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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스러운 계절
여름과 나 희고 붉은 무늬 스무 살 선생님 겨울을 위한 여름 비 오는 숲 산책 ○ 여름날의 사생활 토마토 여름날의 축구 경기장 미국, 잠자리, 미트볼 가장 뜨거울 때 만난 사람들 고흐와 밤하늘 ○ 여름 여행 한여름을 걷는 시간 포지타노 생생하고 맑은 기쁨 결국 부산 빗소리와 키위가 올라간 조각 케이크 ○ 새로운 여름 문장 채집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파도처럼 밀려드는 시간 앞에서 7월에는 바닷가에 집 한 채를 빌리고 햇빛 즐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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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마음은 이미 해제되었다. 여름이 오면 가만한 겨울밤이 된다는 말이 여름과 나의 전부일 리 없다. 수많은 여름날의 기억을 가까이서 들추고 싶어진다. 가장 나다웠던 여름, 나 자신이 사랑스러웠던 여름을 발견하고 싶다. 그리하여 이 계절과 나의 관계를 새로이 하고 싶다.
--- p.12 「여름과 나」중에서 원한 적 없던 시간을 견디는 것. 때로는 누군가에게 나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때로는 나의 힘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것들에 나풀거리기만 해야 하는 것. 우리의 희고 붉은 무늬, 그 은밀한 슬픔은 깨끗이 사라지지 않는다. 덮이거나 옅어지거나, 더 많은 슬픔을 껴안을 수 있게 될 뿐이다. --- p.24 「희고 붉은 무늬」중에서 사랑은 사랑을 기르고, 행복은 행복을 기른다.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존재들을 위해 나는 무엇을 줄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계속 물어 볼 것이다. --- p.79 「가장 뜨거울 때 만난 사람들」중에서 여행하는 곳의 다양한 표정을 보기 위해 직접 길을 밟으며 실컷 헤맨다. 땅바닥의 질감을 느끼고, 가로수의 개성에 눈길을 주고, 거리의 조형물과 건물에 현혹되고, 스치는 사람들을 그림책 넘기듯 구경하고, 일상을 사는 현지인들의 에너지에 젖어 들고, 하늘의 색깔과 구름의 모양에 감탄하다, 일몰에 잠기는 눈앞의 풍경에 기꺼이 몰입하는 여정이 이 하루의 전부다. --- p.98 「한여름을 걷는 시간」중에서 테라스에 앉아서 맥주를 딴다. 캄캄한 가운데 주홍빛으로 물든 포지타노를 꿀꺽꿀꺽 마신다. 우리는 이런 행복을 누리려고 그리도 열심히 사나 봐. 지나온 모든 날 가운데 고된 시절은 이곳에서 역설적이게도 행복이 된다. 아말피 해안의 한밤은 마주보는 우리들의 눈처럼 그윽하다. --- p.104 「포지타노」중에서 삶의 정체를 느낄 때면 내면 깊은 곳에 새겨진 뮈렌의 자연을 불러낸다. 그날 갖게 된 희망이 나를 키운다. 자연의 묵묵한 사랑을 한없이 받으며 계속해서 자란다. 우리는 평생을 자라나는 존재다. --- p.113 「생생하고 맑은 기쁨」중에서 인생은 이어지는 선이 아니라 발견되지 않은 섬. 산다는 건 표류에 가깝다. 이 섬에서 저 섬으로, 머물다 건너가는 탐험가의 마음으로. --- p.129 「문장 채집」중에서 이 여름, 파도는 내 진심으로 너울거리고, 햇빛은 내가 가진 사랑으로 눈부시게 발산한다. --- p.145 「햇빛 즐기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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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여름을 조금이라도 사랑하고 싶어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 여름은 대부분 반갑지 않고 지루하며 때때로 치열한 계절이었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으리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묶고 보니 꽤 오랫동안 여름은 여름만이 남길 수 있는 뜨끈한 흔적 그대로 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끔은 제가 먼저 떠올려주기를, 조금 일찍 찾아와주기를 바랐을까요? 지나온 여름의 나날에는 각종의 사랑과 행복 그리고 연약한 모든 것이 살고 있었습니다. 하나씩 쓰다듬으며 느낄 수 있었지요. 단단하다가도 금세 물러지는 마음 안에서, 나의 여름이 찰랑찰랑 흔들리고, 부서지고, 넘쳐흐르려는 것을. (...) 책의 첫 글에 쓴 “내가 그토록 겨울을 사랑하는 건 가장 나다워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문장을 되짚어 봅니다. 가장 나다워지는 데 과연 제철이 있을까요. 여러 계절이 오가는 동안, 내가 나를 편애하는 날들이 있을 뿐이겠지요. (...) 찰랑이는 여름을 함께해준 모든 이에게 고맙습니다. 이제 말할 수 있어요. 여름을 조금씩 사랑하고 있다고. 2024년 8월 박지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