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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엔딩
양장
김유나
창비 202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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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희망도 절망도 아닌
제2부 다시 멀리서 보면

발문|김유담
작가의 말

저자 소개1

2020년 「이름 없는 마음」으로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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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25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220g | 122*188*12mm
ISBN13
9788936439644

책 속으로

생사의 경계에서 숨을 몰아쉬던 아빠의 의지, 잠을 못 자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에서 후배에게 소리를 지르던 자신의 모습. 숨 쉬고 살기 위해 필요한 건 다정함만은 아니었다. 살아남는다는 건 징그러운 일인지도 몰랐고, 그 징그러운 모습을 미워한다고 해서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 p.26

“아빠. 이제 내가 계속 같이 있지 못해. 돈 벌러 가야 돼. 아빠가 있어야 내가 버텨. 무슨 말인지 알지.”
자경은 아빠의 텅 빈 눈동자에 총기가 도는 것을 느꼈다.
“지금처럼 열심히 숨 쉬어. 들숨에 자경이, 날숨에 자경이.”
자경은 아빠의 손을 말아 주먹을 쥐게 한 뒤 자신의 주먹을 살짝 가져다 댔다. 수능 시험장 앞에서 했던 것처럼.
“파이팅.”
--- p.38

스스로 결정한 것들로 시간을 채우던 나날들이 남의 인생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그때 자경은 삶이란 자유의지로 끌고 나아가는 거라고 믿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삶이 자경을 끌고 갔다.
--- p.51

의사의 사망선고가 끝나자 빠르게 돌아가던 자경의 시계가 멈춘 듯, 세상이 지나치게 고요해졌다. 자경은 양손으로 아빠의 머리칼을 빗질해 넘기며 아직 따듯한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대고 말했다.
“잘 가, 아빠.”
--- pp.52~53

“표정이 밝아지니까 아버지를 닮았어요.”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까, 아빠도 혼자여서 그랬던 것 같아.”
친구와 알료샤는 자경이 말하지 않은 가족관계를 눈치챈 듯 조금은 어두운 표정이 되었다.
“아빠도 의지할 사람 없이 너무 긴 세월을 보냈으니까. 누구한테 뭘 말할 생각을 못 한 거지.”
“혼자 생각하고 혼자 웃고, 그런 실없는 사람이 된 거지.”
--- p.66

아침이 되어 장례식장 복도가 소란스러워지고 나서야 까무룩 잠에 빠지며, 자경은 자신이 두려워한 건 죽는 것이 아니라 혼자 남겨지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p.67

중학교 때였나 고등학교 때였나, 아빠의 일기장을 훔쳐 읽다가 들킨 기억이 났다. 그때 아빠는 자경을 불러다 앉혀놓고 진지하게 타일렀다. 궁금한 마음은 자연스러운 거지만 다시는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어른도 수치심이 있어.”
자경의 기억 속에서 아빠는 한번도 노크하지 않고 자신의 방문을 연 적이 없었다.
--- p.96

나의 딸 자경이 졸업 후 변변한 직장도 없이 영화를 찍는다고 돌아다니다 내게 돈 좀 가진 게 있느냐 물었을 땐 예술을 빌미 삼은 인면수심이 될까 싶어 걱정하였으나 그것은 나의 철저한 오산이었다. 자경은 예술수양을 통해 정신적으로 아비를 뛰어넘어 인생의 진리가 담긴 영화를 만들어낸 감독님이 된 것이다.

아아, 인간을 기어이 살아가게 하는 삶의 소중한 빛은 언제나 멀고 희미한 곳에 있다! 이러한 통찰은 어떠한 교육으로도 가르칠 수 없는 인생의 선물이리라. 그렇다면 자경이는 어떤 태양 아래서 이렇듯 성숙하게 도약한 것인가. 자식이야말로 부모의 선생이라는 말을 가슴으로 헤아린즉, 이 한장의 CD에 담긴 자경의 고뇌를 가보로 물리리라 결심한다……
--- pp.98~99

자경은 앞서 일어난 상황들에서 많은 것을 포기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한번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믿었다. 망한 영화라도 완성은 하겠다는 의지. 자경은 그것만 내려놓지 않으면 다음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런 믿음으로 소리 죽여 한걸음 한걸음. 자경의 발은 카메라를 든 표다르의 뒤꿈치에 달라붙은 듯 움직였다. “컷” 하고 작게 말한 자경이 뒤돌면 스태프들이 그런 자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 pp.119~120

표다르가 사라진 거리에서 고장 난 가로등은 그냥 고장 난 가로등일 뿐이었다. 쓰레기도 그냥 쓰레기였다. 어떠한 영혼도 얼굴도 없는, 수많은 골목 중 하나의 골목이었다.

