행지의 모습이라기보다 다른 지역의 일상에 가깝다. 타인의 일상을 들여다봄으로써 나의 일상을 낯설게 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행복과 삶의 지혜는 일상의 작은 순간들 속에 모두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낯선 곳에서 고양이를 찾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잠시 그 자리에서 기다리면 되죠.”(65쪽) 도희서 시인의 《떠나는 순간들》은 단순한 여행 에세이를 넘어, 우리 일상의 순간들이 얼마나 특별할 수 있는지를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독자들은 그의 사진과 문장을 통해 자신만의 내면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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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연 그동안 어떤 여행을 했나 되돌아본다. 사진가로 살며 나의 여행은 온전히 여행을 위한 여행인 적이 없었다. 여행하며 사진을 찍는 행위는 항상 누군가에게 무엇을 전달하거나 사진가로서 제대로 된 결과물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 책을 덮고 나니 낡은 카메라를 들고 아무도 모르는 낯선 곳을 여행하며 골목을 터벅터벅 걷다가 눈이 가는 것이 있으면 사진으로 한 장 남기고 싶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의뢰 받아서 찍은 사진이 아닌 내 마음의 느낌과 나만의 시선에 충실한 그런 사진. 여행자의 설렘과 피로가 듬뿍 묻어 있는 그런 사진을 담고 싶다. - 김주원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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