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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압록강 건넌 지 사흘, 이 문에 한 발자국 옮기면 중국 땅이다 천 이백리 요동벌 마주하니 한바탕 울고 싶어라 장관은 꺠진 기왓장과 똥거름에 있더라 성을 쌓아도 정치가 무너지고 인화가 바스러지면... 소소한 일상도 기록하면 죽지 않는다 우부의 탈 썼찌만 진천동지할 업적으로 천하통일 나는 말을 믿고, 말은 제 발굽을 믿고 달 밝은 밤에 함께 할 사람 없어라 목마도 목민도 순시순천 해야거늘... 겨자씨 하나 주고 받아도 필시 정당한 까닭 있어야... 춘추대의 밝아도 깊이 묻고 넓게 못 배웠으면 성인이랴 천재 연암, 홀로 맹렬히 달렸노라 사랑했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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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는 한국 문학사상 수필의 광도와 밀도, 심도, 장력(張力) 등 수필의 포용성과 기능성을 극대화한 대작임에 틀림없다. 파격적인 리얼리즘, 천의무봉한 상상, 종횡무진한 체제, 자유자재의 문체를 혼용하면서 하늘 아래 모든 제재를 녹이는 용광로다. 소설이나 소설적인 것, 시나 시적인 것, 평론이나 칼럼, 일기, 시화, 산문 등을 망라했다. 문세(文勢)나 문장 또한 그렇다. 그것은 밑도 끝도 없이 흐르지만 그 흐름을 잘라서 여러 가지 장르로 만들 수도 있었다. 그것들은 갑자기 왔다가 갑자기 사라지는데 사라지면서 울림을 남겨 감동적이었다. …나는 연암의 문장 문체에 비판은커녕 거기에 홀딱 매료되었을 뿐 아니라 《열하일기》의 현장 3천700리를 멀다 하지 않고 광분(狂奔)했었다. 결국 연암과 동행하면서 연암을 사숙했고 연암을 나의 긍지로 삼기에 이르렀다.
---머리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