그렇게 해가 바뀌고 모든 것이 끝난 어느 겨울, 자경은 이제껏 다른 것들과 그래왔듯 극단적으로 영화와 멀어졌다.
--- p.128

과거가 현실 같고, 현실은 꿈같았다. 크레디트 속 이름들의 얼굴이 영화보다 더 생생한데, 그렇게도 선명한 사람들이 어느 틈에 자신의 삶에서 흔적 없이 사라져버린 건지, 또 자신은 어째서 이토록 낯선 삶의 한복판에 서 있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
--- p.129

“보여?”
그의 손가락을 따라갔던 기억.
“빨간색이 아니라 파란색이구나.”
저 멀리 산 중턱, 헐벗은 나무들 사이에서 세개의 푸른빛이 희미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그게 진짜 도깨비불이라는 걸 자경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눈을 하도 부릅떠 눈물이 흐르는 걸 손등으로 훔쳐가며 자경은 그 빛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카메라를 켜 그것을 담으려던 표다르도 이내 관뒀다. 그렇게 두 사람은 덜컹거리는 차가 좁은 산길로 들어설 때까지 눈앞에서 서서히 멀어지는 푸른빛을 계속해서 눈에 담았다.
--- p.131

아빠의 감상은 지나친 낭만만은 아니었을지 몰랐다. 희망을 갖고 불빛에 가까이 다가가려 했던 소녀의 마음은 가짜가 아니었으니까. 멀고 희미한 곳에서 반짝이는, 인간을 기어이 살아가게 하는 빛 또한 영화 속에 있었다.
--- p.132

잠든 자경의 머리 위로 뚫린 창밖에는 어둠뿐이었으나, 자경은 환한 대낮과 대낮보다 밝았던 어느 밤들을 지나는 중이었다. 너무 꼭 쥐어 시들어버린 꽃 같은 순간들. 불을 환히 밝힌 할머니 집과 먼지처럼 작아지던 도깨비불, 툇마루에 앉아 마늘을 빻으며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아빠, 잎, 눈, 구름 한조각, 계절을 입은 채 언제나 그 자리에 있던 감나무 아래를. 다시 멀리서 보면, 모두 거기에 있는 것들을.

--- pp.136~137

출판사 리뷰

우리의 엔딩이 결코 쓸쓸하지 않도록
흔들리는 마음의 곁을 따스하게 비추는 시선

소설은 주인공 자경이 아버지의 죽음을 마주한 이후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자경의 아버지는 6년 전 갑작스레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의식 없이 누워 있게 된 아버지를 홀로 돌보게 된 자경의 삶은 말 그대로 버티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늘어나는 빚과 호전되는가 싶다가도 악화되는 아버지의 상태는 자경의 외로운 삶을 더욱 삭막하게 만들었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한 채 간신히 이어지던 날들은 어느 가을,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모두 끝난다. 대전에 마련한 빈소에서 장례를 치르는 동안, 자경은 자신을 위로하러 온 예상 밖의 사람들을 보며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지만 허덕이는 것이 익숙해진 삶이 그날 하루라고 피해 가지는 않았다. 기한이 촉박한 업무들, 자신이 상중일 때 단체로 퇴사해버린 팀원들, 너무 진지한 관계가 될까 두려워 집안 사정을 전하지 못한 연인 응현이 아무것도 모른 채 쏟아내는 원망까지…… 그중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일은 아버지와 함께 살던 고향집이 갑자기 팔려 당장 이틀 안에 짐을 빼줘야 하는 현실이다. 지금이 아니면 집을 팔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자경은 장례가 끝나기 무섭게 무거운 마음을 안고 고향집으로 향한다.

김장비닐 가득 담아 몇번이나 짐을 비우고 중고 가구점에 헐값으로 가구들을 넘기기를 반복하던 저녁, 자경은 서재 한구석에서 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한다. 일기장에는 영화감독을 꿈꾸며 영화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자경의 이십대를 멀찍이서 지켜보던 아버지가 남긴 기록들이 있었다. 자경은 아버지의 오래된 DVD장에 꽂혀 있는 자신의 마지막 영화 「소설小雪」을 찾아 재생하고 오래전 한겨울 무주에서 영화를 촬영하던 어느 날들을 떠올린다. 자경은 자신이 만든 영화가 아버지가 남긴 일기의 내용처럼 “인간을 기어이 살아가게 하는 삶의 소중한 빛” 같은 가치를 담은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삶에서 그런 것을 발견해보려 시도했던 적도 없었다. 그러나 약 이십년 만에 다시 재생해본 영화 앞에서 자경은 무주에서 보았던 오묘하고 아름다운 장면을 기억해낸다.

“다시 멀리서 보면,
모두 거기에 있는 것들”

자경의 영화에서 주인공이 끝내 찾지 못했던 희망의 불빛은 모든 것을 잃었다 생각한 현실에서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자경은 언제나 멀리서 희미하게 반짝이며 자신을 지켜주었던 “다시 멀리서 보면, 모두 거기에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세간 살림이 다 나가고 내일이면 다른 이의 소유가 되는 고향집에 누워 자경은 자신을 지탱해주었던 소중한 존재들을 하나하나 마음에 담아본다. 그렇게 어두웠던 오늘을 무사히 지나 빛나는 내일을 향해 나아간다.

김유나의 소설 속 인물들은 대체로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고 차분한 태도로 자신의 앞에 놓인 하루를 감당한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홀로 아버지를 간병하면서도 그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라는 듯 묵묵히 한해 한해를 지나온 자경, 안정적인 직업 없이 매일을 견디면서도 확답을 주지 않는 연인의 곁을 변함없이 지키는 응현의 모습은 씩씩한 것을 넘어 어딘가 서늘하고 무감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현실에 치여 많은 감각이 무뎌지고 단단해질 만큼 단단해졌다고 느끼는 날들 속에서도 문득 마음이 흔들리는 방향을 따라가게 되는 날이 오기 마련이다. “잊고 있던 이상한 순간”이 떠오를 때 애써 외면하고 싶지 않다고 느끼는 날이. 자경은 고향집에서 새벽을 맞이하며 어떤 기억 속을 걷게 된다.

너무 꼭 쥐어 시들어버린 꽃 같은 순간들. 불을 환히 밝힌 할머니 집과 먼지처럼 작아지던 도깨비불, 툇마루에 앉아 마늘을 빻으며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아빠, 잎, 눈, 구름 한조각, 계절을 입은 채 언제나 그 자리에 있던 감나무 아래를. 다시 멀리서 보면, 모두 거기에 있는 것들.(136~37면)

언제나 외로이 혼자 감당해왔다고 생각했던 시간을 함께해주었던 소중한 존재들을 떠올리며 자경은 상실의 끝에서 새로운 시작을 만난다.

우리는 때로 오늘과는 다른 내일의 엔딩을 꿈꾼다. 나아지지 않을 것 같은 현실, 원치 않는 방향으로 요동치는 감정들, ‘희망’이나 ‘사랑’ 같은 이름을 시원하게 붙여주고 싶지만 “산다는 건 희망도 절망도 아니다”라고 적게 만들거나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진심을 마주할 용기를 빼앗는 무력감의 한복판에서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었으면 하는 심정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고통 속에서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가게 만드는 힘은 소리 없이 곁을 지켜주었던 소중한 존재들로부터 온다. 이 책은 우리가 두고 온 많은 것을 다시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줄 것이다.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랑의 기억이 “용기를 내는 엔딩의 방향으로 자경을 밀어줄 수 있었던”(작가의 말) 것처럼 오늘을 힘차게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따뜻한 내일의 엔딩을 향해 나아가도록 이끌어주는 순간들이 찾아오기를 바란다.

작가의 말

빛이 완전히 차단된 터널 속을 걸을 때면 여름도 한낮도 다른 세상처럼 지워졌다. 소리의 울림과 공기의 흐름, 냄새마저도 달랐다. 터널이니 당연한 걸까? 어쨌거나 그 터널을 통과하며 나는 다른 차원에 존재하고 있을, 이제는 곁에 없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터널을 지나는 순간만큼은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를 향해 직선으로 흐르는 것이 아님을 느꼈고, 어느 순간엔 정말로 그렇게 믿게 되었다. 그 터널을 걷던 시간이 있었기에 마음 편히 용기를 내는 엔딩의 방향으로 자경을 밀어줄 수 있었다. 소설 속 인물들과 함께 걷던 여름의 터널을 이제 막 빠져나온 기분이다.

2024년 가을
김유나

추천평

도전과 희망을 비웃는 시대. 더는 꿈을 꾸지 않는 참으로 ‘현명한’ 세대. 그러나 여기, 나 자신을 처음부터 읽어보기로 결심한 자에게만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가 있다. 결말의 자리에서 바닥에 선을 긋고 다시 출발선에 서는 인물이 있다. 삶에 끌려다니며 분주히 사는 이에게, 절망 속에서 어쩔 수 없지 않으냐고 자조하며 힘없이 웃는 이에게, 그래도 빛을 향해 고개를 드는 이에게, 쓰이는 대로 살고 싶지 않아 스스로 펜을 드는 이에게, 김유나의 소설을 선물하고 싶다. - 정용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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